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In The Post-Apocalyptic Zombie World RAW novel - Chapter (3)
좀비세상 속 사령술사가 되었다 3화(3/98)
털썩.
내 어깨를 물던 놈이 갑자기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눈앞에 홀로그램 같은 게 떠오른 것도 이상한데 나를 잡아먹을 듯하던 놈이 쓰러지니 나는 도리어 당황했다.
“뭐, 뭐야 이게.”
물리고 있던 어깨를 손으로 잡으며 내게서 떨어진 좀비를 바라본다.
입을 벌리고 쓰러져 더이상 움직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꿈이라도 꾸는 건가?’
눈앞에 떠 있는 메시지.
[ 직업을 전수 받았습니다. 직업은 사령술사입니다. ] [ 플레이어의 욕망을 확인했습니다. 시스템을 구성하며 데이터를 참고합니다. ]“…사령술사?”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이건 꿈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어쩌면 내가 미친 게 아닐까도 생각하지만.
갑자기 나를 물어뜯던 좀비가 움직임을 멈춘 것도 그렇고.
나는 아직 공포로 떨리는 손을 들어 그 홀로그램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띵.
소리를 내며 반투명한 푸른 창은 눈앞에서 사라졌다.
심지어 손가락에 감촉도 어렴풋이 느껴진다.
“이건 …설마.”
팬데믹 이전.
아직 대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를 홀로 다니던 나는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오락거리를 혼자 즐겼다.
그런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있었으니.
“…상태창.”
━띠링.
기억하는 그 단어를 입에 올리자 다시 눈앞에 창이 떠올랐다.
[ 이름: 이서호.직업: 사령술사.
특성: 죽음의 기운 – 언데드를 다스리는 사령술사로서 언데드에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
‘좀비물도 어이가 없는데 갑자기 상태창이라고…? 염병하네.’
나는 얼척이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기숙사에서 굶주림을 견디며 하루를 보낼 때도 이게 그저 꿈이길 바란 적이 수없이 많았다.
그저 내가 좀비 영화를 보고 악몽을 꾸는 것이라고.
“하긴 좀비도 있는 마당에 이런 판타지적인 것도….”
그때 문뜩 무언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내 옆에 쓰러져있는 좀비의 행색.
사령술사라는 직업에 어울리는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흑마법사 같은 복장에 판타지 만화에서 볼법한 모습이다.
그런 놈이 좀비가 되어 백화점 화장실에 있다…?
“설마….”
나는 머릿속에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하지만 눈앞에 벌어지는 믿을 수 없는 광경들이 그 가설에 신빙성을 보태준다.
“너 이새끼… 네가 최초 감염자냐…?”
어이없는 내 혼잣말에 시체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그런 것이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좀비 사태도 납득할 수 있다.
그야 좀비사태의 시작은 미국도, 이란도, 중국도 아닌 대한민국의 서울이 시작이었으니까.
갑자기 퍼지기 시작한 좀비로 인해 대한민국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결국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눈앞에 그 원흉이 누워 있었다.
‘뭐, 이미 뒤진 놈을 원망해 봤자니까….’
그보다 나는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상태창에 대해 집중하기로 했다.
상태창.
게임 판타지물에서 자주 나오는 각종 정보를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나에게 말했다.
너는 사령술사가 되었다고.
‘게다가 내 특성에 적힌 이 설명….’
죽음의 기운.
언데드를 다스리는 사령술사로서 언데드에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언데드.
즉, 죽었지만 살아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존재.
그 말은….
“좀비….”
상태창의 설명에 의하면 사령술사가 된 나는 죽어서 움직이는 존재에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설마, …진짜로?’
나는 갑자기 샘솟는 도파민에 어깨의 통증도 잊고 입꼬리가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좀비에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 말은 좀비에게 점령당한 이 세상에서 생존률이 무지막지하게 올라갔다는 뜻이다.
‘…게다가 여기는 백화점.’
심지어 첫 발병자가 나온 백화점.
순식간에 퍼져나간 좀비 때.
그 혼란 속에서 식량이나 생필품을 챙길 병신은 없을 것이다.
즉, 이 백화점은 팬데믹 이후로 그 누구도 손대지 않은 보물창고라는 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 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긴장감을 유지하며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이 문을 열고 나가면 대량의 좀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좀비에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저 문구를 생각했을 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감염되지 않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설사 감염이 되지 않더라도 먹혀 죽으면 의미가 없지 않은가.
분명 좀비들이 공격도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마른침을 삼키며 살며시 문손잡이를 열었다.
그러다 문뜩.
‘…혹시 내 생각이 틀렸으면 어떡하지.’
