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Mother Of the Male Lead Who Lives With An Ad**terous Man RAW novel - chapter (27)
불륜남과 사는 남주 엄마가 되었다 (27)화(27/151)
베렝겔라가 잠든 깊은 밤.
테오도르는 타운 하우스를 빠져나와 검은 망토를 뒤집어쓰고 안대를 낀 길드 정보원을 만났다.
정보원은 어쩐지 처음 의뢰할 때보다 덩치가 커진 것 같았다.
“어……. 폴라리스? 내 의뢰를 받아준 자가 맞나?”
“아니요. 저는 알리아스입니다. 의뢰의 난이도가 높아 수석 정보원인 제가 의뢰를 이어받았습니다.”
시안은 케이티에게 레이첼의 의도를 전해 들었다.
‘그러니까 레이첼은 벌레를 잡듯 테오도르를 끌어들여서 처리할 생각이라는 거지?’
‘예. 차라리 길드 정보원을 매수해 버릴까 생각 중입니다. 어차피 불륜남이 저택에 찾아오도록 만들기만 하면 되니까요. 염탐꾼이 어슬렁대는 게 정말 거슬립니다.’
잠시 생각하던 시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어. 내가 의뢰를 넘겨받지. 레이디 레이첼에게는 내가 얘기할 테니 그대는 이 문제에 더는 신경 쓰지 말도록 해.’
‘대공 전하께서 직접 의뢰를 넘겨받으신다고요? 왜…….’
눈치 빠른 케이티는 끝까지 묻지 못하고 말을 마쳤었다.
그러게.
어차피 돈으로 움직이는 정보원이니 적당한 돈을 주고 매수해 버리면 될 텐데 왜 직접 의뢰를 넘겨받겠다고 했을까.
왜 의뢰를 넘겨받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테오도르를 만나러 오기까지 했을까.
변명 거리를 붙인다면 시가르가 테오도르를 감시하라고 명했다는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러지 않았다.
그런 이유 없이도 시안이 직접 나섰을 거라는 사실을 시안도 알고 케이티도 알았다.
시안의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낼 듯 넘실거렸다.
시안이 다른 생각을 하는 동안 테오도르 역시 무언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레이첼의 정보를 알아보는 게 왜 의뢰 난이도가 높지? 레이첼이 찾기 힘든 곳에 숨기라도 했나?”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게 뭔데? 말해 봐.”
“의뢰 난이도가 높아진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의뢰 내용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추가금 2골드를 청구하겠습니다.”
“뭐, 뭐, 2골드?”
작위와 영지, 재산, 집까지 빼앗긴 테오도르에게 그런 거금이 있을 리 없었다. 의뢰 비용 5골드도 베렝겔라의 귀걸이 한 짝을 팔아 겨우 마련한 거였다.
“아니 뭐 그런 거까지 추가금을 내야 해? 이거 완전 사기 아니야?”
“정보 의뢰니까요. 정보와 관련된 것은 뭐든 추가 비용을 받습니다.”
“됐고, 의뢰 결과나 보고해!”
“알겠습니다. 레이디 레이첼의 소식이 궁금하다고 하셨지요. 레이디 레이첼은 엘로사 저택을 나와 새로운 저택으로 거처를 옮겼으며 그곳에서 아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시안이 말을 맺은 뒤 골목에 침묵이 감돌았다.
테오도르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서?”
“끝입니다만.”
“미쳤어? 그게 어떻게 끝이야! 어디로 거처를 옮겼는지, 혹시 나를 그리워하는 건 아닌지도 말해줘야 할 거 아니야!”
“옮긴 거처의 정보는 의뢰 난이도가 높아진 이유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난이도 설명에 2골드, 거처의 위치를 제공하는 데 추가로 5골드를 지급하셔야 합니다.”
“뭐? 더해서 7…… 7골드를 더 내야 한다고?”
