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Mother Of the Male Lead Who Lives With An Ad**terous Man RAW novel - chapter (39)
불륜남과 사는 남주 엄마가 되었다 (39)화(39/151)
“그대는 열흘 뒤에 ‘프람’이라는 과거의 성을 돌려받게 되며, 황제께서는 백작의 작위와 엘로사 백작 가문의 것이었던 영지를 하사하실 것이오!”
기대하지 않았던 소식에 레이첼의 가슴이 떨렸다.
엘로사 영지는 날씨가 따스하고 자원이 풍족한 곳이었다. 제인에게 재산을 나눠주고도 베렝겔라가 사치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돈을 벌 정도였으니까.
그런 땅을 받는다니, 안 그래도 풍족한 레이첼의 재산이 훨씬 더 풍족해질 예정이라는 뜻이었다.
‘이 정도면 시작해도 되겠어.’
레이첼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되찾고 싶었거든. 테오도르 때문에 잃어버린 프람 성과 영지.’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긴 연설 끝에 황제의 마차가 돌아갔다. 열흘 뒤에 작위 수여식이 열릴 테니 참석해서 작위와 귀족 명패, 토지 문서를 받아 가라는 내용이었다.
마차가 사라진 뒤 돌로라사가 눈을 반짝였다.
“축하드려요, 레이디 레이첼! 백작이 되는군요!”
“감사합니다, 공녀님.”
“얼른 레이첼 백작으로 부르고 싶네요.”
돌로라사에게 질세라 곁에 서 있던 그레이엄도 목소리를 높였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축하드려요!”
“아하하. 고마워, 그레이엄. 이건 엄마한테도 좋은 일이지만 그레이엄에게도 좋은 일이란다.”
“정말요?”
살인귀 그레이엄이 아니라 프람 백작 가문의 그레이엄 영식으로 자랄 테니까!
시안이 싱긋 웃었다.
“축하드립니다.”
“축하 감사합니다. 무척 얼떨떨하네요. 이렇게나 요란스러운 일인 줄은 미처 몰랐어요.”
“작위는 보통 전쟁이나 무역에서 큰 공을 세운 사람에게 수여하니까요. 가능한 한 화려하게 치르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렇군요.”
요즘처럼 평화로운 시대에는 새롭게 작위를 수여할 일이 없었다. 시가르가 수여하는 첫 작위였고, 그만큼 으리으리한 행사가 될 예정이었다.
잠시 생각하던 레이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그럼 오늘 주문하는 공녀님의 드레스는 혹시 작위 수여식에서 입을 예정인가요?”
“맞습니다. 나머지 드레스는 천천히 주문해 주셔도 되지만 작위 수여식에서 입을 드레스는 오늘 주문을 마쳐주셔야 합니다.”
드레스 제작 기간을 생각하면 꽤 촉박한 일정이었다.
레이첼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맡겨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저도 잘 부탁드려요, 레이디 레이첼!”
인사를 마칠 무렵 황실의 마차가 섰던 곳에 새로운 마차가 찾아와 섰다. 작지만 섬세하고 아름다운 장식으로 꾸민 마차였다.
문이 열리고 단정한 드레스를 차려입은 여자와 짐꾼들이 내렸다.
여자가 공손하게 예를 갖췄다.
“캐롤 의상실의 대표 의상사 캐롤이 대공 전하를 뵙습니다.”
“캐롤. 오랜만이군.”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다시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 이번에도 아름다운 의상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캐롤과 시안은 이미 아는 사이인지 익숙하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오늘은 열흘 뒤 황궁에서 열릴 작위 수여식에서 입을 돌로라사의 드레스가 필요하다. 일정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 막 황명이 도착한 터라 미리 연락하지 못했어.”
황제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일을 여기저기 얘기하고 다니는 건 위험한 일이었으니까.
캐롤은 신경 쓰지 않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우아하고 화려한 드레스가 필요하겠군요.”
