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In The Post-Apocalyptic Zombie World RAW novel - Chapter (38)
좀비세상 속 사령술사가 되었다 38화(38/98)
윤강현은 겉옷이 피범벅인 채 싸늘하게 죽어있었다.
얼굴 상태도 온전하지 못했다.
한쪽 눈은 멍으로 부어있고 벌어진 입안으로 치아가 뽑힌 것이 엿보인다.
‘…구타, …인가?’
물론 나는 의사도 형사도 아니기에 시체의 상태를 보고 사인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얼핏 봐서는 둔기로 얻어맞은 듯한 외상이 곳곳에 보였다.
치아도 깔끔하게 뽑혔다기보다는 무언가에 맞아 부러진 느낌.
게다가 소매를 걷어 팔을 드러내고 윗옷의 밑단을 들춰보니 몸 곳곳에도 멍이 잔뜩 있었다.
‘죽일 목적으로 때렸거나, 아니면 고통을 주려는 목적으로 때린 건가.’
윤강현의 시체를 확인한 뒤 내가 내린 결론은 그 두 가지였다.
어느 쪽이건 윤강현이 좀비에게 당했거나 사고 혹은 굶주림으로 죽은 게 아니라는 것.
물론 이런 미쳐버린 세상이다.
식량 등을 두고 다른 생존자와 문제가 생겨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건 그리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만약에 살인이 아닌 ‘고문’을 위해 구타한 것이라면….
이 주변에 그런 위험한 놈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된다.
‘…혹시 모르니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의 좀비 무리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너희 전원, 지금부터 저 아파트 건물 주변에서 계속 배회해라. 혹시 생존자가 저 아파트로 접근한다면 무조건 죽여.”
윤강현의 주위에 잔뜩 모여 있던 좀비 무리는 내 지시를 듣는 즉시 자리를 이동하기 시작했다.
혹시 모르니 확실히 죽이라는 조건을 추가했다.
물론 좀비의 본능대로 생존자를 보면 시키지 않아도 죽이려 하겠지만.
그래도 이런 준비는 꼼꼼해서 나쁠 것 없지.
‘…일반적인 생존자라면 좀비의 숫자가 많은 것만으로 접근을 꺼릴 테니.’
만약 윤강현이 고문을 받아 죽은 것이라면.
고문을 한 놈들은 분명 목적이 있어서 그런 짓을 저질렀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만약 고문을 하는 미치광이 싸이코의 입장일 때.
식량을 찾으러 밖을 배회하는 생존자에게 고문을 해서 얻어낼 정보가 무엇일까.
‘그야 당연히 다른 생존자의 위치겠지.’
결론적으로 만약 고문이 확실하다면 …윤강현이 백민아의 위치를 말했을 가능성이 있다.
나는 처참하게 누워있는 윤강현을 바라봤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었을지는 모르지만….”
아무리 정의감과 책임감이 투철하더라도 사람이 마음먹고 고통을 주려고 하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백민아의 위치가 들켰다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좀비들을 이동시켰다.
내 명령에 백민아의 아파트 주위를 맴돌 수많은 좀비들.
보통 생존자라면 목숨 걸고 저 아파트에 접근하지 않을 것이니.
이 정도 조치면 혹시나 미치광이 생존자가 백민아에게 접근하는 것은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설령 겁먹지 않고 접근한다고 해도 총이라도 없는 한 이 숫자의 좀비는 당해내기 어렵다.
‘그냥 내가 예민한 거면 좋을 텐데.’
이런 세상이니 위험한 상상을 안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정체도 모르는 미지의 생존자다.
강해석 무리와 달리 놈은 어떻게 행동할지 전혀 파악할 수 없으니 예민하게 주의해야지.
“어디 보자…. 그럼….”
나는 우선 윤강현을 찾은 목적을 수행하기로 했다.
적당히 그의 몸을 살펴본 나는 윤강현의 왼손 약지에 꽂힌 반지를 확인했다.
‘백민아의 손에도 같은 게 있었지.’
이걸로 하자.
나는 윤강현의 손에서 그 반지를 뽑아냈다.
