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Mother Of the Male Lead Who Lives With An Ad**terous Man RAW novel - chapter (3)
불륜남과 사는 남주 엄마가 되었다 (3)화(3/151)
“미쳤냐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인은 내 손님이었어. 그런 사람을 간이 응접실로 안내해? 게다가 무슨 일이 있었길래 하얗고 곱던 애가 얼굴이 저렇게 부은 거야? 손님 앞에서 남편 망신을 줘도 유분수지.”
“말했잖아요. 먼저 예의 없이 군 건 제인이었어요.”
“예의 없이 굴었다고 뺨을 때려?”
“맞을 짓을 했다고요. 저한테 당신이 좋아하는 향유를 선물하겠다고 했어요. 마치 당신과 잠자리를 해봤다는 듯한 말투였다고요. 원로회에 알릴까 하다가 그냥 제 선에서 마무리한 거예요.”
테오도르는 입을 열었다가 다물기를 반복했다. 뭐라고 항변하고 싶지만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 듯했다.
그건 그랬다. 뭐라고 하겠는가.
레이첼의 말대로 뺨으로 끝난 건 천만다행이었다.
제인을 원로회에 끌고 가는 건 테오도르에게도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감히 평민 내연녀를 집으로 초대하다니. 귀족의 권위를 실추시켜도 유분수지!’
알게 모르게 불륜을 저지르는 귀족이 많다지만 불륜 상대를 집으로 불러들이는 건 다른 얘기였다.
치부를 들킨 원로회 귀족들은 부끄러움을 감추려고 더 가혹하게 제인과 테오도르를 처벌했겠지.
붕어처럼 입술을 뻐끔거리던 테오도르가 더듬더듬 사과했다.
“어, 음. 그렇게 버릇없는 사람인 줄 몰랐네. 다음에는 집에 데려오지 말아야겠어.”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그래 주시면 고맙겠어요.”
“내가 요즘 일이 바빠서 정신이 없거든. 제인이 어떤 여자인지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어.”
“그러신 것 같았어요. 요즘 매일 늦게 들어오는 것 같던데, 일이 바쁜가요?”
“응. 황태자 전하의 생신 연회를 준비하는 중이거든.”
“일이 바쁘면 차라리 근무지 가까운 곳에 임시 숙소를 마련하는 게 어떠세요? 바쁜 일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요. 이러다가 당신 건강 상할까 봐 걱정이에요.”
그럼 피차 보기 싫은 얼굴 안 보고 지낼 수도 있잖아!
테오도르는 레이첼의 말에 티 나게 화색을 띠었다.
“그럴까? 그래도 되겠어?”
“당연히 되죠.”
“하하하! 정말 고마워. 안 그래도 생각했던 일인데 당신이 싫어할까 봐 말을 못 꺼냈거든. 당신은 늦더라도 내가 집에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했잖아.”
“저보다 어머님이 싫어하시겠죠. 며칠 뒤에 어머님이 저택으로 오시기로 했다는 거, 잊지 마세요.”
“괜찮아, 괜찮아. 어머니가 오실 즈음에만 저택에 들르는 척하면 돼. 당장 근무지 근처에 괜찮은 숙소가 있는지 알아봐야겠어.”
부디 행복한 시간 보내시고 필요해질 때까지 저택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마시길.
레이첼은 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려 침실로 향했다.
* * *
아침에 일어났을 때 테오도르는 집을 비운 채였다.
동그란 외알 안경을 쓴 집사가 날카로운 눈으로 레이첼을 반겼다. 테오도르가 마음 놓고 집을 비울 수 있도록 돕는 그의 수족, 집사 칼이었다.
“일어나셨습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마님.”
“응, 칼. 좋은 아침이야. 그레이엄은?”
“아침 식사 후 오전 놀이 중이십니다.”
“마샤랑 같이?”
“아니요. 다른 시녀와 놀고 계십니다.”
나쁜 마샤. 어제 제인이 돌아갈 때까지 코빼기도 비치지 않더니 늦잠을 퍼 자는 모양이었다.
“그레이엄을 돌보는 중이 아니라니 잘됐네. 마침 마샤에게 할 얘기가 있거든. 지금 응접실로 좀 불러줘.”
“지금 말씀이십니까?”
“응. 지금 당장.”
허둥지둥 일어나서 헐레벌떡 달려오겠지.
레이첼은 한쪽으로 삐죽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잡아 내리느라 애를 써야 했다.
