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In The Post-Apocalyptic Zombie World RAW novel - Chapter (6)
좀비세상 속 사령술사가 되었다 6화(6/98)
기적이었다.
유하연은 문 너머의 남자가 두고 간 식량을 야금야금 먹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 곧 죽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녀는 목숨을 부지하게 되어 눈물을 뚝뚝 흘렸다.
죽고 싶지 않다.
이런 빌어먹을 세상이라도 살고 싶다.
“감사합니다…. 흐윽, 감사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준 남자에게 유하연은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이미 자리를 떠나 자신의 목소리가 닿지 않을 것일 텐데도.
‘저기, …호, 혹시 다음에는 언제 오시나요?’
[글쎄요. 아마 이틀이나 삼일 정도 뒤에 또 나올 것 같습니다.]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삼일 뒤.
그가 남겨준 식량으로는 아슬아슬하게 버틸 것 같다.
‘자기도 먹을게 넉넉하지 않을 텐데.’
유하연의 입장에서 그는 마치 성인군자와도 같았다.
처음 보는 사람을, 그것도 이런 미쳐버린 세상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다니.
비록 세상은 망해버렸지만 상냥한 사람은 남아있다고 생각했다.
。 。 。
자, 이제 언제부터 식량을 끊을지가 관건이다.
‘어디, 오늘은 잘 있으려나.’
방 안의 여자.
유하연과 만난 지 이제 5일 정도가 지났다.
이틀 전에 다시 그녀가 숨어있는 원룸 건물로 찾아가 식량을 전해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름은 유하연.
내가 다니던 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대학생이었다.
나이는 이제 막 스무 살. 나보다 네 살이나 어린 여자였다.
‘스무 살에 갑자기 좀비 사태가 일어났으면 …처녀일 가능성이 높은데.’
더더욱 내가 가져야만 하는 이유가 늘어났다.
그러려면 우선 그녀를 내 소유로 만들어야 한다.
물론 좀비로 협박을 하거나 식량으로 협박하는 등, 그녀가 내 밑으로 들어오게 하는 손쉬운 방법이 있지만.
나는 되도록 그녀가 자진해서 내 말을 따르도록 만들고 싶었다.
강압적인 방법은 나중에 배가 불렀을 때 목을 물려고 달려들 가능성이 있다.
마치 내가 군인 놈들에게 반기를 든 것처럼.
그렇기에 그런 가능성을 없애려면 유하연 스스로 내 노예가 되길 자처해야 한다.
그럼 당연히 어느 정도의 스토리가 필요하겠지.
“하연 씨, 그동안 별일 없으셨어요?”
[네! 아저씨 덕분에 그럭저럭 버틸 만해요.]방 안의 목소리는 확실히 5일 전보다는 활력이 느껴졌다.
그때에는 굶주림도 있었겠지만, 앞으로의 희망이 없기에 더욱 절망적인 상태였을 것이다.
반면에 나와 만나고 내가 세 번째로 방문하자 그녀는 희망찬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
아마 앞으로도 내가 가끔 들려 식량을 챙겨주리라 믿는 것일 터.
인간은 희망 앞에서 멍청해진다.
조금만 잘 생각해보면 그 희망이라는 것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뿐더러 잘못 삐끗하면 없어져 버리는 위태한 것인데도.
인간은 힘든 상황 속에서 희망을 마주하면 그것을 맹목적으로 믿게 된다.
“오늘은 이전보다 넉넉하게 두고 갈게요. 초콜릿 같이 열량 높은 것도 많아요.”
[정말 감사해요. 아저씨…. 저 같은 건 무시해도 괜찮으실 텐데 자기 식량까지 나눠서….]하지만 만약, 그 맹목적인 희망이 갑자기 사라지게 된다면.
“저…. 그래서 말인데요. 하연 씨.”
[……네, 네?]뜸을 들이는 내 목소리에 무언가를 느꼈는지 방 안의 목소리도 조심스러워졌다.
“말씀대로 이제는 제 식량도 부족하고, 여길 자주 찾아오는 것도 위험 하거든요.”
[…네, …에? 그게 무슨….]눈앞의 희망이 갑자기 사라지게 되면.
그때는 이전보다 더한 절망에 휩싸이게 된다.
“그래서 이제 식량을 가져오는 것도 오늘까지….”
[자, 잠시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유하연은 다급하게 나를 불러 세웠다.
아마 굳게 믿고 있었으리라.
내가 마음씨 좋고 착한 사람.
연민에 약한 사람.
그렇기에 불쌍한 처지에 놓인 자신을 그리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을 거다.
그걸 보기 좋게 배신한다.
명분도 충분하다.
애초에 이렇게 미쳐버린 세상에서 이 정도로 해주는 것도 감지덕지.
하지만 그녀는 그걸 이해할 만큼 상황이 좋지 못하다.
