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In The Post-Apocalyptic Zombie World RAW novel - Chapter (57)
좀비세상 속 사령술사가 되었다 57화(57/98)
이선지는 최근 며칠간 마음의 한구석에서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럼 선지 씨는 일이 터지기 전에는 운동부였나요?”
“…그렇지.”
“대단하시네요. 몸도 연약하신데.”
“미쳤어? 내가 연약하다고?”
“그야 매번 저랑 하면서 한 번도 이긴 적 없으시니까.”
장난스럽게 말하는 박성훈에게 이선지는 항의하듯 째려봤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순진하게 웃어댔다.
이선지도 진심으로 기분이 나빴던 건 아니기에 곧 노려보던 눈을 거두고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박성훈과 이렇게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어느새 일상이 되어있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고 몸을 씻은 후, 식사를 하는 도중이나 식사를 마친 후.
혹은 섹스를 하기 전이나 후에.
두 사람은 웃기도 하고 놀리기도 하며 짜증도 내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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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녀를 어려워하던 박성훈도 계속 함께 몸을 섞다 보니 그녀를 편하게 대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마치 이선지를 귀엽다는 듯이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내가 연약해?’
무릎에 얼굴을 묻고 고개를 돌린 이선지는 자신도 모르게 볼이 발그레해졌다.
남자에게 연약하다고 들은 것은 처음이다.
저번에 그가 귀엽다고 말해준 것,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도 처음이었다.
가끔은 자신을 놀리는 건가 신경질이 나기도 하지만.
웃으면서도 따뜻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박성훈의 눈빛에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간질거렸다.
그리 싫지 않은 기분이다.
‘남자는 쓰레기지만….’
이상하게 박성훈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그리 싫지 않았다.
단순히 사람 자체가 괜찮은 사람이어서일까.
박성훈이 그녀를 편안하게 대하는 것처럼 이선지도 점점 그를 편안하게 느끼고 있었고.
찔꺽, 찔걱.
“하아, 선지 씨…. 좋아요. 선지 씨의 안 잔뜩 조여와서….”
“흐읏, 으흥…!”
어느새 서로의 가장 기분 좋은 부분을 꿰차게 된 섹스는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그의 따뜻한 온기에 둘러싸여 뜨거운 자지에 쑤셔질 때는 이 상황이 계속돼도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엔 그와의 섹스가 불쾌하던 그녀도.
“하아, 흐응…! 읏, 하아….”
어느새 사랑받고 싶은 여자의 애교 섞인 신음을 자연스럽게 흘리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는 박성훈의 볼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우음…. 츕, 하아, 츕….”
그녀는 박성훈과 달콤한 키스로 정신없이 뇌를 녹여 마음을 섞어나갔다.
“하아, 선지 씨. …오늘도 쌀게요. 안에 잔뜩…!”
“아, 안 돼 멍청아…! 너, 너무 안에 많이 싸서…! 아앙…!”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박성훈은 그녀를 꼭 끌어안고 그녀의 보지 안에 그대로 정액을 싸지른다.
뷰르르릇━!
“하으으으으응━!♥”
그럼 질내사정을 말리던 이선지도 이내 깊숙이 자지를 박는 박성훈의 허리를 다리로 꼭 붙잡고.
자궁 안을 가득 채우는 정액의 감각에 몸을 부들부들 떨며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었다.
습관이 될 것 같은 짜릿하고 뜨거운 감각.
그 감각에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충족감과 함께 박성훈에 대한 마음도 점점 변화해간다.
그래서일까.
“…여기서 나가면 말이야.”
“…네?”
이선지는 원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얘기를 그에게 조심히 꺼냈다.
한바탕 몸을 섞은 뒤 매트에 누워 그의 품에 안겨있던 이선지는 그의 손을 잡으며 얘기했다.
“L호텔 쪽에 내 일행들이 있어. 거기로 같이 …갈래?”
원래 그녀의 계획은 이곳을 탈출하면 그걸로 박성훈과는 깨끗하게 헤어질 생각이었다.
감옥 같은 이곳을 나가고 나면 이제 서로를 도울 필요도 없으니.
각자가 알아서 살아나가기로.
하지만 고작 며칠 만에 그녀의 마음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내가 얘기하면 분명 너도 받아줄 거야.”
이선지는 박성훈이 어떻게 대답할지가 겁이 났다.
