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In The Post-Apocalyptic Zombie World RAW novel - Chapter (2)
좀비세상 속 사령술사가 되었다 2화(2/98)
“그럼 내일 탐색할 때 함께 갈 인원을 선발하겠습니다.”
점심 무렵 일반인 그룹들은 기숙사의 2층 로비에 모여 유재욱 이병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중 나는 새하얀 얼굴로 바닥을 본 채 손을 떨고 있었다.
탐색조.
그건 말 그대로 기숙사를 벗어나 이 주변을 탐색하는 팀을 말한다.
보통 군인 몇 명과 일반인 몇 명이 뽑혀 탐색을 나간다.
하지만 이번 탐색은 평소와 달랐다.
채수아의 배신으로 일반인 그룹에 몇 명이 반란을 계획한다는 것이 들켰다.
강해석 대위에게 다리를 벌리는 년이다.
그녀는 강해석에게 다리를 벌리는 것으로 이 그룹에서 가장 안전한 위치를 차지했다.
그런 그녀가 강해석과 군인 일행을 죽이는 계획을 말하지 않았을 리가 없으니.
즉, 지금 뽑는 탐색조의 일반인은.
나가서 죽는 인원이라는 뜻이다.
“저, 저기. …의견이 있습니다.”
그때 반란을 계획하던 우리의 리더인 이상운 교수가 손을 들었다.
“네, 뭡니까?”
“오늘 뽑는 일반인은, 저희가 직접 뽑아도 괜찮겠습니까?”
“음…. 뭐 상관없습니다. 대신 신중하게 뽑아주시지 말입니다. 인원은 한 명입니다.”
한 명.
분명 평소 뽑히는 탐색조 보다 적은 인원.
본보기로 죽인다는 뜻이다.
나는 고개를 들어 이상운 교수를 바라봤다.
‘분명, …분명 뭔가 생각이 있는 걸 거야.’
그래도 의사다. 이 중에서 학력이 가장 높고 지식이 가장 많은 사람이다.
분명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는 것일 거다.
나는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우리는 이상운 교수를 중심으로 둘러 모여 탐색조의 선발을 시작했다.
“뽑는 방법은, …투표로 하는 게 어떻습니까?”
“투표요? 평소의 제비뽑기는 어쩌고요?”
이상운 교수의 말을 듣던 류다희가 의문에 고개를 갸웃했다.
평소의 탐색조도 좀비가 우글거리는 밖을 나가는 것이다 보니 충분히 위험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일반인들은 주로 군인들이 만든 제비를 뽑거나 아니면 적당히 체력이 좋은 사람을 골라 나갔다.
그런데 이상운 교수가 이번에 제시한 선발 방법은 투표.
‘그래…! 분명 쓸모없는 사람을 뽑아서 이번 처벌을 피하려는 걸 거야.’
이를테면 신주하 같은 걸레나 반란에 동참하지 않은 다른 어중이떠중이를 투표로 고르는 것이다.
그러면 반란 인원은 살아남고 다시 기회를 노릴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억지로 희망찬 생각을 머리에 욱여 넣었다.
하지만 사실 알고 있다.
반란에 참가한 인원 중 한 명은 무조건 죽어야 한다.
걸레 신주하?
자신들의 좆을 빨아주는 신주하를 군인들이 탐색조로 보낼 리가 없다.
하물며 지금 작정하고 탐색조로 반동분자를 선출해 죽이려고 하는데.
반동분자 이외의 인원이 선택되면 군인 놈들은 거부할 것이다.
그리고 자기들 임의로 우리 중 한 명을 뽑겠지.
나는 그걸 전부 알고 있다.
그러니 어쩌면.
이 결과가 당연한 것일 거다.
“……어?”
“그럼 이서호 군. …조심히 다녀오게.”
투표용지를 전부 펼친 뒤 나온 결과.
반란의 본보기로 죽게 되는 것은.
나였다.
“자, 잠깐만요! 이서호는 가뜩이나 노동량이 많은데 탐색까지 나가는 게 맞아요?”
