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In The Post-Apocalyptic Zombie World RAW novel - Chapter (158)
좀비세상 속 사령술사가 되었다 158화(158/162)
호텔에 복귀한 나는 다음 날, 내 개인 방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획득한 ‘파편’을 확인했다.
“이제 남은 건 세 개인가….”
사령술사의 능력은 있지만, 이세계인들에 비하면 한낱 일반인인 나로서는.
이 파편이라는 걸 만져봐도 어떤 신비한 힘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역시 네 개 전부 모아야 뭔가가 일어나는 모양.
그렇게 잠시 멍하니 파편을 바라보던 중.
똑, 똑.
방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덜컹!
“짜잔~, 나 보고 싶었지? 이실장.”
그리고 문을 노크한 사람은 허락도 듣지 않고 제멋대로 방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이럴 거면 노크가 의미가 있나.
뭐, 이 호텔은 따지면 그녀의 것이니 어쩔 수 없다.
“안 그래도 한 번 얼굴 비출까 했는데.”
“진짜? 후훗, 그럴 줄 알고 내가 직접 왔지.”
크리스틴은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침대 쪽으로 다가왔다.
스윽….
그리고 그녀가 내 위에 올라타더니 살며시 볼을 붉히며 내 가슴팍을 매만진다.
“오늘은 푹 쉴 거야…? 나 서호랑 하고 싶은 거 잔뜩 있는데….”
복장도 검은색의 속이 비치는 네글리제였다.
분명 여성용 잠옷임에도 은은한 색기가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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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습으로 유혹을 해오면 남자로서 참기 어렵기는 하다.
하지만.
“미안, 오늘도 나가봐야 해서.”
“…….”
아직 파편 회수의 일이 끝나지 않았기에, 그녀와의 즐거운 시간은 잠시 미루기로 했다.
그러자 크리스틴은 나를 노려보며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거짓말쟁이.”
“으음….”
“전부 끝나면 제대로 상대해 준다고 했으면서.”
“하지만 아직 일이 덜 끝났는걸….”
크리스틴의 불만도 이해는 갔다.
모든 일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을 텐데, 연구소의 일이 끝난 이후 나는 한보미의 케어를 위해 한보미에게만 집중했으니.
거기에, 오늘 내가 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잠깐이라도 함께 있고 싶어서 달려온 걸로 보인다.
불만이 안 생길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볼을 부풀린 크리스틴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고.
그녀의 입술에 조심히 키스를 했다.
“후움….”
방금 전까지 불만 가득했던 그녀는 입술이 닿고 혀가 들어오자 금세 표정을 풀고 몽롱한 눈빛을 하였다.
그렇게 서로의 입술을 잔뜩 탐하기를 잠시.
“하아….”
“정말 미안, 오늘은 이걸로 봐줘.”
“……우우.”
나는 입술을 떼고 진심을 담아 그녀에게 사과했다.
결국, 크리스틴은 불만은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차림을 가다듬었다.
크리스틴도 진정시켰으니 이제 파편을 찾으러 가봐야 하니까.
“그런데 보미는? 상태는 어때?”
“……방금 날 바람맞히고 딴 여자 상태를 물어보는 거야?”
“너무 쓰레기인가…?”
“쓰레기, 나쁜 놈, 최악이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 크리스틴은 내 한쪽 팔을 꼭 끌어안았다.
“볼일 있으면 직접 가서 확인해.”
“음, 그래야겠네.”
그녀의 말대로 나는 곧장 한보미가 있는 방을 향했다.
물론 크리스틴도 옆에 붙어서 덤으로 따라왔다.
똑똑.
[네….]“나야, 들어가도 돼?”
[어, 어? 잠깐만…!]“흥.”
“왜 그래.”
“남편이 바람피는 장면을 목격하는 기분이야.”
“보통 내연녀의 방에 아내랑 같이 찾아오지는 않지.”
“그래서 더 싫어….”
여자의 마음은 여러모로 어렵다.
그렇게 크리스틴과 잡담을 나누는 사이 보미가 준비를 마치고 문을 열었다.
“다 됐어, 들어와. …아, 교주님.”
“그 시선은 뭐지? 난 여기 오면 안 되나?”
