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Mother Of the Male Lead Who Lives With An Ad**terous Man RAW novel - chapter (98)
불륜남과 사는 남주 엄마가 되었다 (98)화(98/151)
테오도르는 원로회 지하 감옥 가장 깊은 곳에 갇혀 죽어가고 있었다.
멍하니 누워 있던 테오도르가 발소리에 눈을 굴려 철창 밖을 살폈다. 그는 시안을 발견하자 몸을 벌벌 떨었다.
“사, 사, 사, 살려주십시오! 제발! 안 돼! 끌고 가지 마!”
시안이 레이첼을 돌아보며 쓰게 웃었다.
“매질을 당해서 그렇습니다. 저택 침입죄와 협박죄는 본래 벌금을 내야 하는데 놈은 돈이 없지 않습니까. 법에 따라 벌금 대신 매를 맞았거든요.”
“많이 맞았나요?”
“법으로 정해진 만큼 맞긴 했습니다만 겁이 많아서인지 거부 반응이 심하더군요. 제가 매질을 한 게 아닌데도 저만 보면 경기를 합니다.”
레이첼이 삐뚤게 입꼬리를 올렸다.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테오도르는 매질을 일삼던 제 엄마, 베렝겔라에게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으니까.
레이첼은 시안에게 철창을 열어달라고 부탁한 뒤 안으로 들어갔고, 시안이 그녀의 뒤를 따라와 지키듯 섰다.
매질 당한 상처에 바른 독한 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테오도르.”
“흐어어.”
“정신 차려.”
벌벌 떨던 테오도르가 눈을 굴려 레이첼을 살폈다. 놈은 몇 번이나 시안과 레이첼을 번갈아 보고서야 그녀를 알아보았다.
“레, 레이첼?”
“그래.”
“레이첼! 천하에 둘도 없는 악독한 여자!”
테오도르가 빽 고함쳤다.
시안이 움찔 놀라며 허리에 찬 검에 손을 얹었지만 다행히 놈은 엎어진 채 움직이지 못했다.
레이첼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 지경이 돼서도 입만 살았네. 너답다, 정말.”
“크윽!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라고!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됐어!”
“그래, 내가 했어. 그런데 말이지. 네가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안 했을 거야. 게다가 난 분명 기회를 줬어.”
“닥쳐! 내가 널 괴롭혔다고? 웃기지 마! 내가 언제 널 괴롭혔다고 그래!”
“이거 안 보여? 네가 그랬잖아.”
레이첼이 머리카락을 걷어 목에 난 멍을 드러냈다.
시안은 멍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지만 테오도르는 오히려 더 성을 냈다.
“그게 뭐! 그러게, 좋은 말로 할 때 내게 돌아왔어야지! 아무리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지만 너는 나를 기만했…… 콜록! 크헉!”
고함치던 테오도르는 사레가 들렸는지 한참이나 감옥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기침했다.
레이첼은 그 모습을 싸늘한 시선으로 지켜보았다.
‘사랑? 이렇게 된 마당까지 사랑 타령이라니. 설마 저 자식은 진짜 자기가 날 사랑했다고 생각하는 걸까?’
처음으로 테오도르가 측은하게 느껴졌다.
놈은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게 아닐까. 상대를 아껴주고 지켜주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는 게 분명했다.
‘알 게 뭐야. 어쨌든 범죄는 저지르지 말았어야지.’
짧은 동정을 마친 레이첼이 들고 온 은쟁반을 바닥에 내려놓고 주전자를 들어 찻잔에 돈베 줄기 달인 물을 따랐다.
고통스러운 듯 기침을 해대던 테오도르가 미간을 찌푸렸다.
“쿨럭, 하아. 하아. 이, 이게 무슨 냄새야. 우웩.”
“차 마실래? 기침할 때는 따뜻한 차가 최고잖아.”
“병 주고 약 주겠다는 거야?”
“약? 미쳤니? 내가 너한테 약을 왜 줘?”
사실 레이첼은 테오도르의 상처에 발린 약도 아까웠다. 놈이 벌을 다 받기 전에 죽을까 봐 시안이 발라둔 약인 걸 알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레이첼이 빙긋 웃었다.
“이거 돈베 줄기 달인 물이거든. 무슨 뜻인지 알지?”
“뭐, 도, 돈베…….!”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벌떡 몸을 일으킨 테오도르가 레이첼이 내민 찻잔을 쳐냈다.
