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Mother Of the Male Lead Who Lives With An Ad**terous Man RAW novel - chapter (41)
불륜남과 사는 남주 엄마가 되었다 (41)화(41/151)
커플 드레스. 확실히 양쪽의 허락 없이는 입을 수 없는 드레스였다.
돌로라사가 조심스럽게 레이첼의 눈치를 살폈다.
“어떤가요, 레이디 레이첼. 역시 불편하신가요?”
뭐라 대답하기 전에 그레이엄이 불쑥 끼어들어 소리쳤다.
“싫어요! 왜 공녀님만 우리 엄마랑 똑같은 옷 입어요? 우리 엄마란 말이에요!”
“으으. 역시 그렇겠지? 미안해, 그레이엄. 내 생각이 짧았어…….”
“나도 엄마랑 같은 옷 입고 싶은데! 나도 드레스 입고 싶은데!”
그레이엄은 속상하다며 눈물을 글썽였고, 돌로라사는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레이첼이 두 아이를 달래느라 진땀을 뺐다.
캐롤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미리 옷을 만들어 놓은 자신에게 감탄했다.
“그레이엄 도련님, 그렇다면 이건 어떠신가요? 드레스처럼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짝으로 만든 옷이 더 있답니다.”
“흑, 짜, 짝으로 만든 옷이요?”
캐롤이 손뼉을 치자 의상실 직원들이 커튼 뒤에서 다른 마네킹 두 개를 더 가져왔다.
마네킹에는 크고 작은 남성용 슈트가 걸려 있었다. 먼저 가져온 드레스와 색과 장식은 같고 모양만 슈트로 변형한 옷이었다.
모아놓고 보니 한눈에도 성인 남성용 슈트, 성인 여성용 드레스, 남자 어린이 슈트, 여자 어린이 드레스가 한 세트인 가족용 의상처럼 보였다.
“짜안! 아빠와 아들, 형과 동생, 삼촌과 조카를 위한 남성용 세트랍니다!”
눈물이 뚝뚝 떨어지던 그레이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와앗! 좋아요! 저도 이거 입을래요! 엄마, 저랑도 입어요!”
캐롤이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한꺼번에 세 벌이나 팔 수 있겠구나!’
얼마 전 의상실에 방문한 돌로라사는 캐롤이 시험 삼아 만든 커플 드레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돌로라사가 드레스 세트를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을 깨달은 캐롤은 부랴부랴 시안을 위한 남성복을 만들었다. 어린이 드레스와 성인 남성용 슈트를 한 번에 팔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기왕 만드는 김에 짝을 맞춰 남자 어린이 슈트도 만들었다. 그냥 연습 삼아 만들었던 건데 이렇게 요긴할 줄은 몰랐다.
그레이엄의 반응에 돌로라사가 활짝 웃었다.
“레이디 레이첼! 그레이엄도 좋대요! 이 드레스랑 슈트 사서 같이 입어요. 네?”
레이첼이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다 함께 입으면 정말 예쁘겠어요.”
“그렇죠? 신난다! 캐롤! 저거 네 벌 전부 살게요!”
세 벌이 아니라 네 벌이라고?
캐롤이 속으로 행복한 비명을 질렀고 레이첼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잠시만요, 공녀님. 세 벌이 아니라 네 벌을 사신다고요?”
흥분해서 깡충깡충 뛰던 돌로라사가 얼른 대답했다.
“그럼요! 당연히 우리 아빠도 같이 입어야지요! 아빠만 빼고 우리끼리 맞춰 입으면 아빠가 서운해하실 거 아니에요!”
“그런가요……?”
시안 대공은 그런 일로 서운해할 사람이 아닌 것 같았지만 캐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레이엄이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즐거워했다.
“와! 스승님도 같이 입는다니, 신난다!”
“네 분이 함께 의상을 갖춰 입으시면 정말 멋지겠네요! 단란한 가족처럼 보이겠어요.”
레이첼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냐는 얼굴로 캐롤을 돌아보았으나 캐롤은 신경 쓰지 않았다.
한꺼번에 옷을 네 벌이나 팔았으니까!
