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In The Post-Apocalyptic Zombie World RAW novel - Chapter (92)
좀비세상 속 사령술사가 되었다 92화(92/98)
크리스틴은 순간 세상이 회색빛으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
모든 시간의 흐름이 뒤틀린 것처럼.
이서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가슴을 부여잡고.
쨍그랑!
바닥에 쓰러졌다.
“……어?”
모두 웃고 있는 떠들썩한 만찬회의 자리.
마치 모두가 멈췄고 이서호와 자신만이 시간이 흐르듯 두 사람의 분위기만 너무나 달랐다.
그리고.
다들 이서호의 이상을 눈치챘다.
“꺄아아아아악!!”
그의 변화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잡다한 일을 하던 시녀들 중 하나.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비명일 질렀다.
그리고 테이블의 사람들도 하나같이 이서호의 변화에 웃고 있던 표정을 굳혔다.
마지막으로.
크리스틴은 떨리는 몸으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 호야.”
평소에는 쑥스러워 잘 입에 담지 않는 그의 이름.
하지만 지금 부르지 않으면 그에게 닿지 않을 것만 같기에.
그녀는 떨리는 마음으로 한 번 더 그의 이름을 불렀다.
“서호야….”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창백해진 그의 얼굴, 기묘하게 거품을 문 입.
경련하는 몸.
“서호야…, 서호야…! …서호야아!!”
크리스틴은 그의 몸을 흔들며 그의 이름을 몇 번이고 부르짖었다.
“서호야! 아, 아아, 안 돼! 안 돼! 일어나! 서호야! 흐윽, 정신 차려어!!”
잃는다.
겨우 얻었다고 생각한 자신의 마음을 가득 채워주던 따뜻한 온기.
그 온기가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어, 흑, 흐어…!”
이서호는 입에 거품을 물고서 몸을 떨며 눈을 뒤집었다.
그 모습에 그의 죽음이란 잔인한 미래를 직감한 크리스틴은 그를 품에 안으며 다급하게 주변에 외쳤다.
“의, 의사아!! 시, 신도들 중에 의사를!! 아니, 간호사라도! 누구든지 좋아!! 빨리, 빨리!! 안 그러면…!!”
크리스틴은 절망감에 떨리는 눈으로 눈물을 흘렸다.
“서호가 죽는단 말이야아━!!”
처절한 절규.
“네, …네, 네! 어, 얼른 찾아오겠습니다!”
그 절규에 굳어 있던 시녀중 하나가 다급하게 연회장을 뛰쳐나갔다.
그리고 그 모든 모습을 지켜보던 허서진.
그녀는 교주의 절규와 이서호의 경련을 지켜보며.
입을 가리고 해맑게 미소 짓고 있었다.
‘죽어…, 얼른 죽어…. 이 쓰레기 같은 남자 새끼야…!’
독을 이용했다.
물론 자신이 직접 가져온 와인, 그것도 술을 따르는 시녀를 통해 그의 잔에만 몰래.
분명 허서진 자신이 의심받을 수 있는 단순한 암살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세상엔 이제 카메라도 없고, 내 암살 지시를 얘기 할 배신자도 없어.’
심증만으론 자신을 처단할 수 없다.
애초에 이 호텔의 여자들 대다수는 황매교의 교리로 남자에게 혐오감을 가지고 있기에.
남자의 죽음쯤 아무렇지 않게 넘어간다.
게다가 교주 크리스틴은 허서진과 팬데믹 초기부터 위기를 함께 극복해온 신뢰가 쌓인 사이.
아무리 소중히 하던 노예가 죽었다고 한들.
곧바로 자신을 의심할 리는 없었다.
‘죽은 당사자 말고는 내가 했다고 지목할 사람도 없으니.’
완벽까지는 아니지만.
이걸로 이서호는 안전하게 처리했다.
단지 문제인 것은.
“크, 흐으, 흐흐….”
당장이라도 터져나올 것 같은 웃음을 참는 게 어렵다는 것 뿐.
“서호야…! 제발, 이러지 마! 버텨! 절대 죽지 마!! 내가 절대 허락 못 해!! 흐윽, 안 된단 말이야…!! 나, 나는…, 흐윽, 나는 네가 없으면…!”
그를 품에 안고 입의 거품을 닦으며 울부짖는 교주의 모습이 안쓰럽긴 했지만.
‘기다리세요, 조만간 그 슬픔을 제가 치유해 드릴테니.’
어차피 저것도 한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님, 부디 주님이 허락하지 않은 권능을 쓰는 걸 용서해주세요.”
조금 전부터 얌전하게 앉아 있던 백화점의 외교사절.
그레이스가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호야…, 흐윽, 서호야…. 제발, 흑, 제발….”
그리고 그녀는 흐느끼며 고개를 숙인 크리스틴에게 다가가.
다소곳이 무릎을 꿇어 앉고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다급한 상황에서도 오직 홀로 온화하게 움직이는 기묘한 모습.
그 기묘함에 이끌리듯.
눈물을 뚝뚝 흘리던 크리스틴은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자리한 ‘성녀’는 후광을 비추며 온화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어린양이시여, 주께선 주께 도움을 구하는 자를 외면하지 않습니다.”
“…….”
크리스틴은 그녀의 목소리에 입술이 떨려왔다.
지금껏 기적을 행사하는 척, 자신을 신격화하여 사이비 집단을 꾸려왔던 그녀지만.
이제는 목숨보다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앞에 뒀을 때.
기적을 행사하던 크리스틴은.
기묘하게 다른 이의 기적에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간절함에 눈물을 흘리며 그레이스에게 애원했다.
“제발, 흐윽, 뭐든지, 흑, 할게요…. 신이시라면…. 제발….”
