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In The Post-Apocalyptic Zombie World RAW novel - Chapter (87)
좀비세상 속 사령술사가 되었다 87화(87/98)
교주는 이서호의 손을 꼭 움켜쥐었다.
분명 그가 지켜주리라는 걸 믿고는 있지만 그래도 좀비 떼 사이를 걷는 것은 다른 얘기.
낭떠러지 위의 유리 다리가 안전한 강화유리라고 해도 건너는 것이 겁나는 것처럼.
그녀도 자신들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좀비들을 바라보며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런 교주의 떨림을 느낀 이서호는.
스윽.
그녀의 손을 놓아 교주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러자 교주는 발그레한 얼굴로 이서호를 올려다봤다.
‘상냥해….’
더 강하게 뛰기 시작하는 두근거림.
흔들다리 효과로 반할 시점은 진작에 지났지만.
교주는 좀비 탓인지, 그의 상냥함 탓인지 모를 이 두근거림이 썩 나쁘지 않았다.
그의 포근한 품 덕분에 좀비들의 공포가 설렘으로 묻혀 그녀는 미소 짓고 당당하게 걸어갔다.
“여긴….”
그리고 류다희를 따라 도착한 장소.
그것은 백화점과 이어져 있는 주차장의 3층이었다.
“전부 알몸이네요.”
“히익….”
교주는 무덤덤하게 3층 주차장의 모습을 보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녀와 눈이 마주친 알몸의 남녀들은 하나같이 공포에 질리며 몸을 웅크렸다.
‘왜 저러지?’
자신이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지레 겁을 먹는 알몸의 사람들.
물론 그들은.
‘쉿, 닥치고 있어야지.’
그 옆에 서 있는 남자를 보고 겁에 질린 것이었다.
물론 입단속은 미리 시켜뒀지만 그래도 이서호는 싸늘한 미소를 통해 한 번 더 주의를 줬다.
“전부 죄를 저지른 죄인들입니다. 리더가 정한 벌로 이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아아~ 확실히 탁월한 방법이네요. 후훗, 어쩌면 이쪽 주인분도 저랑 마음이 잘 맞겠어요.”
당연히 호텔에서 남자들을 엘리베이터 대용으로 쓰던 그녀였기에.
알몸의 남녀쯤은 아무렇지 않게 반응했다.
‘다행이네.’
그리고 이서호는 그런 교주의 모습을 보며 살짝 안심했다.
3층으로 먼저 온 것은 교주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자신의 것이 된다면 그가 저지른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하기에.
혹여나 그녀가 받아들이지 못할까 테스트를 거친 셈이었는데.
다행히 교주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눈앞의 알몸의 인간들보다 어디선가 풍겨오는 향기에 집중했다.
“좋은 향기. …이건 설마.”
“네, 교주님의 환영하며 간단한 요리들로 식사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세상에. 그건 정말 기대되네요.”
교주는 진심으로 눈을 빛내며 볼을 잡았다.
풍겨오는 향은 기름지고 산뜻한, 제대로 된 음식의 향이었다.
아무리 그녀가 삼백 명가량의 생존자를 거느리는 집단의 리더지만.
구할 수 있는 식량은 장기간 보존 가능한 종류뿐이었기에.
“기대된다. 그치.”
교주는 어린아이같이 해맑은 얼굴로 이서호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교주는 다시 이서호의 손을 잡고 백화점 안으로 들어갔다.
‘오, 깔끔하네.’
어제 오전에 이서호가 백화점에 방문에 당부한 대로.
3층 내부는 교주의 방문을 위한 자리로 깔끔하게 재배치 되어있었다.
평소 그녀들이 뒹굴고 노는 안방 같은 공간은 잠시 정리하고 3층의 중심엔 텅 빈 공간과 둥근 테이블이 하나 놓여 있다.
물론 아직 모든 것을 밝히진 않을 것이기에 3층의 전원은 꺼둔 상태.
대신 둥근 테이블 위의 촛불 세 개가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이서호의 여자들이 차분한 모습으로 미소 지으며 서 있었다.
테이블까지 다가간 교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류다희를 바라봤다.
“리더는 어느 분이시죠?”