* * *
돌로라사는 익숙하게 서류에 서명했다. 옷을 받으면 돈을 주겠다는 내용의 서류였다.
레이첼은 돌로라사와 캐롤이 콧노래를 부르며 서류를 작성하는 내내 멍했다.
‘단란한 가족처럼 보이겠어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네 사람이 미래에 가족이 될 사이이기는 했으니까.
하지만 가족이라고는 해도 가까운 건 돌로라사와 그레이엄뿐이었다. 사돈이라는 건, 가까워 보이지만 사실은 먼 사이니까!
‘할머니랑 외할아버지랑 커플룩을 입는다고 생각해 봐. 엄청 이상하잖아! 불륜 커플처럼 보일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그레이엄과 돌로라사가 너무 즐거워해서 차마 드레스를 못 입겠다는 말은 꺼내지 못했다.
레이첼과 아이들이 의상실 밖으로 나왔다. 신분을 숨긴 덕에 안으로 함께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기다리던 시안이 세 사람을 맞았다.
“오래 걸렸군요. 드레스는 보셨습니까?”
“네, 봤습니다.”
어떻게 말해야 하나 우물거리는데 돌로라사가 끼어들어 소리쳤다.
“샀어요! 압…… 아니, 알리아스! 네 벌 샀어요!”
“네 벌이라고?”
시안이 돌로라사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후 레이첼에게 물었다.
“레이디 레이첼, 괜찮으십니까? 혹시 돌리 때문에 억지로 드레스를 주문하신 거라면 솔직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괜찮습니다. 돌로라사 공녀님과 그레이엄과 함께 같은 색과 장식이 달린 옷을 입는다니, 기대될 정도니까요. 하지만 대공 전하께서 불편하지 않으실까 걱정스럽습니다.”
“레이디 레이첼께서 괜찮다면 저는 상관없습니다.”
그러면서 시안은 싱긋 미소까지 지어 보였다.
상관없다니?
시안은 분명 아무나 함께 입을 수 없는 옷이라 레이첼이 불편해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함께 입으면 특별한 사이로 보인다는 걸 안다는 의미였다.
‘알리아스로 잠행하는 모습을 볼 때도 느꼈지만 시안 대공은 정말 대인배인가 봐. 나랑 연인이나 부부로 보이는 건 신경도 안 쓸 정도라니.’
시안의 반응에 돌로라사와 그레이엄이 모두 팔짝팔짝 뛰었다.
“레이디 레이첼이랑 아빠랑 다 같이 똑같은 옷을 입는다니 정말 신난다!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은 옷 입는 거 정말 해보고 싶었는데!”
“나도, 나도! 나는 기사 시험 통과해야 스승님이랑 같은 옷 입을 줄 알았는데, 기사 시험 통과 안 하고도 스승님이랑 엄마랑 같은 옷 입게 돼서 신나!”
“에헤헤, 그레이엄, 나 잘했니?”
“응! 꼬맹이 공녀님 잘했어요! 기특해요!”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 거리 전체가 환해지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데 남들이 뭐라고 오해하든 무슨 상관이람.’
레이첼이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랑 외할아버지만 커플룩 입으면 이상하겠지만 가족이 다 같이 커플룩 입는 건 안 이상하잖아? 그냥 가족룩을 미리 입는다고 생각하자!’
자신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레이첼의 입가에도 환한 미소가 걸렸다.
“공녀님, 멋진 드레스를 선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입을 기회가 있다면 좋겠네요.”
“저야말로 받아주셔서 감사하죠! 언젠가 꼭 같이 입고 나들이 가요!”
“그럼요. 처음 부탁하신 대로 드레스 주문 역시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이리저리 거리를 둘러보던 그레이엄이 소리쳤다.
“앗, 저기 아이스크림 가게다!”
돌로라사가 반갑게 활짝 웃었다.
“와, 그레이엄. 너도 저기 좋아하는구나?”
“안 좋아하는데요? 그냥 신기해서 얘기한 거예요.”
“어머 정말? 왜 안 좋아해? 저기가 제국 수도에서 제일 아이스크림이 맛있는 가게인데? 쫀득쫀득하고 시원하고 달콤하고 맛있잖아!”