찻잔이 허공을 날아가며 찻물을 뿌렸고, 시안이 재빨리 레이첼을 품에 감싸 안으며 대신 찻물을 맞았다.
촤아악!
시안의 등과 어깨에 찻물이 쏟아졌고 찻잔이 감옥 바닥에 부딪쳐 깨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테오도르가 찻물을 쏟으면 쏟는 대로 맞으려던 레이첼은 자신을 덮은 크고 양감이 풍부한 몸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대, 대공 전하.”
시안은 제 몸에 쏟아진 역겨운 찻물 따위 신경도 쓰지 않고 품에 안은 레이첼을 살폈다.
“레이첼 백작! 괜찮으십니까? 이런, 찻물이.”
시안의 미간이 좁아졌다. 레이첼의 뺨과 목덜미에 찻물 몇 방울이 튄 탓이었다.
레이첼이 얼른 고개를 저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겨우 몇 방울 튀었을 뿐이에요. 저보다는 대공 전하가……. 뜨겁지 않으세요?”
“네, 다행히 식어서 뜨겁지 않습니다. 정말 괜찮은 겁니까? 혹시 날카로운 것이 튀어 다쳤다거나.”
“정말 괜찮습니다. 대공 전하께서 막아주신 덕분이에요.”
“아아…….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큰일 나는 줄 알았어요.”
튀었는 줄도 몰랐던 찻물 몇 방울이 대단한 위험이라도 된다는 듯 시안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다.
‘역겨운 냄새 때문에 당장 씻고 싶으실 텐데.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도 나부터 챙기실 수가 있지.’
애초에 이 역겨운 찻물을 대신 뒤집어쓰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됐다.
‘……나 좀 그만 설레게 해요.’
레이첼은 말하지 못할 요구를 속으로 삼켰고, 시안이 이를 갈며 테오도르를 돌아보았다.
처음 시안이 나타날 때는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던 놈이 이번에는 지지 않고 악을 썼다.
돈베 줄기 때문이었다.
“돈베 줄기 달인 물이라니, 어쩐지 역겨운 냄새가 난다 했어! 젠장, 내가 그딴 걸 먹을 것 같아? 나는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그딴 건 입에 대지 않을 거다!”
“죽는 한이 있어도?”
손등으로 턱에 맺힌 물방울을 닦아내던 레이첼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화학적 거세를 당하는 게 죽는 것보다 싫다, 이 말이니?”
“당연한 거 아냐!”
어차피 살아 있는 동안에는 다시 쓸 일조차 없는 남성성이 목숨보다 소중하다니, 우스웠다.
테오도르는 시안이 내민 검에 상처가 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레이첼이 가져온 주전자를 들어 깨트렸다. 와장창! 깨진 주전자 조각 사이로 흘러내린 물이 바닥을 적셨다.
“안 마셔! 이딴 물, 절대 마시지 않겠다!”
“정말? 마시는 게 좋을 텐데.”
“아니! 절대! 내가 이 물을 마시는 일 따위 일어나지 않아!”
“그래?”
레이첼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얼굴과 머리카락, 드레스가 흠뻑 젖어 눅눅했지만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물리적 거세를 하는 수밖에.”
“……뭐?”
“매를 맞아서 머리가 어떻게 돼버린 모양이지? 귀족 가문의 부인이나 영애를 추행한 평민에게 귀족법이 어떤 벌을 내리는지.”
테오도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놈은 돈베 줄기 달인 물이 유리 나무 차처럼 레이첼이 개인적으로 준비한 복수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바보 같은 놈.
시안이 마뜩잖은 얼굴로 테오도르를 내려다보았다.
“……그냥 차를 마시고 깨끗하게 마무리 지었으면 좋았을 것을.”
“아, 안 돼. 안 돼! 안 돼! 제발! 안 됩니다, 대공 전하! 아아아! 제발, 제발 이러지 마십시오!”
“이건 백작을 억지로 추행하려고 한 테오도르, 그대에게 내리는 원로회의 형벌이었다. 돈베 줄기를 거부한 네놈에게 남은 선택지는 없어.”
“제발! 안 돼! 아악!”
테오도르가 시안의 검에 매달리며 애원했다.
