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In The Post-Apocalyptic Zombie World RAW novel - Chapter (37)
좀비세상 속 사령술사가 되었다 37화(37/98)
식사가 끝나갈 무렵, 현관 쪽에서 누군가 문을 크게 두드리는 소리가 집 안을 울렸다.
“…지금, 현관문 쪽에서.”
그 소리에 깜짝 놀란 백민아는 순간 멈칫하더니.
“오, 오빠인가 봐요!”
곧 실종된 남편이 찾아왔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잠시만요! 민아 씨. …뭔가 이상해요.”
“네? 하지만 저희집 문을 두드릴 사람은 서호 씨 아니면 오빠 밖에…!”
“아뇨, 잘 들어보세요.”
“……네?”
나는 현관문으로 달려가려는 백민아를 멈춰 세우고 조용히 침묵시켰다.
그러자 현관문에서 들렸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다시금 들려온다.
쾅! 쾅쾅!
일반적으로 자신이 왔음을 알리는 두드리는 소리는 보통 약간의 패턴이 있다.
규칙성을 가지고 문을 두드리며 그저 사람이 왔음을 알리려는 목적뿐.
만약 밖에 온 것이 윤강현이라면 그도 비슷하게 문을 두드렸을 것이다.
물론 당연히 밖에 있는 것은 윤강현이 아니다.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것은 내가 9층으로 올라오며 신세를 졌던 두 마리의 좀비.
놈들이 내 명령에 따라 9층으로 다시 올라와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그리고 좀비가 문을 두드리는 패턴은.
지성이 있는 사람이 두드리는 것과 달리 불규칙적이고 묘한 불쾌감이 느껴지는 두드림이 된다.
“…그, 그럼 지금 밖에.”
아마 지금껏 9층이라는 높이의 이점으로 좀비의 위협에 비교적 안전했을 백민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일단 숨죽이고 기다리도록 하죠. 놈들도 언제까지나 저러지는 않으니까요.”
실제로 좀비는 소음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지성이 남아있는지 인간의 목소리에 가장 예민하다.
커다란 자동차의 소음보다 인간의 떠드는 목소리에 더욱 주의가 끌리며 그곳을 향하는 것이 놈들의 본능.
그렇기에 백민아와 나, 그리고 게임을 하던 윤현서까지 몸을 굳히고 아무론 소리도 내지 않았다.
‘…어색하네.’
물론 나는 저런 좀비에게 조금도 위기감을 느끼지 않으니 그저 긴장한 연기를 할 뿐.
애초에 밖의 두 놈은 문을 몇 번 두드리고는 돌아가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에 따라 숨죽인 시간이 지나고.
쾅━….
문을 두드리는 불쾌한 소음은 천천히 사라져갔다.
“……휴.”
“아아…”
“괘, 괜찮으세요?”
소리가 사라지자 긴장감이 풀렸는지 백민아는 다리에 힘이 풀려 자리에 쓰러졌다.
그러며 옆에 있는 내 팔에 기대 몸을 지탱했고 나는 당황하며 그녀를 받쳐주었다.
“네…. 그, 그냥 너무 무서워서.”
그녀의 말대로 내 팔을 붙잡은 백민아의 손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커다란 가슴이 팔에 닿았지만 전혀 모를 정도로 긴장한 모양이다.
그리고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녀를 조심히 자리에 앉히고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은 제가 있잖아요.”
“서, 서호 씨….”
지금까지는 그래도 무의식 중으로 9층인 이 집 안에만 있으면 좀비에게서는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으리라.
하지만 조금 전의 일로 그녀도 집 안이 꼭 안전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심어졌다.
그만큼 자신과 자신의 딸을 보호해줄 누군가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남편이 부재중인 지금은 그 역할의 빈자리를 더욱 크게 느낄 것이다.
━띠링.
[ ‘백민아’의 친밀도가 올랐습니다. ]백민아가 어깨 위의 내 손을 잡으며 안도한 미소를 짓자 예상했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얼마 안 남았네.’
그 메시지창 옆의 사이드퀘스트 창의 목표 수치는 현재 [ 68% ]에 도달했다.