물론 시체를 들고 가 직접 보여주는 게 그의 죽음을 증명하기에 확실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는 그 정도로 상대의 감정을 고려 못 하는 싸이코패스가 아니다.
아마 윤강현의 죽음을 듣는 것만으로 상당히 충격을 받을 테니.
그의 죽음을 전달하기에는 반지로 충분할 것이다.
“그럼 일단 복귀할까.”
나는 우선 백화점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위험한 생존자의 흔적이 발견되어 백화점 부근의 경비도 잘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기에.
。 。 。
[ 사이드 퀘스트 – 기둥을 잃은 가정 ]나는 백화점에서 휴식을 취하며 오늘 달성한 사이드 퀘스트를 완료시켰다.
━띠링.
[ ‘사이드 퀘스트 – 기둥을 잃은 가정’을 완료하였습니다. 퀘스트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 [ 5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 [ ‘백민아’의 호감도에 보너스가 추가됩니다. ] [ ‘백민아’가 당신의 정액으로 얻는 효과가 증가합니다. ]‘호감도 보너스에 …정액?’
포인트는 예상한 만큼의 수치가 들어왔지만 그 후에 부가적인 보상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호감도의 경우 말 그대로 나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했다는 의미.
그런데 정액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
‘지배력이랑 서번트 능력치에 대한 얘기인가?’
어느 쪽이건 후에 그녀의 자궁에 정액을 싸지른 뒤에야 확인할 수 있는 내용.
우선은 눈앞의 메시지들을 전부 지워버렸다.
“그나저나 50포인트인가….”
“우움, 쯉, 네? 아저씨 뭔가 말씀하셨어요?”
“아니, 그냥 능력 쪽 혼잣말이야.”
“치, 저랑 할 때는 좀 더 저에게 집중해주세요.”
유하연이 내 자지를 자신의 볼에 문지르며 토라진 듯 불만을 얘기했다.
최근 다양한 여자들을 따먹느라 자신에게 소홀해졌다 느끼는지 그녀는 서운해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왔다.
물론 그 모습이 귀여워 내 자지는 더욱 빳빳해졌다.
“꺅, 대단해…!♥”
자지가 불끈거리며 유하연의 얼굴을 가볍게 때리자 유하연은 기쁜 듯 볼을 붉히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조금 전 불만은 사라지고 성욕에 취한 유하연이 내 허리 위에 살며시 보지를 올려왔다.
깔짝, 깔짝.
“후훗, 잘 먹겠습니다♥”
━쑤우욱.
그리고 이미 잔뜩 젖은 보지의 구멍에 귀두를 맞대더니 그대로 미끄러지듯 단단한 자지를 집어넣었다.
찔꺽, 찔꺽.
“하읏, 하앙…! 아저씨, 매번 할 때마다…! 으흥, 너무 대단해요…!”
따뜻하고 쫄깃한 유하연의 보지가 자지를 강하게 조여오더니 유하연은 아름다운 신음을 흘리며 내 위에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격하게 허리를 흔드는 유하연의 허벅지를 매만지며 머릿속으로 생각을 이어갔다.
‘아무래도 포인트가 좀 짜단 말이지.’
사이드 퀘스트가 어떤 식으로 출현하는지를 안다면 좀 더 많은 양의 퀘스트를 얻어 빠르게 포인트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포인트를 모아 상점에 있는 다양한 물건을 테스트해보고 싶다.
그 물건들이 생존 환경에 어떤 도움이 될지 알 수 없으니.
‘나중에 사이드 퀘스트에 대해서 조금 연구해 보자.’
이런 방면으로는 이아린이 꽤 창의력이 좋은 것 같아 함께 머리를 맞대면 분명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다.
찔꺽, 찔꺽.
“하응…! 아저씨 너무 좋아요…! 좀 더 저로 느껴주세요…! 저랑 할 때는 저만 생각해주세요…!♥”
“무슨 소리야. 평소에도 네 생각 많이 하는데.”
“흐읏…! 거짓말쟁이, …그러면서 매번 다른 여자랑, 흣…! 할 생각만 가득하면서…!”
그동안 서운한 감정이 가득 쌓였는지 유하연은 내 위에 엎드려 가슴을 문지르며 애교를 부렸다.