“저, 저도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투표 결과를 보자 류다희와 한모아가 한 마디씩 입을 열었다.
하지만 다른 인원들은 고개를 숙이고 그 말을 외면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군인들도 옆에 있고 그렇게 위험하지 않을 거야.”
이상운 교수가 반발하는 류다희와 한모아에게 그렇게 설명했다.
반란의 내막을 모르는 류다희와 한모아는 그 말에 입을 다물었다.
다수결로 뽑혔고, 안전할 거라는 말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의사인 이상운 교수다.
그의 발언은 의사라는 배경 덕분에 묘한 설득력이 있었다.
“그래도 너무한 거 아니냐구요….”
류다희는 불만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 모든 걸 지켜본 나는 새하얀 얼굴로 멍하니 이상운과 다른 반란에 동참한 인원을 바라봤다.
그리고 내가 죽을 것이라는 걸 아는 다른 인원과 그걸 조용히 지켜보는 채수아의 모습도.
‘이, …이 개 씨발 새끼들이.’
전부 우리 그룹을 위해 반란을 계획한 한 것인데 결국 반란이 들키니 외면한다.
심지어 함께 목숨을 걸고 반란을 계획한 녀석들마저 마치 나를 버림 말 사용하듯 내쳤다.
이번 탐색이 사형장으로 가는 길이라는 걸 알면서.
“야, …그, 아무튼 조심히 다녀와.”
아무것도 모르는 류다희가 내 어깨를 툭 치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보내왔다.
하지만 나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며 충격 때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도망칠 수도 없다.
나가 봤자 좀비 천지.
그렇다고 안 가겠다고 날뛰면 그 자리에서 총으로 쏴 죽이겠지.
지금이라도 바꿔 달라 해봤자 그 누구든 바꿔주지 않을 것이다.
나는 사형을 선고 받았다.
。 。 。
“야, 똑바로 따라와.”
탐색조는 나를 포함하여 총 다섯 명이었다.
박성호 병장, 최희재 상병, 주태은 상병과 유재욱 이병.
그리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한 마리.
바로 나.
“근데 그거 들으셨습니까? 얼마 전에 발견한 그 백화점. 망토를 입은 좀비 말입니다.”
“알아 등신아. 지금 거기로 가는 거잖아.”
“아, 그놈한테 주는 겁니까?”
기숙사를 빠져나와 안전한 루트를 통해 대학교를 벗어나자 놈들은 마음껏 앞으로의 일을 얘기했다.
요약하면 나를 어떻게 죽일지에 대한 것이다.
“야, 그러게 병신처럼 일을 꾸미냐?”
퍼억.
내 뒤통수에 날아 들어오는 손.
“왜, 살고 싶어? 살고 싶으면 도망쳐 보던가. 크큭, 어차피 주변에 좀비투성이인데.”
놈들은 나를 데리고 가며 계속해서 조롱 섞인 말을 내뱉었다.
‘지금 향하는 곳은 어느 백화점이다.’
‘좀비 천지라 안에는 먹을 게 많을 거다.’
‘들어가서 한 번 잘 살아봐라….’
…같은 얘기들.
그런 모든 얘기를 듣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 뿐이었다.
‘도망쳐야 하는데…. 도망쳐야 하는데….’
어떻게든 살아남을 방법을 생각하지만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놈들은 나에게 말했다.
뛰쳐나갈 경우 내 다리에 총을 쏴 좀비 먹이로 고통스럽게 죽게 해주겠다고.
자신 있으면 도망쳐 보라고.
그 협박에 벌벌 떠는 나는 결국 놈들이 이끄는 대로 걷다가.
어느새 목적지인 백화점에 도착했다.
“씨이팔, 존나 크네.”
“진짜 저 안에 좀비만 아니었으면 식량 걱정은 없을 텐데 말입니다.”
“크큭, 저기 있는 식량들 가져가면 수아가 나한테도 보지 대주려나?”
박성호 병장이 내 어깨에 손을 두르며 벌벌 떠는 나를 향해 떠들었다.
“야 병신, 그러고 보니 너 채수아랑 대학 동기였지? 혹시 좋아했냐?”
