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Mother Of the Male Lead Who Lives With An Ad**terous Man RAW novel - chapter (40)
불륜남과 사는 남주 엄마가 되었다 (40)화(40/151)
원단과 장식을 고른 뒤에는 캐롤이 가져온 샘플 드레스에 천과 장식 대보았다. 샘플 드레스를 입고 바느질 대신 핀으로 천과 장식을 고정하는 일이었는데…….
“아아, 공녀님. 정말 귀여우세요!”
“그, 그런가요?”
레이첼의 탄성에 돌로라사가 뺨을 발갛게 물들이며 부끄러워했다.
돌로라사는 순백의 샘플 드레스만 입었을 때도, 색색의 원단을 둘렀을 때도, 장식을 달았을 때도, 장식을 달지 않았을 때도 예뻤다.
‘인형이 움직이고 말도 하잖아!’
심장이 멎어버릴 것처럼 귀엽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었다.
귀엽고 예쁘기로는 저택 지붕을 뚫어버릴 만큼 어마어마한 돌로라사는 칭찬이 낯선 건지 내내 쩔쩔맸다.
곁에서 캐롤이 기분 좋게 웃었다.
“공녀님이 이렇게 쑥스러워하시는 건 처음 보네요. 저나 대공 전하께서도 귀엽다는 말을 자주 했었는데, 의외예요.”
“그야 아빠는 아빠니까 귀엽다고 해주는 거고, 캐롤은 드레스를 팔아야 하니까 귀엽다고 해주는 거잖아.”
그러더니 다시 뺨을 붉혔다.
“그런데 레이디 레이첼은 아무런 이유도 조건도 없이 귀엽다고 해주시니까 왠지 부끄러워서…….”
사랑스러워서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공녀님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우세요. 대공 전하나 캐롤도 아빠라서, 드레스를 팔아야 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그렇죠, 캐롤?”
“그럼요, 그럼요.”
“고맙습니다, 레이디 레이첼.”
수줍게 인사한 돌로라사가 드레스의 주문을 마무리했다. 아이는 채도가 낮은 푸른 원단에 금박으로 아름다운 꽃을 수놓기로 했다.
샘플 드레스를 벗은 돌로라사가 레이첼에게 폴짝폴짝 뛰어오며 말했다.
“이제 레이디 레이첼 차례예요!”
“잘 부탁드립니다. 공녀님의 안목을 믿을게요.”
“네!”
레이첼은 가림막 뒤에서 장식 없이 하얀 샘플 드레스를 갈아입고 나왔다. 속옷만 입은 것 같아 휑하고 쑥스러웠는데 돌로라사가 눈을 빛내며 감탄했다.
“와아! 레이디 레이첼, 정말 아름다워요! 천사 같아요! 눈동자 색이며 머리카락 색이 하얀색하고 정말 잘 어울리네요. 당장이라도 날개를 달고 날아갈 것 같아요.”
“쑥스럽네요. 겨우 샘플 드레스를 입었을 뿐인걸요.”
“그래서 더 놀라운 거예요! 여기에 이 초콜릿색 원단을 쓰면 더 예쁠 거예요! 레이스 장식도 달고……. 캐롤! 아까 보여줬던 분홍색 원단이 어디 있지?”
“여기 있습니다, 공녀님! 이런 리본은 어떨까요?”
“와, 좋아! 역시 캐롤은 내 마음을 잘 안다니까!”
돌로라사와 캐롤은 신이 나서 레이첼에게 매달렸다.
이런 일을 좋아하는 돌로라사야 그렇다고 치지만 캐롤까지 신이 난 건 의외였다.
“가녀린데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는 분의 드레스를 만드는 건 흔치 않은 기회니까요! 그렇지요, 돌로라사 공녀님?”
“그럼요! 아빠한테는 이런 레이스나 꽃장식은 못 달잖아요!”
시안이 분홍색 드레스 원단을 두르고 리본과 레이스 장식을 단 모습을 상상한 레이첼이 풋 웃음을 터트렸다.
