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In The Post-Apocalyptic Zombie World RAW novel - Chapter (32)
좀비세상 속 사령술사가 되었다 32화(32/98)
나는 쓰레기가 될 생각은 …적다.
물론 나를 인간 취급하지 않은 놈들에게는 어디까지나 악마가 될 생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처음 보는 사람을 억지로 강간하거나 약탈하는 등의 악행을 저지를 생각은 없다.
내가 그런 성격이었다면 애초에 기숙사에서 한모아를 구하지도 않았겠지.
“죄송해요. 상황이 이래서 손님을 대접해 드릴 게 별로 없네요….”
“아뇨, 저도 그런 건 전혀 바라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주지 마세요.”
나를 집 안으로 들여 보내준 여성은 거실의 테이블로 나를 안내했다.
‘그나저나 첫 만남부터 집 안으로 들이다니….’
나는 거실 근처의 문지방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고 나를 지켜보는 여자아이를 바라봤다.
얼핏 봤을 때는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여자아이.
‘집에 어린 딸도 있는데 모르는 남자를 집 안으로 들일 정도면….’
예상할 수 있는 경우는 몇 가지 없다.
일단 내 첫인상과 그녀에게 건네준 식량의 특별함이 신용도에 한몫했겠지만.
떠오르는 가능성은 두 가지.
━처음 보는 남자를 집 안으로 들일 정도로 생각이 없거나.
━혹은 처음 보는 남자에게라도 의지해야 할 정도로 절박하거나.
게다가 마침 그 남자의 태도가 ‘남을 돕는다.’라는 선한 모습이다.
아마 도박을 걸어볼 정도로 절박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래도 이런 도움을 받았는데 그냥 보내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요. 식사라도 함께 하고 가세요.”
여자는 상냥하게 웃으며 식탁 위에 봉투 속 식량 몇 가지를 꺼내 늘어놓았다.
여자는 웃고 있지만 상태가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식량이 부족해 허기져 보이는 건 아니다.
다만 얼굴에 피로도가 많이 쌓인 게 엿보였다.
멀리서 이쪽을 지켜보는 딸의 상태는 기운이 넘쳐 보이니 자원이 부족한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럼 사양 않고 함께 먹도록 하겠습니다.”
우선은 정보가 필요하기에 나는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다.
━달그락, 달그락.
비록 좀비로 멸망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식량을 가져와 준 손님을 위해 그녀는 식기를 꺼내 음식들을 정성스레 담아 내 앞에 내밀었다.
‘식량을 아낄 생각이 없는 건가?’
하지만 손님을 대접한다고 해도 그녀가 내놓은 음식의 양은 꽤 많았다.
물론 팬데믹 이전에 비하면 조촐한 식사인 건 다름없지만.
식량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그래도 꽤 많은 양이다.
“서호 씨는 다른 생존자를 찾아다니시는 건가요?”
우리는 식사를 하며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서로의 이름이나 나이, 그리고 좀비 사태가 터지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는지 등.
내 앞에 있는 젊은 어머니인 여자의 이름은 백민아.
보는 것처럼 나이도 아주 젊었다. 무려 스물일곱 살이다.
“네, 식량에 여유가 생겼더니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을 도와야 할 것 같아서요.”
“…굉장히 정의로운 분이시네요.”
사람을 돕는다는 내 얘기에 백민아는 안도하는 미소를 지었다.
아마 위험한 사람일 가능성을 조금은 남겨뒀지만.
판단한 것처럼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놓은 모양이다.
실제로 사람을 도와준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도운 건 도운 거기에 양심에 찔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민아 씨는 계속 따님과 단둘이 이곳에서 버티신 건가요?”
적당히 서로에 대해 알게 된 후 나는 조심스럽게 모녀에 대해 물었다.
내가 필요한 건 정보.
그 정보를 토대로 눈앞의 여자를 어떻게 할지 판단해야 하기에.
“……사실은.”
그리고 식사를 하며 서로에 대해 알게 된 후 나에 대한 신뢰도가 꽤 올랐는지.
백민아는 옆에 있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신의 사정을 얘기해 주었다.
“이 아이의 아빠랑 함께 셋이서 버티고 있었어요. …오빠는 일주일 전에 식량을 구하러 집을 나섰고요.”
백민아는 옆의 여자아이.
윤현서의 아버지를 ‘남편’이 아닌 ‘이 아이의 아빠’라고 칭했다.
“…실례가 아니라면 혹시 현서랑은.”
“아, 네…. 사실 저는 현서의 친엄마가 아니에요. …다만 어릴 적부터 제가 키우다시피 돌봤더니 이제는 진짜 가족이나 마찬가지지만요.”
그녀는 윤현서와 혈연 관계가 아니었다.
단지 아이의 아빠인 윤강현과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로.
윤강현의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그 빈 자리를 자신이 대신했을 뿐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느새 현서도 저를 엄마라고 불러줘서 언젠가부터 그냥 제가 어머니를 하기로 했어요.”
