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In The Post-Apocalyptic Zombie World RAW novel - Chapter (115)
좀비세상 속 사령술사가 되었다 115화(115/162)
심가람은 긴장한 얼굴로 신발 끈을 동여맸다.
“진짜 괜찮아? 하얀 언니랑 쉬고 있어도 괜찮아.”
“아냐, …난 무조건 가야 해.”
한보미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가람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속마음은 두려웠다.
지금껏 자신만만하게 좀비 무리가 있는 도심을 탐험했지만.
자신의 실수 한 번으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목숨을 위험하게 만들었기에.
그녀의 마음속 깊숙이 트라우마가 생겼다.
좀비는 줄곧 무서웠지만.
이번에는 자신의 자만심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래도 무조건 가야 해. 오빠가 갇힌 건 전부 내 탓이니까.’
어쩌면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나가지 않으면 평생 자신을 용서할 수 없으리라.
그렇게 심가람은 일행들과 함께 중학교의 교문을 나섰다.
이번 일에 참여하는 인원은 다섯.
너무 겁이 많은 류하얀을 제외한 전원이 이서호의 구출에 나섰다.
‘이렇게 많이 가면 오히려 걱정이긴 한데.’
한보미는 안전지대를 묵묵히 걸어가며 일행들을 둘러봤다.
그녀도 처음엔 소수 정예를 원했다.
자신과 홍소라, 그리고 무조건 참여하겠다는 심가람까지 총 셋.
하지만 거기에 차혜연과 유아라가 반대하며 자신들도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결과 류하얀을 제외한 다섯이 모두 일을 돕게 되었다.
‘진짜 이서호 그 남자에게 홀리기라도 한 건가…?’
한보미는 일행들 중 몇 명과 이서호의 관계를 의심했다.
그야 김태영을 그렇게 좋아하던 차혜연이 이서호를 김태영 이상으로 잘 따르며.
온 지 며칠 되지도 않은 그를 유아라는 너무나 열심히 챙겼다.
홍소라도 조금 의심이 간다.
여자의 감일 뿐이지만, 왠지 이서호에게 고분고분해진 느낌.
‘…물론, 좋은 사람이라는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그런 관계를 나쁘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
물론 한보미는 처음엔 부정적인 쪽으로 의심했다.
이서호가 무언가 계략을 꾸며 여자들을 속이고 있다고.
하지만 이번에 심가람을 위해 희생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 의심은 거의 사라졌다.
‘아무리 그래도 …여자 좀 꼬시겠다고 목숨을 걸 리가 없으니까.’
좋은 사람인 건 알았다.
그렇기에 이번 구출에 어떻게든 참여하려 한 유아라와 차혜연의 마음이 더욱 의심이 갔다.
‘뭐, …그 남자랑 잘 되든 말든 나랑은 상관없지.’
안전지대를 걸으며 그런 잡생각을 하던 한보미는 이내 고개를 흔들어 머리를 깨끗하게 비웠다.
집중한다.
지금부터는 정말 위험한 작전에 들어가는 것이니.
한보미는 안전지대의 끝, 상가 뒷골목에 도착하자 일행들을 돌아보며 조용히 말했다.
“각자 위치는 알지? …클락션이 울리면 시작, 들어가는 건 들어가는 쪽이 알아서 판단해.”
그녀의 마지막 지시에 네 명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인원의 상태를 마지막으로 확인한 한보미가 몸을 돌렸다.
“그럼 시작…!”
그리고 다섯 명은 각자의 위치로 출발했다.
타다다닥!
가장 먼저 움직이는 것은 한보미와 유아라.
이번 일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두 사람이 향하는 곳은 바로 이서호가 갇혀 있는 가게에서 떨어진 어느 대형 트럭.
과거 김태영이 식량을 구했던 버려진 트럭이었다.
이동 중 건물에 들이박아 길을 완전히 막아버린 트럭은 그녀들에게 있어 아주 좋은 바리게이트가 되어 주었으니.
철컥!
한보미는 트럭의 운전석에 올라탄 뒤.