“또한 레이디 레이첼이 의뢰인 테오도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으시다면 3골드를 추가 지급하십시오.”
10골드라니!
베렝겔라의 남은 귀걸이와 목걸이를 전부 팔아야 겨우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타운 하우스의 10개월 치 집세이기도 했다.
“뭐가 이렇게 비싸?”
“정보 의뢰는 길드 의뢰 중에서도 비싼 편이니까요.”
“하. 너희 같은 미천한 것들이 어떻게 먹고 사나 했는데. 이렇게 선량한 사람들의 돈을 뜯어 가서 배부르게 먹고사는 거였군?”
미천한 것, 선량한 사람들의 돈?
떠난 아내에게 집착하느라 허튼돈을 써대는 주제에.
시안은 안대를 풀고 싶은 충동을 꾹 눌러 참았다.
좋아서 시작한 일은 아니었지만 시안은 길드와 길드 정보원이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가진 사람이었다.
테오도르라서 일부러 의뢰비를 더 비싸게 받은 것도 아니었다. 딱 길드의 규정에 맞는 금액을 제시했을 뿐이었다.
“……내지 않으시겠다면 저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아아아아아아아냐! 아냐! 기다려! 기다리라고! 성질 급하긴.”
시안이 말없이 손을 내밀었고 테오도르는 연신 욕을 지껄였다.
결국 테오도르는 집으로 돌아가 잠든 베렝겔라의 몸에서 남은 귀걸이 한 짝과 목걸이를 빼 와 시안에게 주었다.
“레이디 레이첼은 황궁 서쪽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대저택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대저택? 레이첼이 어떻게?”
“황제께서 처지를 측은히 여겨 친히 하사하신 저택입니다. 아무나 함부로 출입할 수 없고 경비의 수가 많은데다 실력까지 출중해 의뢰의 난이도가 높았습니다.”
“그, 그래?”
“평소에는 경비가 삼엄하지만 낮 12시, 경비가 교대하는 시간에는 저택 북쪽 담벼락 밑으로 숨어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 시간에 그곳으로 찾아오라는 소리였다. 추가금을 내지 않은 정보를 푸는 것은 수상한 일이었으나 테오도르는 눈치채지 못했다.
“조, 좋아. 당장 찾아가야겠어. 그럼 다음 질문. 레이첼은 나를 그리워했나? 분명 그리워했을 거야. 어쩌면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한숨 짓거나 남몰래 울었을지도 몰라!”
시안은 싱긋 웃었다.
글자 하나에 1골드의 가치가 있는 대답이라 한 글자 한 글자를 또박또박 발음했다.
“아니요.”
* * *
햇살이 좋은 오후, 레이첼과 그레이엄은 새로운 저택 훈련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레이엄은 제 팔보다 긴 목검을 들고서 천천히 움직였다.
“그레이엄, 지금 뭘 하는 거야?”
심각한 얼굴로 검을 움직이던 그레이엄이 활짝 웃었다.
“허공에 별을 그리는 거예요!”
그러고 보니 검 끝이 움직이는 모양이 허공에 별을 그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검 끝은 흔들리거나 흐트러지는 법 없이 무척 정교하게 움직였다.
“와, 신기하다!”
“이렇게 검으로 허공에 그림 그리는 연습을 하면 검을 더 잘 쓸 수 있대요. 스승님이 알려주셨어요!”
“그러니? 스승님이 여러 가지를 알려주시는구나.”
“응! 정말 멋있어요! 나중에 크면 스승님 같은 사람이 될 거예요.”
“엄마 생각에는 그레이엄이 스승님보다 더 멋있어질 거 같은데.”
“진짜요? 우와!”
신이 난 그레이엄은 꺄르륵 웃으면서도 검을 놓지 않았다. 검술 연습이 정말 즐거운 모양이었다.
그때 사용인 하나가 다가와서 공손하게 말했다.
“주인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 누구지?”
“돌로라사 디카르시냐크 공녀님이십니다.”