“구체적인 드레스의 형태는 돌로라사와 이쪽의 레이디 레이첼과 상의하면 된다. 이번에 나는 돈을 내는 역할이거든.”
농담 섞인 시안의 말에 캐롤이 웃었다.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지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두 벌. 미리 얘기한 대로.”
“예, 그것 역시 맡겨주십시오.”
인사하고 대화를 마무리 지은 캐롤이 레이첼과 돌로라사, 그레이엄에게 다가왔다.
“잘 부탁드립니다. 돌로라사 공녀님과 레이디 레이첼, 그레이엄 도련님의 작위 수여식 의상을 만들게 된 캐롤이라고 합니다.”
“……저랑 그레이엄이요? 저희는 왜…….”
캐롤의 인사에 당황한 레이첼이 도움을 구하는 눈으로 시안을 바라보았다.
레이첼과 눈이 마주치자 시안이 미소 지었다.
“저와 돌로라사의 선물입니다. 작위 수여식에서 입을 드레스가 필요하실 테니까요. 일정이 촉박하니 함께 맞추면 좋을 것 같아 준비했습니다.”
“제가 아빠한테 선물하자고 했어요! 잘했죠?”
정말 생각도 못 한 선물이었다.
그레이엄은 치수를 재고 시안과 검술 훈련을 하러 갔다. 남성 아동복은 원단과 색 외에는 고를 것이 없다고 했다.
레이첼과 돌로라사는 응접실로 자리를 옮겼다. 일꾼들이 마차에서 원단과 장식을 꺼내 응접실로 옮기는 동안 직원들이 두 사람의 신체 치수를 확인했다.
돌로라사가 두 팔을 뻗으며 재잘거렸다.
“아빠가 제 드레스 만드는 일을 레이디 레이첼께 부탁드렸다고 하셨을 때 어찌나 기뻤는지 몰라요.”
“기뻐하셨다니 무척 영광입니다.”
“기왕 의상실에서 사람을 부르는 거, 레이디 레이첼의 드레스도 함께 맞추면 어떻겠냐고 말씀드렸어요. 다행히 아빠가 바로 허락해 주시더라고요!”
“그러셨군요.”
“안 그래도 뭔가 선물을 드리고 싶었거든요. 지난번에 놀러 왔을 때 반갑게 맞아주셨잖아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걸요.”
“무슨 말씀이세요. 아트레이유 황태자 전하나 저를 그렇게 따뜻하게 대해 주신 분이 별로 없답니다.”
의외였다. 아트레이유는 황태자고 돌로라사는 공녀인데다 둘 다 무척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었다. 이런 아이들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없다니.
궁금했지만 돌로라사에게 직접 이유를 물을 수는 없었다. 혹시 아이에게 보이지 않는 상처가 있는지도 모르니까.
‘어쩌면 공녀인 돌로라사가 성인이 된 뒤에 먼 여행길을 떠난 것과 관련이 있는지도 몰라. 평범한 공녀라면 혼자 여행을 다니다가 살인귀를 만나지는 않을 테니까.’
짐작한 뒤 생각을 털어냈다.
지금은 돌로라사와 드레스를 주문하는 일이 더 중요했다.
“대공 전하께도 공녀님께도 받기만 하는군요. 이 은혜는 언젠가 꼭 갚겠습니다.”
“고마우면 제 드레스 주문하는 거 열심히 도와주시기예요!”
맑은 대답에 레이첼이 웃었다. 정말이지 순수하고 솔직한 아이였다.
치수 확인이 끝난 후 캐롤이 응접실로 들어왔고 본격적으로 드레스 주문을 시작했다.
셋이서 머리를 맞대고 원단과 장식과 모양과 소품을 골랐다. 하나 같이 눈이 커질 만큼 화려하고 아름답고 정교한 것들뿐이었다.
레이첼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다 예쁘잖아! 다 사고 싶어!’