머릿속에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지금 이 미쳐버린 세상 속에서 나만 특별해진 상황에 조금 흥분한 상태다.
진정하고 생각해보면 내가 헛것을 본다는 가능성도 있다.
‘겨우 살아났는데 죽는 거 아니야…?’
갑자기 손이 떨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금 전 죽기 직전의 상황들이 머리에서 멋대로 재생되고.
그 중, 원망에 빠지며 복수심에 불타던 내가 생각났다.
‘그 개새끼들….’
나를 노예처럼 부려먹은 놈, 사람 취급 안 한 놈, 그걸 눈 감은 놈, 친절한 척하다 뒤통수 친 년까지.
갑자기 분노가 솟아오르며 조금 전까지 아른거리던 불안감을 잠식해나갔다.
“씨발, 어차피 뒤졌을 목숨인 거━!!”
나는 불타오르는 마음으로 내 생각을 믿고 화장실의 문을 벌컥 열었다.
-으어, 끄으어어….
-이읏, 아윽, 크에에….
그러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엉망이 된 백화점의 식료품코너와 대량의 좀비들.
하지만 그들은 화장실 앞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백화점 셔터가 놈들의 앞을 막고 있었기 때문에.
‘하긴, 화장실 바로 앞에 있었으면 조금 전에 내가 소리쳤을 때 몰려왔겠지.’
좀비들이 인간을 인식하는 방법은 소리와 냄새다.
이질적인 소음에 주의가 끌리고 그곳에서 풍기는 냄새에 몰려든다.
탐색조로 나오는 군인 놈들은 이 점을 적극 활용하여 비교적 안전한 루트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조금 전, 내가 로브 좀비에게 습격받았을 때.
‘저기요━! 야 이 씨발놈들아!! 안에 좀비 있다고!! 야 이 개새끼들아━!!’
목청이 터지도록 외친 소리에 일반적이라면 좀비들이 몰려왔을 것이다.
하지만 놈들은 백화점에서 내린 셔터에 가로막혀 손을 뻗고 버둥거릴 뿐이다.
저벅, 저벅.
“…괜찮은 건가?”
바로 앞까지 다가가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
무수히 많은 좀비 무리들이 셔터에서 손을 뻗고 몸을 붙여온다.
하지만 놈들 그 누구도 나를 인식하는 놈이 없었다.
꿀꺽.
나는 보다 확실하게 확인하기 위해 떨리는 손을 들어 놈들에게 내밀었다.
그중 나의 바로 앞에 있는 좀비.
턱이 뽑혔는지 아래턱이 덜렁거린다.
나는 놈에게 손을 가져가 손가락으로 놈의 머리를 건드렸다.
툭.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다.
“…크, 크흐흐.”
그 모습에 나는 긴장감이 사라지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주먹을 꽉 쥐고.
기쁨에 손을 위로 뻗었다.
“크하하하하하━!! 나는 이제 존나 안전하다 이 개새끼들아아아아━!!!”
그동안 살아남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몸이 쭉 긴장하고 있었다.
언제나 예민하고 주변을 살피며 사소한 움직임에 크게 반응하는 등.
늘 몸이 피로할 정도로 공포감에 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긴장감이 해방되자 나는 솟아오르는 안도감과 거대한 기쁨에 소리치지 않을 수 없었다.
-크아아아아악!!
-우으어어어어!!
-끼앗, 키아아아악!!
내 큰 목소리를 듣고 소음에 민감한 좀비 놈들도 소리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건 그저 소음에 반응할 뿐.
누구도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더!! 더 소리쳐 이 병신같은 시체 새끼들아!! 꼴 좋다!! 병신 새끼들!! 나는 이제 니들이랑 다른 인생을 사는 거야!! 알아?!”
그동안 숨죽이며 살아온 고통에 해방되어 마음껏 소리를 지르자 한결 가슴이 편해졌다.
“으흐, 으흐흐….”
새어 나오는 웃음과 함께 조금 전부터 머릿속에 계속 떠오르는 한 가지.
“조금만 기다려라, 이 개자식들아. …내가 천천히 귀여워해 줄 테니까.”
나는 기숙사에 있는 빌어먹을 새끼들을 떠올리며 기분 좋게 웃어 보였다.
。 。 。
좀비 팬데믹.
막을 수 없는 좀비 바이러스로 인해 세상이 멸망하는 흔한 컨텐츠 소재이다.
그런 좀비 팬데믹에서 생존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그건 바로 좀비를 회피할 능력과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를 잘 챙기는 능력이다.
“캬, 씨이팔. 쇼핑 존나 오랜만에 해보네.”
드르르르륵.
