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In The Post-Apocalyptic Zombie World RAW novel - Chapter (139)
좀비세상 속 사령술사가 되었다 139화(139/162)
“……오.”
[움직이는 시체]시체를 좀비로 부활시켜 조종하거나 빙의할 수 있는 스킬.
나는 이번 성장의 보상으로 그 스킬의 강화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강화의 결과를 확인한 나는 작게 감탄하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이거라면.’
스킬의 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러하다.
마치 이전의 [움직이는 시체 LV.1]이 튜토리얼 정도로 느껴지는 결과.
‘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는데.’
나는 스킬의 내용을 보며 기분 좋게 미소 지었다.
학교를 떠난 내가, 지금 목적지로 정한 곳은 당연하게도 김태영이 있는 연구소였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연구소에 도착해도 안으로 진입할 수 없다는 것.
중학교와는 상황이 다르다.
차혜연이 나의 편이었으며 김태영이 도착하기 전의 상황.
내가 일반인을 연기하며 안으로 들어가 내부의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 틈이 없다.
그야 지금 연구소에는 이미 김태영이 들어가 있으니까.
‘날 보면 곧바로 소리라도 지르겠지. …그 전에 이미 나에 대해 다 말해뒀겠지만.’
다희의 연락에 의하면 연구소의 대문도 전자 잠금장치로 잠겨져 있으며, 총기로 무장한 사람들이 24시간동안 경계를 하는 중이라고 한다.
정말 투명인간이라도 아니면 잠입하기 힘든 상황.
‘…어디, 그럼 곧 다희가 연락 올 시간이니까.’
시스템 창을 없앤 뒤 나는 손목시계를 확인하고서 머릿속으로 일정을 짰다.
다희의 정기 연락 시간까지는 1시간 정도 남았다.
이 정도라면 연구소 근처까지는 이동할 수 있겠지.
“이걸로 할까.”
일정 정리가 끝난 나는 근처에 굴러다니던 혼다사의 오토바이를 발견했다.
혼다의 바이크 하면 일반적으로 길거리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모델이다.
마침 주인이 도망치기 급했던지 키가 꽂혀있는 그대로.
기름 냄새만 맡아도 굴러간다는 모델이기에 기름양은 문제없을 듯 보인다.
“가볼까.”
좀비 세상이 된 이후 생긴 장점이 있다.
부르응…!
그건 바로 도로 정체 없이 내가 원하는 만큼 쏘아 다닐 수 있다는 것.
바아아아앙━!!
이후 나는 다희의 연락이 오기까지 시원하게 시내를 질주해 나갔다.
。 。 。
다희와의 정기연락으로 지시를 내린 나는 이후 바이크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계속해서 달려나갔다.
그리고 바이크로 이동하면 이동할수록 점점 근처에 고층 빌딩들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건물의 밀집도도 줄어 들어갔다.
‘마치 군부대 근처 갔네….’
서울 외곽을 향해가고 있으니 당연하긴 하다.
그렇게 점점 줄어드는 건물의 풍경을 바라보며 달리던 중.
시간은 저녁이 되며 해가 지기 시작했고.
나는 정말 군부대처럼 외진 숲속에 있는 어느 시설을 발견했다.
그리고 숲의 나무 그림자에 숨어 멀리서 그 시설을 바라봤다.
정문을 지나면 나오는 넓은 부지.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밋밋한 사각형의 건물.
언뜻 봐서는 연구소로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이런 곳이 있었구나…. 모르고 보면 그냥 개인 저택처럼도 보이는데….’
어쩌면 이전부터 비밀리에 운영되던 그런 곳이 아닐까.
이런 외곽지에 저런 보안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면.
좀비 사태가 터진 이후에도 살아남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저 안에…. 네 번째 능력자가 있는 거군.’
어두워지자 흐릿하던 결계의 경계가 조금 더 잘 보인다.
저것은 분명히 크리스탈로 만드는 좀비 방지용 결계였다.
사이즈는 딱 중학교 전체를 감싸는 것과 비슷한 크기.
‘그럼 이제 기다려야 하는데….’
나는 시설에서 눈을 떼고 주변을 둘러봤다.
다희와의 접선을 위해 이제 기다리는 것만이 남았다.
다만 주변은 온통 나무뿐이다.
‘적당히 흙 위에 앉아야 하나….’
근처에 별다른 건물이 없기에 작게 한숨을 쉬며 적당한 땅을 둘러봤다.
그때.
스윽….
“움직이지 마.”
누군가 내 목을 감쌌다.
그리고.
물컹.
거대한 무언가가 내 등을 자극했다.
“…누구게?”
“연인이 하는 장난을 섬뜩하게 할래?”
