I Became The Mother Of the Male Lead Who Lives With An Ad**terous Man RAW novel - chapter (25)
불륜남과 사는 남주 엄마가 되었다 (25)화(25/151)
시안의 발아래 제인이 숨긴 금은보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초라한 살림을 보라고?”
조소 섞인 시안의 목소리에 제인은 몸을 떨었다.
제인이 생각해낸 기막힌 방법이란 돈이 없는 척하는 것이었다. 받은 돈이 없으면 빼앗길 일도 없으니까! 보석과 장신구, 값비싼 식기 등을 마루 아래 감추면서 완벽히 증거를 없앴다고 착각했다.
돈이 없는 척한다고 해서 받은 돈이 사라지는 것도, 돌려줘야 할 돈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건만.
마룻바닥 아래 물건을 숨기고 양탄자로 감춘 제인은 당당했다.
길드의 채권 추심원들이 협박해도 물건을 감춘 장소만 말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의심을 거두고 돌아가겠지?
순진한 생각이었다.
제인이 생각보다 쉽게 문을 열어주는 순간 시안은 직감했다.
‘얄팍한 수를 쓴 모양이군.’
집안으로 들어서며 주의를 기울였다. 눈을 가린 시안은 청각과 촉각을 날카롭게 곤두세웠다. 발걸음 소리, 공기의 흐름 하나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안으로 걸어 들어가 양탄자를 밟았을 때, 이 아래 무언가 있음을 깨달았다.
‘바닥의 기울기가 다르다. 나무판자의 아귀를 제대로 맞추지 않았어. 울리는 소리가 둔탁한 걸 보아 빈 곳에 틈 없이 물건을 채워 놓은 모양이고.’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 물건들이 숨겨진 장소를 가늠하고 검으로 바닥을 갈랐다.
제인은 비명을 질렀고, 그 소리에 집의 안쪽을 살피던 진짜 채권 추심원들이 달려왔다.
“어떻게……. 보이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거기 있다는 걸 안 거죠?”
“보이는 게 다는 아닙니다.”
“이럴 수가……!”
“감정해라.”
“예!”
어둡던 집안에 엄청난 양의 촛불이 켜졌다.
추심원들은 바닥 아래 쌓인 물건을 꺼냈다. 망토 안에서 도구들을 꺼내서 보석과 물건을 감정했다.
시안이 벌벌 떠는 제인을 향해 무심히 말했다.
“왜 도망치지 않았습니까.”
“도, 도망이라니요!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도망을 가야 해요?”
우스웠다. 여태 도망치지 않고 집에 붙어 있었던 이유가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니.
불륜을 저지르고, 부정한 방법으로 남의 집 재산을 빼내 배부르게 먹고 살았는데 왜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까.
“일부일처제가 뭔지는 알고 있습니까? 제국법은 부부 아닌 사이의 관계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알아요. 아는데, 나만 그러는 거 아니잖아요. 귀족들은 대부분 다 그런다고요! 왜 나한테만 이러는 거예요?”
“안 되는 걸 알지만 남들이 다 하니까 해도 된다는 건 어디서 온 사고방식입니까.”
“그…….”
“게다가 ‘귀족들은 대부분 다’라니, 그쪽이 아는 귀족이 대체 몇이나 된다고 그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건지.”
제인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악쓰듯 소리쳤다.
“사랑해서 그랬어요! 사랑하니까,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막을 수가 없었다고요! 날 이해 못 하는 걸 보니 당신은 사랑해 본 적도 없죠? 안 그래요?”
“그건 맞는 말이군요. 나는 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것 봐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래서.”
낮게 읊조린 시안이 느리게 고개를 기울였다.
“그래서, 죄라는 걸 알면서도 만나던 대단한 사랑은 지금 어떻게 되었습니까.”
“윽. 그…… 그건.”
“불륜 사실을 들키자마자 숨어서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사랑이라. 당신이 말하는 사랑이라는 게 이런 거라면 나는 앞으로도 하고 싶지 않군요.”
“으…….”
제인이 고개를 푹 숙였다.
시안의 말에는 틀린 것이 하나도 없었다.