칼이 레이첼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공손히 물었다.
“……알겠습니다. 그 밖의 일정은 어떻게 되십니까.”
손질하지 않은 머리를 만지며 크게 하품을 했다. 노곤한 척, 나른한 척, 아무 생각도 없는 척했다.
“으음, 오늘은 뭘 할까. 일단 밥 먹고, 어제 읽던 소설책마저 읽고……. 아! 나 길드에 다녀오고 싶어. 마차를 부탁해.”
“길드 말씀이십니까?”
“응.”
칼이 안경 너머로 눈을 빛내며 긴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길드는 정보와 일을 사고파는 곳이었다. 평범한 백작 부인이 드나들 곳이 아니었다.
원작에서 레이첼이 길드에 방문한 건 테오도르의 바람을 깨달은 뒤였다. 그를 미행할 사람을 살 목적이었다.
“험한 자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마님께서 걸음 하시기에는 지나치게 위험합니다.”
“그런가? 하지만 곧 결혼기념일이잖아. 뭔가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고 싶은걸. 테오에게 아무 데서나 파는 물건을 선물로 주고 싶지 않거든.”
“그렇다면 길드에서 일하는 자를 저택으로 부르겠습니다.”
“어머, 그래 주겠어? 그럼 나야 편하고 좋지.”
“오늘 중으로 저택에 찾아오라고 일러두겠습니다.”
“고마워, 칼.”
레이첼이 환하게 웃었다.
칼이 안심한 듯 어깨를 내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도 저택 밖으로 외출하지 않으시는 것으로 알고 있겠습니다.”
딱딱하게 인사한 칼이 방을 나섰다.
흐트러진 옷과 머리를 정리한 레이첼이 자리에서 일어서 응접실로 향했다.
나쁜 마샤를 혼내 줄 시간이었다.
응접실에서 잠시 기다리자 마샤가 들어왔다.
급하게 준비하고 온 티가 났으나 특별히 긴장한 기색은 없었다. 레이첼과 마샤가 자주 만나 그레이엄의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였기 때문이었다.
“부르셨습니까, 마님.”
“마샤,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 지난밤에 어디를 갔던 거야?”
“그야 그레이엄 도련님의 곁에 있었지요.”
태연하게 거짓말하는 거 보게.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그럼 아침에는 뭘 했는데?”
“뭘 하긴요. 그레이엄 도련님이 밤새 칭얼거리셔서 피곤한 나머지 늦잠을 잤답니다.”
“그래?”
차라리 다른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면 덜 했을 텐데, 능청스럽게 그레이엄 핑계를 대는 마샤에게 화가 났다. 그레이엄뿐 아니라 레이첼까지 무시하는 일이었다.
레이첼이 손가락으로 의자 팔걸이를 툭툭 두드렸다.
“마샤, 나 지금 정말 화가 났어.”
“마님? 갑자기 무슨 말씀을…….”
“모임에 다녀왔잖아. 어제도, 그제도.”
“……!”
마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밤마다 마샤가 다니는 곳은 별거 아닌 사교 모임이었다. 중년 남성들이 살롱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듯, 마샤 같은 중년 여성들이 모여 앉아 수다를 떨고 음식을 나눠 먹는 곳이었다.
문제는.
“솔선수범하던데? 가장 먼저 모임에 참석해서 가장 늦게까지 남아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위로하고, 뒷정리까지 하고 말이야. 사람들의 신임도 아주 두터워 보이더라. 이름이…… 위로회였나?”
“어, 어떻게 그걸.”
어떻게 알았긴 어떻게 알아. 밤에 저택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게 수상하길래 별생각 없이 따라 나갔다가 알게 됐지.
“어떻게 안 게 중요해? 그 멋진 모임 때문에 내가 화가 났다는 게 중요하지. 내가 왜 화를 내는지 알겠어?”
“…….”
“평소에는 청산유수인 사람이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됐네. 어쩔 수 없지, 내가 얘기할게. 우선 저택 사용인이 주인의 허락도 없이 자리를 비운 점, 심지어 자신이 돌보는 그레이엄이 잠들기도 전에 말이야.”
레이첼은 부들부들 떠는 마샤를 보며 차분히 말을 이었다.
“저택에서 만든 음식을 양손 가득 들고 가더라. 모임에서 쓰는 찻잔이며 식기도 어디선가 본 모양이었고. 새벽까지 사람들을 위로한 덕에 늦잠도 잤고 말이야. 오늘처럼.”