그리고 애정을 담아 내 볼을 붙잡고 키스를 하며 혀를 섞는다.
나는 가만히 누워 그녀의 다양한 애무와 격렬한 보지의 조임을 느끼며 최고의 쾌락을 만끽했다.
。 。 。
유하연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잠이든 나는 다음날이 되어 백민아의 아파트에 방문했다.
오늘은 바로 결전의 날.
백민아가 나에게 맡긴 남편의 수색 의뢰를 보고하는 중요한 날이었다.
물론 결과적으로 그녀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게 내 최종적인 목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소중한 사람의 부고를 전하는 현재 입장은 꽤 씁쓸한 기분이다.
‘문 두드리기가 망설여지네.’
나도 인간적인 마음이 있는 사람이다.
물론 백민아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인위적인 연출을 이용하긴 했지만.
윤현서와 함께 게임을 하고 백민아와 늦은 시간까지 애틋한 분위기를 가져 두 모녀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그녀들의 소중한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전해 두 사람이 슬퍼할 모습을 떠올리니 나도 가슴이 아려왔다.
하지만 결국 전해야만 하는 일.
그리고 의지할 가장을 잃었다면 그 역할을 내가 대신 맡아주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일이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은 나는 조심히 백민아의 집 현관문을 두드렸다.
쾅, 쾅.
[ …서호 씨인가요? ]저번 방문 때 좀비가 찾아온 일이 있었기에 현관문 안에서 들려오는 백민아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심스러웠다.
“접니다. 안전하니까 열어주시겠어요?”
[ 네! 금방 열어드릴게요! ]나를 확인한 백민아는 안심한 목소리로 대답하고 잠금 장치를 풀기 시작했다.
━끼이익.
“오시는 길 힘드셨죠? 어서…….”
문이 열리자 수줍게 미소지은 백민아가 모습을 드러내며 나를 반겼지만.
문 앞에서 어두운 얼굴로 서 있는 나를 보자 곧바로 표정을 굳혔다.
“…….”
그리고 순간 어깨를 떨며 눈을 크게 뜨더니 곧바로 내 옆으로 다가와 문밖을 확인했다.
문밖에 나 이외의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백민아가 떨리는 손으로 내 손을 잡았다.
“서, 서호 씨….”
“…….”
“대답해주세요. …오빠는, …아직 못 찾으신 거죠?”
불안한 눈동자가 그렇다고 대답해 달라는 듯이 간절하게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미 내 표정과 분위기에서 그녀의 불안한 예감이 현실임을 깨달았는지 백민아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몰라서. …시신은 안전한 곳에 보관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떨고 있는 백민아의 손을 잡아 그녀의 손 위로 윤강현의 반지를 건네주었다.
“……아, 아아.”
그 반지를 본 백민아는 곧바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런…….”
나는 주저앉은 백민아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원래의 계획이라면 여기서 뭔가 그럴듯한 말을 건네 그녀의 호감을 사려고 했지만.
막상 소중한 사람을 잃은 그녀를 마주하자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백민아는 그저 자리에 주저앉아 윤강현의 반지를 꼭 쥐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동안 부정해왔던 잔혹한 현실이.
눈앞에 드러나자 그동안 참아왔을 눈물을 쏟아냈다.
“……엄마?”
그리고 그런 백민아의 뒤로 안 좋은 분위기를 느낀 윤현서가 조심히 다가왔다.
아직 여덟 살 밖에 안 된 어린아이지만.
그녀의 얼굴은 어린애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큰 충격과 슬픔이 엿보였다.
“…현, …서야.”
백민아는 피가 섞이지 않은 자신의 딸을 소중하게 끌어안으며 품에 안고 흐느껴 울었다.
그 모습은 딸을 품어주는 어머니보다 기댈 곳을 잃은 한 여자가 자신의 딸에게 마음을 의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찬가지로 아버지를 잃은 윤현서도 곧 자그마한 눈물방울을 뚝뚝 흘리며.
이제 유일하게 남은 자신의 가족의 품에서 하염없이 울기 시작했다.
.
.
