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Mother Of the Male Lead Who Lives With An Ad**terous Man RAW novel - chapter (96)
불륜남과 사는 남주 엄마가 되었다 (96)화(96/151)
테오도르에게 검을 들이댄 시안이 짓씹듯 말했다.
“……테오도르. 너를 백작 저택 무단 침입과 추행, 협박과 살인 미수 혐의로 체포하여 귀족 원로회 감옥으로 즉시 인도하겠다.”
“대, 대공?”
레이첼의 목을 쥔 테오도르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이리저리 눈을 굴리던 놈은 한참이 지나서야 상황 파악을 끝냈는지 입술을 깨물었다.
“레이첼, 이 더러운 여자……. 감히 함정을 파?”
“닥치는 게 좋을 거다. 주둥이가 온전한 채로 끌려가고 싶다면.”
낮은 시안의 목소리에서 이글거리는 분노가 느껴졌다.
테오도르는 시안이 이끄는 대로 레이첼의 몸에서 손을 떼고 몸을 일으켜 바로 섰다.
“콜록!”
목을 조르던 손이 사라지자 레이첼은 피라도 토할 듯 심하게 기침했고, 시안이 고통스러운 듯 눈을 꾹 감았다.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 콜록! 하아!”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아래 의사를 대기 시켜 두었습니다.”
“하! 의사까지? 아주 철저하게 준비하셨군?”
원래도 뻔뻔하고 겁 없던 테오도르였지만 시가르와 손을 잡아서인지 전보다 더 당당했다. 놈은 시안과 레이첼의 앞에서 죄를 지어놓고도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시안이 천천히 눈을 떠 테오도르를 바라보았다. 황금색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위협적으로 번뜩였다.
“……테오도르. 네놈에게는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 서신을 받고 여기 오지 않을 기회, 레이첼의 목을 조르지 않고 돌아갔을 기회.”
“함정을 파놓은 주제에 기회를 주었다고 으스대기라도 하는 겁니까?”
“나는 네놈에게 기회 따위 주고 싶지 않았다. 서신, 심부름꾼. 무엇으로도 체포할 명목은 충분했으니까. 하지만 레이첼 백작이 원하지 않았어.”
졸렸던 목을 쓰다듬으며 숨을 고르는 레이첼을 흘끗 곁눈질한 시안이 조용히 말을 이었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되 그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면 더는 자비 없이 네놈의 죗값을 받아내겠다고 했지.”
“하하. 그럼 어디 해보십시오. 제 뒤에는 황제 폐하께서 계십니다. 반란 혐의도 벗어본 접니다. 백작 자택 침입? 추행? 겨우 그런 죄로 제가 무너지겠습니까?”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군.”
시안이 목소리를 높였다.
“휘지우스. 이제 들어와라.”
“……휘지우스?”
시안이 제 목에 검을 들이대고 있는데도 두려워하지 않던 테오도르의 얼굴이 이번에는 희게 질렸다.
곧 휘지우스가 밧줄로 꽁꽁 포위된 남자 하나를 끌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남자를 테오도르의 옆으로 던지듯 데려다 놓고 시안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대공 전하께 변하지 않는 충성을.”
“기다리느라 고생 많았다.”
“고생이라니요. 대공 전하와 그 반려께 도움이 되는 것이 제 삶의 기쁨이자 전부입니다.”
언제나처럼 진득한 충성을 보여준 휘지우스가 테오도르를 보며 씩 웃었다.
“다시 만났구나, 어리석은 놈.”
테오도르가 부르르 떨었다.
“어, 어떻게 길드 장이……!”
“말하지 않았나. 나는 개라고 말이야.”
주인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을 뿐.
시안이 고개를 저었다.
“휘지우스, 그만.”
“……알겠습니다.”
잘 훈련된 개처럼 입맛을 다시며 물러나는 휘지우스를 보며 테오도르가 울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휘지우스가 어떻게…….”
“휘지우스를 처음 보는 자들은 다들 그렇게 말하지.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닐 텐데? 네 놈 밑에 쓰러져서 벌벌 떠는 그자, 어디서 본 적이 있지 않나?”
“이런 놈을 내가 어디서 봤다는…….”
입술을 삐죽이며 시선을 내리던 테오도르가 미간을 좁혔다.
“이, 이, 이, 이 사람. 설마?”
침대에 앉아 있던 레이첼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 테오도르 네놈한테 내 부모님의 시신을 산에 버려두라는 명령을 받았던 심부름꾼이야.”
“어떻, 어떻게 이 자가 여기에!”