그렇기에 그녀는 당당하던 평소보다 더 주눅이 든 모습으로 그에게 물었고.
그런 이선지를 바라보던 박성훈은.
“네, 꼭 함께 나가서 함께 거기로 가요.”
그녀가 원하는 대답을 상냥하게 미소 지으며 귀에 속삭였다.
박성훈의 따뜻한 눈길을 멍하니 바라본 이선지는 자신도 모르게 수줍게 웃고는 그의 가슴에 다시 기댔다.
‘다행이다.’
거절당하면 눈물이 날 뻔했다.
교주님의 은총이 사라져 육체가 약해졌기 때문일까.
평소라면 눈물과는 거리가 먼 그녀지만 이상하게 감정적으로 변해버린 것 같다.
그렇기에 이선지는 안심하며 그의 따뜻한 품에서 다시 눈을 붙였다.
“그런데 선지 씨. 요즘 연기가 조금 서툴러지지 않았어요?”
“응?”
“왠지 최근 이서호가 구경하러 올 때 싫어하는 표정을 잘 안 지으시는 것 같아서요.”
“그, 그건…!”
확실히 박성훈의 말대로 요즘 섹스에 몰입하면 이서호가 지켜본다는 것도 잊은 채 그녀는 정신없이 신음을 내뱉으며 그의 자지에 몸을 맡겼다.
그러다 보니 원래의 계획대로 보여주기식 고통받는 표정도 덜 짓게 되었다.
“그건…. 네, 네가 너무 집요하게 자극적인 부분만 건드리니까….”
그 원인이 박성훈과의 섹스가 너무 기분 좋았던 이유였기에.
이선지는 볼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도 이대로면 이서호에게 들킬 수도 있으니까 조금 방법을 바꿀까요?”
“……바꿔?”
“네, 원래는 그냥 연기만 하는 거였지만 이제는 약간은 아프게 한다거나….”
“너 그런 취향이 있어?”
“아, 아뇨! 어디까지나 연기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예요! 탈출할 틈을 찾으려면 시간을 벌어야 하니까!”
“…으음.”
조금 아프게 한다.
사실 이선지에게 고통은 그다지 문제는 없었다.
고문도 이겨낼 강한 정신력이 있기에 섹스에서 오는 고통 정도라면 아무렇지도 않다.
‘그리고 뭐, …얘라면.’
하물며 박성훈과의 섹스에서 그가 주는 고통이라면 어쩌면 기분이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한 이선지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조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한 가지 신호를 정하죠.”
“신호?”
“네, 혹여나 진짜 너무 아플 수도 있으니까 진짜 아프다는 뜻이랑 아프지 않다는 뜻. 두 가지를 정하면 어떨까요?”
“으음…. 그런데 그런 와중에 서로 알 수 있는 신호가 있나?”
“예를 들면 윙크한다거나. 왼쪽 눈이면 아프다. 오른쪽 눈이면 괜찮다. 어때요?”
“뭐야 그게.”
이선지는 박성훈의 얘기에 키득거리며 웃었다.
이런 진지한 모습 속에 엉뚱한 면이 그녀는 좋았다.
언제나 그녀를 중심으로 배려해주면서 때로는 어린아이같이 순진한 모습.
“그런 거 생각할 시간에 탈출할 방법이나 잘 생각해봐.”
“그것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렇게 이선지는 박성훈의 품에 안겨 해맑게 미소 지었다.
이선지는 웃으면서도 아이러니함을 느꼈다.
과거 교주님의 밑에서 생존자를 찾아다니며 수색조로 다니고 교주님께 인정을 받을 때 보다.
좀비 사태가 일어나기 전 평화로운 세상에서 맛있는 것을 먹으며 안전하게 생활하던 때 보다.
지금 이 감옥 같은 백화점에서 박성훈의 품에 안겨있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느꼈다.
‘얼른 …탈출하자.’
그렇게 그의 품에서 따뜻함에 행복한 미소를 짓는 그녀는.
얼마 뒤.
그 행복이 이서호가 원했던 것임을 깨달았다.
“이제 재미없네.”
“……흐읏, 뭐, 뭐?”
평소처럼 이선지가 고통받으며 남자에게 따먹히는 모습을 구경하러 온 이서호.
그의 신호를 시작으로 박성훈은 평소처럼 이선지를 강간하듯 덮치기 시작했고.
이선지는 그에 맞춰 이서호가 만족할 괴로운 표정을 연기했다.