여태까지 들은 것 중 가장 애절하고 절박한 목소리였지만, 감옥 바닥 틈으로 새어 들어간 돈베 줄기 달인 물을 주워 담을 방법은 없었다.
놈이 제인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걸 안 순간부터 하고 싶었던 복수, 쓰레기 같은 테오도르의 남성성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일이 드디어 마무리되었다.
감옥을 벗어난 시안은 레이첼을 원로회 건물 안쪽의 작은 응접실로 안내했다.
시안을 따라 안으로 들어간 레이첼이 고개를 갸웃했다.
“대공 전하? 여기는 왜…….”
“테오도르가 찻물을 뿌리지 않았습니까. 닦아드리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저택으로 돌아가서 닦으면 돼요. 저보다 대공 전하께서 씻고 옷을 갈아입으셔야 할 거예요.”
시안은 대답 대신 응접실 구석에 놓인 보관함을 열어 마른 천을 가져왔다.
그는 레이첼을 의자에 앉히고 그 앞에 무릎을 꿇은 뒤 꾹꾹 찍어내듯 그녀의 뺨에 묻은 물을 닦았다.
차마 목에 묻은 물을 닦지 못하고 빙 둘러 뺨만 닦는 모습에 레이첼의 가슴이 찡 울렸다.
‘돈베 줄기 달인 물……. 건강한 성인 남성에게는 무척 역한 냄새가 난다고 하던데.’
화학적 거세를 위한 물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남자는 본능적으로 거부 반응을 보였다. 테오도르가 엉망이 된 몸으로 물을 쏟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시안 역시 표정이 썩 좋지 않았고, 레이첼은 몸을 틀어 시안의 손길을 피했다. 냄새 때문이라고는 해도 그가 찡그린 채 자신을 바라보는 건 싫었다.
“그만하고 돌아가서 씻으세요. 역겨우실 거예요.”
“역겹지 않습니다.”
“이거 돈베 줄기 달인 물이라고요. 역겹지 않을 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시안의 얼굴이 레이첼 가까이 쑥 다가왔다. 물기를 닦지 않은 그녀의 목덜미 근처에 코를 가져다 대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 그가 몸을 일으키며 웃었다.
“역겹기는커녕 달콤해서 핥고 싶을 정도인데요.”
“다, 달콤하다니…….”
당황스러워서 시안의 숨이 닿았던 목을 손으로 감쌌다. 멍든 부분이 욱신 쑤셨지만 그걸 생각할 정신이 없었다.
시안의 얼굴이 다가오는 순간 심장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지는 것 같았으니까.
‘입 맞추시려는 건 줄 알았어.’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누군가와 입을 맞춰본 적도 없으면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심장이 정신없이 쿵쾅거렸다.
시안은 그런 레이첼의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슬쩍 미소 띤 얼굴로 드레스에 묻은 물기를 털어냈다.
“레이첼 백작에게서는 달콤한 향기가 납니다. 돌리도 전에 레이첼 백작이 안아주면 달콤한 향기가 난다고 말한 적이 있고요. 돈베 줄기 냄새 따위에 가려지지 않아요.”
레이첼이 휙휙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좋은 말로 제 기분을 배려해 주실 필요 없습니다. 조금 전까지는 분명 찡그리고 계셨는걸요.”
“아아. 그것 때문에 오해를 하셨군요.”
젖은 천을 탁자에 내려놓은 시안이 두 손으로 레이첼이 앉은 의자 팔걸이를 짚었다. 언제 웃었냐는 듯 처음 응접실에 들어올 때처럼 굳은 얼굴이었다.
“레이첼 백작의 얼굴에 물을 뿌린 테오도르를 그냥 두고 나와야 했으니까요. 마음 같아서는 흠씬 두드려 패주고 싶지만…… 처형당하기 전에 놈이 죽으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레이첼 백작 당신이.
속상하다는 듯한 눈으로 레이첼을 바라보는 시안 때문에 다시 가슴이 거칠게 뛰었다. 기쁘고 설렌다는 걸 들킬 것 같아서 레이첼은 고개를 돌려 바닥을 보았다.
“그렇……군요.”
“괜한 심려를 끼쳐 미안합니다. 하지만 눈앞에서 약혼자가 찻물 세례받는 걸 보고서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이해해 주십시오.”
가만히 레이첼의 무릎에 이마를 대는 시안은 정말로 그녀를 소중히 여기는 것만 같았다.
테오도르의 처형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