“두근거렸어?”
등 뒤에서는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내 목을 감싸던 팔은 그대로 어깨 전체를 끌어안았다.
익숙한 향기가 느껴진다.
“다희 너 무섭다. 아무리 안 보인다지만 주변에 낙엽 천지인데. 근처에 온 줄도 몰랐어.”
“누구 덕분인데. 누구 씨가 잔뜩 굴려서 이젠 닌자처럼 움직이거든?”
그녀의 말대로 그녀는 마치 닌자와 같았다.
분명 조금 전까지 줄곧 시설을 지켜보던 내가 그녀가 빠져나온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으니.
“나온 건 어떻게 한 거야? 전자 장치로 잠겨 있잖아.”
“여기 뒷문도 있어. 거긴 전자장비가 아니라 완전 수동이라 사람 두 명이 지키고 있거든. 덕분에 나오기는 정문보다 쉬워.”
확실히 이런 연구소에서는 비상시를 대비한 출입구가 따로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비상시를 대비해 수동 출입구로 설계한 것인가.
아무리 그래도 실제 사람이 지키는 곳을 태연하게 빠져나오다니.
이전에도 느꼈지만, 다희는 투명화 능력이 정말 잘 맞는 듯했다.
어쩌면 스파이가 그녀의 천직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왜 나까지 나오라고 한 거야? 나오는 건 쉽긴 한데. 괜히 이리저리 움직였다가 들킬 수도 있잖아.”
“아, 그거.”
나는 살짝 투덜거리는 것처럼 말하는 다희의 말에 살짝 미소지었다.
그리고 내게 백허그를 하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그녀를 살며시 안아주었다.
“이제 다시 저기 들어갈 필요 없거든.”
“…왜? 내부 상황은 알아야 하지 않아?”
“내부 상황은 꼭 알아야지. 그래도 위험하게 널 저기 계속 둘 수는 없잖아.”
내 말에 다희의 날카로운 눈매가 살짝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볼을 살며시 붉히고는 촉촉한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봤다.
“진짜 가끔 보면 바람둥이 주제에 말은 이쁘게 하네.”
다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감동보다는 질책에 가까웠다.
“그나저나, 그래서 나보고 사람 하나 불러내라고 한 거구나.”
“응, …그런데 성공했어? 갑자기 밖으로 한 명 유인하기 어려웠을 텐데.”
내 물음에 다희는 고양이처럼 미소짓더니 살며시 내 품을 끌어안았다.
커다란 가슴이 몸에 짓눌려 기분 좋은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후훗, 근데 그 어려운 걸 해냈다? 게다가 꽤 쉬웠어. 연구소 시큐리티 중에 직책 높아 보이는 남자가 여자 연구원이랑 몰래 연애 중이길래 비밀 편지로 꼬드겼지.”
“……편지? …그걸로 나온다고?”
“좀비가 돌아다니는 외부에서 사랑하는 여자가 몰래 기다린다고 하면 안 나오겠어?”
“……허어.”
다희의 설명에 나는 조금 의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과연 그런 이유로 밖으로 나올 것인가.
어쩌면 다시 다희를 안으로 들여보내 다른 누군가를 불러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던 중.
“……저기 왔네.”
다희가 나를 나무 뒤로 끌어당기며 내게 속삭였다.
그리고.
“허억, 허억….”
군복 비슷한 복장의 한 남자가 다급하게 달려온 듯 숨을 거칠게 내뱉으며 숲속으로 들어왔다.
‘…진짜 왔네.’
190정도 되어 보이는 훤칠한 키의 스포츠 헤어를 한 잘생긴 남자.
그의 얼굴엔 걱정과 설렘이 절반씩 담겨있었다.
전쟁통에도 애는 낳는다더니 좀비 세상에도 야외 섹스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나보다.
그 증거로 남자의 바지는 크게 부풀어 있었다.
“여, 여기…!”
그리고 남자는 목적지인 장소에 도착하자 주변을 둘러보며 작게 누군가를 불렀다.
당연하지만.
그가 찾는 여성은 이곳에 없다.
그렇기에 그의 부름에 나와야 하는 것은.
저벅, 저벅.
당연히 나다.
“어……. 누, 누구야…!!”
“아, 진정하세요. 빈손입니다.”
철컥!
진정하라는 내 말을 들었음에도 남자는 허리춤에 있던 권총을 빼 들어 나를 겨눴다.
섣불리 움직이면 당장이라도 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괜찮다.
총알은 빠르지만, 남자의 손가락은 그리 빠르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내 목소리보다는.
“죽여.”
“……뭐?”
서걱.
내 지시가 끝나기 무섭게 남자의 목에 붉은 선이 그어졌고.
