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In The Post-Apocalyptic Zombie World RAW novel - Chapter (36)
좀비세상 속 사령술사가 되었다 36화(36/98)
“오케이~ 여기서 멈춰.”
내가 신호하자 나를 안아 들고 계단을 오르던 좀비들이 우뚝 멈춰섰다.
현재 나는 백민아가 살고있는 신축 아파트에 찾아왔다. 그리고 이전처럼 좀비를 타고 9층에 올라왔다.
오늘도 나쁘지 않은 승차감.
비록 엘리베이터처럼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힘 하나 들이지 않고 계단을 오르니 묘한 만족감이 오른다.
“…해서 시간이 되면 그렇게 하도록. 내 명령은 잘 알아들었지?”
나는 9층까지 좀비를 타고 올라온 뒤 나를 옮겨준 좀비들에게 추가로 명령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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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긴 내용의 명령이기에 좀비들이 알아들었을까 걱정되지만.
좀비들은 알겠냐는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보니 살아있는 시체보다는 시체처럼 생긴 짐승과 대화하는 기분이다.
“알아들었으면 내려가. 시간 잘 체크 하고.”
마지막 명령이 전달되자 두 마리의 좀비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두 좀비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뒤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서 9층의 문 앞에 섰다.
잠시 뜸을 들인 뒤 문을 두드린다.
쾅, 쾅.
아무래도 현관에서 거실까지의 거리가 꽤 있기에 집안의 사람이 잘 들을 수 있도록 힘주어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조금 뒤 문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서호 씨인가요? ]“네, 접니다. 문 좀 열어주시겠어요?”
내 목소리를 확인한 백민아는 곧 문의 잠금장치를 풀고 천천히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또 와주셨군요….”
백민아는 내 얼굴을 보더니 살며시 미소 지었다.
그리고 슬쩍 문밖의 주변을 살펴보고 찾아온 것이 나뿐임을 확인한 뒤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물어왔다.
“남편은 …아직인 거죠?”
혹여나 남편인 윤강현의 죽음이 확인되어 그 보고를 위해 찾아온 것이 아니길 바라는 듯 긴장한 눈으로 물었다.
그에 나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걱정 마세요. 아직 못 찾았습니다. 오늘은 그냥 이것저것 챙겨와서 들린 거예요.”
그제야 백민아는 안심하며 미소를 지었다.
‘남편이 살아있을 거라고 굳게 믿나 보네.’
백민아는 소방관 출신인 남편이 어딘가에 고립되어 구조를 기다릴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가 죽었을지도 모르는 최악의 상황은 머릿속에서 억지로 외면하며.
‘내 생각에는 아마 분명 죽었을 텐데.’
하지만 오히려 좋다.
그녀가 윤강현의 생존을 굳게 믿으면 믿을수록, 그녀를 따먹을 내 계획에는 더욱 도움이 될 테니.
“정말 감사해요. 이런 상황에 저희 식량까지 챙겨줄 여유는 없으실 텐데.”
“무슨 소리세요. 여자랑 아이뿐인 두 분을 우선적으로 도와야죠.”
“…그래도.”
“게다가 남편분이 부재중이시잖아요.”
나는 미안한 얼굴을 하며 바라보는 백민아에게 장난스럽게 미소 지으며 얘기했다.
“윤강현 씨가 돌아올 때까지는 제가 책임지고 도울 테니까 미안해하지 마세요.”
남편이 돌아올 것이라는 얘기와 그 역할을 대신해주겠다는 얘기.
든든한 내 말에 백민아는 감동한 듯 살며시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서호 씨 같은 분이 계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리고 안심한 듯 그녀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마 그동안 혼자 다 해내야 해서 힘들었겠지.’
여자란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이 익숙한 생물이다.
힘든 상황에는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 그 사람의 울타리 안에 들어간다.
그렇게 인간 여성은 과거부터 스스로 생존할 수 없는 임신 기간을 생존해왔으니.
그리고 그런 여성 중 한 명인 백민아는 현재 남편이 실종되어 의지하고 기댈 사람이 없어진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챙겨야 할 딸과 위협적인 좀비 무리가 밖을 돌아다니고 있다.
아마 하루하루 엄청난 스트레스와 막중한 책임감에 마음이 무겁겠지.
“필요한 게 있으시면 부담 갖지 마시고 저를 의지해 주세요.”
그렇기에 나는 눈가의 눈물을 닦는 백민아의 어깨에 조심히 손을 올리며 상냥하게 얘기했다.
“…네, 그러도록 할게요.”
백민아는 그런 내 손을 자신의 손으로 감싸며 미소 지었다.
━띠링.
[ ‘백민아’의 친밀도가 올랐습니다. ]그러자 시스템의 알림음과 함께 사이드퀘스트의 진행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순조롭네.’