분명 거기까지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지만.
한창 박성훈이 이선지를 괴롭히던 와중.
하품을 하던 이서호가 그렇게 얘기했다.
“야, 멈춰. 빼봐.”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누워있는 이선지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다리를 접어 앉아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더니.
“내가 너 연기하는 거 모를 것 같냐?”
이서호는 그녀를 비웃듯이 미소 지으며 얘기했다.
“……뭐라고?”
“설마 진짜 너 강간당하는 거 구경하려고 일주일이나 여기 둘이 놔둔 줄 알았어?”
“대체 무슨 말을….”
“그러니까….”
이해를 할 수 없어 멍한 얼굴로 눈을 떠는 이선지에게 그는 차갑게 대답했다.
“쟤랑 즐거운 시간 보낸 것들. 그거 전부 내가 시킨 거야.”
갑작스럽게 듣게 된 충격적인 이야기.
“…….”
“쟤가 너한테 되게 잘해주지 않았어? 그것도 내가 시킨 거라고.”
이선지는 분명히 귀로 전달된 그의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랬을 것 같아?”
이선지를 한심하게 보며 웃는 이서호의 말.
그녀는 그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서호는 키득거리며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네가 쟤한테 푹 빠져서 병신처럼 주저리주저리 다 떠들 테니까.”
이서호의 그 말을 끝으로 멍하니 멈춰있던 이선지의 머릿속에서 퍼즐들이 맞춰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상함을 느끼긴 했다.
어째서 박성훈이 자신에게 그렇게 잘 해주는지.
처음에는 마음속 한편으로 의심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그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웃는 일이 늘어나며 그 의심을 스스로 부정하기 시작했고.
그 의심이 맞았다는 이서호의 말에 이선지는 떨리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뒤에 있던 그를 바라봤다.
충격에 몸을 떠는 이선지의 시야에는 무릎을 꿇어앉아 그녀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박성훈의 얼굴이 보였다.
“……진짜야?”
그녀의 물음에 박성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 모든 것을 지켜보던 이서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박성훈에게 걸어갔다.
“진짜지 그럼 구라겠어? 야, 대답해봐. 뭐가 맞는데?”
그리고 알몸에 무릎을 꿇은 박성훈의 옆에 앉아 그의 어깨에 손을 걸쳤다.
그러자 고개를 숙인 채 어금니를 깨물고 있던 박성훈이 조심히 입을 열었다.
“죄, 죄송합니다. 선지 씨.”
결정적인 그의 마지막 말에 이선지는 머리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기분을 느꼈다.
절망에 떨어진 얼굴,
이곳에 와서 단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그녀의 얼굴에 이서호는 즐겁게 웃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박성훈에게 순진하게 동료들의 위치를 얘기했다.
L호텔.
그 사실만 알더라도 이서호는 손쉽게 그곳에 접근해 여러 가지 정보를 알아낼 것이다.
섣불리 박성훈을 믿은 자신 때문에.
교주님이 위험하게 됐다.
“자, 그럼 이제 얘기를 좀 들어볼까?”
이선지의 절망스러운 표정을 즐겁게 감상한 이서호는 만족스럽게 웃고는 그대로 박성훈을 바라봤다.
“그래서? 저년이 뭐라고 하던데? 들은 거 전부 얘기해봐.”
“…….”
“뭐 해? 편안하게 살고 싶다며. 사람답게 살기 싫어?”
박성훈에게 느끼는 배신감에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떨던 이선지.
그런데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다.
그녀는 얼굴을 조심히 들어 이서호에게 질문받는 박성훈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와 눈이 마주쳤다.
죄책감 섞인 눈으로 슬쩍 그녀에게 미소 짓는다.
‘왜 …얘기 안 하지?’
분명히 자신에게 들었을 정보를 말하지 않는 박성훈.
그의 행동에 의문을 느낄 때.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죄, 죄송합니다. …저, 저 여자가 쉽게 마음을 열지는 않아서. …아무것도 못 들었습니다.”
“……뭐?”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들려왔다.
분명 이서호와의 거래로 그녀에게서 정보를 빼냈다고 생각한 박성훈이.
떨리는 고개를 숙인 채 거짓말을 했다.
‘어째서….’
그 모습을 이선지는 이해할 수 없는 얼굴로 바라봤다.
분명히 그는 자신에게서 호텔에 대하여 들었기에.