“보미는 그런 의미로 본 게 아냐. 그냥 네가 같이 있는 걸 몰라서 놀란 거지.”
“흥.”
이러니저러니 불만을 표출해도 크리스틴은 기어코 방 안쪽까지 함께 따라왔다.
나는 그런 그녀는 일단 없는 셈 치고 우선 한보미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오늘 기분은 어때?”
“응, 별문제 없어. 그보다 너무 챙겨주는 거 아냐? 누가 보면 아빠라도 된 줄 알겠어.”
안부를 묻는 내 물음에 보미는 괜찮다는 듯 미소 지으며 그렇게 놀리듯 말해왔다.
“하, 아빠? 서호가 왜 네 아빠야?”
“엣….”
그런데 순간 크리스틴이 날카롭게 반응했다.
“아, 아뇨 방금 건 농담 같은 거라…. 그, 그런데 아빠라는 말이 뭔가 문제라도….”
“됐어!”
“미안, 크리스틴이 그런 쪽에 예민해서.”
고작 농담이었는데, 크리스틴은 마치 간식을 뺏기기 싫은 강아지처럼 내 팔을 꼭 움켜쥐고 보미를 노려봤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데려오지 말 걸 그랬나.
“아무튼, 보미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하지만 데려온 건 데려온 것이니.
나는 크리스틴은 되도록 의식하지 않고 본론을 꺼냈다.
“물어볼 거? …나한테?”
이후 나는 보미에게 좀비 사태가 터진 그 날, 갑옷 좀비에게 물렸던 정확한 장소에 대해 물었다.
“지하철인가. 정확한 위치는?”
“으음…. 그게 그때는 워낙 혼란스러워서.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
“그래….”
당연히 위치를 물어본 이유는 파편의 회수를 위함이다.
파편은 분명 그 이세계인들의 시체에 있을 것이니.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면…. 찾는데 좀 시간이 걸리려나….’
크리스틴의 쌓여가는 불만도 있고 해서 되도록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다.
그렇게 내가 잠시 턱을 짚고 수색 방법에 대해 고민하던 사이.
“…찾아갈 생각이면 나도 같이 갈까?”
보미가 예상외의 의견을 꺼내왔다.
“괜찮겠어?”
“응, 이제 많이 좋아졌다니까? 나도 좀 나가서 바람도 쐐야 하니까.”
확실히 일주일이나 호텔 방에 박혀있었으니 슬슬 답답할 것도 같았다.
그런 그녀의 의견에 나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같이 가자.”
“응! 금방 준비할게!”
이후 보미는 서둘러 옷가지 등을 뒤적이며 외출 준비를 시작했고.
“…….”
“크리스틴…?”
“응…?”
나는 묘하게 조용한 크리스틴을 불렀다.
그러자 어째서인지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던 크리스틴이 나를 바라본다,
“무슨 생각 중이야…?”
“아니, …서호는 그 좀비가 필요한 거야?”
“응, 뭐…. 그렇지?”
“흐응~.”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크리스틴은 그저 내 대답을 듣고 음흉하게 미소 지을 뿐이었다.
。 。 。
“하아~, 오랜만에 나오니까 좋다~.”
나는 준비를 마친 보미를 데리고 그녀가 좀비에게 물렸다는 지하철역까지 나왔다.
현재 위치는 지하철역의 입구 근처.
우리는 사람 하나 없는 텅 빈 시내의 인도를 느긋하게 걸어갔다.
“그런데 좀비가 하나도 없네?”
“근처에 있는 것들은 좀 치워뒀어.”
“…역시 조종할 수 있는 거구나.”
“그렇지.”
연구소의 습격 일이 끝난 이후.
나는 보미와 중학교의 일행들에게 내 능력에 대해 털어놓았다.
내가 좀비를 조종할 수 있다는 것과 보미처럼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것.
물론 그녀들은 처음에는 당황해했다.
어째서 비밀로 한 것인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 부분은 김태영의 조현병에 대한 것으로 얼버무렸다.
“태영이가 네 능력을 보고 …위험한 사람이라는 망상을 했다고 그랬지.”
“응, 미리 말 못 해서 미안해.”