조금만 더 한다면 아마 70, 혹은 80대까지도 가능할 것 같다.
나는 주저앉은 백민아를 안심시키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배낭을 챙겨 멨다.
“방금 밖의 좀비는 제가 돌아가는 길에 확인해 보고 근처에 있다면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가, 가시는 건가요?”
내 말에 방금까지 안도한 얼굴을 하던 백민아의 눈동자가 살며시 떨려왔다.
“네, 식사도 마무리했고, 아무래도 밖의 놈들을 그냥 두는 건 좋지 못하니까요.”
그리고 나는 바닥에 앉아있는 백민아에게 손을 내밀어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는.
그녀의 손을 잡고서 미소를 지었다.
“제가 해결할 테니까 민아 씨는 걱정하지 마세요. …꼭 돌아올게요.”
마지막 내 한마디에 내 손과 마주 잡은 백민아의 손이 떨리는 게 전해져왔다.
마치 트라우마라도 떠오른 것 같은 창백해진 얼굴.
“…━그럼.”
그리고 나는 그녀의 손을 놓고 현서에게 인사를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망설임 없이 발을 움직여 곧장 현관문으로 향했고.
“자, 잠깐…!”
그 순간 내 팔이 백민아의 양손에 붙잡히며 움직임이 멈췄다.
나는 왜 그러냐는 듯한 얼굴을 연기하며 그녀를 돌아봤고.
백민아는 하고 싶은 말을 참듯이 입을 굳게 다물고 나를 붙잡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옆에 있는 윤현서도 게임기는 바닥에 두고 불안한 얼굴로 백민아의 옷깃을 붙잡았다.
“……아, 아빠도. …그렇게 말하고 아직 안 왔는데.”
그러더니 울먹이던 윤현서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찬가지로 백민아도 내 팔을 붙잡은 손을 옅게 떨어 그녀의 불안감이 전해졌다.
━아빠도 그러고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 지금 내 행동이 식량을 찾기 위해 이곳을 떠난 윤강현과 겹쳐 보였으리라.
그리고 굳게 살았으리라 믿고 있지만.
여전히 이곳에 돌아오지 않는 윤강현처럼.
현재 유일하게 자신들이 의지할 수 있는 내가 그 사람처럼 돌아오지는 않는 걸까.
그런 불안감이 느껴져 왔다.
다만 백민아는 윤강현처럼 내가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을 입에 올리면.
윤강현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될 테니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심히 고개를 들어 떨리는 눈으로 나를 마주 봤다.
“…죄송해요, 서호 씨.”
그리고 붙잡고 있던 팔의 손은 곧 아래로 내려가 내 손을 붙잡는다.
“…이, 이런 부탁 부담스러우실 수 있겠지만. …혹시 괜찮으시면.”
불안감에 떨리는 눈에는 곧 눈물이 조금 맺혀왔다.
내가 느끼기로 그 눈물은 좀비에 대한 공포보다, 내가 이곳을 떠났을 때 잃을지도 모르는 것에 대한 공포처럼 보였다.
“오늘은 하루 자고 가시겠어요…?”
그렇기에 백민아는 내가 떠나지 않게 조심히 부탁해왔다.
그에 나는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더 안심되신다면 그렇게 할게요.”
그러자 두 모녀의 얼굴에 불안감이 걷히고 미소가 떠올랐다.
내가 떠나지 않을 것을 깨닫자 모든 것이 해결된 것처럼.
“그럼 오늘은 밤새도록 아저씨랑 게임 할까? 포켓몬 할래?”
“응! 같이 해요!”
비록 친밀도 상승 알림은 백민아에게서만 나타나지만, 겉보기에도 윤현서는 나를 많이 따르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방문 뒤에 숨어 몰래 지켜보기만 했는데.
지금은 내 옆에 앉아서 조잘조잘 잘도 떠든다.
그리고 그런 나와 윤현서의 모습을 백민아가 미소를 지으며 바라봤다.
흘깃 보이는 그녀의 눈빛에서는.