“언니, 준비되면 말해줘.”
“응.”
유아라의 신호를 기다렸다.
“좋아! 됐어!”
잠시 후 트럭의 위쪽이 쿵쿵거리며 유아라의 승인 신호가 들려왔고.
그 소리에 한보미는 긴장한 얼굴로 숨을 한 번 골랐다.
“해보자….”
이건 과거 김태영이 중학교의 좀비들을 몰아낼 때 사용했던 방법.
한보미는 그대로 클락션을 짓눌렀다.
빠아아아아아아⎯…!!
그러자 곧 대형 트럭의 커다란 클락션 소리가 일대를 뒤덮었고.
“으, 어, 어어어….”
“끼아아아아악…!!”
“으아엑, 으엑….”
우르르르르….
그 근방에 있던 좀비들은 모두 트럭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보미가 일으킨 클락션 소리에 이서호가 갇힌 판매점 앞의 좀비들도 점점 숫자가 줄어들자.
“좋아, 가자.”
“…응.”
“혜연, 뒤를 부탁한다.”
“맡겨줘!”
홍소라와 심가람이 살며시 앞으로 나아갔다.
。 。 。
‘그렇군, 어떻게 구하려나 했는데. …대담하네.’
이서호는 류다희의 무전을 받은 뒤 갇혀 있던 판매점 안에서 비둘기에 빙의해 그녀들을 지켜봤다.
‘겸사겸사 숫자도 줄일 생각인가?’
현재 그가 지켜보는 쪽은 한보미와 유아라가 있는 트럭 쪽이었다.
아무래도 클락션을 울리는 광역 어그로다 보니 이서호도 조금 걱정이 됐다.
이건 어디까지나 자신이 즐기는 게임판.
그 안에서 혹시나 그녀들이 다치면 자신의 손해기에.
물론 어차피 이 근방의 좀비들에겐 사람을 공격하지 않도록 지시를 해둬 문제는 없었다.
‘…호오, 기름인가. 저건 또 언제 준비했지?’
그렇게 한보미와 유아라를 지켜보던 중 이서호는 조금 감탄했다.
두 사람은 트럭 위로 올라가 모여든 좀비들에게 기름을 들이 붇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치익!
한보미의 손에서 지포라이터가 켜지더니.
휘익.
화르륵!
기름에 젖은 좀비들에게 던져 모여있는 좀비를 일망타진.
이후 자신들은 트럭 위를 달려 근처 건물의 창문으로 이동해 탈출했다.
‘어디…. 그럼 다른 쪽은….’
두 사람이 무사히 이동한 것을 확인한 이서호는 비둘기를 이동시켜 자신이 있는 판매점 위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좀비들이 특정 위치에 모여 있었다.
자신이 있는 판매점과는 조금 떨어진 건물.
‘뭐지…?’
이서호가 조종한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 좀비를 유인하고 있다.
그에 비둘기로 가까이 날아가 보자 그곳엔 차혜연이 있었다.
“이쪽이야~! 나 맛있다고~!”
그녀는 긴장감 없는 얼굴로 손을 휘저으며 남아있는 좀비들을 유인했다.
‘재밌네.’
이서호는 차혜연을 보며 비둘기의 안에서 웃었다.
자신이 좀비들을 조종한다는 걸 이 중에서 유일하게 아는 차혜연은 설렁설렁 그녀들의 일에 어울려주고 있었다.
아마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함이리라.
‘그럼 남은 건 세 명인데….’
이서호의 생각에 류하얀이라는 여자는 겁이 많아 쓸모가 없으니 대기 중이라 판단.
결국 남은 건 홍소라와 심가람.
그리고 유인책에 속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이 있는 곳은 당연히.
판매점이었다.
‘이런, 벌써 도착했잖아.’
상점 위로 돌아간 비둘기의 눈에는 이미 판매점의 뒤로 돌아 창문에 도착한 두 사람이 보였다.
홍소라가 밑을 받쳐주고 심가람이 그녀를 밟고 창문을 넘었다.
‘얼른 복귀해야…!’
