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Mother Of the Male Lead Who Lives With An Ad**terous Man RAW novel - chapter (70)
불륜남과 사는 남주 엄마가 되었다 (70)화(70/151)
테오도르가 떨리는 목소리로 더듬거렸다.
“그 소, 손가락이 무기라고요?”
“응.”
“그게 무슨…… 으아악!”
궁금증은 곧 해소되었다. 아트레이유가 두 개의 손가락으로 테오도르의 눈을 쿡 찌른 탓이었다.
살짝 눈을 찔렀다가 뗀 아트레이유는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
“어휴, 엄살은. 살짝 찔렀거든? 포크로 찌르려다가 아빠한테 혼날까 봐 참은 거야.”
“아야야. 황태자 전하, 저한테 왜 이러시는 겁니까?”
“왜긴. 네가 나쁜 놈이니까 그렇지.”
“나쁜 놈이라니요! 전 반역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결백하다고요!”
“웬 반역? 난 그런 거 몰라.”
“……예?”
슬쩍 눈을 뜬 테오도르가 딱딱하게 굳어졌다.
황태자라는 걸 알아보지 못했을 때도, 바보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방긋방긋 웃던 아트레이유가 서늘한 표정으로 테오도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황금빛 눈동자가 번뜩였다.
“야, 너 레이첼 왜 괴롭혔어?”
“무슨 말씀입니까!”
“어쭈. 발뺌하는 거 봐라? 네가 레이첼 괴롭혔잖아. 다 알거든?”
“저는 레이첼을 괴롭히지 않았……. 으악!”
아트레이유의 손가락이 다시 테오도르의 눈을 찔렀다.
“거짓말은 나쁜 거라고 안 배웠냐? 내가 바보긴 해도 황태자거든? 어디서 거짓말을 해? 죽을래? 지금 당장 거기부터 뎅겅 잘라줘?”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사과는 진작 레이첼 앞에서 했어야지.”
“그것도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빨리빨리 하겠습니다!”
“너, 한 번만 더 우리 레이첼 괴롭히면 콱 눈에 후추 뿌려 버린다?”
“조, 조, 조, 조심하겠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안 그러겠습니다!”
“좋아. 됐어. 이제 착하게 하늘나라로 가.”
“네에에?”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사형 선고에 테오도르는 울고 싶어졌다.
처음 들어올 때처럼 헤헤 웃는 얼굴로 돌아온 아트레이유가 말했다.
“괜찮아. 우리 아빠 창의력 대장이라서, 어떤 방법으로 죽일지 나도 모르거든. 미리 겁먹을 필요 없다는 뜻이야. 어때, 좋지?”
어떤 방법으로 죽을지 모른다니.
테오도르가 살면서 들은 어떤 말보다 더 두려운 말이었다.
* * *
테오도르가 붙잡혀 간 이후 귀찮게 구는 사람이 사라진 레이첼의 주변은 평화 그 자체였다.
덤으로 시가르는 설탕과 소금 사건 이후 몇 번의 정기 어전회의를 줄줄이 취소했다. 그토록 노골적으로 스테판을 겨냥했으니, 이제 와 볼 낯이 없기는 할 테다.
지금 레이첼에게 닥친 문제는 케이티가 프람 성을 사들인 사람을 수소문하러 자리를 비운 덕에 혼자 서류 정리와 초대장 답장 등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으쌰. 이 정도면 됐나?”
레이첼이 두 팔을 쭉 뻗으며 기지개를 켰다.
“일이 많기는 해도 다행히 전부 술술 풀리는 느낌이야. 영지 정리도 마무리됐고, 연회에도 초대받았고. 기분 좋은데?”
쌓인 서류 제일 위에 놓인 파티 초대장을 열었다. 멜리타 이아콥스. 스테판의 어머니에게서 온 초대장이었다.
[다음 달 초, 보름달이 뜨는 시각.이아콥스 저택에서 열리는 파티에 레이첼 백작을 초대합니다.
