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In The Post-Apocalyptic Zombie World RAW novel - Chapter (64)
좀비세상 속 사령술사가 되었다 64화(64/98)
나와 함께 이선지를 따라가는 남자들은 바로 기숙사에 갇혀있던 군인 놈들이었다.
그동안 기숙사의 각 방에 한 명씩 갇혀 내가 주는 소량의 식량으로만 연명하던 녀석들.
놈들은 매일 굶주림으로 허덕이고 있었다.
그런 놈들에게 내가 제안한 것은 한 가지.
나를 따라간다면 복귀 후에 정상적인 식사를 제공해주겠다.
단, 혹시라도 나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를 누설하면 끔찍하게 죽을 줄 알아라.
그리고 놈들 중 동의를 한 놈들은 나를 따라 카페를 향하고 있다.
동의하지 않은 놈들은 이상한 일에 끌려가지 않음을 안심한 얼굴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호텔에 가 있는 동안 놈들에게 식사를 줄 사람은 없다.
동의하지 않은 군인들은 언제 올지 모를 나를 기다리며 굶주림에 하나둘 죽어갈 것이다.
그렇게 내 제안에 동의한 놈들과 나를 포함하여 총 다섯 명의 남자.
군인들을 기숙사에서 데려온 뒤 나는 이선지를 통해 백화점 주변을 탐색하는 녀석들과 접촉했다.
놈들의 눈에 피해 기숙사를 왕복 하는 건 귀찮긴 했지만 어렵지는 않았다.
그저 비둘기로 놈들의 위치를 확인한 뒤 좀비로 녀석들을 고립시킨다.
그 틈을 통해 백화점을 나간 후 같은 방법으로 백화점으로 복귀할 뿐이기에.
“선지야!”
“허실장님.”
비둘기로 미리 확인했던 리더는 이선지를 보자 반갑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은총인지 뭔지가 사라져 일반적인 체격으로 돌아간 이선지가 우락부락한 허실장의 품에 안기자 마치 아빠와 딸로도 보이는 기묘한 모습.
허실장은 끌어안은 이선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크게 숨을 들이쉰 뒤.
허리를 끌어안은 손을 슬쩍 내려 이선지의 엉덩이를 크게 움켜쥐었다.
“…읏.”
그 행동에 이선지는 그녀에겐 보이지 않도록 불쾌하게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내게는 확실히 보였다.
보아하니 이선지는 호텔에 있을 적 저 허실장이라는 여자보다 지위가 낮았던 모양이다.
분명한 성희롱에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니.
“널 어떻게 여기서 보는 거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자신만의 반가움을 끝마친 허실장은 그대로 이선지의 어깨를 붙잡으며 해맑은 미소로 그녀를 바라봤다.
“네, 상가에서 좀비 떼에 습격당해 동료를 전부 잃었습니다. 이후에 저 백화점의 주인께서 저를 보호해주셨습니다.”
“……백화점의 주인?”
이선지의 말을 들은 허실장은 강아지처럼 해맑던 얼굴을 순간 날카롭게 굳혔다.
아무래도 저 백화점에 주인이 있다는 사실이 신경 쓰이는 모양.
“그럼 저기 거주 중인 생존자와 만났다는 거야?”
“만날 뿐 아니라 상당히 호의적으로 대해주셨습니다”
“너를? 왜?”
“그게….”
허실장의 이해할 수 없다는 질문에 이선지는 말없이 우리를 바라봤다.
그리고 손짓으로 우리를 가리키며 그녀는 허실장에게 대답했다.
“‘그녀’도 저희 황매교와 뜻이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선지의 말에 초췌하고 주눅이 든 남자들의 모습을 본 허실장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황매교란 그녀들이 따르는 교주가 이끄는 사이비 종교의 명칭.
그리고 그 종교와 뜻이 같다는 건.
남자를 배척하고 여자를 우월하게 여긴다는 극단적 사상에 동의한다는 뜻이었다.
“그럼 너를 보내는 것도 백화점의 그 사람인가?”
“네, 실장님 일행이 찾아온 걸 아시고 저를 보내셨습니다.”
“…그게 의문이란 말이야. 우리가 온 걸 그쪽 양반이 어떻게 알았지? 우린 좀비도 최대한 피해서 숨어다녔는데.”
“그건….”
이선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나를 흘겨보고는 대답했다.
“백화점의 그녀도 교주님처럼 신비한 힘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대답의 내용이 뜻밖이었는지 허실장은 매우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곧바로 날카롭게 이선지를 노려보았다.
“신비한 힘? 어떤 거지? 교주님과 완전히 같은 건가?”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외부인인 저에게는 그렇게까지 자세히는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단지….”
“단지?”
“저희 황매교와는 어디까지나 우호적으로 지낼 것이라고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선지는 자신의 뒤에 매고 있던 커다란 배낭을 벗어 허실장에게 내밀었다.
안에 든 것은 대량의 식량이었다.
그리고 식량이 든 배낭은 그녀 이외에도 두 명의 남자가 추가로 매고 있었다.