밥을 전부 먹은 윤현서는 나를 멀뚱히 바라보며 백민아의 옷깃을 꼭 쥐고 있었다.
‘확실히 너무 젊긴 했지.’
나이가 무려 스물일곱이다.
요즘에는 결혼하기에도 젊은 나이인데 8살짜리 딸이 있는 건 미성년자일 때 사고를 친 게 아니라면 말이 안 됐다.
그쪽 가능성을 생각했는데.
친엄마가 아니라….
‘그래도 처녀이긴 어렵겠지…?’
스물일곱의 여자다.
일반적인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벌써 첫 경험을 끝낸 것이 당연할 나이.
심지어 그녀의 외모가 못난 것도 아니기에.
내가 저 외모였다면 연예인은 아니더라도 개인방송이나 유튜브, SNS로 인플루언서가 되어서 돈을 꽤 벌었을 테니까.
게다가 실제 결혼은 아니더라도 자신이 어머니를 자처할 정도라면 그녀도 아이의 아빠에게 적잖이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섹스 정도야 했을 텐데.
“대단하시네요. 저라면 그런 결정하기 어려웠을 텐데.”
“부끄럽지만 아이 아빠를 어릴 적부터 짝사랑했었거든요.”
백민아는 윤현서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리운 듯 얘기했다.
“그래서 언니가 떠났을 때 힘들어하는 아이랑 아빠를 그냥 두고 못 보겠더라고요.”
“결혼은 안 하신 건가요? 사랑하신 거라면 현서 동생 정도는 생각해보셨을 텐데.”
조금 무례한 질문일 수 있지만 뭐, 신경 쓰지 말자.
나는 지금 이 모녀의 은인.
이 정도 무례함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건 정보를 얻는 것.
“그게…. 사정이 있어서요…. 혼인신고는 아직이에요.”
아직이라기엔 앞으로도 불가능할 세상이지만.
‘어쨌든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계획에 없다라….’
그 사정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겠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부터 짝사랑하던 남자.
게다가 친딸도 아닌 현서의 어머니까지 도맡을 정도다.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주지 않았을 수도 있다.
‘…설마 아직 처녀일지도.’
나는 옅은 가능성을 보고 살며시 미소 지었다.
“저기…. 서호 씨. 도와주신 분께 이런 말씀 드리기 정말 어려운데요.”
그때 백민아가 식사를 마치고 조심스럽게 내게 말해왔다.
정말 죄송스럽다는 얼굴로 자세를 고쳐잡고 간절하게 입을 열었다.
“하, 한 가지만 부탁을 좀 할 수 있을까요?”
내 예상대로 그녀는 내게 원하는 것이 있었다.
‘역시 식사량이 너무 많다고 했어.’
아무리 친절이라지만 베푸는 게 크다면 그건 목적이 있기 때문.
처음 보는 남자를 집 안까지 들이고 이 정도의 식사를 대접했다.
게다가 식량을 찾기 위해 자리를 비운 남편.
퍼즐이 알맞게 맞아들어가기 시작했다.
“생존자를 찾아다니신다면 …혹시 현서의 아빠도 좀 찾아주시면 안 될까요?”
백민아는 지친 얼굴로 애원하는 눈빛을 보내왔다.
“부, 분명 밖에 살아서 어딘가 숨어있을 거예요! 오빠는 소방관이었거든요! 그러니 제발…!”
덥썩.
백민아는 간절하게 부탁하며 내 손을 양손으로 붙잡았다.
그늘진 얼굴에 눈물 맺힌 눈동자가 반짝거린다.
얼굴이 초췌했던 이유는 아무래도 윤현서의 아빠인 윤강현에 대한 걱정과 근심이 원인인 모양이었다.
자신이 평생을 짝사랑해온 남자.
그런 남자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힘겨운 순간에 자신은 책임져야 할 의붓딸까지 데리고 있다.
‘그런 상황에 찾아온 게 나인가.’
확실히 내가 생각해도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한 줄기 희망 같은 사람.
겁도 없이 집에 들일 법했다.
그녀는 어떻게든 사랑하는 남자를 찾고 싶었던 것이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내 손을 잡은 그녀의 손을 살며시 반대 손으로 덮었다.
그리고 최대한 선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어차피 그런 것 때문에 돌아다니고 있거든요. 제가 아이 아빠를 찾아 드릴게요.”
그런 내 대답에 불안해하던 백민아가 환하게 미소 지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도 없는데…. 이 은혜는 제가 어떻게든….”
그리고 내 손을 꼭 잡고 고개 숙여 눈물을 흘렸다.
딸인 윤현서는 어머니의 그런 모습에 자신도 덩달아 울상을 지으며 그녀의 옷깃을 붙잡았다.
‘해줄 게 없긴 왜 없어.’
나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씨익 웃었다.
그때.
━띠링.
‘…메시지?’
익숙한 상태창의 알림음이 들려오고.
눈앞에는 [ 사이드 퀘스트 ]의 퀘스트 창이 나타났다.