‘다른 귀족들도 다 해’라는 말에 안심했으나 생각해 보니 이 말을 해준 건 테오도르였다. 제인은 테오도르 말고 다른 귀족과 이야기를 나눠본 적조차 없었다.
불륜은 나쁜 짓이었다.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사랑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대단한 사랑은 아빠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나 몰라라 숨어버렸다.
철석같이 믿었던 남자의 모든 속삭임이 거짓이라는 걸 깨달은 제인은 참담했다.
‘나쁜 자식. 망할 놈! 뒤로 자빠져서 거시기나 터져버려라!’
시안은 부들부들 떠는 제인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래도 이 여자는 테오도르보다 낫다. 검을 든 시안 앞에서 주저앉거나 기절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알리아스 님, 역시 부족합니다.”
물건을 감정하던 추심원 하나가 보고했다.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동안 받은 돈을 모두 집에 모셔뒀을 리가 없었다.
테오도르가 제인에게 돈을 가져다준 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돈은 그녀가 먹은 음식, 유행이 지나서 버린 드레스, 깨진 접시와 사용인들의 주머니에도 들어갔을 것이다.
길드와 은행에 맡겨둔 돈이 없다는 건 이미 옛날에 확인한 뒤였다.
제인에게 남은 건 보물이라며 마루 아래 숨겨둔 물건 몇 개와 ‘집’ 뿐이었다.
“어쩔 수 없군요. 제인, 이 집에서 나가줘야겠습니다.”
“뭐, 뭐라고요?”
“방금 다 듣지 않았습니까. 당신이 숨겨둔 보물로는 그동안 당신이 테오도르에게 받은 돈을 전부 갚지 못합니다.”
“그거랑 제가 집에서 나가는 게 무슨 상관이죠?”
이 여자는 정말 바보인가.
시안은 깊은 인내심을 발휘하여 친절하게 설명했다.
“이 집은 당신 아버지가 엘로사 가문에서 빼돌린 돈으로 산 겁니다. 당연히 돌려줘야지요. 원래는 그리 비싼 집이 아니지만…… 당신 덕에 사고 싶다는 사람이 줄을 섰습니다.”
“시, 싫어! 여긴 내 집이에요! 난 안 나갈 거라고요!”
“그래도 상관없기는 합니다만.”
감흥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황태자 전하의 생신 연회를 망친 여자가 사는 집이라, 아주 좋은 구경거리가 되겠군요. 인간 어항이나 다름없는 신세가 되겠지만요.”
“그, 그건……! 그럴 리가 없어요. 사람들이 여기를 어떻게 안단 말이에요!”
시안과 채권 추심원들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는 거지.
대화할수록 피곤이 쌓였다. 테오도르는 이 여자의 어떤 점이 좋았던 걸까. 이런 점까지 좋아져서 사랑이 위대하다고 불리는 걸까.
추심원들에게 물건을 챙기라고 명했다. 제인이 막으려고 했지만 시안의 검이 가로막았다.
“시끄럽게 굴지 마십시오. 당신의 생명을 존중해서 당신의 목을 치지 않는 게 아니니까.”
“흑, 흐윽. 너무해…….”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아무런 대책도 없이 당신을 내쫓으려는 건 아닙니다.”
“대책이요?”
시안은 품에서 레이첼이 낮에 써준 서신을 꺼내 내밀었다.
“당신에게 필요한 정보입니다.”
제인이 떨리는 손으로 서신을 받아 펼쳤다.
[테오도르 엘로사의 현재 거처황궁 앞 타운 하우스 거리, 221B]
고마워서인지 미워서인지 제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그녀는 시안을 올려다보았고 시안은 어깨를 으쓱했다.
“오늘은 밤이 늦었으니 내일 중에 집을 비워주십시오. 추심원들이 챙기지 않은 물건 중에서 필요한 건 얼마든 가져가도 좋습니다.”
“으아앙!”
결국 제인은 아이처럼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
* * *
레이첼과 헤어진 테오도르는 며칠째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아, 나에게는 왜 이렇게 시련 가득한 사랑만 찾아오는 걸까……!’
기껏 레이첼이 재산 은닉과 탈세 죄를 칼에게 뒤집어씌워 주었는데 결혼 무효가 되어버리다니.