멜리타 이아콥스]
“지난번 대공 전하의 파티에서는 베랑겔라랑 황제 때문에 제대로 사교 활동을 못 했어. 더 늦어질까 봐 걱정이었는데 큰 파티의 초대장을 받아서 정말 다행이야.”
레이첼은 언제나 넘치게 많은 파티 초대장을 받았다. 하지만 정식으로 사교 활동을 시작하기에 적당한 파티가 없어 전부 거절해왔다.
그런 상황에서 받은 이아콥스 공작 가문의 파티 초대장은 무척 반가웠다.
“이아콥스 공작 가문의 파티는 수도에서 황실 연회와 대공 가문의 파티 다음으로 큰 파티니까. 사교 활동 시작하기에 더없이 좋은 파티지.”
드레스 광인 동시에 파티광인 멜리타에게 레이첼은 파티를 신선하게 만들어 줄 재료이면서 자신의 파티에 더 많은 사람을 초대할 구실이었다.
레이첼로서는 무척 반가운 구실이었다.
싱긋 웃고 초대장을 정리할 무렵 저택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밖을 내다보니 먼 길을 달려온 듯 먼지를 뒤집어쓴 마차가 보였다.
레이첼이 활짝 웃으며 창문을 열었다.
“케이티! 도착했구나! 기다렸어!”
“다녀왔습니다, 레이첼 백작님.”
마차 앞에 서 있던 케이티가 조용히 인사했다.
의외의 반응에 레이첼이 고개를 갸웃했다.
‘기분 좋게 다녀올 줄 알았는데 표정이 어둡네. 성과 영지를 산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지 못한 걸까? 겨우 그런 일로 이렇게 풀 죽을 필요 없는데.’
시녀에게 차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한 레이첼은 케이티를 어떻게 달래줘야 하나 고민했다.
짐 정리를 마친 케이티가 레이첼의 집무실에 찾아왔다.
레이첼이 케이티의 앞에 향긋한 차를 놓아주었다.
“먼 길 다녀오느라 고생했어, 케이티.”
“아닙니다. 고생은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인걸요.”
“그렇게 생각해 줘서 고마워.”
가벼운 안부를 주고받은 뒤 레이첼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케이티. 표정이 왜 이렇게 안 좋아? 혹시 성과 영지를 누가 샀는지 알아내지 못한 거야? 그런 거라면 풀 죽지 않아도 돼. 다른 방법으로 알아보면 되니까.”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누가 성과 영지를 샀는지 알아냈다는 거야?”
“예.”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에 레이첼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럼 원래 하려던 일을 다 마친 거 아니야? 근데 표정이 왜 그래?”
“그게…… 알아내긴 했지만 믿기지 않는다고 해야 할지, 어떻게 말씀드려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뭔데? 말해 봐.”
케이티는 선뜻 말하지 못하고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망설였다. 찻잔의 차가 다 식을 무렵에서야 그녀는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대공 전하십니다.”
“응? 뭐가?”
“레이첼 백작님의 부친께서 다스리던 성과 영지를 비싼 값에 산 사람이요. 지금 그 성과 땅의 주인은 시안 대공 전하십니다.”
믿기지 않는 사실에 레이첼의 눈이 느리게 깜빡였다.
시안이 최근에 그곳을 샀다고? 일부러 더 비싼 값을 주고서?
……대체 왜?
* * *
같은 시각, 시안은 닉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심각했다.
“……닉. 방금 한 말이 사실인가? 레이첼 백작 부모님의 무덤이 그런 곳에 방치되어 있다고?”
“안타깝지만 그렇습니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꽤 유명한 얘기이기도 하고요.”
“젠장.”
타앙! 책상을 내리친 시안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망할 테오도르 놈. 아무리 사랑하지 않았어도 그렇지. 어떻게 제 아내의 부모님을 그런 곳에 방치할 수가 있지?”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믿기지 않아서 몇 번이나 심부름꾼을 보내 확인해야 했어요.”