[ 사이드 퀘스트 – 기둥을 잃은 가정당신은 새롭게 만난 생존자와 평화로우며 뜨거운 관계를 가지기 위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존자 ‘백민아’의 친밀도가 필요합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그녀와의 친밀도를 높이세요.
‘백민아’의 친밀도 11% ]
‘이건 뭐 최고네.’
어차피 그녀의 친밀도는 잔뜩 올릴 생각이었다.
그런 와중에 사이드 퀘스트라.
아마 지금까지의 결과로 봤을 때 보상 중에는 상점 포인트가 있을 것이다.
백민아도 얻으며 퀘스트의 보상도 얻는다.
‘여기서 만약 처녀라면….’
나는 내게 고개를 숙인 백민아의 살며시 드러난 옷 사이 가슴골을 바라봤다.
이런 신축 고급 아파트의 원피스를 입은 여성.
‘미시룩이라도 입히면 정말 잘 어울리겠어.’
벌써 그녀에게 뭘 입히고 뭘 시킬지를 생각하며 나는 입맛을 다셨다.
“그럼 강혁 씨도 찾으면서 조만간 또 들리겠습니다. 식량은 언제나 필요하시잖아요.”
“저, 정말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네, 어차피 저한테는 밖을 돌아다니는 게 그리 어렵지도 않고, 식량도 넉넉하거든요.”
“…그렇게까지, …정말 서호 씨 같은 사람이 이런 세상에 계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백민아는 희망을 잃어가는 상황에 나라는 동아줄을 찾아 기뻐하며 눈물 흘렸다.
당연하지만 이 모든 건 친밀도를 위해.
이후 나는 간단하게 인사를 한 뒤 아파트를 내려왔다.
그리고 되도록 눈에 띄지 않는 장소를 찾았고.
그곳에 주변의 좀비들을 전부 끌어모았다.
“전원 주목! 여기 이 사진 속 남자를 찾아라. 찾으면 이 도서관 앞에 데려와.”
좀비들은 마치 지성이라도 있는 것처럼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내가 내민 사진을 앞에서부터 뒤로 차근차근 확인해갔다.
‘이렇게 보니 그냥 직장인들 같네.’
내 현재 위치는 백민아가 있던 아파트 근처의 국립 도서관.
그곳의 정문 계단 위에서 대량의 좀비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리고 그 좀비들은 내 지시에 따라 한 명씩 사진을 주의 깊게 확인했고.
무수히 많은 좀비가 그러고 있으니 그냥 야근에 지친 회사원처럼 보였다.
“다시 말하지만 살아있다면 절대 죽이지 마라. 죽었어도 시체째로 여기에 가져와. 알았으면 흩어져! 빨리 찾아!”
내 지시가 끝나자 좀비들은 대답도 없이 각자의 길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진을 확인한 좀비가 내게 사진을 돌려주었다.
‘과연 명령이 며칠간 지속 되려나.’
이건 일종의 테스트이기도 하다.
과연 저 좀비들이 내 명령을 어디까지 수행할 수 있을까.
사람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내 명령을 따를 수 있을까.
여러모로 이득이 많은 퀘스트다.
‘아마 애 아빠도 살아있진 않을 테고.’
백민아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지만 벌써 일주일이다.
그 정도로 시간이 흘렀는데 모녀를 두고 복귀하지 못했다면 답은 한 가지.
‘그럼 이제 시간 문제네.’
나는 백민아를 따먹을 계획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즐겁게 백화점으로 복귀했다.
。 。 。
이서호가 류다희를 기숙사에서 데려가고 며칠이 흘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다시 기숙사로 돌아오는 일주일이 찾아온다.
그 시간이 찾아오면 찾아올수록.
오나연은 기숙사의 자신의 방에서 머리를 싸매고 절망에 빠졌다.
그녀가 걸터앉은 침대의 베개 위에는 무수히 많은 임테기가 한 줄을 띄우고 있었다.
“이럴 리 없어…. 이럴 리 없어….”
오나연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텅 빈 눈으로 방금 막 확인한 손 위의 임테기를 바라봤다.
그 임테기 역시 결과는 한 줄.
그녀는 임신하지 않았다.
“분명 잔뜩 쌌는데….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내 안에…. 배가 부를 정도로….”
오나연은 믿기지 않는 결과에 무릎을 끌어안고 중얼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이서호는 망설임 없이 오나연의 자궁에 정액을 싸질렀다.
게다가 그 시기는 여성이 임신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배란일.
“분명…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전부 내 안에.”
그렇기에 오나연은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계속 중얼거렸다.
한순간 이서호가 무정자증일 가능성도 머리에 스쳐 지나갔지만.
오히려 그래서는 안 된다.
오나연에게 문제가 있건 이서호에게 문제가 있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오나연이 임신을 했는가.
그리고 임신하지 않으면 자신은 어떻게 되는가.
“……서호 오빠….”
오나연은 떨리는 몸을 꼭 끌어안으며 보고 싶은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그에게 버려진다는 공포감에 눈물을 흘리며 밤을 지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