돌로라사는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캐롤과 레이첼의 드레스 장식을 골랐다.
자신의 드레스를 맞출 때보다 더 즐거워 보였다.
캐롤이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벌써 몇 해째 돌로라사 공녀님의 드레스를 만들어 드리고 있는데, 오늘처럼 즐거워하시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응! 나 오늘 정말 기분이 좋아. 아주아주 즐겁고 행복해!”
“어머.”
“레이첼 백작이 내가 입고 싶었던 드레스를 같이 입어주신다고 했는걸. 내 드레스 말고 다른 사람 드레스 고르는 것도 처음 해보지만 정말 즐거워!”
어쩌면 돌로라사에게 레이첼의 드레스를 맞추는 일은 커다란 인형 놀이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돌로라사가 즐거워하니 다행이었다. 레이첼은 토 달지 않고 드레스 주문이 끝날 때까지 아이의 착한 인형이 되어주었다.
드레스 주문을 마친 레이첼과 돌로라사, 훈련을 마친 시안과 그레이엄이 다시 저택 앞에 모였다.
돌로라사가 쪼르르 달려가 시안에게 안겼다.
“아빠! 보고 싶었어요!”
“돌리, 드레스 주문은 잘했니?”
“네!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레이디 레이첼이 얼마나 예뻤는지 아세요? 어떤 원단에 어떤 장식을 대도 우아하게 소화하더라고요! 아빠도 나중에 보세요! 깜짝 놀라실 거예요.”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아서인지 돌로라사의 목소리가 컸다.
그레이엄이 맞장구쳤다.
“맞아, 우리 엄마 예쁘지! 나도 보고 싶다, 예쁜 엄마!”
“내가 예쁘게 주문했어! 그레이엄 너도 보면 깜짝 놀랄 거야!”
시안이 가볍게 웃었다.
“우리 돌리가 이렇게 신난 건 처음 보는구나.”
“정말 즐거웠어요! 드레스 주문이 이렇게 신났던 건 처음이거든요. 게다가 레이디 레이첼하고 의상실에도 함께 가기로 했어요!”
“의상실에?”
“전에 캐롤 의상실에서 본 드레스 말이에요. 내일 레이디 레이첼하고 그 드레스를 보러 가려고요!”
“……우리 돌리, 그 드레스가 입고 싶었구나.”
“네!”
“으음.”
미간을 좁히고 잠시 생각에 잠겼던 시안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돌리. 아빠는 레이디 레이첼이 그 드레스를 불편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걸. 그 드레스는 아무나 함께 입을 수 없는 드레스라는 걸 알고 있잖니.”
“그렇지만…….”
돌로라사가 울상이 되어 고개를 푹 숙였다.
레이첼이 고개를 갸웃했다.
‘대체 무슨 드레스길래 그러지?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야한 건가?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에 나오는 투명 드레스라거나. 그런 거면 확실히 곤란하긴 하지.’
하지만 보지도 않고 짐작으로 드레스를 입지 않겠다고 할 수는 없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공녀님을 나무라지 마세요.”
“어떤 드레스인지 보지 못하시지 않았습니까. ”
“일단 함께 가서 드레스를 볼게요. 보고서 불편하면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꼭, 반드시 솔직하게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돌로라사가 얼른 거들었다.
“맞아요, 레이디 레이첼. 괜히 저 때문에 억지로 드레스를 입을 필요는 없어요! 저는 레이디 레이첼을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
억지로 입으라고 한다면 레이첼은 거부할 수 없었다. 감히 대공과 공녀의 말을 거역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두 사람은 평민이 된 레이첼을 얼마든지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으면서도 배려하고 걱정해 주었다. 그 마음이 고마웠다.
레이첼이 가볍게 웃었다.
“알겠습니다. 두 분 모두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같은 시간에 모시러 오겠습니다.”