묘한 감정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 。 。
나와 윤현서는 불법 번역된 포켓몬을 몰입해서 플레이하다 늦은 밤에 졸음을 이기지 못한 윤현서가 잠들게 되며 게임을 끝마쳤다.
하지만 게임을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져 조금 전 좀비 소동으로 무거워진 분위기가 많이 밝아졌다.
“고마워요, 서호 씨. 피곤하실텐데 현서랑 늦게까지 놀아주시고….”
윤현서를 아이의 방 침대에 눕히고 돌아온 백민아가 내게 담요를 건네줬다.
나는 그걸 받으며 상냥하게 미소 지었다.
“뭘요, 저도 오랜만에 평화로운 기분을 느껴서 좋았는 걸요. 순간 좀비 사태인 걸 잊을 정도로요.”
“후훗, 저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네요. 이런 느낌 오랜만이죠?”
“네, 역시 아이가 웃어야 사람 사는 느낌이 나죠.”
내 마지막 말에 백민아는 순간 말이 없더니 살며시 볼을 붉혔다.
그리고 자신의 담요를 품에 안고 소파 밑에 앉아있는 내 옆에 살며시 앉았다.
“사실 저도 현서가 저렇게 즐거워하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요.”
그러더니 조심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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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있을 때도 늘 식량이랑 괴물 걱정에 분위기가 어두웠거든요. …그런데 오빠까지 식량을 구하러 나가는 바람에.”
당시의 순간을 떠올리는지 백민아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담요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보였다.
“이후에도 현서가 아빠를 계속 찾으면서, 여기 갇혀있으니까 지루해하기도 하고. …아직 어리니까 이런 환경을 참는 걸 힘들어했거든요.”
흘깃 나를 바라보는 백민아.
조금 전까지 어두웠던 표정이 나를 바라보자 살며시 밝아지며 옅게 미소 짓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서호 씨가 와주셔서 정말 좋아졌어요. 식량도 챙겨와 주시고. …오늘 게임기도 덕분에 현서가 저렇게 즐거워했으니까. 저는 그동안 현서의 지루함 같은 건 신경도 못 써서.”
그녀의 떨리는 어깨가 슬쩍 옆으로 다가와 내 어깨와 맞닿았다.
“역시 저는 …저 애의 진짜 엄마가 될 수는 없나 봐요.”
그리고 백민아는 서글프게 웃으며 고개를 살며시 숙였다.
그 모습에 나는 담요를 움켜쥔 백민아의 손에 슬쩍 손을 겹쳤다.
그녀의 손이 움찔거리는 게 느껴졌지만, 손을 피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위로하듯 입을 열었다.
“위급한 상황이니까 누구든 그랬을 거예요. 친아빠인 윤강현 씨도 민아 씨랑 비슷했고요.”
“…….”
“그리고 제가 봤을 때 민아 씨는 누구보다 현서에게 엄마처럼 사랑을 주고 책임감도 있어요. 피도 안 섞였는데 그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호 씨.”
“그러니까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잘 하고 계시니까.”
달빛에 비쳐 살짝 촉촉해진 백민아의 눈동자가 반짝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그에 나는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제가 계속 도와드릴 테니까. 어깨에 짐도 조금 내리시고요. 제가 이래 봬도 먹고 사는 건 문제 없게 책임질 수 있거든요.”
━띠링.
내가 그 말을 끝내는 순간 익숙한 알림음과 함께 눈의 가 쪽으로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 ‘백민아’의 친밀도가 올랐습니다. ] [ ‘백민아’의 친밀도를 최대치까지 달성했습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뒤 내가 쥐고 있던 백민아의 손이 나를 마주 잡는 게 느껴졌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여자의 손.
아무리 8살짜리 어린애를 책임지며 어머니처럼 살고는 있지만, 그녀의 본질은 아직 20대를 벗어나지 못한 한 명의 여자.
그녀가 마주 잡은 나의 손을 통해 어머니가 아닌 여자의 긴장감과 두근거림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서호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네요.”
그리고 볼을 붉히며 애틋하게 미소짓는 그녀가 나를 흘겨보았다.