사랑과 낭만으로 가득한 테오도르는 작위가 박탈된 것보다 레이첼과의 결혼이 무효가 됐다는 게 더 믿기지 않았다.
게다가 레이첼은 차갑게 이혼을 선언했었다. 그럴 사람이 아닌데, 뭔가 오해가 있는 게 틀림없었다.
반란 때문일까? 테오도르가 반란을 꾸미고 있다는 말에 두려워서 그를 떠나기로 한 걸지도 모른다.
그런 거라면 쉽다. 반란은 진짜가 아니니까. 반란이 아니라 불륜이었다고 레이첼을 설득하면 된다.
‘레이첼은 불륜 사실을 알면서도 내 죄를 칼에게 덮어씌웠잖아. 불륜 정도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어. 아아, 이토록 깊은 사랑을 그동안 알아채지 못했다니!’
이제 테오도르에게 기댈 것은 레이첼뿐이었다.
테오도르는 많은 걸 잃었다. 베렝겔라는 술에 취해 아들을 매질하는 낙으로 살았다. 작위는 사라졌으며, 원로회는 엘로사 가문의 재산을 몽땅 가져가려 하고 있었다.
레이첼은 오랜 시간 세금 관리국을 속였던 칼에게 탈세 혐의를 뒤집어씌울 만큼 똑똑한 여자였다. 그런 사람이라면 자신의 누명을 벗기고 작위를 되살릴 묘수를 낼지도 몰랐다.
아니, 누명을 벗고 작위를 살리지 못해도 괜찮다. 레이첼은 원래 프람 백작 가문의 딸이었으니까. 프람 백작 작위를 되살린 뒤에 데릴사위가 되면 된다.
제 손으로 프람 백작 가문을 멸문시킨 일은 이미 테오도르의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아, 레이첼. 운명의 여신이 우리를 갈라놓으려고 하는구나!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겠어!’
테오도르는 방해가 있을 때 더욱 불타오르는 사람이었다.
‘나를 위기에서 구해줄 성스러운 여인. 이제야 네 소중함을 깨달은 나를 용서해 줄 거지? 사랑은 위대하고 너는 나를 사랑하니까! 기다려, 내가 곧 갈게!’
당연한 얘기지만 레이첼은 테오도르를 만나주지 않았다.
“레이첼, 레이첼! 내가 왔어!”
엘로사 저택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지만 나오는 사람이 없었다.
‘외출을 한 건가? 어쩔 수 없지.’
저택 앞에 쪽지를 남겼다.
[사랑하는 레이첼, 너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네 도움이 필요해!나는 황궁 앞 타운 하우스 거리 221B에 살고 있어. 이 쪽지를 보면 찾아와줘.
너의 사랑, 테오도르 엘로사]
꼭꼭 숨어 지내던 테오도르는 스스로 자신의 거처를 밝혔다.
엘로사 저택 주변을 감시하던 자가 쪽지를 가져왔다. 레이첼은 주소를 기억해 두었다가 시안을 통해 제인에게 보냈다.
테오도르는 레이첼을 기다렸다. 주소를 알려 줬으니 곧 만나러 와주겠지 싶었다.
그러나 며칠을 기다려도 레이첼은 오지 않았다. 오기는커녕 소식조차 없었다. 세간에는 레이첼이 이사했다는 소문도 떠돌았다.
결국 테오도르는 길드에 레이첼의 소식을 수소문해달라고 의뢰했다.
이제나저제나 레이첼 혹은 레이첼의 소식을 기다리던 때, 찌이잉, 타운 하우스의 초인종이 울렸다.
테오도르가 환호했고 베렝겔라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누가 여길 찾아왔지?”
“레이첼인 모양입니다. 제가 주소를 알려줬거든요.”
망설임은 없었다. 테오도르는 타운 하우스 현관문을 열어젖혔다.
“레이첼! 어서…… 어?”
“……테오.”
문 앞에 선 것은 레이첼이 아니라 제인이었다. 비 맞은 토끼처럼 잔뜩 풀 죽은 그녀는 커다란 꾸러미 몇 개를 이고 진 채였다.
예상치 못한 제인의 등장에 테오도르는 얼어붙었다.
“……제, 제인? 네가 어떻게…….”
“뭐? 누가 와?”
제인의 이름을 들은 베렝겔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