여자라고 들었던 백화점의 주인.
하지만 테이블 뒤에는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의 여자들이 서 있었다.
“곧 자리에 앉으실 겁니다. 먼저 앉으시죠.”
“흐음, 그런가요?”
교주는 의문이 가득했지만 이곳은 그녀의 거점이 아닌 남의 거점이었기에 주인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이후 이서호는 테이블로 다가가 친절하게 의자를 빼주었다.
그의 배려에 기분 좋게 미소 지은 교주는 자리에 앉았고.
이후.
덜컹.
“……어? 왜….”
그녀의 맞은편에 앉는 이서호의 모습에.
교주는 당황한 얼굴로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 。 。
그녀는 마치 ‘네가 거기 왜 앉냐’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미소짓고 바라봤다.
이건 어떻게 보면 데이트의 일종이다.
백화점의 고급 식당까지 내가 에스코트하며.
오붓한 분위기의 테이블에 그녀를 앉혀주고 식사를 시작한다.
단, 테이블에 앉기 직전까지는 상대를 모르는.
그런 비밀의 데이트.
그 정체를 마주한 교주는 눈앞의 상황에 머리가 따라가지 못하는 듯 보였다.
“이실장…. 어째서…. 거기 앉는 거야?”
하지만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리고 나를 바보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내가 눈치도 없이 백화점 주인의 자리에 털썩 앉을 놈이라곤 절대 생각하지 않기에.
그리고 그 답을 깨달은 교주는.
“…….”
충격받은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하연아.”
“네, 아저씨.”
“요리 가져와 줘.”
“네.”
내 옆으로 다가와 지시를 받는 유하연.
그녀는 내 말에 순종적인 눈웃음을 보였고 나는 잘했다며 엉덩이를 쓰다듬어주었다.
“……읏.”
그 모습에 맞은편에 있던 교주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이걸로 더 이상 억지로 부정할 수도 없는 증거를 보여줬기에.
그녀는 내가 이곳의 주인임을 확실하게 깨달았고.
“어째서….”
교주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왜 거짓말한 거야?”
딱히 거짓말을 하진 않았다.
그저 정체를 숨기고 노예부터 차근차근 올라갔을 뿐.
그녀에게 한 것은 정체를 숨기고 정체를 말하지 않은 것뿐이다.
하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미소지었다.
“일단 음식 먹으면서 얘기할까? 너를 위해서 특별히 준비했거든. ……크리스틴.”
“……어?”
마치 어떻게 알았냐는 듯 눈을 크게 뜬 모습.
분명 나와 비슷한 나이일 텐데도 하는 행동을 보면 어린아이 같아 귀여웠다.
그리고 잠시 후.
드르르르륵.
은색 카트에 여러 가지 음식을 담아 온 유하연이 우아한 동작으로 우리 앞에 음식들을 세팅해 주었다.
“굽기는 무난하게 미디움레어로 부탁했는데 괜찮아?”
“…….”
크리스틴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복잡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었다.
눈앞에 신선한 고기로 만든 고급 스테이크와 가니쉬가 있는데도.
또르르륵.
류다희가 다가와 우리의 잔에 각각 와인을 따라줬다.
크리스틴의 와인 취향이라면 옆에서 자주 보았기에 잘 알고 있다.
그녀는 드라이한 와인보다 스위트 쪽을 선호하기에,
기호에 맞는 고급 와인을 준비했다.
“안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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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너를 위해 준비한 거니까 조금이라도 먹어.”
하지만 크리스틴은 먹기는커녕 나이프조차 손에 쥐지 않았다.
그렇게 좋아하던 와인도 조금도 마시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도 포크와 나이프를 움직이지 않고 그저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분명 호화로운 식사 자리였지만 음식을 먹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부.”
그때 크리스틴이 오랜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전부 거짓이었어?”
그녀가 마음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말들 중.
겨우 고른 것은 그 질문이었다.
속인 이유를 묻지도, 뭘 원하는지도 묻지 않고.
그녀는 단순한 한 가지를 물었다.
“나한테 했던 상냥한 행동들, 따뜻하게 건네준 말들. …전부, 흐윽, 전부 거짓말이었던 거야?”