“쓰레기 같은 자식.”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레이첼 백작은 전하께서 매번 놀라실 정도로 현명한 사람이 아닙니까. 그런 사람이 부모님의 무덤을 왜 여태 수습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을까요?”
“…….”
생각하기 싫은 주제였다.
왜 레이첼은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부모님의 장례를 남편에게 전부 맡겼을까.
왜 돌아가신 지 몇 년이 지나도록 부모님의 무덤을 찾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까.
시안이 떠올릴 수 있는 이유는 한 가지뿐이었다.
‘사랑……했으니까.’
또다시 질투로 정신을 차리지 못할 걸 알기에 내내 피해왔던 생각이었다.
‘레이첼 백작은 놈의 초상화로 자신의 방을 가득 채울 만큼 열정적으로 그를 사랑했어. 사랑에 눈이 멀어 놈이 하는 말이라면 무엇이든 의심조차 하지 않았고.’
사랑이 깊었던 만큼 믿음도 깊었기에 놈에게 부모님의 장례를 모두 맡겨버렸다.
테오도르와 결별하고 어느 정도 기반이 마련되자마자 부모님이 다스리던 성과 영지를 되찾으려고 한 것이 증거였다.
놈을 의심했다면 더 빨리 시작했을 테고, 놈과 결별하지 않았다면 더 늦어졌을 것이다.
시안이 조금 먼저 알아냈을 뿐, 레이첼이라면 무덤의 존재와 위치도 머지않아 알아냈을 것이다.
질투가 시안의 마음을 거칠게 휘저었다.
‘부러워. 차가운 황궁 지하 감옥에 갇힌 놈이 부러워서 숨쉬기가 어려울 정도야. 놈이 레이첼 백작에게 받았던 사랑을 생각하면 질투가 나서 미쳐버릴 것 같아.’
왜 하필 그딴 쓰레기였을까. 스테판이나 닉처럼 평범하고 유능한 자였다면 이토록 질투가 나지는 않았을 텐데.
‘왜 나는 아닌 걸까. 왜 레이첼 백작의 사랑을 받았던 자가 내가 아니라 놈인 거지? 레이첼 백작이 테오도르에게 줬던 것과 같은 사랑을 내게 준다면 나는…….’
“……전하. 대공 전하?”
“아.”
닉의 부름에 시안이 번쩍 상념에서 깨어났다.
“……미안하다. 무슨 얘기 중이었지?”
상관답지 않은 모습에 닉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사랑에 빠진 시안은 흥미로웠지만 동시에 안쓰럽기도 했다. 사랑에 서툰 시안은 처음 느껴보는 감정의 폭풍에 속수무책으로 휩쓸렸다.
뭐라 조언을 할까 하다가 주제넘은 일인 것 같아 그만두었다.
시안은 닉이 인정한 상관이었고, 그라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현명한 방식으로 사랑을 쟁취할 테니까.
지금 닉이 할 일은 상관의 명령을 완벽히 수행하는 것뿐이었다.
“레이첼 백작에 대한 보고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아콥스 저택에서 열릴 파티에 초대받았고, 예전에 프람 성과 영지였던 곳을 산 게 대공 전하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아, 이제 알게 되었군. 곧 찾아오겠어.”
닉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를 마치자 기다렸다는 듯 집무실 밖에서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대공 전하, 레이첼 백작이 전하를 뵙고 싶다 청하였습니다.”
시안이 닉을 바라보았다.
“프람 성과 영지를 방문할 준비는 끝마쳤나?”
“예. 마차를 대기 시키고 짐도 싸두었습니다. 언제든 편하실 때 출발하시면 됩니다.”
“좋아.”
셔츠 깃과 소매를 정돈한 시안이 목소리를 높였다.
“백작을 안으로 모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