나는 백민아의 집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그 메시지를 확인하곤 여유롭게 웃었다.
이런 식으로 그녀의 마음을 흔드는 행동을 했을 때 친밀도가 오르는 메시지가 나온다.
‘오늘 잔뜩 올려둬야지.’
이번 사이드퀘스트의 목표.
그것은 백민아의 친밀도를 100%까지 올리는 것.
오늘 나는 그 친밀도를 최대한 올리기 위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하여 찾아왔다.
“안녕, 현서야. 아저씨 기억하지?”
“…….”
백민아의 집 안으로 들어가자 안방의 문 앞에서 빼꼼 머리만 내민 여자아이가 나를 몰래 바라본다.
나는 윤현서의 눈높이에 맞게 몸을 낮춰 그녀에게 인사했다.
하지만 그 나이의 여자애들이 그렇듯 윤현서는 대꾸 없이 오히려 몸을 문 안쪽으로 더 숨겼다.
“얘, 현서야! 삼촌이 현서 먹을 간식도 가져오셨는데 인사해야지!”
그녀가 어머니처럼 따르는 백민아가 그 모습을 보자 윤현서를 타일렀지만.
오히려 윤현서는 안방 안으로 휙 도망가버렸다.
“죄송해요…. 애가 낯가림이 심해서. 제가 사과 드릴게요.”
“아뇨! 그러지 마세요. 오히려 귀여워서 좋은걸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백민아에게 건네줄 식량 봉투를 바닥에 내려놓은 뒤 등에 짊어진 가방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오늘은 현서 선물도 가져왔으니까요.”
“…선물이요?”
가방을 뒤지는 내 모습에 백민아가 호기심을 보이며 물어왔다.
그리고 그런 내 목소리를 안방의 꼬맹이도 들었는지 도망쳤던 윤현서는 다시 머리를 조금 내밀었다.
자그마한 얼굴이 문 안쪽에서 튀어나와 눈을 반짝이며 이쪽을 주시한다.
나는 그런 윤현서를 마주 보며 씨익 웃고는 가방에서 준비한 것을 꺼내 보였다.
“현서야, 여기 계속 있으니까 심심하지? 아저씨가 재밌는 거 가져왔는데.”
“……재밌는 거요?”
내 말에 드디어 윤현서는 안방에서 몸을 반 쯤 꺼내 나왔다.
그녀의 관심 어린 시선에 나는 자신만만히 가방에 집어넣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무언가 자그마한 것이 정체를 드러낸다.
“어머, 이런 건 어디서 구하셨어요?”
“친구 중에 이런 걸 좋아하는 애가 있어서요.”
“…친구요?”
이런 좀비 사태에 마치 친구에게서 빌려온 듯한 내 말에 백민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빌려오긴 했지.’
내가 들고 온 게임기.
그것은 일본의 유명한 게임사 닌텐도에서 만든 희대의 역작.
게임보이 어드밴스.
일명 GBA다.
그리고 이걸 가지고 있던 원주인은 다름 아닌 이아린이었다.
‘아, 안 돼요! 구세주님…!! 그건 제 소중한 수집품이란 말이에요…!!’
여러 가지 전자기기가 가득한 그녀의 집에서 이걸 가져와 윤현서에게 빌려주겠단 얘기를 하자 이아린은 기겁하며 내 손에서 게임기를 뺏어오려 했다.
마치 명절날 사촌동생에게 게임기를 넘기라는 이모의 말을 들은 아이처럼.
그녀는 눈에 눈물을 맺고 내게 매달렸다.
‘…흠, 주기 싫단 말이지?’
‘……네?’
찔꺽찔꺽찔꺽━!!
‘하응! 흣! 제, 제성합니다아━! 반항해서, 히윽! 반항해서 제성합니다…!!♥’
다행히 마음씨가 착해진 이아린은 순순히 게임기의 대여를 허락해 주었다.
‘사실 스위치 정도는 가져오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재 대한민국은 전기가 단전된 상황.
이아린의 집처럼 자가발전이 가능하지 않으면 배터리 형식의 게임기는 충전할 수 없다.
그렇기에 나는 구형이긴 하지만 건전지로 돌릴 수 있는 휴대용 게임기를 가져왔다.
“와아…!”
삐용, 삐용.
아직 10살도 되지 않았을 윤현서가 처음 봤을 옛날 휴대용 게임기.
내가 그 게임기를 작동시켜 리듬 천국을 실행해 직접 플레이를 보여주자 윤현서는 눈을 반짝이며 내 옆에 달라붙었다.
옛날부터 어린애와 친해지려면 장난감이 최고다.
그리고 장난감 중 가장 으뜸은 역시 게임기.
