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In The Post-Apocalyptic Zombie World RAW novel - Chapter (53)
좀비세상 속 사령술사가 되었다 53화(53/98)
비둘기에 빙의한 나는 백화점 테라스에서 날아올라 곧바로 아파트 부근까지 재빠르게 이동했다.
‘분명 아직 근처에 있어.’
━쉬우우우욱!
비둘기의 넓어진 시야각.
높게 날아오른다면 사방 40Km 이상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아파트에 도착한 나는 최대한 높게 위로 날아올랐다.
‘평소와 다른 흐름이 무조건 있을 거다.’
백민아의 아파트 밑에는 전투의 흔적이 있었다.
그것은 생존자와 좀비들간의 전투.
누군가는 대량의 좀비를 유인했고 몇 명은 목숨까지 희생하며 좀비를 쓰러트렸다.
그렇다는 건 놈들 중 나처럼 좀비에게 면역인 인간은 없다.
그럼 분명 윤현서를 생포해 이동하는 중 그에 따른 반응이 있을 것이다.
‘찾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비둘기의 날카로운 감각으로 그 흐름을 포착했다.
평소라면 잠잠히 제자리에 서 있거나 일정하게 어슬렁거리는 좀비들.
하지만 어느 오래된 상가 지역의 입구부터 좀비들의 움직임이 달랐다.
마치 무언가를 느끼고 그곳으로 이동하는 모습.
곤충의 시체 위치를 공유한 개미 떼 마냥 좀비들은 한 지점을 향해 모여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 있는 상가 건물.
입구를 대형 버스로 막아두었다.
‘저긴 페이크겠지.’
나는 좀비가 모여드는 상가 건물 상공에서 날개를 펄럭이며 좀 더 주변을 유심히 살폈다.
놈들이 좀비를 쓰러트린 솜씨는 보통이 아니다.
총기도 없는 녀석들이 그 정도로 좀비를 잡았다면 분명 사냥 경험이 많은 생존자들.
게다가 지금은 슬슬 해가 져가는 저녁 시간대였다.
이미 노을이 지고 곧 있으면 땅 위는 완전히 어둠으로 뒤덮인다.
전기가 끊긴 이 세상에서 해가 져버리면 광원은 오직 달과 별빛 뿐.
그런 어둠 속에서 사방이 좀비로 뒤덮인 도심을 함부로 돌아다니는 바보는 없다.
분명 어딘가에 야영지를 잡고 밤을 보낼 것이다.
그렇게 하늘 위에서 유심히 건물들을 살펴보던 나는.
‘거기 있었구나, 이 쥐새끼들….’
대형 통조림 캔을 화로로 만들어 불을 피우고 그 불빛에 옹기종기 모여 장비를 점검하는 생존자 무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무리 속에는 팔다리를 결박당한 윤현서가 눈물을 흘리며 누워있었다.
。 。 。
“언니, 버스 괜찮을까요?”
“뭐가?”
해가 저물고 주변이 완전히 어둠으로 뒤덮인 밤.
낮에 있었던 전투로 정글도에 묻은 피와 기름을 닦던 이선지는 말을 걸어오는 동료 동생을 바라봤다.
“아까 보니까 좀비 놈들 좀 많이 몰려온 것 같던데. 내일 탈 수 있을까요?”
“탈 수 없으면 버리지 뭐. 널린 게 자동차야. 그리고 기름도 거의 썼어.”
“그래도 그게 안이 넓어서 유용했는데.”
“커봤자 거치적거리기만 해. 이참에 활용하기 좋은 거로 가져가면 교주님이 더 좋아하실걸?”
어차피 낮의 전투로 인원도 줄었다.
이 정도 숫자라면 대형 버스까지는 아니라도 9인승 승합차 정도로 충분히 이동할 수 있기에.
이선지는 걱정하는 동생을 안심시키고 마저 무기를 닦았다.
“팀장님! 건물 확인 끝냈습니다. 전 층 이상 없습니다.”
그때 다른 동료 여성이 작은 손전등 불빛과 함께 이지선의 근처로 다가왔다.
그 뒤에도 네 명의 여성이 각자 손에 둔기나 날붙이 등을 가지고 그녀를 바라본다.
