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In The Post-Apocalyptic Zombie World RAW novel - Chapter (74)
좀비세상 속 사령술사가 되었다 74화(74/98)
“……응?”
허서진은 L호텔의 상위층, 자신의 스위트룸에서 몸을 씻고 나와 거울을 보던 중 이상함을 느꼈다.
‘…왜 몸이 줄어든 것 같지?’
자신의 기분 탓일까.
그녀는 팔을 한 번 접어 알통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뒤로 돌아 등의 근육을 살피기도 했다.
그리고 허벅지나 복근을 주무르며 전체적인 바디 체크를 들어갔고.
‘…기분 탓인가.’
그저 자신이 착각한 것이라고 가볍게 넘겼다.
그러다 문뜩.
‘그게 아니라면 설마 교주님에 대한 내 신앙심이…!’
어쩌면 자신이 마음이 문제라는 가정도 세워보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생각을 날려버렸다.
‘나의 교주님에 대한 마음이 흔들렸을 리 없어. …그냥 기분 탓이야.’
이런 적이 처음인 것도 아니다.
단지 최근 복귀한 이선지가 교주님에 대한 신앙심이 흔들린 이유로 교주님의 은총이 사라져 큰 질타를 받았다.
그 때문에 예민해진 것이리라.
하지만.
‘……어라?’
‘몸이 좀 준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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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야위었나…?’
비슷한 기분을 느낀 것은 허서진 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교주의 은총으로 몸이 비대해진 탐색조 전원이 같은 날 함께 느낀 것.
실제로 몸이 줄어들었지만 전원 자신의 신앙심이 문제일까 걱정하며 가슴 속으로 삼켜버렸다.
그리고 직접 보지 않더라도 그 모습을 짐작하고 있는 이서호는 눈앞의 풍경에 씨익 미소 지었다.
“세, 세상에! 나았어! 허리의 통증이 씻은 듯이 사라졌어!”
“기적이다! 10년 전 다친 후유증으로 안 움직이던 손가락이 움직여!”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레이스 님!”
이서호의 주도하에 야간 신앙 교육을 시작한 지 3일 차.
혹시나 들킬 것을 염려해 조금씩 인원을 늘려가던 학생의 수는 이제 서른 명이 조금 넘어갔다.
그리고 오늘 막 신앙 수업에 참가한 남자 노예들은.
전원 그레이스의 치유 능력을 경험하고 기적이라 칭송했고.
이후 이어지는 그레이스의 신앙 수업.
수녀복이라는 그럴듯한 복장으로 직접 눈앞에서 상처나 병을 치료하는 신비를 보여준 그레이스.
이제 그녀가 말하길 숲이 바다고 바다가 숲이라 해도 그것이 진실이 될 정도로 그녀의 발언엔 힘이 실렸다.
그렇기에….
“교, 교주님이 주의 배신자…?”
“원래 교주님은 그레이스 님과 같은 신의 사도라는 말씀이십니까?”
“이럴 수가….”
“나, 나는 그럴 줄 알았어! 신께서 남자만을 이렇게 구박할 리가 없다니까?!”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교주에 대한 믿음과 존경으로 가득했던 남자 노예들의 눈빛.
하지만 그레이스의 기적을 경험한 뒤 그녀의 수업을 들은 노예들의 눈은 불신과 실망이 가득하게 변하였다.
그런 그들에게 결정타를 날리듯.
그레이스는 안타까워하는 성모 같은 표정으로 살며시 입을 열었다.
“당연합니다. 주께서는 언제나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이제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마음속 한 편에서 따뜻하게 피어나는 주님의 사랑이….”
그 상냥하고 온화한 목소리에 감회 된 남자 노예들은 하나같이 무언가에 홀린 듯 눈을 부릅뜨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아…. 느, 느껴집니다…. 역시…. 흐윽, 역시….”
“신은 우릴 버린 게 아니었어…! 남자는 죄인이 아니었던 거야…!”
