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In The Post-Apocalyptic Zombie World RAW novel - Chapter (59)
좀비세상 속 사령술사가 되었다 59화(59/98)
그레이스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어느 건물의 계단 벽에 기대 몸을 숨기고 있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후 살며시 고개를 내밀어 몸을 숨긴 벽의 문 안쪽을 확인한다.
그리고 그녀의 흐릿한 시야 속으로 들어오는 세 명의 인영.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과 달리 제자리에 멀뚱히 서서 멍하니 바닥을 바라보고 있으니.
―좀비였다.
‘…여기엔 세 마리.’
그녀가 성당을 나와 현재 도착한 곳은 평소 탐색을 하다 눈여겨본 이탈리안 레스토랑 중 하나.
그녀는 이곳에서 식량을 찾을 계획이었다.
‘그래도 며칠 전보다 두 명 줄었어….’
일반적이라면 보존식으로 쓸 수 있는 통조림, 과자, 음료 등이 가득한 편의점, 혹은 슈퍼를 노리겠지만.
이미 이 일대의 편의점에는 다른 생존자들이 식량을 털어간 뒤이기에 편의점에선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녀는 희박한 가능성을 노리고 음식점을 찾아다녔다.
행운이 그녀를 따른다면 음식점의 식재료 중 비교적 오래 보존 가능한 것을 구할 수 있으니.
“…후우.”
그레이스는 다시 한번 호흡을 크게 가다듬고 마음을 준비했다.
오늘 이렇게 거쳐 간 음식점만 이제 다섯.
현재 도착한 이곳이 그중 좀비의 숫자가 가장 적었다.
‘오늘만큼은 여길 꼭 확인해야 해.’
성당에는 아이들이 굶고 있다.
평소라면 좀비가 한 마리만 있어도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다른 곳을 찾았을 것이다.
자신이 사라지면 성당의 아이들은 무조건 죽으니까.
언제나 목숨을 최우선사항으로 두었다.
그녀는 그렇게 오늘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방식으로 몸을 사려선 음식을 구할 가능성이 너무 적다.
오늘 음식을 구하지 못한다면 아이들이 위험하다.
그렇게 목숨을 건 각오를 마친 그레이스는 감았던 눈을 떴고.
그녀는 손에 꼭 쥐고 있던 벽돌을 가슴 위로 들어 올렸다.
마음속으로 셋을 센 뒤.
“…흐읍!”
몸을 숨겼던 벽 뒤에서 재빠르게 튀어나와 가슴 위로 들어 올린 벽돌을 힘차게 집어 던진다.
전력으로 던진 벽돌은 빠른 속도로 먼 거리를 날아갔고.
단 한 번의 실수도 허락하지 않는 상황 속 허공을 가른 벽돌은 정확하게 레스토랑의 금이 간 창문에 도달했다.
그리고 벽돌은 우렁찬 소리와 함께 창문을 깨트리고 2층 높이의 밖으로 날아갔다.
-으, 으어어….
소리로 주변을 감지하는 좀비들은 곧 레스토랑 안을 가득 채운 파열음에 고개를 들고 삐거덕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제발…. 주여….’
밖에 있는 좀비들도 이런 식으로 레스토랑과 거리를 벌려뒀다.
그렇기에 위치를 확인한 좀비들이 창문의 소리를 듣고 이곳으로 몰려들 가능성은 적었다.
하지만 그래도 목숨이 걸린 일.
최악의 가능성을 떠올린 그레이스는 가슴팍의 십자가를 붙잡고 신께 기도했다.
그리고 다시 마음속으로 열을 셌다.
임의로 정한 준비 신호가 0을 알리자 그레이스는 망설임 없이 벽에서 튀어나와 아무것도 보지 않고 창문을 향해 달렸다.
―다다다다!
창문의 소리에 이끌린 세 마리의 좀비는 그레이스의 운동화가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에 다시 고개를 문으로 향했지만.