“하하, 그럼 존나 불쌍하지 말입니다. 좋아하는 년한테 뒤통수 맞고 뒤지는 거 아닙니까.”
“그년 보지가 얼마나 쫄깃하면 중대장님이 그년만 찾으실까. 응? 야, 이서호. 그렇지 않냐?”
어깨에 두른 손으로 내 볼을 짝짝 때린다.
“어휴, 병신새끼. 나 같으면 뒤지기 전에 한 번 벌려달라고 부탁이라도 해볼 텐데.”
“에이, 박병장님. 아무리 그래도 수아가 이런 병신한테 대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최희재 상병의 말에 다른 인원들이 낄낄대며 웃었다.
나는 그 모든 말을 들으며 머리에 열이 올랐지만 화를 낼 수 없었다.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히려 머리가 차갑게 식어간다.
“아무튼 뒤지면 하늘에서 지켜봐라. 중대장님이 질리면 우리가 수아 존나 따먹을 테니까.”
“하늘에서 딸 칠 수 있으면 딸 존나 쳐보던가. 킥킥.”
그런 모욕적인 얘기를 들으며 놈들은 익숙하게 안전한 길로 이동했다.
몇 번이나 좀비들 속을 돌아다닌 놈들답게 좀비에게는 몇 번 걸리지도 않고 목적지인 백화점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백화점 외벽에 버스가 들이박아서인지 구멍이 하나 생겨있었고.
그곳에 다가가자 구멍 밑에 공간이 있었다.
백화점의 지하층 화장실.
“여, 여기는….”
“이제 니가 들어갈 곳.”
박성호 병장이 총구로 구멍을 가리킨다.
“들어가면 지하 1층. 식료품 코너다. 안에 들어가서 상황 파악해. 그리고 통조림 같은 거 챙겨다가 아까 온 길로 돌아와라.”
“돌아오라니 그게 무슨….”
“안에서 식량 챙겨오면 중대장님이 살려주시겠데. 푸하하! 우리 중대장님 마음도 넓으셔.”
분명 곧바로 좀비의 밥으로 던져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놈들은 이 백화점에 침입할 경로가 있는지 나로 테스트 해 볼 생각인 것이다.
죽으면 반동분자를 처리해서 좋고.
살아 돌아오면 막대한 양의 식량을 얻을 수 있으니 좋다.
“진짜, …진짜 살려주시는 거죠?”
“이 새끼가 속고만 살았나. 그래, 식량 챙겨오면 내가 중대장님께 부탁해서 수아한테 한 번 박을 수 있게 부탁해볼게.”
“와 씨발, 저라면 바로 들어가서 스팸 존나 챙겼지 말입니다.”
자기들끼리 농담이나 따먹으며 나를 비웃는다.
하지만 그런 모욕 속에서도 나는 한 가지 생각에 꽂혀있었다.
‘사, 살 수 있어…!’
작고 옅은 희망이 보인다.
무조건 죽는다는 미래에 비하면 너무나 달콤한 그 제안에 나는 탑승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구멍 아래의 화장실을 바라봤다.
얼핏 보기에는 안전해 보이는 공간.
그쪽으로 슬쩍 다가가 고개 숙여 아래를 확인해 보는데.
“얼른 들어가 병신아.”
━퍼억.
“우와아아악!!”
누군가 뒤에서 내 등을 발로 차 나는 구덩이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크윽, 자, 잠시만요! 아직 하겠다고 안 했잖아요!”
“니가 하던 말던 뭔 상관이야. 어차피 할 건데. 얼른 들어가. 우린 가본다.”
그 말을 끝으로 위로 보이는 놈들의 그림자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
높은 위치라 한 번에 오를 수 없어 주변에 발로 밟을 것을 찾던 중.
-그아, …아아, 그아아….
내 뒤쪽.
어두운 그림자 안에.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히, 히익…!”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는 좀비가 있었다.
이상한 로브를 입은 채 로브의 후드를 머리에 뒤집어쓴 괴상한 모습의 좀비.