“아냐, 나라도 솔직히 말 못 했을 것 같아. …처음에는 우리가 널 많이 경계하기도 했고.”
보미는 인도를 걸으며 하늘을 바라봤다.
김태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그녀의 표정은 온화해 보였다.
일주일간 마음의 정리를 끝마친 것일까.
아니면 괜찮은 척을 하는 걸까.
“그런데, 그럼 전에 그건 뭐야?”
“뭐가?”
“가람이랑 탐색하러 나갔다가 갇혔었잖아. …그래서 우리가 구하러 갔고.”
그녀의 말에 나는 그때의 일이 떠올랐다.
심가람을 따먹기 위해 상황을 만들어냈던 그 날을.
…당연히 이 부분은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으니.
“으음, 힘을 숨기고 있었으니까. 어쩔 수 없었지.”
나는 그렇게 대충 얼버무렸다.
“……그래.”
보미는 그런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물론 의문은 들 수 있고, 의심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보미와 중학교의 일행들은 모두 나를 믿길 선택했다.
아마 마음 어딘가에서는 어렴풋이 진실을 눈치채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그녀들도 공범이 되길 선택한 것이겠지.
“여기야. 이쯤에서 물렸어.”
“그래?”
이후 나와 보미는 산책을 끝내고 목적지인 지하철역으로 내려왔다.
“갑옷은…. 안 보이네. 물린 뒤에는 기억나?”
“으응, 너무 갑작스러웠고. …분명 좀비가 쓰러졌던 것까지는 기억하는데.”
“그럼 조금 더 이동해보자. 기억보다 떨어진 곳이었을 수도 있으니까.”
“응.”
그렇게 우리는 잠시 조용한 지하철 안을 걸으며 주변을 살폈다.
바닥에는 몇 구의 시체들이 있었다.
아마 좀비가 되지 못하고 죽은 자들이리라.
그런 시체들 덕분에 악취가 풍겨 지하철 내부를 걷는 것은 그리 기분 좋지 않았다.
“…….”
하지만 보미는 그런 악취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무언가를 생각하듯 계속해서 길을 걸었다.
그리고.
“……아.”
그녀는 어느 위치에서 걸음을 멈추고 멍하니 바닥을 바라봤다.
그녀가 바라보는 바닥에는 피칠갑만이 있을 뿐.
시체도 갑옷도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보미에게는 과거의 기억이라도 보이는 듯.
그녀는 그 장소를 시선으로 유심히 더듬고서 입을 열었다.
“여기야…. 기억났어….”
조금 전과는 목소리가 달랐다.
무언가 억누르는 감정이 담긴 목소리.
“여기서 물렸어.”
보미는 살며시 다리를 접어 앉아 굳은 피로 범벅이 된 바닥을 매만졌다.
“…그리고 여기서 태영이가 구해줬어.”
“…….”
“나를 물던 좀비를 걷어차고 그대로 나를 일으켜서 같이 도망쳤어.”
“그래….”
보미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이미 일주일 동안 흘려야 할 눈물을 모두 흘렸기에.
그녀는 그저 멍하니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기억 속의 장소를 응시했다.
그리고 만족할 때까지 기억을 되새긴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쪽이야. 역 아래로 굴러떨어졌지 싶어.”
“……괜찮아?”
“뭐가?”
“아니, 괜히 예전 기억을 떠올린 것 같아서.”
일주일간 힘들어하던 그녀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기에.
나는 걱정을 담아 그렇게 물었다.
그런 내 물음에 보미는 살며시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그리고 올곧은 눈으로 나를 응시한다.
“나는 그냥, …널 살린 거니까.”
“…….”
“태영이가 반사적으로 날 구했던 것처럼. …나도 그런 거니까. 그렇지…?”
“……그래, 맞아.”
보미는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물론 그건 겉모습일 뿐.
속은 일주일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후회한들 과거는 바꿀 수 없고.
지금 그녀의 모습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임은 틀림 없다.
괜찮지 않더라도 괜찮은 척을 하고.
그렇기 지내다보면 분명 언젠가는 괜찮아질 것이니.
“찾았다.”
“그거야?”
이후 나는 지하철 역 밑에 있던 갑옷 좀비의 시신에서 두 번째 파편을 찾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