곧 그곳에서는 피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다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한쪽 손은 나이프를, 그리고 한쪽 손의 손가락은 권총의 방아쇠에 들어가 격발을 막고 있었다.
“죽여도 괜찮아? 살려야 하는 거 아냐?”
“괜찮아. 오히려 죽여야 쓸모가 있거든.”
남자는 자리에 쓰러져 꺽꺽거리며 자신의 목을 붙잡았다.
하지만 붙잡는 것만으로 피는 멈추지 않는다.
당연히 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뒀고 나는 따끈따끈한 시체 하나를 얻게 되었다.
‘이제 새로 강화한 스킬을 사용해볼까.’
드디어 신기술을 사용하기에 나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서 스킬을 사용했다.
띠링!
[‘움직이는 시체 LV.2’를 사용합니다.]시스템 메시지가 눈앞에 떠오르자 내 손 끝에서 불길한 보라색 에너지가 피어오르며 남자를 감싼다.
이제 보니 꿈에서 본 그 흑마법사의 마법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스으윽.
“꺼, 어어…, 억….”
남자는 좀비가 되어 내 앞에 일어났다.
“…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응, 그보다 이제 그레이스가 필요한데….”
“그레이스? 그레이스는 백화점에 있잖아.”
내 말에 다희는 나를 멀뚱히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백화점에 있는 것은 알고 있다.
그리고 그레이스를 데려오려면 텔레포트로 이동을 해야하며.
텔레포트의 왕복을 위해서는 크리스탈이 필요하다.
‘포인트는 얼마 전 메인 퀘스트로 벌었는데…. 문제는 설치할 곳이….’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던 나는.
“오.”
아주 좋은 곳을 하나 발견했다.
‘여기도 되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크리스탈의 설치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 。 。
크리스탈의 설치를 마친 나는 이후 텔레포트를 이용해 백화점을 다녀왔다.
그리고 빙의 좀비 2호의 곁으로 그레이스를 데려와.
좀비의 시체를 말끔하게 치료했다.
“이, 이렇게 하면 될까요…?”
“네, 완벽해요.”
나는 내 앞에 진지한 얼굴로 서 있는 남자 좀비를 보며 흡족하게 미소 지었다.
‘역시 예상대로네.’
나는 그레이스를 통해 남자 좀비의 상처를 치료했다.
그리고 상처뿐 아니라 다른 이상도 치료를 진행했다.
그것은 바로 심장박동과 혈액순환.
‘백민아를 치료하는 걸 보고 가능할까 싶었는데.’
물론 영구적인 복구는 아니다.
아마 길어도 일주일이면 그녀의 능력이 사라지고 심장은 멈추며 다시 혈색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라면 문제없다.
그 사이 다시 그레이스를 불러와 한 번 더 치료를 하면 그만이니까.
“그런데 …좀비를 치료하게 하시는 건 어째서인가요? ……아, 설마!”
“…네?”
“역시 서호 씨! 저를 통해 좀비 바이러스의 치료가 가능한지 확인하신 거였군요!”
“…….”
그때 내 지시에 의문을 가진 그레이스가 엉뚱한 가설을 세우며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볼을 붉히며 양손으로 내 손을 마주 잡는다.
“후훗, 역시 서호 씨…. 서호 씨는 주님께서 보내주신 구원자가 맞았어요. …물론 음란하신 부분은 조금 곤란하지만.”
“…그레이스 씨도 수녀면서 섹스할 때는 엄청 밝히시잖아요.”
“그, 그건…!”
내 말에 그레이스는 화들짝 놀라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직설적인 내 지적에 부끄러워하는 한편 어딘가 바라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힐끗거린다.
그러고 보니 호텔과 중학교에 신경 쓰느라 최근에는 백화점 쪽 여자들과 그다지 어울리지 못했지.
그 생각에 나는 싱긋 웃으며 그녀의 볼에 손을 올리고 잠시 입을 맞췄다.
“후음…. 하아….”
“잠시만 기다려요. 얼마 안 있으면 다시 같이 지낼 수 있으니까.”
“……네에.”
내 키스에 그레이스는 수줍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이후 나는 그레이스와 다희를 데리고 백화점으로 복귀했다.
새롭게 만든 좀비 2호는 숲에 남겨놓은 채.
백화점으로 돌아가자 예전과 똑같은 풍경으로 즐겁게 지내던 여자들이 나를 반겼다.
하나같이 활짝 웃으며 내게 안겨 왔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다시 그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없다.
아직 할 일이 남았기에.
“아마 밤에는 돌아올 수 있을 거니까, 그때 보자.”
“…네, 기다릴게요. 아저씨.”