이서호는 여유롭게 지켜보다가 그만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 。 。
타악!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다시 판매점 내부로 돌아온 심가람은 긴장한 얼굴로 어두운 내부를 둘러보았다.
“……오빠? 어디 있어?”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조용히 그를 불렀다.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오,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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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심가람은 얼굴이 새하얗게 변하며 마음속에서 불안감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어쩌면 하고 생각하던 불길한 상상.
그 상상이 현실이 된 건 아닐까.
“오빠! 어디 있어! 빨리 대답해!”
자신의 실수 탓에 희생한 이서호.
그를 끝내 구하러 갔지만 결국 늦어버렸다.
그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재생되자 이서호를 찾는 심가람의 눈에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고,
“흐윽, 제발, 제발 있으면 대답 해봐…!”
그녀는 더욱 다급하게 이서호를 찾아다녔다.
그때.
투욱.
심가람의 발에 물건이 아닌 이질적인 무언가가 걸렸고.
그곳에는 쓰러져 있는 이서호가 있었다.
“오, 오빠⎯!!”
심가람은 이서호를 발견하자 곧바로 그에게 다가가 그를 안아 들었다.
“…….”
우선 곧바로 그의 가슴에 귀를 가져간다.
두근, 두근.
심장은 뛰고 있었다.
“흐윽,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간절히 바라던 그 고동을 확인하고 나서야 심가람은 안도감에 참고 있던 눈물을 뚝뚝 흘렸다.
쓰러져 있는 그를 발견하자마자 들었던 무서운 상상.
어쩌면 희망을 잃고 그가 목숨을 끊은 것은 아닐까.
그 생각이 부정당해 안도했다.
신께 감사하며 살아있어 준 그에게 감사했다.
“으음….”
그리고 그때 마침 이서호가 눈을 떴다.
“…가람, …이니?”
방금 막 비둘기의 빙의를 마치고 몸으로 복귀한 이서호는.
혼신의 힘을 다해 방금 정신 차린 사람을 연기했다.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겠지?’
이서호는 태연한 모습과 반대로 마음속은 불안으로 가득했다.
고작 이틀 정도의 시간이다.
그리고 조금 전엔 바깥에서 트럭의 클락션이 크게 울렸으니.
잠들어 있었다는 변명도, 기절해있었다는 변명도 통하지 않을 것인데.
다만 다행인 점은.
“흐윽, 읏, 흑….”
“가람아….”
심가람에겐 그런 이상을 파악할 여유 따윈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와락!
그녀는 의심 대신 그를 끌어안는 것을 선택했다.
줄곧 자신 대신에 이곳에 갇힌 그를 생각하며 불안했던 모든 마음을 털어버리고.
따뜻한 그의 체온을 온몸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이서호는 자신을 끌어안은 그녀의 팔이 떨려오는 것을 느끼며.
그녀가 그동안 느꼈을 불안감이 전해져왔다.
“가람아, 나 괜찮아.”
“…흐윽, 응.”
“그러니까 울지 마.”
“그치만…. 흑, 나 때문에….”
상냥하게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
그 손길에 그동안 죄책감에 상처받았던 마음이 치유되었다.
결국 심가람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그의 품에서 흐느껴 울었다.
“고마워…, 으흑, 살아있어 줘서, 흑, 고마워어어….”
차갑고 어두운 판매점 내부에 안도감으로 따뜻해진 심가람의 울음소리가 가득 채워졌고.
“고맙긴, 구하러 와줘서 나도 고마워.”
이서호도 품에서 우는 그녀를 마주 끌어안아 주었다.
따뜻한 여자아이의 품.
운동으로 다져진 잘록한 몸매와 여자 특유의 부드러움.
가슴은 큰 건 아니지만 적당했다.
그보다 이서호가 시선이 향하는 것은 그녀의 잘록한 허리 밑의 엉덩이.
‘저건 박는 맛이 좋겠는데.’
이서호는 심가람을 꼭 끌어안으며 그녀의 어깨 너머로 그녀의 뒷태를 천천히 감상하곤.
혀를 날름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