“그레이스 님…! 저, 저희는 대체 어찌해야 합니까…! 저희를 이토록 사랑하시는 주께…! 저희가 대체…!”
이서호는 그 모습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이런 사이비에 쉽게 물들었다는 건 그만큼 무언가에 의지하는 성향이 크다는 말….’
그렇기에 의지의 주체를 바꾸는 건 약간의 계기만 가져다주면 손쉬운 일이었다.
그것도 의지하는 주체가 자신들을 박해하는 ‘황매교’같은 곳이라면 더더욱.
그레이스는 눈물 흘리는 남자 신도들에게 조용히 대답했다.
“그저 주님의 말씀을 늘 가슴 속에 되새기세요. 우선은 그것부터 시작합시다. 주께서는 늘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이서호가 제시한 계기는 바로 그레이스였다.
정확하게는 그레이스의 치유 능력과 그녀 특유의 따뜻하고 상냥한 말 한마디.
그동안 여자들에게 핍박받던 그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받아들이는 한편 마음속에 늘 상처와 고독을 끌어안고 살아왔다.
그리고.
상처받고 고독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다루기가 쉬운 법이니.
‘애초에 이게 사이비들이 가장 잘 쓰는 수법이니까.’
사이비라고 전부 새로운 신과 교리를 사용해 종교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이비들은 보다 많은 신도를 얻기 위해 신도의 수가 많은 대표적인 종교의 신과 교리를 똑같이 사용한다.
다만.
그곳에서 성서의 내용이나 교리를 살짝 바꿔, 교주인 자신을 신처럼 보이도록 만들 뿐.
이후에는 조작된 연출과 선동을 이용해 찾아온 신도를 세뇌한다.
그렇게 늘어난 신도의 피와 살을 빨아먹는 괴물이 사이비인 것이다.
그리고 이서호는 비슷한 방법을 황매교의 신도들에게 사용하였다.
이른바 사이비의 사이비.
‘뭐, …그레이스는 진심으로 기독교의 교리를 가르치긴 하니 사이비는 아닌가.’
처음 그의 요구를 들었을 때 자신이 사도라느니 기적을 일으키니 하는 것에 거부감을 보였지만.
이 모든 것이 세뇌당한 이들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과정이라는 이서호의 설득에 그녀는 넘어갔다.
그렇게 이 하나의 쇼가 완성된 것이다.
‘이 정도면 슬슬 효과가 나타났겠지.’
이서호는 천막의 입구에 서서 호텔의 꼭대기를 바라봤다.
그곳에 은은한 불빛으로 밝혀져 있는 넓은 VIP룸.
저곳에 있을 크리스탈의 힘이 조금은 떨어졌으리라.
‘아마도 교주의 힘의 근원은 신도들의 신앙심일 테니.’
단순한 추측이었다.
이선지도 교주의 능력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에.
하지만 손쉬운 추측이었다.
특히 크리스탈과 시스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서호에게는 더욱.
‘그게 아니라면 굳이 생존자를 납치해 입을 늘릴 필요가 없으니까.’
교주는 생존자, 특히 세뇌가 쉬운 어린아이를 우선해 이곳으로 납치해왔다.
심지어 가능하다면 그녀가 종교의 교리로 죄인 취급하는 남자마저 이곳으로 끌고 와 노예로 써먹으며 신앙심을 세뇌할 정도이니.
그녀는 모종의 이유로 신도와 신앙이 꼭 필요한 것이리라.
이서호가 처녀와 산제물이 꼭 필요한 것처럼.
‘어디…. 반응이 나오려면 며칠이나 걸리려나.’
이제 이서호에게 남은 것은 기다리는 것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단체 집회 이외엔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교주와 그녀의 간부들.
그녀들 중 하나가 이서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를.
그는 기분 좋게 웃으며 호텔의 최상층을 바라봤다.
。 。 。
“이게 …대체.”
이서호가 야간 신앙 교육을 열기 시작하고 일주일이 되는 날.