“저기요━! 야 이 씨발놈들아!! 안에 좀비 있다고!! 야 이 개새끼들아━!!”
겁에 질린 나는 눈물 콧물을 흘리며 구멍 위를 향해 소리쳤다.
이곳에서 죽고 싶지 않다. 살고 싶다.
이런 곳에서 죽을 수는 없다.
내 삶이 이렇게 끝날 수는 없다.
-크아아아아악━!!
“이 씨바아아알!!”
구멍 위로 소리치는 내 목소리를 들은 좀비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더니 내 팔을 붙잡는다.
“히이익━!!”
몸을 돌린 나는 그 좀비를 막을 틈도 없이.
콰득━.
“끄아아아아아악━!!!”
목덜미를 내어주고 말았다.
으득, 으득.
“아파!! 아프다고, 씨발 아프다고!! 흐윽, 살려주세요!! 죄송합니다!! 앞으로 이상한 짓 안 할게요!! 말도 잘 들을게요!!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공포감에 눈물과 콧물로 얼굴이 범벅이 되고 목이 물린 채 피를 흘리며 허공에 대고 소리치지만.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는다.
털썩.
으득, 으득.
“끄, 끄으윽….”
결국 허리를 붙잡고 나를 밀어 넘어뜨리는 좀비에 의해 나는 바닥에 쓰러졌고.
짐승이 밥을 먹듯 나를 물어뜯는 좀비 아래에서.
화장실의 천장을 바라보며 나는 죽음의 늪에 빠져들었다.
어깨에서 느껴지는 타는 것 같은 통증과 불쾌한 감촉.
고통에 흐려지는 시야로 천장을 바라보며 후회스러운 생각들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식량창고라도 털어서 배불리 먹고 뒤질걸.’
차라리 총에 맞더라도 그랬다면 어땠을까.
죽는 와중에도 굶주림이 느껴진다.
그리고 여길 오는 길에 군인 따까리들이 지껄이던 말들도 생각났다.
‘어휴, 병신새끼. 나 같으면 뒤지기 전에 한 번 벌려달라고 부탁이라도 해볼 텐데.’
좆같은 놈의 헛소리지만 죽는 순간이 되니 그의 말이 머리에 맴돈다.
그 군인 새끼 말처럼 이렇게 죽을 줄 알았다면.
대위한테 다리를 벌리며 아양을 떨고 내 뒤통수를 친 채수아 그 년.
이렇게 죽을 거였으면 기숙사를 나오기 전 새벽에라도 덮쳐서 그년 자궁에 내 좆물을 가득 싸지르고 총살당할 걸 그랬다.
아직 동정도 떼지 못했는데.
“씨이… 바알…!”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모든 것들을 제쳐두더라도.
나를 그동안 노예처럼 다룬 개 같은 군인 새끼들.
그리고 그런 나를 외면하며 함께 이용해 먹은 생존자 새끼들.
마지막으로 다리나 벌리면서 내 뒤통수를 친 채수아.
‘씨발, …씨발 새끼들. …전부 죽여버려야 하는데.’
“크흑, 흑, 개씨발놈들. …전부.”
으득, 으득.
눈물이 차올라서 떨리는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이건 죽음의 공포 따위에 흐르는 눈물이 아니다.
원통함.
분노.
복수심.
그 모든 것들이 합쳐져 복받치는 감정에 이가 갈리며 흘리는 피눈물이었다.
목이 물어뜯기며 나를 이런 상황에 처넣은 놈들을 저주했다.
죽어서라도 어떻게든 죽여버리겠다고.
눈물과 피를 흘리며 그렇게 다짐했다.
그리고 내 의식은 점점 흐려져 갔다.
희미해져 가는 시야 속에서.
원망스러운 얼굴들을 떠올리면서.
죽어가던 때.
━띠링.
무언가 이변이 일어났다.
[ 직업을 전수 받았습니다. 직업은 사령술사입니다. ]눈앞에 떠오른 투명한 푸른 창.
갑자기 나타난 그 메시지를 본 나는 중얼거렸다.
“…지랄 이건 또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