침대에 누운 내 바로 옆에 앉은 유하연이 내 손을 꼭 잡으며 그렇게 말했다.
누가 보면 시한부 남자의 이별 선고처럼 보이는 모습.
그 모습이 우스웠던 나는 미소를 머금고 눈을 감았다.
‘빙의.’
그리고 사령술사가 된 이후 처음으로.
인간 좀비에게 빙의를 시작했다.
。 。 。
나는 태연한 얼굴로 연구소의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정문에 있는 키패드에 암호를 입력 후 통제실의 응답을 기다렸다.
그러자 잠시 후 인터폰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통제실입니다. 신원확인 부탁드립니다.]그 물음에 나는 씨익 웃으며 익숙하다는 듯 대답했다.
“정도윤 소령입니다. 외부 수색 복귀입니다.”
[아, 부국장님. 금방 열어드리겠습니다.]삐이━.
다희가 데려온 인물은 연구소 내부에서도 꽤 직책이 높은 인물이었다.
이후 잠금이 해제된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가자 대기하고 있던 군인에게 몸수색을 받았다.
아무래도 혼자 나간 몸이니 좀비에게 물린 흔적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몸 구석구석을 확인받은 나는 해당 군인들의 경례를 받으며 연구소 안으로 이동했다.
‘역시 강화한 스킬답게 편하네.’
나는 순조로운 진입에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지나가며 마주치는 사람들이 각자 얼굴을 알아보고 인사를 해온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들에게 익숙하게 인사를 받아주었다.
이것이 이번에 강화된 [움직이는 시체 LV.2]의 또 다른 특성.
그것은 바로 [빙의 체험 강화].
내가 비둘기에 빙의 후 새가 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사용한 것처럼.
인간에게 빙의하면 그 인간의 본래 기억을 조건적으로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인간관계.
물론 이 ‘정도윤’이라는 인간의 모든 인간관계 정보를 알고 있지는 않다.
그러면 본체인 나의 기억도 혼란스러울 테니.
다만.
정도윤과 관련이 있는 인물과 마주치면 곧바로 그 인물과의 관계가 떠오르며 자연스럽게 행동이 가능하다.
정문의 암호 코드를 알고 있는 것도 비슷한 능력이었다.
‘이걸로 한동안은 문제없겠어.’
물론 이 빙의 체험 강화의 효과가 어디까지 가능할지는 미지수이다.
그래도 평생 이곳에 있을 것은 아니니 한동안은 괜찮겠지.
이 잠입 방식 또한 스킬의 강화 결과를 보고 세운 계획이었다.
이거라면 김태영과 마주쳐도 아무 문제 없이 내부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다.
한동안은 심장도 뛰어 의심받을 일도 거의 없을 테니.
“크큭….”
그렇게 복도를 걷는 중 주변에 사람들이 사라지자 나는 숨죽여 키득거렸다.
그때.
와락━!
“우앗…!”
“히힛, 놀랐어요?”
물컹.
내 뒤에서 소리소문 없이 누군가 접근해 허리를 끌어안았다.
들려온 목소리는 처음 듣는 목소리지만, 이 육체의 주인.
정도윤에게는 아주 익숙한 목소리였다.
‘이 녀석이 다희가 말한 그 연인인가….’
내 뒤에 안겨든 여성.
연구소 내에서 정도윤과 몰래 연애를 한다는 연구원.
enN1WnIzcFhHMVJuR0JvdkNPc013eEIybnJIWUF5OHRxRFQ2OG4zN1hnNFhmOHZOZHYra1g1cXVCYjF5dmhSYw
‘깜짝 놀랐네….’
보통이라면 연인이라는 친근한 관계에 뒷걸음질 칠지도 모르지만.
나는 얼굴을 보면 기존의 정도윤처럼 행동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말 없이 허리를 감싼 손을 붙잡고 상냥하게 손을 떼어냈다.
“하하, 깜짝이야.”
그리고 자연스럽게 웃으며 몸을 돌렸고.
“진짜 놀랐어요? 우리 정도윤 소령님, 군인이면서 이렇게 새가슴이라 어째?”
마주한 여성의 얼굴을 보며.
순간 웃음 띤 얼굴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좀비가 된 정도윤의 몸이 갑자기 마비된 것이 아니었다.
‘설마, 이 남자의 연인이라는 게.’
나는 여자의 정체에 잠시 숨을 죽이고 말았다.
그저 일개 연구원이라고 생각했던 연인의 정체.
그것은.
‘…연구소장.’
연보라빛 머리카락의 미인.
보고로 들었던 이 연구소의 최고위 관리자였다.
아무래도 다희가 제대로 된 인물을 내게 안내해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