돌로라사라고?
의외의 이름에 레이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혼자?”
“예.”
보호자도 없이 어린아이 혼자 방문하다니 아무리 저택이 가까워도 그럴 수가 있나 싶었다.
의아했지만 미래에 며느리가 될 사람의 방문을 거절할 수야 없었다. 먼저 찾아와준 아이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안으로 들여보내줘. 응접실에 차와 간식을 준비하고.”
“알겠습니다.”
돌로라사의 방문에 그레이엄은 허공에 별 그리기를 멈추고 잔뜩 긴장했다.
“……혼자서 왜 왔을까요?”
“글쎄, 그레이엄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은 게 아닐까? 이제 이웃이니까 인사하러 왔는지도 모르고.”
“우음…….”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 것 같아서 레이첼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돌로라사 공녀님이 싫으니?”
“그건 아니에요. 그냥 좀…… 불편해요.”
부끄러운 걸까?
시안에게는 제법 마음을 연 것 같은데 돌로라사는 아직 아닌 모양이었다.
하긴 원작에서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으니까.
그레이엄은 썩 달가워하지 않으면서도 검을 갈무리하고 훈련을 정리했다.
두 사람은 저택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돌로라사와 마주쳤다. 놀랍게도 아이는 레이첼의 키만 한 하얀 말을 탄 채였다!
그레이엄이 깜짝 놀라 굳어졌고 레이첼도 할 말을 잃었다.
어쩐지, 앞집이라고는 해도 둘 다 대저택이라 아이 걸음으로 찾아오기는 어려웠을 텐데 말을 타고 왔구나! 어린 나이에 혼자 승마라니, 역시 돌로라사도 보통이 아니었다.
돌로라사가 얼른 말에서 내렸다.
“연락도 없이 찾아와서 미안합니다, 레이디 레이첼.”
“아닙니다.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잘 지내셨나요?”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말을 타고 산책하다가 레이디 레이첼이 여기서 살기로 했다는 게 떠올라서요. 인사라도 드릴 겸 찾아왔습니다. 아버지가 같이 오지 않아서 혹시 실례가 되었을까요?”
“실례는요. 돌로라사 공녀님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랍니다.”
흔쾌히 방문을 허락하는 말에 돌로라사가 맑게 웃었다. 아이의 시선이 슬쩍 레이첼의 품을 스쳤다.
고개를 갸웃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중요한 건 레이첼이 아니라 그레이엄과 돌로라사니까.
응접실에 맛있는 음식을 잔뜩 차려주고서 적당히 눈치를 봐서 자리를 비켜줄 생각이었다. 어쩐지 중매 서는 기분이었다.
“따라오세요. 응접실로 안내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저택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이었다.
“푸엣취!”
재채기 소리가 나더니 저택 외벽을 따라 죽 늘어선 수풀 중 하나가 요란하게 흔들렸다.
“꺅!”
레이첼이 깜짝 놀라 그레이엄과 돌로라사를 당겨 품에 안았다. 얼떨결에 품에 쏙 들어와 안긴 돌로라사와 달리 그레이엄은 엄마의 손을 뿌리쳤다.
품에 안긴 돌로라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이의 뺨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레이엄은 목검을 치켜들며 레이첼을 지키듯 섰다.
“누구야!”
“크헙.”
괴상한 소리가 나더니 수풀이 부산스레 움직였다. 잠시 후, 수풀 더미에서 웬 소년의 얼굴이 불쑥 튀어나왔다. 양손에 잎이 풍성한 나뭇가지를 든 채였다.
“어……. 다들 안녕?”
“……누구세요?”
그레이엄이 물었고 돌로라사는 소리쳤다.
“아트레이유 황태자 전하!”
황태자라고? 생일 연회를 망쳐서 화가 났다던 그 황태자?
레이첼과 그레이엄은 영문을 몰라 눈을 깜빡였고, 아트레이유는 배시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