그야 당장 나의 식량 공급이 끊기면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니까.
그걸 위해 요 며칠간은 당장 먹을 정도의 식량만을 챙겨줬다.
아마 저번에 챙겨준 식량도 내가 올 것이라 믿고 다 먹었을 것이다.
[아, 아저씨…? 아저씨! 가지 마세요! 아저씨 제발요…!! 흐윽, 아저씨…!!]내가 문 앞에서 대답이 없자 그녀는 더욱 다급하게 목소리를 키웠다.
그제야 나는 입을 열어 말했다.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저도 이제 정말 힘들어요. 적당한 거처도 없이 이곳저곳을 방황하고 있고.”
물론 거짓말이다.
거처는 무슨. 저택 같은 백화점에서 등 따뜻하게 원하는 대로 먹고 마시며 지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디테일이 필요하다.
“그런데 마침 괜찮은 거처를 찾았거든요. 하지만 거기서 지내게 되면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위험이 커서….”
유하연은 나를 신뢰하고 있지만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한편으로도 자신이 몹쓸 짓을 당할 걸 염두에 두는 거겠지.
물론 정답이다. 나는 그녀가 문을 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몹쓸 짓을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건 그녀 스스로 이 문을 열게 만들기 위한 작업.
[하, 하지만 저…! 아저씨…. 이, 이런 말 하는 거 엄청 염치없는 거 잘 아는데요…! 흐윽, 저는 아저씨가 없으면 곧 죽을지도 몰라요…!]울먹이는 목소리가 문 건너편 바로 앞에서 들려왔다.
아마 문을 두고 바닥에 주저앉은 듯하다.
그만큼 간절하다는 거겠지.
하지만 문 앞까지 왔음에도 문은 열지 않는다.
흠, 이 정도 했으면 문을 열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유하연은 생각한 것 보다 더 겁쟁이인 것 같다.
하긴, 겁이 많으니까 지금까지 살아남았겠지.
그게 아니었다면 지금쯤 식량을 찾으러 밖에 나왔다가 죽었을 것이다.
‘그럼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겠네.’
나는 문에서 한 발자국 떨어졌다.
“죄송해요. 저도 살고 싶어요. 하연 씨. …게다가 하연 씨는 제가 위험한 복도에 서 있어도 문조차 열어주지 않으시잖아요.”
[…네, …네?]당황했으리라.
아마 그다지 생각하지 못한 말일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문을 열지 않은 거겠지. 솔직히 이해할 수 있다.
그녀도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선뜻 문을 연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기에 문 안에서는 당황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자신은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자신만 해도 방 밖의 위험 때문에 문을 굳게 닫고 있는데.
자신에게 식량을 챙겨주러 온 사람은 벌써 세 번이나 위험한 복도에 세워두고 있다.
[자, 잠시만요! 제가…! 제가 금방…!]문을 철컥 거리는 소리.
하지마 나는 그녀가 문을 열기 전에 얼른 몸을 피했다.
“죄송해요. 하연 씨. 꼭 살아남으세요.”
그리고 유유히 복도를 걸어 방문 앞을 떠난다.
물론 일부러 발소리도 크게 울리며.
[아, 아저씨━!! 아저씨━…!!]그러자 멀어지는 방문 안에서 그녀의 외침이 들려왔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나오지 않는다라….’
예상으로는 복도를 걸어갈 때 문을 열고 튀어나와 붙잡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내가 떠나는 소리를 듣자 문을 열어도 소용없다고 판단한 걸까.
‘으음…. 그럼 이대로 5일 정도 더 있다가 찾아가야겠다.’
방금 두고 온 식량을 계산하며 그렇게 판단했다.
아마 아껴 먹으면 3일이나 4일 정도는 먹을 것이다.
어쩌면 삶을 포기하고 하루만에 다 해치울지도 모르지.
어쨌든 5일은 버틸 거다.
물론 희망이 꺾여버려 자살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에 그 가능성은 많이 낮은 편이었다.
자살도 용기가 필요하니까.
이 지경이 되어도 방 안에서 나오지 않는 그녀는 아마 죽을 용기조차 없으리라.
죽는다면 아사밖에 없다.
‘뭐, 죽어도 상관은 없나.’
만약 죽는다면 나는 그저 아쉬울 뿐.
그때는 다른 생존자를 찾아봐야겠지.
。 。 。
발소리가 멀어지고 결국 문밖의 인기척은 들리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도 유하연은 문을 열지 않았다.
떨리는 손으로 문의 체인을 풀고 2중 잠금 중 하나를 해제한 뒤.
마지막 손잡이의 잠금을 풀려고 했다.
하지만 떨리는 손이 말을 듣지 않았다.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있는 공포가 이성적인 판단을 이긴 것이다.
그리고 3일이 지난 지금.
“열었어야 했어…. 열었어야 했어…. 열었어야 했어….”