그들이 그녀를 인지했을 때는 이미 그레이스가 몸을 날린 뒤였다.
깨진 창문의 중심으로 모여 있던 좀비들은 갑작스럽게 날아온 그레이스의 체중에 중심을 잃고 도미노처럼 쓰러졌다.
결과 세 마리의 좀비는 그녀가 던진 벽돌과 운명을 같이했다.
“하아, 하아….”
긴장감으로 차오른 호흡을 가쁘게 내쉬며 깨진 창문의 아래를 내려다본다.
좀비들은 마치 끈끈이에 걸린 바퀴벌레처럼 서로의 몸을 겹치고 버둥거렸다.
‘이래도 죽지 않는다니….’
비록 2층의 높이지만 낙법을 취할 지성조차 없는 좀비는 낙하하는 충격을 그대로 받았음에도 아무런 이상 없이 살아있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최소한 기절 정도는 했을 텐데.
‘시간이 없어….’
어쩌면 놈들이 떨어진 소리를 듣고 다른 좀비가 찾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녀에겐 멍하니 떨어진 놈들을 감상할 시간이 없었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곧바로 몸을 돌려 주방으로 향했다.
얼른 주방을 확인한 뒤에는 창고를 뒤진다.
그렇게 먹을 수 있는 식량이나 유용한 자재가 있는지를 확인 후….
―푸드득!
“꺄아앗―!”
레스토랑에서 빠르게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며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중.
그레이스는 갑작스러운 소음에 화들짝 놀라며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그리곤 본인의 목소리에 놀라 입을 틀어막고는 곧장 소음의 근원지를 바라봤다.
소리가 들려온 것은 조금 전 그녀가 서 있던 깨진 창문.
“…뭐, 뭐야. 비둘기였구나.”
소음의 정체는 비둘기의 날갯짓이었다.
깨진 창문으로 들어오는 밝은 햇빛.
그 후광을 받으며 어두침침한 비둘기의 그림자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마음을 진정시키던 중 그레이스는 눈앞의 비둘기를 보고 문뜩 무언가 떠올랐다.
‘…그런데 비둘기도 먹을 수 있지 않나?’
뭔가 바이러스라던가 들은 기억은 있지만 그게 목숨이 위험할 정도였는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불쌍하지만 저 비둘기를 잡으면….’
만약 이 레스토랑에 식량이 없더라도 최소한 아이들을 먹일 수 있다.
다행히 비둘기는 멀뚱히 창틀에 앉아 가만히 있었다.
만약 잠시 후 날아간다면 그때는 후회해도 소용이 없기에.
그레이스는 더 이상의 고민을 그만두고 비둘기를 가만히 노려보며 근처에 있던 식탁보를 집어 들었다.
놓칠 수도 있지만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가치가 있다.
그렇게 그레이스는 비둘기가 도망가질 않길 기도하며 천천히 그 그림자로 향해 걸어갔고.
“……어?”
비둘기가 가까워질수록 점점 솟아오르는 이질감에 그녀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바보 같은 목소리를 흘렸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가자 서서히 뚜렷하게 보이는 비둘기.
그 비둘기는 평범한 비둘기가 아니었다.
‘조, 좀비…!’
어째서인지 가까이 다가가도 움직이지 않기에 이상함을 느끼긴 했지만.
비둘기의 정체는 감염된 비둘기였다.
자그마한 몸에서는 좀비의 특징을 찾기는 힘들었지만.
그동안 목숨이 걸린 숨바꼭질로 예민해진 그녀의 본능이 저것이 감염되었음을 알려주었다.
‘창문 소리를 듣고 온 거였구나.’
좀비는 소리에 예민하다.
그렇기에 보통이라면 소음에 도망가는 비둘기와 달리 창문의 소음을 듣고 찾아온 것이리라.
하지만 밖의 다른 인간 좀비와 달리 비둘기는 그녀를 보고도 덤벼들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비둘기라서 그런 것일까.