“수고하셨어요. 그럼 이제 식사하고 1조는 초번 경계 부탁드리고 다른 분들은 휴식해주세요.”
“네.”
이선지의 명령이 떨어지자 긴장해 굳어있던 그녀들의 얼굴이 풀어지고 각자 모닥불 주위로 둘러앉고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야, 그나저나 아이를 찾을 줄은 정말 몰랐네요.”
“제가 말했죠? 그 애비 새끼가 있던 동네에 분명 숨어있을 거라고.”
“역시 팀장님이십니다! 교주님이 유독 팀장님을 아끼시는 이유를 알겠어요.”
자신을 띄워주는 동료들의 말에 이선지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아직까지 흐느끼며 눈물을 흘리는 윤현서가 누워있었고.
이선지는 그런 윤현서에게 손을 내밀었다.
“으으읍…?!”
갑작스레 다가오는 그녀의 손길에 윤현서는 화들짝 놀라며 막힌 입으로 신음을 흘렸지만.
곧 다가온 이선지의 손은 그녀의 예상과 달리 상냥하게 윤현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무서운 곳으로 가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두려워하는 윤현서를 안심시키기 위해 이선지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네가 갈 곳은 억압받던 여자들이 힘을 얻고 굶주림에서 벗어난 낙원 같은 곳이야. 거기서 너도 구원받을 수 있단다.”
“맞아, 분명 너도 마음에 들걸? 그러니까 너무 울지 마. 언니들 마음 아프다.”
공포에 떠는 윤현서를 보고 주변에 모여 앉은 여자들은 다들 한 마디씩 상냥하게 말을 건넸다.
하지만 윤현서는 그런 그녀들의 목소리에 몸의 떨림을 멈출 수 없었다.
‘…엄마.’
그저 마음속으로 백민아를 부르며 공포에 눈물을 흘릴 뿐.
그녀들이 아무리 상냥하게 미소 짓고 나긋하게 말을 걸더라도.
윤현서는 떠올렸다.
철제 장비로 억지로 문을 뜯고 소리를 지르며 강제로 자신을 백민아에게서 떨어트리던 그녀들을.
그리고 울부짖는 백민아에게 좀비 한 마리를 던져두고 빠져나오던 그녀들.
윤현서의 눈에 그녀들은 괴물이었다.
심지어 실제 보이는 외형마저도 일반적인 여성으로 보이지 않는다.
소방관이었던 자신의 아버지 윤강현.
꾸준한 헬스로 몸을 단련하던 윤강현의 모습은 윤현서의 기억 속에 영화 속 캡틴 아메리카처럼 몸이 좋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떠올리는 윤현서의 눈앞 여자들.
그녀들의 체격은 무려 그런 윤강현과 비슷하거나 몸집이 더 크다고 느껴질 정도였으니.
그 기괴한 모습에 윤현서는 눈을 질끈 감고 몸을 바들바들 떨어댔다.
“자, 그럼 이제 식사할까요?”
그런 윤현서의 감정은 조금도 느끼지 못한 괴물 같은 그녀들은 이선지의 말에 하나둘 자신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바로 캐러멜 하나.
설탕과 우유를 뒤섞어 부드럽고 찐득한 식감이 특징인 그 간식이었다.
그녀들은 그 캐러멜 하나를 자신들의 손 위에 올려두고 미소 지으며 눈을 감았다.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신 교주님. 감사합니다.”
순간의 기도가 끝난 뒤.
그녀들은 각자 자신의 손 위에 있는 작은 캐러멜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잠시 우물거리며 씹는가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입속의 잔여물을 전부 삼킨 그녀들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각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럼 1조 분들은 초번 경계 부탁드리고. 다들 내일을 위해 푹 쉬도록 합시다.”
“네, 안녕히 주무세요.”
그렇게 사람들은 익숙하게 자신들의 맡은 일을 처리하며 개인 침낭을 펼쳐 그 속에 몸을 욱여넣었고.
잠시 후 모닥불 주변으로는 덩치 큰 여자들의 숨소리만이 들리기 시작했다.
‘……엄마.’
그런 그녀들 사이.
윤현서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쉽게 잠들지 못했고.