그 외에도 그와 잡담을 하며 사소한 정보들을 얘기했다.
그런데 그는 겁에 질린 모습으로 아무것도 얘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이런 반응을 예상 못 한 것은 이서호도 마찬가지였는지.
그는 미소 짓던 얼굴을 굳히고 차갑게 박성훈을 바라보며 일어났다.
“그래? 아무것도 못 들었어?”
그러더니 그는 근처에 있는 탁자로 이동해 그곳의 나무 의자를 양손으로 들었고.
“넌 내가 병신으로 보이냐?!”
퍼어억━!
“크허억!!”
나무 의자로 앉아있는 박성훈을 마구 구타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이나 줬는데 그걸 못 들었다는 게 말이 돼?! 씨발 둘이 연기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 말이 되냐고!!”
“윽, 크억, 죄, 죄송합니다…. 커헉…!”
곧바로 바닥에 웅크려 머리를 감싸는 박성훈을 이서호는 사정없이 의자로 내려쳤다.
‘왜, 왜 얘기를….’
이선지는 그런 박성훈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뒤통수를 치고 그녀의 정보를 빼낸 뒤 팔아넘기려 했던 그가.
분명 들었을 정보를 그에게 넘기지 않은 채 그저 가만히 얻어맞고만 있었다.
퍼어억━!!
“크으윽…!!”
어느새 머리에 피를 흘리면서 신음을 내뱉는 박성훈.
이선지는 자신도 모르게 얻어맞는 박성훈을 보고 손을 내밀었다.
“자, 잠깐…!!”
구타하는 이서호를 어떻게든 말리려고 내민 그녀의 손.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말을 내뱉지 못했다.
왜냐면 웅크려 누워있는 박성훈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기에.
얻어맞는 중에도 똑바로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보는 박성훈은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말리지 말라고.
‘……왜.’
그리고 그는 이서호에게는 보이지 않도록 싱긋 미소 짓고는.
오른쪽 눈을 몰래 한 번 깜빡였다.
그 눈짓에 이선지는 몸의 떨림이 멈추고 머릿속에서 일주일간 있었던 그와의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처음에는 싫었고 불쾌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어느새 마음을 열고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던 시간.
비록 그 모든 것이 이서호의 지시로 연출된 것이었지만.
연기하던 박성훈도 어느새 그녀에게 진심으로 웃고 있었다.
그녀가 느끼던 그의 따뜻한 마음은 처음엔 거짓이었을지라도.
마지막의 순간에는 거짓이 아니었던 거다.
혼란스럽던 머릿속에서 모든 퍼즐이 정확하게 맞춰지며 가만히 얻어맞는 박성훈의 마음을 알아챈 이선지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차오르는 감정 속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이 턱으로 흘러내려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머, 멈춰….”
그리고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를 겨우 내뱉었다.
아직도 의자로 얻어맞는 박성훈.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는 그에게 손을 내밀고.
그를 죽일 듯이 때리는 이서호의 바지를 붙잡았다.
“그, 그만해…!”
그러자 거친 숨을 내쉬며 의자를 내려치던 이서호가 차가운 눈으로 이선지를 바라봤다.
“뭐야, 뭐 할 말 있어?”
“그, 그건….”
“할 말 없으면 꺼져. 나 지금 바쁘니까.”
자신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이서호를 말리긴 했지만 그녀는 순간 머뭇거렸다.
자신의 힘으로는 박성훈이 얻어맞는 걸 멈춰 세울 수 없기에.
그리고 이서호를 멈추려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기에.
그녀는 순간 마음속에서 갈림길을 마주했고.
그녀가 그 갈림길 앞에서 머뭇거리는 사이 이서호는 다시 박성훈을 의자로 패기 시작했다.
“잠시만…!! 머, 멈춰 제발…!!”
다시 고통의 신음을 내뱉는 모습을 보자 이선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박성훈을 선택했다.
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따뜻한 마음을 알려준 박성훈을.
“제발…! 마, 말할 테니까…!”
그녀는 붙잡고 있던 이서호의 바지를 놓고 대신 매트 위에 양손을 붙였다.
그리고 떨리는 고개를 숙여 매트 위에 처박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에게 빌 듯이 부탁했다.
“전부 얘기할 테니까…. 제발 그만해 주세요….”
그 처절한 모습에 의자를 내려치던 이서호는 씨익 미소 지으며 이선지를 내려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