게다가 닌텐도 희대의 명작 기기인 GBA에는 여자아이도 즐기기 좋은 재밌는 게임이 다양하고, 게임 오타쿠인 이아린의 집에는 관련 게임팩들이 잔뜩 있었다.
“아저씨, 이건 어떻게 해요?”
“그건 말이지….”
내가 하던 게임을 윤현서에게 넘겨주자 윤현서는 내 옆에 앉아 게임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후후, 벌써 친해지다니. 대단하네요.”
그리고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백민아는 우리의 모습이 재밌는지 조용히 웃었다.
“현서가 심심할 것 같아서요.”
그에 따라 나도 즐겁게 웃고 현서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말했다.
“이런 상황에 애들이 계속 집에만 있어야 하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애들인데 즐겁게 놀 수 있으면 해서요.”
“……서호 씨.”
내 말에 백민아는 다시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바라봤다.
━띠링.
[ ‘백민아’의 친밀도가 올랐습니다. ]그와 동시에 예상한 대로 시스템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애들은 위기 상황 같은 걸 고려 안 하고 칭얼거리니까.’
아마 이곳에 오래 갇혀있으며 백민아에게도 많이 투덜거렸을 것이다.
그 부분을 노리고 윤현서의 심심함을 달래주기 위한 게임기를 골라 가져왔다.
“아이들을 좋아하시나요?”
“네, 중학교 때는 유치원 교사를 꿈꾸기도 했거든요.”
“어머, 후후. 왠지 잘 어울리셨을 것 같아요.”
덕분에 나에 대한 호감도가 꽤 올랐는지 백민아는 처음 보는 편안한 얼굴로 내 옆에 앉아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우리는 게임에 몰두한 윤현서의 플레이를 보며 즐겁게 웃었다.
참고로 유치원 교사 이야기는 당연히 구라다.
━띠링.
[ ‘백민아’의 친밀도가 올랐습니다. ]하지만 그 구라의 효과는 굉장했다.
“오늘도 식사하고 가실 거죠?”
“네? 하지만 두 분 드시라고 가져온 식량인데….”
“사양하지 마세요, 이 정도라도 대접하지 않으면 제 마음이 불편하니까요.”
저번과 마찬가지로 백민아는 함께 식사할 것을 권유해 왔다.
하지만 저번과는 분위기가 미묘하게 다르다.
이전에는 남편에 대한 걱정으로 피로감이 가득한 얼굴에 그저 도움에 대한 감사함으로 대접하는 식사였지만.
“그럼 위급할 때는 총으로 해결하시는 건가요?”
“네, 군인들이 흘리고 간 소총이 있어서요. 물론 총알을 아껴야 하니까 최대한 싸움은 피하고 있지만요.”
“…대단하세요. 저 같으면 무서워서 움직이지도 못할 텐데.”
“에이, 남자잖아요. 이 정도는 어렵지 않죠.”
“후훗, 보기보다 굉장히 남자다우시네요.”
이번 식사 자리는 나에 대한 감사함과 동시에 큰 호의가 느껴졌다.
게다가 그녀의 얼굴은 처음 봤을 때부터 느껴지던 피로감과 부담감이 사라지고 평온한 미소만이 존재했다.
‘역시 아이를 좋아하는 남자 컨셉이 효과가 좋아.’
여자들이 아기와 강아지를 좋아하는 남자에게 호의를 느낀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다.
그렇기에 이곳에 갇혀 답답해할 윤현서를 배려해 게임기를 가져온 나를 백민아는 좋은 사람으로 인식했다.
게다가 남편이 실종된 불안정한 상황.
그런 상황에 좀비 무리를 손쉽게 돌파하는 유능한 남자의 존재는 무의식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남자로 생각하기 마련이니.
‘그럼 오늘 준비한 건 마지막 하나 남았나….’
나는 백민아가 정성스레 차려준 식량을 먹으며 곧 다가올 이벤트를 기다렸다.
현재 백민아의 친밀도는 [ 52% ]
마지막 이벤트를 거치면 예상컨대 오늘 친밀도 70%를 넘길 수 있을 것이다.
“현서야, 밥 먹을 때는 게임기 내려둬야지.”
“이, 이것만 할게…!”
“오늘은 처음 하는 거니까 조금만 더 하게 두죠.”
“으음…. 그럼 서호 씨 말대로 오늘만 봐줄까요…?”
안정적인 분위기가 흘러가며 백민아의 집안에 따뜻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마 이런 공기가 정말 오랜만일 백민아의 얼굴은 꽤 행복해 보인다.
그리고 그때.
━쾅! 쾅!
‘……왔군.’
식사가 끝나갈 무렵, 현관 쪽에서 누군가 문을 크게 두드리는 소리가 집 안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