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In The Post-Apocalyptic Zombie World RAW novel - Chapter (88)
좀비세상 속 사령술사가 되었다 88화(88/98)
“자, 아~.”
“아…. 냠, 흠, 우물우물.”
크리스틴은 내가 썰어 내민 스테이크를 퉁명스럽게 받아먹고 맛을 음미했다.
“어때? 맛있어?”
“…응.”
“이런 거 매일 먹게 해줄 수 있는데.”
그리고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이 풀리진 않았다.
“싫어.”
하긴 어린애도 아니고 맛있는 음식으로 회유가 될 리는 없지.
“맛있는 거 필요 없어. 말했잖아. 나는 네가 다른 여자들에게 애정을 품는 게 싫어.”
그녀의 주장은 일관적이었다.
“자, 아~.”
“아…. 냠, 우물우물.”
이후 후식으로 나온 초코시럽과 아몬드를 뿌린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떠서 그녀에게 먹여주었다.
처음엔 퉁명스러운 얼굴로 받아먹은 그녀는 입에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들어오자 순간 눈을 크게 뜨곤.
“…맛있다.”
볼을 붉히며 오랜만에 맛본 아이스크림을 음미했다.
“굉장하지 않아? 식재료뿐만 아니라 냉장 냉동 전부 제대로 기능해서 원래 생활이 가능해.”
“응, 뭐, 대단하네.”
아이스크림은 꽤 효과를 보였다.
스테이크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불만스럽던 그녀가 지금은 차분한 얼굴로 눈을 피하고 있었다.
“그럼…!”
“하지만 싫어.”
그러나 얼마 안 가 그녀는 표정을 팍 일그러트렸다.
“이것도 저 여자들이랑 나눠 먹는 걸 상상했더니 싫어졌어.”
“그럴 수가….”
여자가 독점욕이 강하다는 것은 지식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얻은 여자들은 내게 소유되는 것을 거부한 적이 없어 느끼지 못했지만.
연애감정으로 시작한 크리스틴은 그리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물론 지배력을 쓰면 손쉽지만.’
그래도 강제적으로 굽히는 것에 큰 의미는 없다.
나는 그녀를 노예가 아닌 내 여자로 맞이할 생각이기에.
“으어어어어….”
“이 백화점에서 제일 좋은 안마기야. 기분 좋지?”
“으으으응, 좋아아아아….”
이후 식사를 마친 그녀를 데리고 안마의자에 앉혀 현대문물의 굉장함을 체험시켜 주었다.
이거라면 그녀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까.
하지만.
“근데 …저 여자들한테도 마사지해준 적 있어?”
안마의자가 멈추자 크리스틴은 살벌하게 눈을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
그에 나는 말 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마의자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얼른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그리고.
“영화…. 오랜만에….”
“어차피 매일 다른 여자 끼고 볼 거잖아.”
“어때? 이 게임….”
“평생 나랑만 한다고 약속할 수 있어?”
“여기 탕도 있어! 매일 따뜻한 탕에….”
“목욕탕이 하나네…?”
젠장.
어렵다.
지금껏 겪은 그 어떤 벽 중에서 가장 어려웠다.
크리스틴은 조금도 물러설 생각 없이 일관된 표정으로 계속해서 거절했다.
‘이대로 내보내면 돌발 행동을 할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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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허실장이 나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가운데 그녀와 함께 호텔로 복귀했다간 큰일이 날 수도 있다.
물론 감금당해도 텔레포트가 있지만.
되도록 이 자리에서 그녀를 설득하고 복귀해야 했다.
“대체 어쩌지, 어떻게 하면….”
“아무리 그래도 구세주님…. 사랑에 빠진 소녀보고 자기 남자를 공유하자는 건 어렵지 않을까요?”
나는 잠시 크리스틴을 소파에 앉혀두고 몰래 이아린에게 조언을 구했다.
지금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사람 중 위키백과 특성으로 가장 많은 지식이 있기에.
심지어 크리스틴은 지금도 이아린과 대화하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 찬스도 제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 혹시 이런 건 어떨까요?”
“뭐지? 뭐라도 좋아, 크리스틴을 설득할 방법이라면…!”
“흔한 연애 기 싸움에서… 여자의 방식을 이용하는 거죠.”
“여자의 방식?”
“좀 치사하고 하남자가 되긴 하지만. 저분은 구세주님께 상당히 푹 빠진 것 같으니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이후 이아린은 내 귀에 속삭이며 이런저런 전략을 알려주었다.
그 모습에 뒤쪽 크리스틴이 으르렁거리는 것이 들렸지만.
나는 곧 이아린의 아이디어에 활짝 미소 지었다.
“고마워! 가능할 것 같아!”
“헤헤…. 그럼 이후에 저한테도 포상을….”
이아린은 감사해하는 나를 보고 볼을 붉히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좋다, 일이 잘 끝나면 밤새도록 귀여워해주지.
나는 이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
내 움직임에 크리스틴이 움찔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나는 곧바로 그녀를 바라보지 않고 심호흡을 한 후 마음을 가다듬었다.
표정에 집중한다.
슬프다. 나는 지금 몹시 괴롭고 안타깝다.
그리고 몸을 돌려 그녀에게 다가갔다.
“흥, …무슨 얘기 하고 왔어?”
이미 이아린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크리스틴은 대화 내용이 신경쓰였는지 물어왔다.
