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In The Post-Apocalyptic Zombie World RAW novel - Chapter (14)
좀비세상 속 사령술사가 되었다 14화(14/98)
새롭게 확인할 수 있는 스킬은 총 3개.
“이 중에 한 개인가….”
고민되는 선택이다.
스킬명은 난공불락, 리사이클링, 자가정비.
이렇게 총 세 가지였다.
“설명 같은 건 없나?”
혹시나 클릭하면 그대로 획득으로 이어질 것 같아서 함부로 누를 수도 없다.
처음 스킬을 선택하는 지금은 그저 이름을 보고 상상하는 수밖에.
‘…우선은 난공불락.’
뜻은 분명 ‘공격이 어려워 함락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거점의 방어와 관련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 된다.
다만 알 수 있는 건 그 정도. 어떤 효과일지는 상상조차 못하겠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것.
그건 아직 나에게 이런 스킬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차피 좀비가 있으면 아무도 못 오니까.’
이곳에 어슬렁거리는 좀비만 어림잡아 수백.
어쩌면 천 단위까지 갈지도 모른다.
물론 대충 감으로 생각하는 숫자지만 이 정도 무리라면 군인놈들이 총질로 잡기에도 탄환이 부족할 것이다.
게다가 좀비가 부족하면 추가로 모아올 수도 있다.
‘그럼 다음은 …리사이클링?’
재활용을 뜻하는 영어단어.
왜 한자가 나오다가 갑자기 영어명이지?
상당히 제멋대로인 스킬 작명 센스다.
어쨌든 두 번째 스킬은 재활용.
‘…재활용이라.’
이것도 정확하게 어떤 식으로 재활용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일단 넘어가고, 다음은 …자가정비.”
스스로 수리하는 능력.
거점스킬로 나온 것이니 이름 그대로 거점을 수리할 수 있는 능력일 것이다.
그렇다면 궁금한 것은.
“전기도 수리가 되나?”
그것도 아니면 수도도 회복되어 물을 쓸 수 있다거나.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애초에 전기나 수도는 백화점이 단독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이런 판타지적인 초능력이라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그런 기대감이 얼핏 들었다.
“……으으음, 진짜 뭐로 하지?”
차라리 시원하게 한 가지만 정해서 주어졌다면 군말 없이 사용했겠지만.
선택지가 주어지니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다음에 스킬을 또 얻을 거라는 보장도 없고.
지금 내가 고민하는 스킬은 두 가지이다.
리사이클링과 자가정비.
나는 그 두 가지 스킬을 눈앞에 두고 한동안 계속 끙끙거리며 고민했다.
“…좋아, 이걸로 가자.”
그리고 대략 20분 정도 고민한 뒤에 겨우 한 가지를 고를 수 있었다.
내가 선택한 스킬은 [리사이클링]이다.
사실 자가정비가 굉장히 끌리긴 했지만, 그것보다 더욱 궁금한 것이 있었다.
재활용이라는 스킬.
그 스킬의 효과가 과연 내가 기대하는 그 효과일지….
[ 거점 스킬을 선택하였습니다. 선택한 스킬은 ‘리사이클링’입니다. ]스킬을 누르자 예상대로 스킬이 선택되며 다음 메시지로 넘어갔다.
[ 거점 LV. 2거점 위치: S백화점 지하 1층
거점 스킬: 리사이클링
– 거점 내의 소모품을 하루 주기로 재생산한다.
현재 스킬 레벨: 1
재생산량: 1 ]
“이런 미친…!!”
눈앞에 거점의 정보가 담긴 상태창이 떠올랐고.
나는 그 내용에 새롭게 추가된 스킬의 상세 설명을 확인하고 손을 벌벌 떨었다.
새롭게 얻은 거점 스킬인 리사이클링.
재활용이라는 이름에 혹시나 하는 예상을 했지만.
그 예상은 기쁘게 적중했다.
‘이 스킬 내용이 사실이면 이제 식량 걱정은 아예 안 해도 괜찮잖아!’
거점 내의 소모품을 재생산한다.
예를 들면 약품도 있고 기름도 있을 것이다.
만약 일반적인 가정집에서 이 스킬을 얻었다면 효과는 그리 엄청나지 않았겠지만.
내가 설정한 거점은 현재 서울에서 가장 큰 백화점의 식료품 코너.
즉, 이 층에 있는 모든 음식물이 재생산된다는 뜻이었다.
[ 거점 스킬 – 리사이클링을 활성화 합니다. ] [ 스킬의 효과로 재생산되는 양은 1입니다. ]나는 스킬의 활성화를 확인한 뒤 곧바로 자리를 이동했다.
향하는 곳은 내가 최근 자주 식량을 조달했던 통조림 코너다.
“……있다.”
그곳에는 분명 며칠 전에 챙겨들어 자리를 비웠을 터인 참치캔이.
그 자리에 새롭게 나타나 있었다.
“심지어 생수랑, 음료, …과자도 그대로야.”