크리스틴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단 하나도, 흑, 진심은, 흐윽, 없었던 거야…?”
다른 무엇보다 그것이 괴롭다는 듯.
흐르는 눈물을 어린아이처럼 양손으로 닦기 시작했다.
그리고.
““…….””
주변의 여자들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울릴 생각은 나도 없었는데.’
나는 그 무거운 시선 속에서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크리스틴을 바라봤다.
“틀렸어.”
“…….”
“난 너에게 숨긴 것은 있어도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고 자신해. 크리스틴.”
내 말에 그녀는 뚝뚝 흘리던 눈물을 멈추고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오해하는 게 있어.”
“……어?”
“나는 딱히 너를 골탕 먹이려고 오늘 정체를 밝힌 게 아니야.”
물론 놀래키고 싶은 마음이 없냐면 거짓이었다.
하지만 골탕 먹일 생각이 없다는 건 진심이다.
“거짓말! 내가 얼마나 충격받고 상처받았는지 알아?”
“충격은 이해해. 하지만 상처받을 필요는 없어.”
“왜! 네가 뭔데!”
“그야 너를 소중히 대한 건 진심이었으니까.”
“…….”
이것만큼은 무엇보다 진심이었기에 나는 미소를 지우고 진지한 눈으로 그녀를 마주했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격하게 감정을 내뿜던 그녀가 숨을 들이마시곤 살며시 볼을 붉혔다.
“변한 건 내 정체뿐. 그러니까 충격받았을 거야. 하지만 상처받지 마.”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내 걸음 소리에 그녀의 어깨가 화들짝 떨리는 게 보였다.
하지만 크리스틴은 도망치지 않고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오늘 너에게 정체를 밝히는 건 너를 곤란하게 만들려는 생각이 아니야. 정체를 밝히고 너를 어떻게 하려는 것도 아니야.”
살며시 손을 들어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 손등을 평소처럼 상냥하게 쓰다듬으며 매만졌다.
“오늘 하려는 건 일종의 고백이다.”
“……고백?”
물론 정체를 고백한다는 의미의 고백이 아니다.
남녀가 입에 올렸을 때 산뜻해지고 뭉글해지는 그런 느낌의 고백.
그렇기에 나는 웃음기 하나 없이.
진지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내 여자가 되어라. 크리스틴.”
“…….”
크리스틴은 빙글거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볼을 붉히고 손으로 입을 가렸다.
이건 충격일까 감동일까.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말을 이어갔다.
“내가 네 것이 되는 게 아니라. 네가 내 것이 되는 거다. 그렇게 하면 평생. 내가 너를 책임질 테니까.”
크리스틴은 눈을 더 크게 뜨고 손으로 입을 막고서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내질렀다.
“…….”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린 듯 아차하며 원래대로 돌아온 그녀의 은색 눈.
그녀는 볼만 발그레 붉힌 채 표정을 살며시 찡그렸다.
그리고 대답했다.
“싫어.”
“어라?”
어째서?
“왜, 왜…? 황매교를 포기 못 하는 거야? 아니면 누가 널 소유하는 게 싫은 거야?”
대체 이유가 뭐지?
물론 그녀가 당황했을 거란 것은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매료의 마안과 방금 그 진심 어린 말들이었다면 이렇게 단호히 거절할 이유까지는 없을 텐데.
그리고 크리스틴은 곧바로 답을 알려줬다.
눈가에 아직 눈물을 맺고서 표정을 잔뜩 찡그리곤.
떼쓰는 어린애 마냥 소리쳤다.
“저년들 다 뭔데! 네가 내게 아니면 저년들이 널 건드린다는 소리잖아━━!!”
아, …그게 걸렸구나.
“싫어! 넌 내 거야! 내, 내가 네 거인 것도 좋지만! 안 돼! 싫어! 절대 허락 못 해!”
그녀의 외침에 주변에서도 이해한다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확실히 내 건 줄 알았는데 공용이면 좀 가슴 아프죠.”
“…나, 난 상관없는데.”
“아저씨 나빴다.”
“……흠흠, 구세주인데 저 정도 쓰레기력은 뭐.”
“주님, 부디 저분의 죄를 용서해주세요.”
다 들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