이해할 수는 없지만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처음 본 다른 종의 좀비에 그만 넋을 잃고 시간을 낭비해버렸다.
정신을 차린 그레이스는 다시 몸을 돌려 원래 향하던 주방으로 걸어갔다.
‘제발 뭐라도 좋으니까….’
그레이스는 간절한 마음으로 주방으로 들어가 어질러진 주방 곳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통조림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하다못해 칼로리를 보충할 설탕이라도 찾을 수 있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그녀의 간절한 마음이 무색하게 주방에 있는 음식들은 전부 썩어있거나 무언가에 오염되어 있었다.
최소한으로 원했던 설탕 병도 바닥에 엎질러져 도저히 먹을 수 없다.
그 처참한 광경에 오늘 처음으로 절망한 그레이스는 잠시 주저 앉았다.
하지만 울고싶은 기분을 겨우 이겨내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아직 창고가 있어….”
포기하기엔 이르다.
간절히 바란 만큼 그 희망이 부서진 여파가 크지만 그레이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이 지금 포기했다간 성당의 아이들도 살아남을 수 없다.
힘이 빠져 주저앉아있던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더 이상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주방을 뒤로한 채 창고로 향했다.
다른 음식점과 달리 규모가 꽤 큰 이런 레스토랑이니 분명 비축해둔 식재료가 있을 것이다.
특히 소스류는 통조림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으니 그걸 찾는다면 최소한의 칼로리는 섭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창고의 문 앞에서 다시 한번 십자가를 손에 쥐고 간절히 기도했다.
부디 이 안에서 식량을 찾을 수 있기를.
그리고 눈을 뜬 그레이스는 떨리는 손으로 창고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아.”
찾았다.
완두콩이었다.
완두콩을 담은 통조림이었다.
무슨 요리에 사용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레이스는 창고의 선반 구석에 놓인 일곱 개의 통조림을 눈앞에 두고 떨리는 손을 가슴 위에 모았다.
그리고 안도감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신께 감사했다.
이걸로 아이들이 살 수 있다.
고작 며칠이겠지만, 고작 며칠이라도 더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그레이스는 감사했다.
‘좋아, 얼른 챙겨서….’
감격스러운 기도를 마친 그레이스는 흘리던 눈물을 닦고서 서둘러 통조림을 배낭에 담기 시작했다.
이제 이 공포스러운 공간에 더는 있지 않아도 되기에 그녀의 행동은 더욱 다급해졌고.
통조림을 전부 챙긴 그레이스가 만족스러운 미소로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으어, 어억….
-끄으으윽….
그녀의 뒤에서 심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소름 돋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흠칫하는 어깨와 함께 뒤돌아본 그레이스.
그녀의 뒤쪽, 레스토랑의 홀에는 어느새 다가오는 좀비가 두 마리 있었다.
두 마리의 좀비는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정확하게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
‘어째서…! 아무 소리도 안 냈는데…!’
만일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그레이스는 최대한 소음을 줄이며 주방과 창고를 뒤졌다.
적어도 레스트랑 내부에 좀비가 없는 이상 그녀의 소리를 들었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걸리는 것은 단 한 가지.
조금 전 비둘기가 찾아왔을 때 내질렀던 그녀의 비명.
그 소리를 듣고 밖에서 찾아온 거라면 시간도 엇비슷했다.
‘이, 일단 피해야 해…!’
상대는 둘.
심지어 창고에서 레스토랑 홀까지는 좁은 복도로 이어져 있다.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를 상대로 연약한 그녀가 강행돌파를 할 수도 없기에.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우선 창고의 문을 닫고 문 옆에 있던 선반을 눕혀 문을 막았다.
그러자.
―덜컹, 덜컹.
간발의 차이로 문까지 다가온 좀비들이 거칠게 문을 두드리며 그녀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그레이스는 창백해진 얼굴로 그 문을 멍하니 바라봤다.