“테오도르.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아내의 부모님에게 독을 보내고 시신을 방치한 파렴치한 놈.”
테오도르가 버럭 성을 냈다.
“아냐! 난, 나는! 그런 적 없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어디서 발뺌이야? 이미 심부름꾼한테 전부 확인을 마쳤어.”
“이딴, 이딴 천한 자의 증언을 믿겠다고? 헛소리하지 마!”
“물론 증언 따윈 안 믿어.”
레이첼은 휘지우스가 내민 종이를 받아 흔들었다.
프람 영지에 다녀오면서 시안에게 테오도르의 심부름꾼을 조사해 달라고 부탁해 뒀었다.
시안은 심부름꾼을 찾아내는 것뿐 아니라 남아 있는 증거를 수집해 깔끔하게 필적 감정까지 해주었다. 바로 이렇게.
[나 테오도르 엘로사 백작은 나무꾼 코메스가 아래의 일을 전부 수행했을 경우 100골드를 지급하기로 한다.하나. 프람 백작 부부에게 유리 나무를 전달하고 복용법 알리기.
둘. 프람 백작 부부가 사망했을 경우 아무도 모르는 곳에 둘을 버리기.
셋.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발설하지 않기.
넷. 이 증서는 일이 마무리된 뒤에 반드시 태워 없앨 것.]
테오도르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왜……. 그게 왜 너한테 있는 거야!”
“왜는. 나무꾼 코메스 씨가 줬지. 혹시 나중에 네놈이 발뺌하거나 자기한테 죄를 뒤집어씌울까 봐 보관하고 있었다더라.”
“젠장. 젠장! 젠장! 돈을 받아 처먹고 일을 이따위로 처리해!”
분을 못 이긴 테오도르가 소리치며 제 발치에 쓰러진 코메스의 등을 콱콱 짓밟았다. 한참을 그렇게 화풀이하던 놈은 뭘 깨달았는지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레, 레이첼. 미안해. 당신한테 사과할게. 내가 그때는…… 제인한테 홀려서 제정신이 아니었어. 앞으로는 절대 이런 짓 하지 않고 착하게 살게. 제발! 옛날 일이잖아? 용서해줘!”
“누구 마음대로 옛날 일이래? 뻔뻔하게 추모식에 찾아왔던 주제에.”
“그, 그건. 그건. 추모하고 싶었어! 그래, 추모하고 싶어서 추모식에 갔던 거라고!”
레이첼이 빙긋 웃었다.
“너도 참. 그걸 믿겠니?”
“미, 믿어 줘! 제발! 안 돼! 아악!”
이성을 잃은 목소리였다.
레이첼이 마구 소리치는 테오도르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씰룩였다.
‘도망갈 구멍이 없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무단 침입에 추행에 협박에 살인 교사까지 더해지면 아무리 뒤에 황제가 있어도 용서받기 어렵다는 걸 모를 만큼 바보는 아닌 거지.’
발악하듯 소리친 테오도르가 자신에게 검을 들이댄 시안을 밀치고 레이첼에게 달려들었다. 허리춤에 숨겨 두었던 시가르의 단검을 꺼내든 채로.
“죽어! 죽자! 처음부터 이렇게 해야 했어, 처음부터 이렇게……!”
그러나 테오도르는 레이첼에게 다가가지도, 말을 끝마치지도 못했다.
시안이 테오도르의 머리카락을, 휘지우스가 놈의 목을 틀어쥔 탓이었다.
휘지우스가 흰 눈동자를 번뜩이며 비웃었다.
“멍청한 놈.”
테오도르의 금빛 머리카락을 콱 당겨 레이첼과의 거리를 벌린 시안이 조용히 말했다.
“……테오도르.”
“크, 크윽.”
“프람 백작 저택 무단 침입과 추행, 협박, 두 번의 살인 미수 및 선대 프람 백작 부부 살인 교사죄로 체포하여 귀족 원로회 감옥으로 즉시 인도하겠다. 자비, 용서, 구제의 기회는 없다.”
레이첼이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잘 가, 테오도르.”
탱그랑!
테오도르가 들고 있던 단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 * *
시안은 테오도르를 포박해 원로회 감옥으로 끌고 갔다.
다치고 놀란 레이첼의 곁을 지키고 싶었으나 그녀가 허락하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
‘대공 전하께서는 저 대신 놈의 처벌을 책임져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놈을 감옥으로 끌고 가는 정도는 스테판과 휘지우스에게 맡겨도 되지 않습니까. 지금은 백작의 몸을 돌보는 게 더 중요합니다. 곁에 남게 해주십시오.’
‘아뇨.’