“현서는 잠들었나요?”
“……네.”
한동안 서로를 의지하며 슬픈 마음을 쏟아내던 두 사람은 곧 울음을 멈추고 믿기지 않는 현실을 마주했다.
아직 어린 윤현서는 아버지의 죽음에 계속 슬퍼하다 지쳐 잠이 들었다.
백민아도 오랫동안 사랑해온 첫사랑을 떠나보낸 충격에 어두운 얼굴을 하고 소파 앞에 무릎을 끌어안고 앉았다.
그리고 나도 많이 지쳐 보이는 그녀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내가 옆에 앉자 백민아는 살며시 몸을 기대며 입을 열었다.
“사실….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었어요.”
붉은 눈시울로 허망하게 바닥을 바라보는 그녀.
“아무리 그래도 열흘이 넘도록 소식이 없으면 …당연히 그럴 거라고.”
백민아는 윤강현의 죽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얘기했다.
그동안은 마음 어딘가에서 그가 죽었을 가능성을 짐작하고 있었으나.
그를 보내기 싫은 또다른 마음이 그 생각을 부정했던 것을.
그렇기에 분명 그를 떠나보낸 직후지만 한편으로 그녀의 얼굴은 어딘가 후련해 보이기도 했다.
아마 그동안 그가 살아있을 거라는 희망을 놓지 못하며.
그가 죽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계속 그녀를 괴롭혀왔을 것이기에.
“그래서…. 오히려 확인하고 잔뜩 울고 나니까. …마음은 편안해졌어요.”
백민아는 훌쩍이며 옅게 미소를 지었다.
분명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 슬픈 얼굴이지만.
아마 그의 죽음에 울며 진심으로 슬퍼한 것은 이미 일주일 전에 끝마쳤으리라.
오늘 흘린 눈물은 그의 죽음을 받아들임으로써 그를 확실히 떠나보내며 흘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얼굴이 후련해 보이는 것이다.
“그래도 너무 애쓰지 마세요. 좀 더 우셔도 괜찮으니까.”
하지만 그녀가 무리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기에 나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둘러 내 몸에 기대게 해주었다.
그러자 백민아는 볼을 발그레 물들이며 자신의 어깨 위에 놓인 내 손을 잡았다.
“아뇨, 이제는 미련을 버렸으니까. 빨리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야죠.”
따뜻한 그녀의 손이 계속 곁에 있어달라는 듯 내 손을 꼭 붙잡는다.
“…제게는 현서도 있으니까. …이런 세상일수록 빨리 떨쳐내야 해요.”
하지만 아직 그 슬픔의 잔재가 남았는지 손은 살며시 떨려왔다.
그리고 애써 미소를 지은 백민아는 조심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
아무런 말이 없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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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저 촉촉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마치 내가 그녀에게 무언가 말해주길 원하지만.
오늘 막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자신이 요구하기에는 너무 힘든 무언가를.
나에게 원하고 있었다.
그 시선을 눈치챈 나는 그녀에게 마주 웃어보며 얘기했다.
“그럼 조금 쉬고 나면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해볼까요? 저랑 같이.”
“…….”
그녀의 눈빛에 대한 내 대답에 그녀는 순간 눈을 크게 뜨더니.
살며시 미소 지으며 고개를 숙여왔다.
“…정말, 정말 그래 주시겠어요?”
그리고 내 가슴 위로 자신의 머리를 기대왔다.
나는 그런 백민아의 머리를 한 손으로 살며시 쓰다듬으며 조용히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현서랑 민아 씨 정도는 제가 충분히 책임질 수 있으니까요.”
그러자 백민아의 어깨가 살며시 떨려온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조심히 고개를 들더니 감동한 눈으로 얼굴을 붉히며 나를 바라봤다.
마음속의 따뜻한 감정이 흘러나오는 시선이 서로 교차하고 잠시 묘한 분위기가 흘러갔다.
그에 나는 백민아의 볼에 손을 올려.
천천히 얼굴을 가져갔다.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며 촉촉한 백민아의 입술이 점점 가까워져 온다.
그녀도 마치 와달라는 듯이 조심히 입술을 벌렸고.