“마, 마님…….”
“끝난 줄 알았어? 근무 태만에 도둑질도 모자라서 착하고 상냥한 그레이엄을 욕했어. 방금처럼 나를 속이고 기만했지. 자리를 비운 사실을 감춰야 하니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면서도 힘들다고 칭얼대며 돈을 더 내놓으라고 했고.”
마샤도 처음부터 나쁜 의도로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름이 위로회인 걸 보면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을 보듬어 주고 싶은 마음이 컸을 테다.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유모 생활에 활력을 얻었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시작이 어쨌든 제 할 일을 등한시하고 음식과 물건을 훔치고 거짓말로 돈을 받아 간 건 벌을 받아 마땅한 일이었다.
덜덜 떨기만 하던 마샤가 한참 만에 중얼거렸다.
“……마님.”
“응, 뭐든 얘기해봐. 변명 정도는 들어줄 테니.”
“제가…… 그동안 엘로사 가문에 얼마나 헌신했는데, 이러실 수가 있나요.”
……뭐?
레이첼의 눈이 가늘어졌다.
마샤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아무런 증거도 없이 저를 이렇게까지 몰아세우시다니, 정말 너무 하세요. 저는 결백합니다. 마님, 대체 어디서 무슨 이야기를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절대 도둑질이나 거짓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마샤. 그러지 말고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 빼돌린 식기와 물건만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면 따로 처벌하지 않을 테니까. 그동안 충분한 돈을 줬으니 그걸 퇴직금이라고 생각하고 조용히 떠나.”
“정말 너무 하시는군요! 하지도 않은 일로 해고하겠다고 협박하시고 가져가지도 않은 물건을 돌려놓으라니요!”
하아.
레이첼이 한숨을 쉬고 이마를 짚었다.
결국 증거를 보여줘야 하는 걸까.
“나는 분명 기회를 줬어.”
자리에서 일어나 응접실 한쪽에 놓아둔 상자 쪽으로 다가갔다. 안에는 위로회가 이뤄지는 낡은 집 근처에서 발견한 물건이 들어 있었다.
상자를 들고 와 탁자 위에 놓고 달칵, 잠금장치를 열었을 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가 났다.
“마님, 칼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길드의 정보원을 불러왔습니다.”
타이밍 기가 막히네.
마샤는 사색이 되었다.
길드와 길드의 정보원이 무얼 하는지는 마샤 같은 평민들이 더 잘 알았다.
길드는 의뢰를 주고받을 때 신분을 따지지 않았으니까. 재주가 좋은 평민이 다른 평민이나 귀족들을 상대로 소소한 용돈벌이를 하기에 길드만큼 좋은 곳이 없었다.
특히 미행은 별다른 재주 없이도 시간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들이는 노력 대비 보수가 좋아서 아주 인기가 좋은 의뢰였다.
“마, 마님……. 설마 제게 미행을 붙이셨던 건가요?”
붙인 게 아니라 한 거지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어서 대답하지 않았다.
다른 일로 부른 길드 정보원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칼, 정보원을 들여보내.”
“마, 마님! 마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제야 마샤는 레이첼에게 증거가 있다는 걸 확신했는지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그러게, 마샤. 내가 분명 얘기했잖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그동안 그레이엄을 돌봐준 사람에게 벌을 내리고 싶지 않았단 말이야.”
레이첼이 상자에서 꺼낸 물건들을 가볍게 던졌다.
위로회의 문양과 마샤의 이름이 적힌 홍보지가 팔랑팔랑 날아 바닥에 떨어졌다.
조그마한 술잔이 데구루루 굴러가 엎드린 마샤의 눈앞에서 멈췄다. 도둑맞을 것을 대비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엘로사 가문의 표식을 새겨 놓은 고가의 술잔이었다. 식기를 만든 자와 관리하는 자, 감정하는 자와 가문의 주인만이 표식을 알아볼 수 있었다.
증거를 확인한 마샤가 고개를 떨궜고, 때마침 문이 열리며 검은 망토를 뒤집어쓴 젊은 남자가 응접실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부르심을 받고 달려왔습니다. 길드의 정보원, 알리아스라고 합니다.”
“……알리아스요?”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에게 다가가던 레이첼이 걸음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렸다.
알리아스는 원작 여주 돌로라사의 아빠이자 제국 유일의 대공인 시안이 잠행할 때 쓰던 가명이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