전부 설명대로 하나씩 추가되었다.
‘일반 가정집이었으면 냉장고에서 사용한 음식이 돌아오는 정도였겠지만….’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내가 몇 번 사용해서 군데군데 비어있던 자리가 모두 새롭게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씨발, 야채까지?!”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운 점 하나.
그건 내가 소비하지 않았던 생음식까지 하나씩 새롭게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투플 한우랑 삼겹살에 참치회….”
문뜩, 어째서 이렇게나 나에게 편의적인 능력이 주어진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이 정도면 마치 하늘이 나를 바라보고 편하게 살라고 운명을 정해준 기분마저 든다.
그리고 떠오르는 것은 하나.
과거에 보았던 상태창의 메시지다.
[ 플레이어의 욕망을 확인했습니다. 시스템을 구성하며 데이터를 참고합니다. ]어쩌면 내 예상이지만, 이 정도로 나에게 편의적인 능력이 생긴 것은 이 능력 자체가 내 욕망을 바탕으로 설계되어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아니, 지금 그런 고민을 할 때가 아니지. 중요한 건 현재 상황이다.’
나는 눈앞에 나열한 생음식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건 기적 같은 스킬이고.
그 기적을 백화점에 적용한 나는 이제 신이다.
나는 좀비 사태가 터진 이 세상에서.
염병할 통조림 이외의 고급음식을 먹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간이 되었다.
。 。 。
‘아저씨, 늦으시네….’
유하연은 할 일이 있다며 자리를 떠난 이서호를 기다리며 침대에서 발을 흔들고 있었다.
자신도 그를 돕고 싶지만 그에게는 거절당했다.
“…나도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좋을 텐데.”
이렇게 빈둥거리며 이서호가 가져다주는 소중한 식량을 축내는 것이 그녀는 싫었다.
물론 그 대가라는 듯이 이서호는 원할 때마다 자신을 안았지만.
‘그건 나도 기분 좋으니까 뭔가 돕는 느낌이 아니야….’
이서호와의 섹스는 유하연도 즐기고 있다.
오히려 더 기분 좋은 것은 자신 쪽인 것 같아 그마저도 주는 쪽이 아닌 받는 쪽이 되는 기분이다.
“……우읏, 또.”
━주르륵.
이서호와의 섹스를 떠올린 유하연은 다시 다리 사이에 물이 흘러넘치는 것을 느꼈다.
최근 계속 이런 상태다.
이서호를 떠올리다 보면, 혹은 그와 몸을 맞대다 보면 자꾸만 멋대로 흥분한다.
그에 따라 자신의 몸뚱이도 격렬하게 그 준비를 하며 물을 내보냈다.
“진짜 먹고 안기고 자고, 먹고 안기고 자고….”
‘짐승 같은 삶을 살면 어쩌자는 거야.’
이렇게 편안하게 살아도 되는 걸까, 죄책감이 들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는 자신의 외로운 원룸 방에서 굶주리며 죽음을 기다려왔는데.
지금은 든든한 남자가 자신을 지켜주며 음식도 챙겨주고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진짜, …진짜 뭐라도 해야 해.”
이대로 가다간 자신은 가축 그 이하로 떨어질 것이다.
그건 절대 바라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서호에게 먹고 섹스하고 자기만 하는 그런 짐승 같은 여자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좋아!’
그렇게 유하연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서호가 자신에게 일을 주지 않는다면 자신이 직접 일을 찾으면 그뿐.
“우선 여길 정리하자.”
그녀가 처음으로 정한 일은 자신들이 지내는 침구류 코너의 한편을 정리하는 것이다.
물론 적당히 지낼 정도로 정리는 되어 있지만 좀비 사태로 상당히 어질러져 있다.
이곳을 이서호와 함께 살아갈 집처럼 꾸민다.
그것이 최종 목적이었다.
“으음… 이 침대. 조금 거슬리네.”
작은 물건들을 정리하던 유하연은 문뜩 침대가 보였다.
침대의 위치도 애매하다.
애초에 상품으로 팔 것을 진열해 놓은 것이라 방의 침대보다는 상품에 멋대로 눕는 기분.
‘…혼자 옮길 수 있을까?’
킹사이즈의 거대 침대는 얼핏 보더라도 굉장히 무거워 보였다.
‘그래, 일단 해보자.’
유하연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서호도 불가능할 것 같은 식량 조달을 매일같이 해온다.
그런 상황에 고작 무거운 물건으로 끙끙거릴 수는 없다.
그렇게 유하연은 팔을 걷어붙이고 침대에 손을 얹었다.
“끄으응! …어라?”
━드드드득.
“…엄청 쉽게 밀리네.”
생각한 것보다 굉장히 쉽게 침대가 이동했다.
마치 바퀴라도 달린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하지만 다리를 봐도 바퀴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 저 장롱도….’
유하연은 멀리 보이는 장롱을 보았다.
저걸 침대 주변에 설치하면 벽 대용으로 사용해 방처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설마 하는 마음으로 그 장롱도 손으로 밀어보았다.