슬슬 크리스탈의 업그레이드를 확인하기 위해 크리스탈로 다가간 교주는 눈을 크게 뜨고 손을 떨었다.
“오병이어(五餠二魚)의 레벨이 떨어졌어…. 어째서…?!”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은 뒤 그녀는 깜짝 놀라며 자신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누군가 들었을까 슬쩍 주변을 살펴본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교주는 가슴을 쓸어내리곤.
다시 눈앞에 떠올라 있는 ‘시스템’의 화면을 확인했다.
‘왜, 왜지…? 분명 저번에 레벨을 4까지 올렸는데…. 어째서 3으로….’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느끼기로 시스템은 지금껏 그녀에게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언가를 숨긴 적도 없었다.
관련 이벤트가 일어난 것이라면 해당 이벤트에 대한 알림이 나타났으리라.
“밖에! 밖에 누구 있나요?”
[ …네, 네! 교주님! ]교주의 외침에 곧바로 그녀의 VIP룸 문밖에 대기 중이던 여신도 하나가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왔다.
방문 밖에서 대기하는 여신도는 평범한 신도가 아닌 교주의 은총을 받아 힘을 얻고 그녀의 호위를 맡은 경호조였다.
그리고 다급히 문을 열고 들어온 경호원을 보자 교주는 눈을 부릅뜨고 살며시 입을 벌렸다.
‘왜, 이제야 눈치를 챘지…?’
크리스탈의 이변을 알아챈 뒤 경호원의 모습을 보자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의 근육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정도로 야윈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모습을 떠올리고 바라보면 근육이 줄었다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사도작성 스킬까지 영향을 받았어…? 그렇다는 건….’
이건 신도들의 신앙심에 문제가 생겼다.
그것밖에는 이유를 떠올릴 수 없었다.
‘대체…, 어째서…?’
교주는 호출한 경호원은 덩그러니 둔 채 다급하게 창문으로 달려갔다.
아침 햇살로 밝은 바깥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며 그녀는 땅에서 생활하는 신도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여기서 보기엔 별다른 이상이 보이지 않는다.
‘신앙에 영향이 갈 리가 없을 텐데….’
교주는 개미처럼 움직이는 신도들을 내려다보며 손톱을 물어뜯었다.
애초에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기적을 저들에게 몇 개나 보여주었다.
좀비가 접근할 수 없는 안전한 거처.
소량의 식량으로도 생활할 수 있는 생존력.
그리고 인간 이상의 힘을 낼 수 있는 이능력자들까지.
그 모든 기적을 직접 몸소 경험한 자들이 교주와 황매교에 대한 의심을 가질 리가 없다.
의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신앙심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인데.
지금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저들의 신앙심에 문제가 생겼다 알리고 있었다.
“저…. 교, 교주님?”
그때 불려오고 아무런 지시도 받지 못해 멀뚱히 서 있던 경호원이 조심히 그녀를 불렀다.
하지만 교주는 창밖을 바라보며 어깨를 떨 뿐.
아무런 대답이 없자 경호원은 불안한 얼굴로 그녀를 한 번 더 불렀고.
그때.
“교, 교주…!”
“…━황실장을 불러오세요!”
교주는 날카로운 얼굴로 경호원을 바라보며 다급하게 외쳤다.
“급한 일이니 하던 일 전부 멈추고 당장!”
“네, 네! 알겠습니다!”
처음 보는 교주의 굳은 얼굴.
그 모습을 마주한 경호원은 다급하게 몸을 돌려 문밖으로 달려갔다.
‘무슨 일인지 알아내야 해. …만약 이대로 신앙심이 계속 떨어지면.’
오병이어 스킬이든 사도작성 스킬이든 그런 건 없어져도 아무 문제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가장 처음 선택한 거점 스킬.
‘만약 저 결계 마저 사라지면 그땐….’
교주는 떨리는 손으로 창문을 어루만지며 호텔 주변을 감싸고 있는 녹색 결계를 불안하게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