* * *
다음 날. 외출 전, 라일러스가 시안을 따로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주교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당부드릴 것이 있어 잠시 들르시라 부탁드렸습니다.”
“당부?”
“오늘은 대공 전하의 마차를 타고 번화가로 나가지 말아주십시오.”
시안의 눈이 가늘어졌다.
“미래를 보신 겁니까?”
“예. 오늘은 소름 끼치는 일이 생길 예정입니다.”
“소름 끼치는 일이라니. 그렇다면 오늘은 외출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니요. 오늘은 아주 중요한 날이니 예정대로 외출하셔야 합니다. 대공 전하의 일생에 큰 영향을 미칠 일이 일어나는 날이거든요.”
보통 사람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소름 끼치지만 중요한 일이라는 말에 겁을 먹을 가능성도 컸다.
하지만 상대는 시안이었다. 라일러스는 그가 겁이 난다고 중요한 일을 피해 가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시안이 다시 입을 열었다.
“돌로라사가 위험해지는 일은 아니겠지요.”
“돌로라사 공녀님께서 안전하고 행복해지려면 반드시 겪으셔야 할 일입니다.”
“알겠습니다. 디카르시냐크 가문의 마차를 타지 말아야 한다고 하셨으니, 알리아스의 신분으로 외출해야겠군요.”
“정확한 판단이십니다.”
“조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늙은이의 말에 귀 기울여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라일러스의 조언대로 눈을 가리고 망토를 뒤집어쓴 시안은 잠행에 이용하는 마차를 불러 레이첼, 돌로라사, 그레이엄과 함께 시내로 출발했다.
멀어지는 마차를 지켜보던 라일러스가 두 손을 모았다.
‘어차피 벌어질 일이지만 이렇게 하면 대공은 좀 더 솔직해질 거다. 신분이나 상황에 얽매이지 않고 본능에 따라 움직이겠지.’
미래를 살핀 라일러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예니스 님. 왼손의 주제넘은 참견이 불편하셨다면 번개를 내리셔도 좋습니다. 기꺼이 맞지요.”
번개는 내리치지 않았다. 참새 한 마리가 라일러스의 머리 위에 앉아 짹짹 울 뿐이었다.
라일러스가 키득키득 웃었다.
“하여튼 관대하신 예니스 님. 내가 이래서 예니스 님을 좋아한다니까요. ……에헤이.”
반짝이는 은발 위에서 배변 활동을 마친 참새가 허공으로 뽀르르 날아올랐다.
여신 예니스는 자신의 왼손에게 받는 고백이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 * *
딸랑―
“어서 오세요! 어머, 공녀님 오셨군요!”
의상실로 들어오는 레이첼과 돌로라사, 그레이엄에게 인사하던 캐롤이 고개를 갸웃했다. 시안이 보이지 않아서였다.
혹시 나중에 들어오는 건가 싶어 고개를 빼꼼 내밀었으나 열린 문틈으로 검은 망토를 뒤집어쓴 사람의 모습이 보일 뿐 시안은 없었다.
“대공 전하께서는 함께 오지 않으셨나요?”
“아빠는 바쁜 일이 생겼대요.”
“그러시군요.”
전에도 드레스를 맞추다가 일이 있다며 곧잘 자리를 비우던 시안이었다.
어차피 비용만 치르는 거니 오지 않아도 상관없기는 하지.
캐롤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어깨를 으쓱했다.
“일단 드레스를 보실까요?”
캐롤이 손뼉을 치자 의상실 직원들이 커튼 뒤에서 마네킹을 꺼내 가져왔다.
레이첼의 눈이 커졌다.
예상했던 반응에 캐롤이 기뻐하며 말했다.
“소개하겠습니다. 이번 사교 시즌을 위해 제가 특별히 기획한 커플 드레스랍니다. 엄마와 딸, 언니와 동생, 이모와 조카, 두 사람의 관계를 뽐내기에 딱 맞는 드레스지요!”
두 벌의 드레스는 크기를 제외한 모양과 색, 장식이 똑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