나는 그에 거짓 없이 대답했다.
“으응, 상담을 좀 하고 왔어. 크리스틴이 어떻게 하면 받아줄지.”
“소용없어! 나는 네가 온전히 내 것이 아니면 절대 안 돼! 네가 딴 년한테 사랑한다 속삭이는 건 절대 싫어!”
크리스틴은 마치 고양이가 하악질을 하듯 내게 외쳤다.
그리고 나는 이아린의 조언대로.
한껏 침울한 표정을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렇지?”
“……어?”
크리스틴은 내 반응이 자신의 생각과 달랐는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 이어서 얘기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포기할게.”
“……포기한다니. …뭐, 뭐를?”
자식들이 부모에게 듣기 싫은 말 중 하나로 ‘포기했다’라는 말이 있다.
단순히 공부를 시키길 포기했다거나, 교육하길 포기했다거나.
자식 자체를 포기한 것이 아니지만.
자식은 그 이야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그건 크리스틴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포기한다니…. 쟤, 쟤들 말하는 거지? …다, 다시 내 전담 비서로 살겠다는 얘기지?”
“…….”
나는 소파에 앉아 대답을 재촉하는 크리스틴의 앞에 가만히 서서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침울하고 슬픈 표정,
그리고 안타까운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자 처음엔 미소짓고 물어보던 크리스틴의 얼굴에도 점점 그림자가 지기 시작했다.
“아, 아니지? 아니잖아…, 나, 나 말고, 쟤들을 고른다는 거야? …흐윽, 빠, 빨리 아니라고 얘기해애…!”
곧 그녀는 눈가에 눈물을 그렁그렁 맺고 자리에서 일어나 내 옷깃을 붙잡았다.
그리고 이후에도 내가 대답이 없자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휘젓기 시작했다.
“싫어…. 싫어싫어…! 안 돼…! 나, 나 이제 너 없이는 안 된단 말이야…! 흐윽, 하지 마…! 제발 나 버리지 마…!”
내 옷을 꽉 움켜쥐며 내게 딱 붙어 그녀가 애원하기 시작하자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어쩔 수 없긴 왜 없어! 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면 되잖아! 내, 내가 뭐든 할게! 나 서호를 위해서는 진짜 뭐든 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나는 서글픈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나는 너를 아끼지만. …저 사람들도 내가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야.”
멀리서 지켜보는 여자들의 눈초리가 따갑긴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그럼…. 나보다 쟤들이 더 소중하다는 거야?”
“그럴 리가. 말했잖아. 호텔에서 있었던 시간은 전부 진심이었어.”
“그럼 왜에…! 그냥 나를 선택해! 내가, 흐윽, 내가 행복하게 해줄게…!”
하지만 나는 울먹이는 그녀에게 고개를 저었다.
아린공명은 내게 얘기해줬다.
‘애초에 여자가 카사노바에게 못 헤어나오는 이유가 왜겠어요?’
치사한 소리지만, 여자가 많은 남자는 쓰레기라도 다수의 여자를 소유한 남자는 수컷으로 우수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여자의 본능.
심지어 두 사람이 헤어지면 남자는 옮겨탈 여자가 있지만.
여자는 그걸로 끝.
그렇기에 자신이 손해인 것을 알아도 여자는 포기할 수 없다는 이론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쓰레기 같은 전략이지만.’
어쩔 수 없다.
물론 나는 크리스틴을 아끼지만 그렇다고 한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수는 없다.
가질 수 있다면 뭐든지 한다.
단, 내 사람에겐 가능한 상냥하게.
그것이 내 지론이었다.
그리고 나는 크리스틴을 아련하게 바라보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얘기했다.
“미안….”
“흐윽, 우우, 그런….”
그러자 크리스틴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내게 매달렸다.
“싫어, 그러지 마. 하지 마, 나 버리지 마아….”
내 품에 얼굴을 묻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가슴이 아프지만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 …나도 최선을 다해서 크리스틴을 설득해보려 했지만. …크리스틴은 전부 싫다고 했잖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으니까.”
“……어?”
“그러니까 나도 어쩔 수 없어.”
나를 올려다보는 크리스틴의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에게 어렴풋이 선택지를 제시해 준 것이다.
불만을 감수하고 나를 얻을 것인가, 아니면 나를 포기하고 편해질 것인가.
“그럴 수가….”
크리스틴은 나를 올려다보며 울먹거렸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한 가지 이외엔 선택할 수 없음을.
아린공명이 해주었던 말이 떠오른다.
‘구세주님. 결국 더 사랑하는 쪽이 을인 법입니다요.’
그녀가 옳았다.
사랑에는 갑과을이 존재한다.
그저 누구도 쓰레기가 되는 길을 선택하지 않을 뿐.
“나빠…! 흐윽, 진짜 나빠…! 나, 믿었는데. …진짜 믿었는데…!”
“미안해. 대신 무조건 행복하게 해줄게. 질투심이 안 생길 정도로 평생 소중하게 여길게.”
“우우…, 읏, 흐윽.”
결국 크리스틴은 나를 선택했다.
사실 어떤 경우라도 최종적으로 그녀는 내 소유가 될 수밖에 없었다.
나에겐 지배력도 있으니.
하지만 그래도.
내가 쓰레기가 되는 것으로 나는 그녀를 평화롭게 손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