아무리 호텔 쪽 인원이 삼백 명에 가깝다지만 그렇다 해도 엄청난 양의 식량.
확실한 호의의 표시이다.
“이걸 …전부?”
“네, 교주님께 메시지와 함께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이건 단지 선물일 뿐. 필요하다면 식량을 더 줄 수 있다고.”
“…과연, 이 일은 아무래도 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군.”
“그리고 우리 쪽에는 남자라도 인력이 중요하다 말하니 이렇게 남자도 따로 준비해 주셨습니다.”
허실장은 그제야 함께 온 남자들의 정체를 알았다는 듯 씨익 미소 지었다.
아마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골머리를 썩이던 중 반가운 소식을 접해 기쁠 것이다.
다른 이유는 몰라도 그녀가 이곳에 온 것은 백화점의 물자를 노린 것이 분명하니까.
그런데 마침 이미 백화점을 접수한 정체불명의 인물이 호의적이라는 소식이다.
잘만 하면 그녀를 교주의 종교에 받아들여 손쉽게 백화점을 손에 넣을 수 있으니.
“아무튼 돌아온 걸 환영한다 선지야! 일단 너라도 찾았으니 얼른 집으로 돌아가자.”
“……네.”
기쁘게 미소 짓는 허실장의 환영 인사에 이선지도 옅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순간 나를 바라본 그녀의 눈빛은 잠시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자신의 선택에 괴로워하는 듯 보인다.
그야 지금 그녀가 하는 일은 결과적으로 분명하게 자신의 주인인 교주의 뒤통수를 치는 일이기에.
하지만 어쩌겠는가.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주인이라도 물어 죽여야 하거늘.
。 。 。
이후 나와 노예로 선발된 군인들은 그녀들의 차량에 탑승해 백화점 부근을 떠났다.
이선지 때도 그렇지만 호텔의 인원들은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는 모양이다.
이선지에게 들은 정보로는 그녀들이 차량을 이용해도 좀비에게 안전한 건 리더에게 지급되는 특정 목걸이로 인해 좀비가 어느 정도 접근을 꺼리게 된다고.
그 목걸이를 확인한 나는 이유를 깨달았다.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크리스탈의 조각이었다.
그렇다면 아마도 그녀들의 거점인 대형 호텔이 좀비에게 안전한 이유도 역시 크리스탈에 있겠지.
자그마한 조각이 그 정도의 힘이 있다면 백화점에 있는 정도의 대형 크리스탈이면 완벽하게 좀비의 접근을 막아줄 것이다.
‘꽤 걸리네.’
나는 현재 검은 천으로 눈이 가려져 대형 버스의 바닥에 엎어진 채 이동하고 있었다.
아마도 호텔의 위치를 숨기고 싶은 마음이겠지만.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면 L호텔의 위치 정도야 쉽게 알 수 있을텐데.
아니면 단순히 남자 노예라는 이유로 이러는 걸지도.
눈을 가린 건 몰라도 의자에도 앉히지 않는 것은 그 이유가 분명했다.
“도착했다, 전원 하차!”
눈을 가린 천을 벗을 수 있게 된 건 한참을 달리던 버스가 멈추고 차량에서 내린 이후였다.
지금까진 늘 차량을 직접 운전해 노예들을 하차시키던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노예가 되어 지시에 따라 버스에서 내리고 이후 지시를 기다리며 대기한다.
색다른 기분이 들어 꽤 재밌었다.
‘이건, …꽤 멋진데.’
버스에서 내린 뒤 검은 천을 벗자 높이 솟아오른 호텔을 정면에서 마주했다.
우리가 내린 곳은 호텔의 정문 입구 앞, 넓은 분수대 광장.
말을 탄 장군의 동상이 분수대 중앙에 멋지게 세워진 그런 광장이었다.
당연하지만 호텔 건물은 마치 생명을 잃은 것처럼 모든 호실이 불이 꺼진 채 어두웠다.
하지만 군데군데 일렁이는 불빛이 비치는 걸 보아 내부에 사람이 지내는 건 확실했다.
아마도 촛불이나 간이 화로를 만들어 그곳의 불을 광원으로 사용하리라.
‘호텔 건물을 이용하는 건 역시 생존자 전원은 아닌가.’
내가 백화점 내부와 주차장으로 노예와 내 여자들의 신분을 나눴듯이.
아무래도 황매교의 교주라는 녀석도 호텔 내부와 광장으로 공간을 나눠 신분을 나눈 듯 보였다.
분수대 광장에는 커다란 천막이 여러 개 있었다.
그리고 여러 개의 드럼통에 불을 피워 온기를 유지하며 광장 앞을 밝게 밝힌다.
천막 내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지만.
밖에 나와 있는 인원들은 대부분이 남자였다.
물론 군데군데 여자도 섞여 있지만, 보아하니 남자들을 관리하는 관리자, 혹은 해당 남자의 가족으로 보이는 여성들뿐.
즉, 분수대 광장은 노예들의 거주공간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럼 바로 교주님께 가지.”
“네.”