“너무 상냥해서 옆에 있으면 마음이 너무 풀리는 기분이라…. 이상하게 긴장돼요.”
조금 전 맞닿았던 어깨가 조금 더 가깝게 붙는 것이 느껴졌다.
“시간이 늦었는데. 민아 씨도 이제 자러 가보세요. 현관문 쪽은 제가 지켜볼 테니까.”
“…….”
묘한 분위기 속에 시계를 확인한 내가 그렇게 배려하듯 말하자 마주 잡은 그녀의 손이 움찔거렸다.
그러더니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조금만 더 대화해도. …저는 괜찮은데.”
아직 아쉽다는 듯이 미소를 짓는 그녀의 얼굴에 나도 마주 웃어보았다.
물론 내 웃음은 조금 다른 마음이지만.
이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여러 가지 잡담을 나누던 나와 백민아는.
어느새 꾸벅이던 백민아가 내 다리 위에 누워 자신도 모르게 잠들며 마무리하게 되었다.
나는 내 다리 위에서 평온하게 새근새근 잠든 백민아를 내려다보며 달빛 아래에서 씨익 웃었다.
‘이제 마지막 퍼즐만 찾아내면 끝이네.’
그때가 되면 그녀가 처녀인지 어떤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백민아의 고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그녀의 매혹적인 몸매를 감상하며 앉은 채 잠이 들었다.
。 。 。
다음 날이 되어 내 다리에서 눈을 뜬 백민아가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수줍게 인사했다.
“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잠들어 버려서….”
그녀는 어느새 책임감을 짊어진 어머니의 표정에서 설레는 마음을 품고 있는 소녀의 표정을 짓게 되었다.
그리고 그 마음을 담은 시선이 나를 향하는 것이 느껴진다.
“괜찮아요. 저도 덕분에 따뜻하게 잤는 걸요.”
“…후훗, 제 실수가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요.”
인간의 마음이란 본래 자신의 의지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게 아닌 법.
아무리 그녀가 윤강현에 대한 마음이 크고 강하다 하더라도.
이런 좀비 사태에 절벽까지 몰아 세워졌을 때 그녀를 향해 손을 내미는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에게 마음이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다만 그녀는 아직 완전히 자각은 못 한 것 같지만.
내 앞에서 옷매무새나 머리를 매만지며 외모를 신경 쓰는 모습이 꽤 보기 좋았다.
“그럼 이번엔 정말 다녀오겠습니다.”
“……네, 꼭 조심해주세요.”
“당연하죠. 이제는 책임질 사람이 늘었으니까요. 무조건 돌아올 테니 안심하세요.”
해맑게 웃는 내 말에 백민아는 살며시 볼을 붉혔다.
윤현서는 밤늦게 게임을 한 탓에 아직 자신의 방에서 자는 중이다.
집을 나선다면 지금 나가는 것이 소란이 적을 터.
나는 그렇게 배웅해주는 백민아를 뒤로 하고 그녀의 집을 나왔다.
이후 나는 곧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향하는 곳은 이전 대량의 좀비들을 모아두고 사진을 보여주며 명령을 내렸던 장소.
근방에 있는 국립 도서관이었다.
내가 그곳으로 향하는 이유는 단 하나.
“…이것들 봐라.”
그건 내 명령을 수행한 좀비들이 내가 데려오라고 한 목표를 제대로 데려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잔뜩 모여 있네.”
그리고 잠시 뒤 도착한 국립 도서관에는 얼마 전 내가 모아뒀던 좀비들만큼 대량의 좀비들이 우글거렸다.
그 좀비 무리는 자신들의 중심에 어색한 둥근 공간을 비워두고 그 공간을 둘러싸고 가만히 서 있었다.
내가 좀비 무리를 뚫고 그 원형 공간에 도달하자.
그곳에는 싸늘하게 식어있는 어느 남자의 시체가 바닥에 눕혀져 있었다.
그 모습을 품 속의 사진과 비교한 나는 씨익 미소 지었다.
당연히 좀비들이 둘러싼 시체의 정체는.
윤현서의 실종된 아빠. 윤강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