‘레이첼 백작.’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해요. 그러니 세상에서 제가 누구보다, 어떨 때는 저 이상으로 신뢰하는 대공 전하께서 꼭 마무리를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부탁드려요. 부디.’
누구보다, 레이첼 본인 이상으로 신뢰하는 사람.
그 말에 당할 재간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확실히 마무리 지을 테니 믿고 푹 쉬십시오.’
‘감사합니다.’
레이첼은 파리해진 얼굴, 붉어진 목덜미로 웃는 모습도 아름다웠다.
“놔, 놔아! 황제 폐하께서 나를 곧 꺼내주실 테고 네 놈은 후회할 거다!”
어떻게 이런 아둔한 자가 감히 레이첼의 남편일 수 있었을까.
시안이 한심하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여기는 원로회 감옥이다. 네놈도 한때 귀족이었으니 그게 뭘 의미하는지 모르지 않을 텐데?”
시가르가 직접 힘을 행사할 수 있는 황궁 감옥과 달리 원로회 감옥은 귀족법에 따라 분쟁을 처리하는 곳이었다. 아무리 황제여도 귀족들의 허락 없이 법을 어길 수는 없었다.
더불어 시안은 귀족과 귀족 원로회의 정점이자 대표자였고.
테오도르는 현실 도피를 하는 건지 아직도 빠져나갈 구멍을 생각하려 애쓰는 얼굴이었다.
시안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최선을 다해 봐라. 레이첼 백작의 허락이 떨어진 이상 나도 더는 망설이지 않을 테니.’
레이첼을 연모하는 동안 쌓였던 질투를 정당한 방식으로 풀어낼 때였다. 시안은 조금의 틈도 허락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원로회 감옥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데 누군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거기서! 거기, 엘로사 백작!”
“……어?”
테오도르 대신 탈세 혐의를 뒤집어쓰고 원로회 감옥에 갇힌 제인의 아버지 칼이었다.
칼은 수척해진 얼굴로 철창에 매달려 고함쳤다.
“테오도르 엘로사! 당신이 왜 여기 있는 겁니까! 제인, 제인은!”
“하, 제인? 그딴 악마 같은 여자 따위 알 게 뭐야!”
“악마라니! 악마라니요! 내가 내 딸을 지키기 위해 여기서 얼마나……!”
칼의 말을 끊은 것은 시안이었다.
“약속대로 당신 딸 제인은 레이첼 백작이 안전한 곳에 숨겨 두었습니다. 반성하며 조용히 사는 대가로 부족하지 않은 도피 자금을 주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뭐, 뭐라고? 아아……!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분께서 약속을 지켜주셨어……!”
차가운 감옥 바닥에 엎드린 칼이 오열했고, 테오도르는 짜증스럽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젠장. 감옥에 갇혀 사는 주제에 고맙긴 뭐가 고맙다는 건지.”
테오도르는 아마 평생 이해하지 못할 테다.
딸을 위해 죄를 짓고 딸을 위해 벌을 받는 칼에게 딸의 무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자신이 해를 끼친 사람에게 지은 죄를 용서받는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그걸 알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겠지만.’
칼을 지나쳐 원로회 감옥 가장 깊은 곳으로 걸어 들어온 두 사람은 마침내 가장 흉악한 범죄자에게 허락된 감옥 앞에 섰다.
시안이 감옥 앞에 선 아트레이유를 향해 예를 갖췄다.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어. 숙부 고생 많았어!”
아트레이유가 테오도르를 보며 씩 웃었다.
“야, 테오도르. 또 만났네? 반갑다?”
“황태자 전하! 황태자 전하도 한패였습니까! 저를 유인하려고 일부러 대공의 서신을 가로채신 거지요!”
“왜. 그러면 안 되냐?”
“안 됩니다!”
“왜 안 돼? 내가 서신 전해줬을 때는 분명 기뻐했잖아. 이랬다가 저랬다가 뭐 이렇게 제 맘대로냐?”
“그, 그때는 그게 함정인 줄 몰랐으니까……!”
“누가 눈치채지 말래? 미리 눈치채고 안 갔으면 그만이잖아. 제 발로 걸어 들어가 놓고 왜 남 탓이야. 레이첼이 기회 줬잖아.”
“황태자 전하!”
“아이, 시끄러워.”
듣기 싫다는 듯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빈 아트레이유가 손끝을 후, 불었다.
“아, 맞다. 근데 너, 내가 또 레이첼 백작 괴롭히면 뭐 한다고 했는지는 기억하냐?”
“……예?”
테오도르는 그제야 아트레이유가 웬 주머니를 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