“노예들은 전부 교육장으로 데려가.”
“알겠습니다.”
허실장은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크게 기지개를 켜더니 뒤따라 내린 이선지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곧이어 다른 부하에게 지시해 우리를 교육장이라는 곳으로 가라 지시한다.
‘하긴, 아직 아무것도 모르니 교육이 필요하겠지.’
예상은 했다.
이곳은 단순한 생존자들의 거주공간이 아닌.
황매교라는 사이비 종교 집단.
그러니 새롭게 들어온 인원, 특히 앞으로 노예로 살아갈 남자들에겐 특별한 교육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그녀들의 종교를 신앙하며 여자들의 노예가 될 교육을.
“…….”
허실장을 따라가는 이선지는 살며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눈빛.
‘네가 실수 안 하면 아무 일도 없어.’
나는 건방지게 이쪽을 걱정하는 이선지에게 슬쩍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그녀는 남몰래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곤 다시 앞을 바라보며 걸어간다.
‘어디 그럼 그 잘난 노예 교육 맛이나 한번 볼까.’
남겨진 우리는 허실장에게 지시받은 부하를 따라 어딘가로 이동했다.
“저, 저기, …괜찮을까요?”
그때 뒤따라 오던 군인 하나가 나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말 걸지 마라. 뒤진다. 친한 척하지 마.”
“히익! 네, 네…!”
새롭게 도착한 곳의 분위기가 상상하던 것과는 달랐는지 군인들은 꽤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이놈들이 이곳에서 어떤 꼴을 당하던 나는 상관없다.
아니, 조금은 상관이 있을까.
이선지에게는 남자 노예들이 어떤 꼴을 당하는지 대충은 전해 들었으니.
잠시 광장의 외길을 걷던 중 우리를 안내하던 허실장의 부하는 어느 천막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우릴 멈춰 세운 뒤 천막 안으로 들어가 누군가에게 말을 건다.
이후 천막에서는 누군가가 나왔다.
날카로운 눈매에 거친 숏컷을 목덜미 아래까지 늘어트린 살쾡이 같은 인상의 여자였다.
그녀는 짜증스러운 얼굴로 불붙은 담배를 꼬나물고 천막에서 나와 우리 앞에 섰다.
‘오, 젖탱이.’
군복 같은 밀리터리 디자인의 바지에 흰색 나시 티 하나만을 걸친 터프한 복장.
얼굴은 고만고만 봐줄 만한 정도지만 가슴은 꽤 컸다.
류다희 정도는 아니라도 주무를 보람이 느껴지는 크기.
그건 나만 느낀 것이 아니었던 모양인지 내 옆으로 나란히 선 군인 놈들도 그 젖가슴에 시선을 고정하고 침을 꿀꺽 삼켰다.
“새롭게 온 노예들이라고?”
그녀는 불쾌한 얼굴로 우리를 슥 훑어보더니 천막의 옆으로 다가가 무언가를 주워들었다.
그건 빠따였다.
옳은 말로 야구방망이.
나무로 이루어진 야구방망이에는 그 용도와 다르게 사용됐는지 살벌하게 피가 묻어있었다.
사람의 피일까, 좀비의 피일까.
사람이겠지?
그리고 우리 앞에 선 터프한 그녀는 젖탱이를 한 번 출렁이더니 아니꼽게 고개를 들며 건방지게 말했다.
“전원 탈의.”
“……네?”
“뭐,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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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조용한 한마디에 군인 놈들은 어리버리하게 서로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당연하지만 나는 곧바로 옷을 벗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교관으로 보이는 그녀는 담배를 손에 들고 침을 찍 뱉었다.
“이번엔 씨발 한 명 빼고 전부 병신밖에 없네.”
그러더니 내 옆에 있는 군인에게로 다가가.
“…어? 왜, 왜….”
얼타는 그의 무릎을 야구방망이로 후려쳤다.
빠아악!
인간의 무릎에서는 울려선 안 되는 소리가 들리며 곧바로 녀석은 바닥에 드러누웠고.
“끄으으아아아아아악━!!”
쓰러진 남자의 비명에 옆에 서 있던 군인 놈들은 그제야 다급하게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만족스러운 코웃음을 친 교관은 옷을 벗는 남자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네놈들은 지금부터 인간이 아니다! 가축이다! 위대하신 교주님의 안전한 공간 안에 살 수 있는 대신 네놈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걸 바쳐 교주님께 충성하는 거다!”
우렁찬 외침이지만 그녀의 발음은 또박또박 귀에 박혔다.
우리를 마치 쓰레기 보듯이 바라보는 강렬한 눈빛.
한 치의 망설임 없는 깔끔한 방망이 스윙.
곧바로 알아봤다.
저 여자는 겉모습만이 아니라 정말 잔혹한 도깨비 교관이라는 것을.
그런 그녀를 눈앞에 둔 나는 살며시 미소 지었다.
‘이 씨발년….’
그리고 혀로 입술을 핥으며 그 젖가슴을 살며시 바라봤다.
‘침대에선 어떠려나.’
조만간이 기다려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