유하연은 주저앉아 평소처럼 무릎을 끌어안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남자는 진짜 가버렸다.
그가 없으면 살 수 없는 자신을 남겨둔 채.
다른 거점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곳을 떠나버렸다.
‘게다가 하연 씨는 제가 위험한 복도에 서 있어도 문조차 열어주지 않으시잖아요.’
그리고 그 남자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생각지도 못했다.
당연한 것이었는데.
그 남자는 굶주리고 있는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어 얻은 식량을 여기까지 찾아와 나눠주는 것이었다.
유하연은 자신의 목숨에 눈이 팔려 그런 당연한 배려조차 하지 못했다.
전부 자신이 나쁜 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에게 상냥하고 배려했는데.
‘내가, …내가 문이라도 열었다면.’
그래, 만약 처음부터 문을 열고 그를 환영했더라면.
그랬다면 그도 다른 거점을 찾지 않았을 것이다.
그도 혼자보다는 여럿인 편이 심적으로 안정되었을 것이다.
그를 자신의 방에 맞이하고 이곳을 거처로 삼아 함께 살아가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겁쟁이인 자신이 그 모든 가능성을 내팽개쳤다.
바보같이 그 남자가 계속 자신을 도와주리라 믿고.
“……죽기 싫어.”
두렵다.
그가 남기고 간 마지막 식량이 벌써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굶어서 죽어버리겠지.
유하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좀비가 돌아다니는 저 밖을 감히 나갈 생각조차 못 하는 그녀이기에.
아무것도 못 한 채 자신은 여기서 굶어 죽을 것이다.
유하연은 눈물을 흘리며 허망한 눈으로 바닥을 내려다봤다.
자신의 눈앞에 굴러온 희망의 동아줄을 자기 스스로 끊어버린 것을 후회하며.
‘신이시여, 제발….’
“흐윽, 제발, 으흑,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유하연은 무릎에 머리를 묻으며 신께 기도했다.
。 。 。
“좋아, 슬슬 가볼까.”
유하연에게 이별을 선고하고 5일이 지났다.
슬슬 식량도 다 떨어지고 여러모로 곤란한 상황이겠지.
만약 내가 놓친 줄만 알았던 버스가 잠시 뒤에 멈춰서 기다려준다면 어떻게 할까.
아마 전력으로 달려가 타려고 할 것이다.
이 정도로 땅바닥까지 떨어트렸다면 오늘은 꽤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휴…. 오늘도 날씨 좋네.”
유하연이 있는 원룸 건물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아 도착했다.
처음에는 다른 생존자의 눈에 띄는 것을 경계하며 걸었기에 시간이 좀 걸렸다.
하지만 유하연에게 식량을 가져다주며 이 근방을 샅샅이 수색해봤는데.
살아있는 생존자는 유하연 뿐.
게다가 이곳에는 몰려있는 좀비의 숫자도 많아 다른 곳의 생존자도 쉽게 접근하지 못할 것이다.
‘음…. 혹시 모르니까 좀 멀리 치워둘까.’
이전에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만났던 여대생 좀비는 2층 계단에 묶어두었다.
만약의 경우에 유하연이 혼자 방 밖으로 나올 경우 겁을 먹고 다시 들어가게 만들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오늘은 결과가 좋을 테니 오히려 방해될 수 있다.
묶어둔 발목의 밧줄을 풀어 잠시 1층으로 옮겨두었다.
‘어디…. 그럼 잘 있으려나.’
사소한 준비를 마친 나는 조심히 유하연의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솔직히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그야 언제나 내 판단이 옳을 리는 없으니까.
너무 큰 절망감에 자살했을지도.
혹시 모를 결과에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서 나는 그녀의 방문을 두드렸다.
━똑, 똑.
“하연 씨. …계시나요?”
잠시 기다렸지만 조용하다.
설마….
━똑, 똑.
“하연 씨? 계시면 대답해주세요.”
혹시 정말 죽어버린 걸까, 당황하며 한 번 더 문을 두드리자.
[아, …저씨?]완전히 기운이 쑥 빠진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아, …아아, …아, 아저씨━!!]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 목소리를 확실하게 인지한 그녀는 다급하게 목소리를 키우며 나를 불렀다.
그리고.
철컥, 철컥.
문에서 무언가 빠르게 조작되는 소리가 들리더니.
━벌컥!
“아저씨이이━!!”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한 명의 여자가 튀어나와 나에게 달려들었다.
“흐윽, 아저씨…!! 지, 진짜 돌아오신 거죠! 죄송해요! 죄송해요! 제가 제 생각만 해서 아저씨를…!!”
그녀는 내가 누군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내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그리고 곧 그녀는 눈물 젖은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와…. 이건 상당히.’
전혀 바라지도 않았지만.
그녀의 얼굴은 내가 지금까지 봤던 여자 중에 가장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