빙의하고서 여러 일을 겪었지만 드레스를 주문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정신이 없어서 원래 레이첼이 입던 드레스를 대충 입었을 뿐 새것을 사지 않았다.
최근 몇 개월간 드레스를 새로 맞추지 않았다는 레이첼의 말에 돌로라사와 캐롤이 화들짝 놀랐다.
“정말요? 최근 몇 개월간 단 한 벌도 주문하지 않으셨다고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지금은 비 사교 시즌도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거든요.”
나이에 비해 성숙한 돌로라사와 수많은 귀족을 상대하는 캐롤 모두 눈치 빠르게 입을 다물었다.
남편 없이 아이를 키우는 레이첼의 처지, 곧 받게 될 작위, 황제가 하사했다는 저택, 예사롭지 않은 일투성이였다.
돌로라사는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했다.
“레이디 레이첼…….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군요.”
“고생이라고 할 만한 건 없었어요. 좀 귀찮아서 그렇지.”
잠시 생각에 잠겼던 돌로라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왜인지 아이의 뺨이 붉었다.
“저어. 레이디 레이첼. 괜찮다면 제가 드레스를 몇 벌 더 사드려도 될까요?”
“아닙니다. 지금 사주시는 한 벌만으로도 충분해요.”
“기왕 맞추는 거 여러 벌 맞추면 좋잖아요! 계절마다 서너 벌, 많으면 열 벌, 스무 벌도 맞추는 게 보통인걸요. 곧 작위도 받으실 텐데 유행에 뒤처지시면 안 되죠!”
영업하기 좋은 기회여서인지 캐롤이 곁에서 거들었다.
“맞습니다. 몇 달간 한 벌도 맞추지 않으셨다니, 사교계 귀족들이 알면 깜짝 놀랄 일이라고요. 이아콥스 가문의 멜리타 부인께서는 매달 서른 벌씩 맞추시는걸요.”
“그렇게나 많이요?”
이아콥스 가문이라면 큰 상단으로 돈을 많이 버는 가문이기는 했다. 하지만 매달 서른 벌이면 거의 매일 새 드레스를 입는다는 뜻인데.
레이첼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많은 드레스는 필요 없어요. 제안은 감사하지만 드레스는 필요한 만큼만 맞추도록 할게요.”
“그러지 마시고, 딱 한 벌만 더하시면 안 될까요? 네? 꼭 선물하고 싶은 드레스가 있어서 그래요.”
돌로라사가 눈물을 터트릴 듯한 눈으로 레이첼을 올려다보았다.
맑고 커다란 황금색 눈동자가 어른어른 흔들리는 것에 당할 재주가 없었다.
“으음……. 알겠습니다. 공녀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와아! 감사합니다!”
“감사는 제가 해야지요. 정말 감사합니다, 공녀님.”
“에헤헤. 아니에요. 캐롤 의상실의 옷 중에서 입고 싶었던 드레스가 있거든요. 그건 제가 혼자 입을 수 없는 거라서 레이디 레이첼의 허락이 필요했는데 마침 잘 됐어요.”
공녀인 돌로라사가 레이첼 없이 혼자 입을 수 없는 드레스? 그게 뭘까? 어떤 드레스일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캐롤은 어떤 드레스인지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 드레스 말씀이시지요?”
“응! 아직 주문할 수 있지?”
“물론입니다. 내일 의상실에 들러 주시겠어요? 바로 입어 보실 수 있도록 준비해 두겠습니다.”
“나는 상관없는데, 레이디 레이첼은 어떠세요?”
돌로라사가 잔뜩 기대하는 눈으로 레이첼을 돌아보았다.
레이첼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레이첼의 허락 없이 입을 수 없는 드레스’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저도 괜찮습니다. 내일 함께 의상실에 가도록 해요.”
“와아, 신난다!”
돌로라사의 눈이 별처럼 반짝반짝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