━드드드득.
아니나 다를까 그 장롱도 굉장히 시원하게 밀려나간다.
무엇보다 미는 당사자인 유하연은 조금의 힘도 들지 않고.
“내, 내가 왜 이러지…?”
좀비 사태 이전의 자신은 음료수 뚜껑도 누군가 꽉 잠그면 스스로 열지 못하는 흔한 여학생이었다.
그리고 일반적인 여학생은 장롱을 혼자서 이만큼 옮길 수 없다.
그건 남자라도 어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유하연은 숨도 흐트러트리지 않고서 순식간에 장롱의 위치를 옮겨냈다.
‘대체 어떻게 이러는 거지…?’
자신도 모르게 흘러넘치는 초인적인 힘.
원인 모를 그 힘 탓에 유하연은 혼란스러웠지만.
덕분에 침구류 코너의 한 곳을 방 같은 구조로 손쉽게 바꿀 수 있었다.
“오, 뭐야. 리모델링 한 거야?”
그때 때마침 이서호가 대량의 짐을 들고 유하연의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 아저씨!”
그 모습을 본 유하연은 곧바로 이서호에게 달려가려 했지만 순간 머뭇거렸다.
“뭐야, 왜 그래?”
당연히 자신에게 안겨들 거라 생각했던 이서호는 불안한 얼굴을 하는 유하연을 이상하게 바라봤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순간 자신에게 반항심이 생긴 걸까 의심이 들었지만, 자세히 보니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
마치 이서호에게 다가가길 꺼려하는 모습.
“아저씨 …저, 저 어쩌면.”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유하연은 눈물 맺힌 눈으로 이서호를 바라봤다.
“저 감염된 걸지도 몰라요…!”
。 。 。
일을 마치고 스킬까지 새로 획득한 나는 파티를 위해 대량의 식료품을 가지고 3층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유하연의 상태가 이상했다.
‘…그렇구나, 유하연은 신체강화 특성이 생겼으니까.’
유하연의 설명을 들은 나는 곧바로 그녀의 서번트 항목을 떠올렸다.
나와의 첫 질내사정으로 얻은 서번트 특성.
그것은 신체강화.
무려 S클래스라고 등급이 매겨져 있는 특성은 어떤 능력을 가질까 궁금했는데.
“흐윽, 아, 아저씨, 이것 봐요! 저 감염된 게 분명하다니까요!”
그녀는 내 앞에서 냉장고를 곰인형처럼 안아 들었다.
‘냉장고 무게가 얼마더라.’
굳이 정확한 수치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그녀의 힘이 상식을 초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예쁜 여대생이 울먹이며 내장고를 들고 흔드는 모습이라니.
상상도 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걱정하지 마. 너 감염된 거 아니야.”
“하, 하지만 이건 분명 이상하잖아요! 좀비가 된 게 아니라면 이런 힘이 날 리가 없어요!”
확실히 내 능력에 대해 모른다면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그것 뿐이었다.
“제 가까이 오시면 …아저씨도 감염될지도 몰라요.”
유하연은 울먹이며 내가 다가오는 것을 밀어냈다.
자신이 물린 적도 없는데 감염됐다 생각한다면 자신과 접촉한 나도 감염될 거라는 생각이겠지.
‘이건 능력에 대해서 알려줄 때가 된 걸까.’
아직 내 정보를 그 정도로 오픈할 생각은 없는데.
조금 더 노예 교육을 하고 내게서 벗어나지 못할 정도가 됐을 때 사실을 밝힐까 했다.
‘하긴, 이 음식을 보면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챌 테니까.’
나는 짐 속의 고급 소고기와 다른 맛있는 음식들을 보며 마음을 정했다.
우선은 당황하며 냉장고를 흔드는 유하연을 진정시키는 것부터.
“다, 다가오시면 안 돼요! 흐윽, 아저씨도 감염될 거예요…!”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정말 별것도 아닌 것에 겁을 먹는 겁쟁이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내가 이렇게 쉽게 수긍할 줄은 몰랐는지 유하연은 눈물을 맺힌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짐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럼 이 투플 한우는 나 혼자 먹을 수밖에….”
나는 정말 아쉽다는 말투로 근처 의자에 앉아 휴대용 가스버너를 설치했고.
“……에?”
쿵.
그걸 본 유하연은 눈을 더 크게 뜨며 냉장고를 내려놓았다.
이제는 눈의 눈물이 아니라 입에서 침이 흐른다.
“바보짓 그만하고 얼른 와. 오늘은 파티할 거니까.”
나는 내 노예 1호의 환영파티를 위해 가져온 각종 야채와 한우, 그리고 고급술을 테이블 위에 깔아뒀다.
“오늘은 마음껏 먹고 마신 뒤에, 지쳐 쓰러질 때까지 박아줄 테니까 각오해.”
미소 짓는 내 말에 유하연은 얼굴을 붉히며 침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