내 가슴 위의 그녀의 손이 작게 떨려왔다.
“자, 잠깐…!”
그때 얼굴을 붉힌 백민아가 어쩔 줄 모르는 눈으로 고개를 숙이고 내 가슴을 밀어냈다.
“…저, 그, 그게….”
당황한 듯한 그녀는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는지 고개를 돌리며 내 눈을 피했다.
“…죄, 죄송해요! 서호 씨가 싫은 게 아니라…. 오, 오빠가 생각나서….”
아마 죽은 윤강현이 마음에 걸리는 것이리라.
분명 방금 우리의 기류는 곧 몸을 섞을 것처럼 뜨거웠기에.
그대로 갔다간 끝도 없이 선을 넘어 정신없이 서로의 몸을 탐할 게 뻔했다.
하지만 오늘 막 사랑하던 남자의 죽음을 확인한 그녀는 그게 마음에 걸리는지 나를 밀어냈다.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비록 윤강현의 죽음에 슬퍼한 것이 일주일이나 지났고 오늘은 그 미련을 털어낸 날이라 하더라도.
갑자기 윤강현을 잊고 나와 입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백민아의 순수한 마음을 본 나는 더욱 그녀가 갖고 싶어졌다.
나는 백민아의 볼에 손을 올려 고개를 내 쪽으로 돌렸다.
그러자 망설이는 듯한 묘한 눈빛의 백민아가 애달프게 나를 바라봤다.
“저도 충분히 알아요. 민아 씨가 어떤 마음인지.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마세요.”
“…서호 씨.”
나를 밀어낸 것이 나를 거절한 게 아닌 걸 안다. 그것을 백민아에게 전하니 그녀는 안심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그리고 나는 백민아의 볼에서 손을 내려 그녀의 손을 마주 잡았다.
따뜻한 온기가 서로의 손으로 퍼져나갔고 그대로 그녀의 어깨를 더욱 당겨 내 온기를 느끼게 품어주었다.
그러자 백민아의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했다.
“다만, …슬퍼하는 민아 씨를 제가 위로하고 싶을 뿐이었어요.”
어깨에 올린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쓸어내렸다.
그녀의 표정을 보면 그녀가 나에게 마음이 있음은 충분히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녀가 나와 입을 맞출 수 없는 이유는 죽은 윤강현과의 의리 때문.
사랑하던 그 사람의 죽음 직후에 다른 남자를 받아들이는 죄책감이 그녀의 마음을 망설이게 만든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것은 한 가지.
명분을 만들어 주는 것.
그녀가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명분을.
“분명 윤강현 씨도 민아 씨를 두고 간 것 때문에 괴로울 거니까요.”
“……오빠가요?”
“네, 그야 소중한 사람을 이렇게 위험한 곳에 두고 떠났으니까 분명 괴롭겠죠.”
내 말에 그녀가 슬픈 눈동자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머리를 상냥하게 쓸어내리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얼른 힘든 건 잊어버려요. …그래야 윤강현 씨도 마음이 편할 테니까.”
“저, 정말. …정말 그럴까요? 오빠도 제가…. 그러길….”
“그럼요.”
나는 흔들리는 그녀를 마주 보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저도 소중한 민아 씨를 두고 윤강현 씨처럼 떠나버렸다면 그와 같은 마음일 테니까요. 잘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얼굴을 가져가 그녀를 끌어안으며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저도, 윤강현 씨도. …민아 씨가 행복하길 바라고 있어요.”
속삭이는 나의 말에 내 가슴 위에 올려진 백민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옷깃을 꼭 움켜쥔 그녀의 손은 더 이상 나를 밀어내지 않는다.
그 후 내가 품에서 그녀를 떨어트리자 백민아는 볼을 붉히며 애정 섞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눈동자에는 더 이상 망설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느껴지는 것은 긴장감과 흥분 섞인 설렘.
그 시선을 마주한 나는 미소를 지으며.
살며시 벌린 그녀의 입술에 내 입을 맞췄다.
눈물로 촉촉했던 그녀의 입술은.
얼마 뒤 뒤섞이는 혀와 함께 내 타액으로 젖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