걱정되는 백민아의 모습과 함께.
이런 무서운 장소에서 얼른 자신을 구해주길 바라는 누군가를 떠올렸다.
‘아저씨….’
그렇게 잠든 여자들과 함께 윤현서도 눈을 감고 이후 눈을 뜨면 이 모든 것이 악몽이길 바라며.
그녀도 서서히 잠이 들었다.
.
.
“티, 팀장님!”
이변이 일어난 것은 모두가 잠이 들고 몇 시간 지나지 않은 새벽 때였다.
“으음….”
“팀장님! 일어나셔야 합니다!”
“음…. 무슨 일이죠?”
“좀비가 왔습니다!”
“……네?”
“입구로 좀비가 점점 모여드는데 숫자가 만만치 않습니다! 어쩌죠?”
이선지는 다급한 동료의 목소리에 몽롱하던 정신이 곧바로 깨어나더니 침낭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직 어두워.’
주변을 둘러봤을 때 아직 활동하기엔 한참 어두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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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요? 처리 불가능할 정도입니까?”
“아, 아뇨. 입구가 좁으니 어떻게 죽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한 명은 남고 나머지는 처리하러 가도록 하죠. 지민아.”
“네, 언니!”
“너는 남아서 애 지키고 있어. 혹시 도망쳐야 할 수 있으니까 나머지 짐 정리하고.”
“네!”
이후 그녀들은 각자 애용하는 무기를 손에 쥔 뒤 몸을 지킬 옷가지를 걸친 후 우르르 몰려 건물 아래로 내려갔다.
“갑자기 무슨 일이니. 참. 그치?”
방금 잠자리에서 다급하게 일어난 박지민은 눈을 비비고는 비몽사몽 눈을 뜬 윤현서를 바라보며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윤현서는 잠에서 깨어나도 바뀌지 않은 악몽에 그저 다시 눈을 감았다.
아무 반응 없는 윤현서의 모습에 박지민은 싱겁다는 듯 혀를 차고는 자신도 짐 정리를 시작했다.
그때.
눈을 감고 있는 윤현서의 귀로 누군가 속삭여왔다.
“그대로 눈 감고 있어. 절대 눈 뜨지 마.”
처음 듣는 여자의 목소리.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윤현서는 화들짝 놀라며 도리어 눈을 떠버렸다.
“정말, 눈 감고 있으라니까.”
그녀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분명 누군가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 기묘하고 무서운 상황.
갑자기 두려운 감정이 몰려온 윤현서는 허공의 말대로 질끈 눈을 감았다.
“잘했어.”
푸우욱!
“끄, …어억.”
그러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윤현서의 귀로 어색한 소리와 함께 어느 여자의 바람 빠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핏 듣기로는 조금 전 지민이라고 불렸던 여자의 목소리.
그리고 잠시 후 허공에서 들리던 목소리가 다시금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됐어. 눈 떠도 돼.”
“…….”
“아이참, 눈 떠도 괜찮다니까? 얘는 왜 감으라면 뜨고 뜨라면 감지?”
마치 귀신이 말을 걸듯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들려왔던 목소리.
그 목소리가 이제는 눈을 뜨라는 말에 윤현서는 겁에 질려 눈을 질끈 감은 채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하아….”
그러자 허공의 목소리는 한숨을 내쉬더니.
스르륵.
윤현서의 몸을 더듬거렸다.
“……어?”
잠시 후 윤현서를 결박하던 밧줄들이 풀리고 입을 막던 천도 벗겨졌다.
갑자기 자유로워진 몸의 느낌에 겁에 질렸던 윤현서는 당황한 목소리로 자신도 모르게 눈을 떴고.
“이제야 뜨는구나?”
그런 윤현서의 앞에는 달빛 아래 예쁘게 반짝이는 긴 흑발을 한 아름다운 여자가 상냥하게 미소 지으며 윤현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 언니를 너한테 보낸 아저씨가 이거 전해주래.”
윤현서를 귀엽다는 듯 한차례 쓰다듬은 그녀는 허리춤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윤현서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 들린 물건을 본 윤현서는 눈을 크게 뜨고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게임기!”
최근 하루종일 가지고 놀며 눈에 익은 자신의 GBA.