“어, 어쩌지….”
급한 대로 문을 닫아 상황을 모면했다.
하지만 창고는 뒷문이 없는 밀실.
그녀는 좀비를 피할 수는 있었지만 그대로 창고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겨우…. 찾았는데….”
그녀의 눈에서 참아왔던 눈물이 흘러내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며칠 만에 찾은 식량.
이제야 겨우 굶주리던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먹여줄 수 있게 되었는데.
자신의 부주의함으로 겨우 얻은 식량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그저 식량이 없는 것이었다면 단순히 운이 없었다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겠으나.
이 모든 것은 그레이스의 부주의. 그녀의 실수였다.
몰려오는 후회와 함께 조금 전 흘린 눈물과 달린 이번에는 절망과 고통의 눈물이 차오르며 그녀는 차가운 창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대로 나가지 못한다면 아이들은 밖에 나간 자신을 기다리다 그대로 죽어버릴 것이다.
자신 때문에 아이들이 굶어 죽는다.
하지만 도저히 두 마리의 좀비를 이겨낼 방법이 없었다.
그녀에겐 아무런 무기도 없으며 창고 안에는 이 상황에 도움이 될 그 무엇도 없었기에.
。 。 。
울다 지친 그레이스는 무릎을 끌어안고 얼굴을 묻은 채 숨죽여 기다렸다.
제발 밖의 두 마리가 다른 무언가에 끌려 문 앞에서 사라지길.
단순히 운에 기대는 것이었지만 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그 운을 바라며 기도하는 것뿐.
그렇게 그녀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기다린 지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정확히 얼마나 지났을지는 모르지만 밖의 해가 이미 저물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낮과는 달리 몸을 차갑게 식히는 한기가 올라왔기에.
‘어쩌면 이대로….’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득한 머릿속의 한편에 이질적인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실패한 자신.
결국 지금껏 신이 자신을 외면했듯 이번에도 외면당한 자신이 차가운 창고 안에서 차갑게 식어가는 것이다.
끝내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절망한 채 죽어있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동안은 이런 생각을 단순히 지친 마음에서 나오는 부정적인 생각이라고 넘겼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진짜 그 상상이 실현되는 게 코앞까지 다가왔으니.
“우윽…. 흑…. 으흑….”
그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숨죽이고 있던 그레이스의 입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좀비가 떠나길 바라며 굳게 닫고 있던 입.
조금의 움직임도 허락하지 않고 가만히 있던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울먹였다.
이미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다.
자신은 결국 죽는다는 걸.
애써서 숨죽여봤자 결국 결과는 똑같을 거라는 걸.
그걸 깨닫자 기적을 바라며 가만히 있던 것이 부질없게 느껴졌고.
그레이스는 결국 어린아이처럼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진짜 아이들을 위해 강한 어른을 연기하던 그녀는 다시금 연약한 한 명의 소녀로 돌아왔다.
“주여…, 우흑…. 어째서, 흐윽, 어째서 구해주지 않으시나요….”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믿고 있는 신을 의심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온 이 순간에.
그레이스는 자신이 믿는 신을 의심했다.
간절히 빌어도 식량 하나를 찾을 수 없었고 겨우 식량을 찾은 뒤에는 이 모양이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그분께 버려졌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것이 죄악임을 알고는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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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저 한 사람의 인간이기에.
한계까지 몰린 상황에서 그녀는 자신의 신을 의심했다.
그리고.
[ 야, 저리 꺼져. ]마치 의심하는 그녀에게 그녀의 신이 대답하듯.
음침한 두드림만이 들려오던 문밖에서.
―똑, 똑.
[ …계세요?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아….”
절망에 절여져 텅 비어버린 눈동자를 조심히 들어 올렸다.
밖에서 들려오는 기적 같은 사람의 목소리.
그녀에겐 그 목소리의 주인이.
마치 신이 보낸 사도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