나는 엉망이 된 백화점의 식품코너를 카트를 끌며 여유롭게 걸어 다녔다.
“안녕, 꼬마야. 엄마랑 쇼핑왔다 그렇게 됐니?”
-끼아우으….
한쪽 팔이 떨어진 10살짜리 꼬마 좀비가 내 목소리에 울음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이런 세상에서 살아도 10살 꼬맹이는 어차피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이다.
차라리 일찍 좀비가 되는 게 편할지도.
그렇게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카트를 끌고 갔다.
우선 과자코너로 가서 남아있는 과자를 쓸어 담았다.
그리고 그중 가장 칼로리가 높아 보이는 쵸코비스킷을 집어서 뜯었다.
흔히 재난 상황에 비상식량으로 자주 언급되는 그 쵸코비스킷이다.
“하…. 존나 맛있네.”
고칼로리의 맛이 입안 가득 퍼져나가자 굶주림에 지쳐있던 몸이 활력을 되찾았다.
다시 얘기를 돌아가자면 아무튼 팬데믹에서 중요한 건 좀비를 피하는 것과 생존물품을 잘 수집하는 것.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나는 무적이었다.
일단 좀비가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그 비중의 99% 이상을 차지한다.
애초에 좀비물에서 물자는 사실 크게 부족할 일이 없다.
대체로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며 사람들이 미쳐 챙기지 못한 물자들이 가득 넘치기 때문.
하지만 그걸 구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좀비 때문이다.
바로 이 백화점처럼.
“일단 이 정도로 할까.”
나는 쇼핑카트에 식료품을 가득 담아왔다.
사실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필요할 때마다 가서 챙겨도 상관 없겠지만 그동안 참아온 욕망을 쇼핑하는 느낌으로 푼 것이다.
“그래도 냉동이나 생 음식은 다 썩어서 아쉽네.”
그 부분은 어쩔 수 없다.
좀비 사태가 일어나고 곧 두 달이 다 되어간다.
당연히 전기는 끊겼고 수도에서는 녹물이 나왔다.
냉장 보관을 해도 유통기한이 아슬아슬한 기간인데 전기가 끊긴 마당에 생 음식이 남아있을 리 없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통조림, 과자 등 기간과 온도에 상관없이 보관 가능한 음식은 많으니까.
나는 식료품을 근처에서 찾은 배낭에 집어넣고 3층의 침구류 코너로 이동했다.
백화점의 장점이 이것이다.
흔한 식자재마트같이 대형마트의 경우에는 오직 식료품뿐.
그것도 절반은 냉동이거나 생 음식이다.
하지만 이런 백화점의 경우에는 각 층마다 그 층의 컨셉이 있다.
“와 존나 푹신하다.”
나는 근처에 있는 침대 중 가장 깨끗한 침대에 몸을 날렸다.
기숙사에도 침대는 있지만 기숙사 침대가 뭐 얼마나 편하겠는가.
킹사이즈 침대에 고급 베개에 머리를 눕히니 그동안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다.
나는 적당히 자리를 잡고 옆에 있는 배낭에서 음료를 꺼내 마셨다.
냉장 보관이 안 되어 미지근하지만 목을 축일 수 있으며 음료수 특유의 단맛에 기분이 좋다.
정말 오래간만에 사람다운 기분을 느끼며 나는 허공을 응시했다.
“상태창.”
그러자 조금 전에 봤던 내 스테이터스가 떠올랐다.
[ 이름: 이서호.직업: 사령술사.
특성: 죽음의 기운 – 언데드를 다스리는 사령술사로서 언데드에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
“…음, 상태만 볼 수 있는 건가?”
분명 내가 봤던 매체들에서는 스테이터스 뿐 아니라 스킬이나 인벤토리나 이것저것 다양했던 것 같은데.
“어디…. 스킬창?”
테스트 삼아 꺼낸 말에 반가운 소리가 울린다.
━띠링.
[ 아직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불러올 수 없습니다. ]“오호라, 그럼 조건이 충족되면 볼 수 있다는 거지?”
없는 게 아니라 아직 준비가 안 된 거다.
그 메시지를 본 나는 호기심이 생기며 다음으로 떠올린 UI 커맨드를 불러봤다.
‘보통 이런 게임 시스템에는 무조건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조건도 충족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게 없을 리가 없다.
“퀘스트.”
내 목소리에 허공에는 곧바로 반응이 일어났다.
━띠링.
[ 퀘스트를 불러옵니다. ] [ 생존 퀘스트 ] [ 성장 퀘스트 ] [ 메인 퀘스트 ]눈앞에 떠오른 목록은 세 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