돌로라사의 찬양에 그레이엄이 뚱하게 볼을 부풀렸다.
“안…… 안 먹어봐서 몰라요.”
그레이엄의 말에 레이첼은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레이엄은 수도 중심부 상점가에 나와본 것이 처음이었다.
빙의 전 테오도르는 제인에게, 레이첼은 테오도르에게 신경 쓰느라 그레이엄을 챙기지 않았다.
빙의하고 테오도르와 헤어진 뒤에는 돈이나 처벌 문제를 신경 쓰느라 그레이엄을 챙기지 못했다.
‘와, 정말. 나 엄마 실격이야. 돈 문제보다 그레이엄을 먼저 신경 썼어야 하는데.’
레이첼은 얼른 몸을 낮춰 그레이엄을 품에 안아주었다.
“엄마가 미안해. 수도에서 제일 맛있는 아이스크림 가게도 안 데리고 오고, 그레이엄 속상하겠다. 앞으로는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재미있는 것도 많이 하자. 약속할게.”
“엄마는 일해야 해서 바쁘니까 저 신경 안 써도 괜찮아요.”
“엄마가 해주고 싶어서 그래. 일단 같이 아이스크림 먹는 것부터 시작할까?”
“엄마가 좋으면 저도 좋아요!”
기특한 대답에 마음이 찡해서 그레이엄을 품에 꼭 안아주었다.
곁에서 레이첼과 그레이엄을 지켜보던 돌로라사가 시안의 손가락을 잡아당겼다.
“우리도 같이 먹고 가요. 네?”
레이첼이 시안을 돌아보았다.
공사다망하고 바쁜 시안이었지만 그도 함께 가야 했다.
라일러스는 오늘이 ‘소름 끼치는 일이 일어나는 중요한 날’이라고 했다. 신의 왼손이 일부러 경고해 줘야 할 만큼 대단한 사건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같이 가야지.”
“와아! 신난다! 저는 반짝반짝 망고 레몬 아이스크림 먹을래요!”
“나도! 나도 그거 먹을래!”
“그레이엄, 너 그거 알아? 여기서 파는 아이스크림은 계속 종류가 달라져.”
“종류가 달라진다고요? 왜요?”
“여름에는 파란 바다 맛 아이스크림을 파는데, 겨울에는 하얀 눈송이맛 아이스크림을 팔거든!”
“우와 그런 게 있어요?”
“응! 그러니까 자주자주 와서 먹어야 해. 저번에 먹은 무지개 아이스크림이 정말 맛있었는데, 그건 이제 안 판대.”
“이잉. 나도 맛있는 아이스크림 먹고 싶은데. 그럼 지금은 무슨 아이스크림이 제일 맛있어요?”
“지금은 역시 사르르 모래사장 아이스크림이 아닐까? 조개 모양 사탕도 있어!”
“그럼 전 그거 먹을래요! 제일 맛있는 거!”
“아냐, 그건 내가 먹을 거야! 넌 야옹이 얼굴 아이스크림 먹어!”
“왜요! 싫어요! 제가 제일 맛있는 아이스크림 먹을 거예요!”
그레이엄과 돌로라사는 자기가 더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사겠다고 아옹다옹하며 아이스크림 가게 쪽으로 걸었고, 레이첼과 시안이 흐뭇하게 웃으며 뒤를 따랐다.
그렇게 아이스크림 가게까지 열 걸음 남짓이 남았을 때였다.
“레이첼?”
누군가 레이첼을 불렀다.
부드럽게 휘었던 시안의 입매가 딱딱하게 굳어졌다. 즐거워서 발을 콩콩 구르던 그레이엄이 바짝 긴장했다. 돌로라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걸음을 멈췄다.
꿈에서도 듣기 싫은 목소리였고, 다시는 들을 일이 없을 줄 알았던 목소리였다.
레이첼은 끼익 끼익, 고장 난 듯 잘 돌아가지 않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았다.
“레이첼!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역시 우리는 운명으로 이어진 게 틀림없어!”
망할 불륜남 테오도르가 반색하며 레이첼에게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