그 반가운 모습에 다급하게 손을 내민 윤현서는 GBA를 받아들고서 눈앞의 여자를 바라봤다.
‘아저씨가 와줬어…!’
처음에는 귀신이라 생각했던 여자의 모습도 자세히 보니 평범하게 예쁜 언니였다.
“자, 가자. 엄마가 기다려.”
이제 안심한 것 같은 윤현서의 얼굴에 류다희는 싱긋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 。 。
콰지직!
여자의 힘이라고 믿기지 않는 위력의 알루미늄 배트가 좀비의 두개골을 한 번에 으스러트렸다.
그러자 마치 수박이 깨지는 듯한 소리가 상가 건물의 1층 매장 안에 울려 퍼졌다.
유명 프렌차이즈 카페로 이루어진 1층.
그곳의 각종 테이블로 다른 입구를 막고 유일한 입구로 몰려오는 좀비를 여자들은 땀을 흘리며 죽이고 있었다.
콰직!
촤아악!
무기를 휘두르는 그녀들의 표정에는 망설임 따위는 없고 마치 이런 일이 익숙하다는 듯 대량의 좀비를 죽여댔다.
“큭, 대체 왜 이렇게 잔뜩 오는 거야?!”
“팀장님! 이대로면 더 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몇 마리 없던 좀비들도 한 마리씩 처리하던 중 그 배의 숫자가 입구로 다가왔다.
그에 이선지는 좀비를 처리 후 해가 뜨면 철수한다는 계획을 수정하기로 했다.
“천천히 가까이 온 놈들부터 처리하며 위로 올라갑니다. 계단에서 입구 막고 후퇴해요!”
“네, 네!”
“그리고 영아 씨는 위로 가서 지민이랑 퇴로 준비하세요!”
“네!”
익숙하게 명령을 내리고 침착하게 그 명령을 따르는 여자들.
비록 첫 번째 계획이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 무산되었지만, 이선지는 당황하지 않고 다음 계획을 생각했다.
‘어둡지만 어쩔 수 없이 이동해야겠어. 낮에 봐둔 장소가….’
눈앞에 다가오는 좀비의 머리를 깨부수면서도 그녀는 이후에 피신할 장소까지 생각하는 중이었다.
이런 일은 지겹도록 많이 겪었기에.
분명 일반적인 생존자라면 절체절명의 순간이지만 이선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길을 돌파해 나갔다.
그렇게 그녀의 명령을 받은 여자가 계단을 올라가려는 순간.
쿠당탕탕!
“꺄아아악!”
“무, 무슨 일이죠?!”
“위에서 뭔가가…!”
계단에서 던져지듯 떨어진 무언가에 덮쳐진 최영아는 중심을 잃고 바닥을 굴러 다시 1층으로 떨어졌다.
다급하게 정신을 차린 그녀는 위에서 떨어진 것을 확인했고.
곧 자신을 덮인 무언가의 정체에 놀라 입을 벌렸다.
그것은 날붙이에 목이 뚫려 창백해진 박지민의 시체.
눈을 까뒤집은 채 혀를 길게 내뺀 그녀의 시체가 최영아의 몸 위에 엎어져 있었다.
“어딜 가려고, 아직 인사도 못 했는데.”
갑자기 죽어버린 박지민의 시체에 몸이 굳어 아무 말도 못 하던 최영아의 뒤.
1층의 입구로부터 어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야. …왜 사람이 좀비 속에서.”
그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좀비를 죽이던 동료들이 중얼거리기 시작했고.
그 중얼거림과 동시에 그녀들을 물어 뜯으려 달려들던 좀비들이 거짓말처럼 우뚝 몸을 멈췄다.
“어, 어?”
마치 영상의 정지 버튼이라도 누른 듯 1층의 모든 좀비가 합을 맞춰 움직임을 멈추는 기괴한 풍경.
그리고 좀비 속에서 걸어 나온 남자는 당혹감에 몸이 굳은 여자들을 바라보며 씨익 미소 지었다.
“감히 내 여자를 건드려? 이 멧돼지 같은 년들아.”
이서호는 미소 짓고 있는 입꼬리와 달리 한없이 차가운 눈으로 눈앞의 납치범들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