그런 크리스틴의 대답에 다시금 온화한 미소를 지은 그레이스는.
이서호에게 받은 능력을 끌어모아 후광으로 빛나던 힘을 손끝으로 모았다.
그리고 그 손으로 살며시 이서호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마치 환상을 보는 듯한 그 모습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현재 상황을 잊고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봤다.
그리고 그들 중 하나.
이 모든 일을 일으킨 원흉인 허서진만이.
“자, 잠깐…!!”
일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을 느끼며 손을 뻗었지만.
그레이스의 기적의 손길은 이미 그 빛을 전한 뒤였다.
스으윽.
조금 전까지 금방이라도 숨이 멎을 것처럼 몸을 떨던 이서호는.
천천히 눈을 떴다.
창백하던 안색에 생기가 돌고 거품을 내뱉던 입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아, 아아아…!”
크리스틴은 어쩌면 잃어버릴지도 몰랐던 소중한 사람을.
“흐윽, 읏, 흐읏, …흐아아아아앙.”
다시금 품에 안고 그 따뜻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 。 。
이서호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자 익숙한 크리스틴의 향기가 느껴지며 그녀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서.
“어, 어떻게….”
허실장의 당황스러운 목소리도 함께 귀에 들려왔다.
‘그레이스가 잘 해줬나 보네.’
이서호가 고개를 돌려 크리스틴의 옆에 있는 그레이스를 보자.
그녀는 눈이 마주치고 싱긋 웃으며 볼을 붉혔다.
그레이스의 치료 능력.
그 능력의 검증은 이미 밑에 있는 남자 노예들을 치료하며 전부 확인했다.
물론 그녀의 체력이 소모되긴 하지만.
단순한 상처부터 감기, 그리고 원인 모를 통증에.
태생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장애까지.
그녀의 치유 능력은 말 그대로 인간의 기본적인 상태의 이상을 회복하는 힘.
독의 치유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교주님. 이제 그만 우세요. 저 이제 멀쩡합니다.”
“시끄러…. 흐윽, 이 멍청이, 내가 얼마나, 흑, 놀랐는데…!”
이서호는 몸을 일으키고 울고 있는 크리스틴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분명 조금 전까지 독에 죽어가고 있던 남자.
그 모습을 본 허서진은 당혹감에 굳은 채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이런….’
교주가 어떠한 기적을 일으킨 것일까.
하지만 지금까지 병을 치료하는 기적은 보인 적이 없었다.
그럼 숨기고 있었던 것?
아니, 확실히 보았다.
외교사절로 온 여자가 기묘한 빛으로 이서호를 치료한 것을.
‘이런 빌어먹을…!’
겨우 잡은 이서호의 암살 기회가 실패로 끝나자 허서진은 숨길 생각도 못하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멀쩡히 일어난 이서호는.
그 모습을 곁눈질로 확인하고서.
크리스틴의 귀에 살며시 속삭였다.
“크리스틴….”
“흐윽, 응…?”
“나 방금 …독을 마셨어.”
“……뭐?”
이서호의 말에 크리스틴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기분을 느끼며 눈물을 멈췄다.
그게 진짜냐 되묻지도 않았다.
조금 전 이서호의 모습은 확실히 이상했기에.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교주는.
“…누구야.”
차갑게 중얼거렸다.
“누가 …서호에게 독을 먹였지?”
목숨보다 소중한 사람을 눈앞에서 잃을 뻔했던 교주의 증오 서린 눈이 주변의 사람들에게 향했다.
“히이익!”
“아, 아닙니다…! 저는 아닙니다!”
그리고 그 눈을 마주친 사람들은 하나같이 몸에 한기를 느끼며 손을 휘저었고.
그것은 허서진도 마찬가지였다.
“아닙니다! 교주님! 제가 왜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당연한 대답이었다.
‘어차피…, 증거는 없어…!’
좀비로 멸망한 세상.
지문을 조사할 수도, CCTV를 확인할 수도 없으니.
아무리 심증이 있더라도 현장을 잡은 것이 아니라면 범인으로 몰아갈 수 없다.
그리고.
그 부분은 이서호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
그렇기에 그는 누가 독을 넣었는지 알고 있지만 굳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누구야…. 누구야, 누가…!! 누가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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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주는 당장이라도 범인을 잡아 사지를 뜯어버릴 것처럼 분노하며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이러다간 이 자리의 전부를 죽일 것처럼.
마치 야수처럼 노려보는 눈.
흐르는 것이 붉지만 않을 뿐 그녀가 흘린 눈물은 피눈물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교주의 목소리에 얼어붙은 연회장에서.
정말 갑자기 자리에 없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흠.”
“꺄아아악!”
크리스틴의 눈빛에 굳어있던 시녀 한 명이 자신의 옆에서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비명을 질렀고.
그러자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그곳으로 시선을 향했다.
그곳엔.
검은 머리카락의 히메컷을 한 아름다운 여자가 날카로운 눈매로 씨익 미소 지으며 손에 들린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갑자기 나타나서 죄송합니다. 저는 S백화점의 리더가 보낸 …으음, …이른바 스파이? 같은 건데요.”
“……뭐?”
“아니, 어떻게, 그보다 언제부터…!”
그녀의 모습을 처음 본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등장에 당황하며 헛것을 보는 것 마냥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며칠 전 백화점의 교류회로 교주와 함께 백화점으로 향했던 인물들.
특히 그 중의 한 사람.
허서진은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백화점에서 갑자기 나타나던 신출귀몰한 여자.’
그것을 깨닫자 허서진은 무언가 불길한 감각을 느꼈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시선이 류다희의 손으로 향했다.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은.
“아아…. 제가 리더의 명령으로 호텔을 조금 염탐했습니다. 그런데….”
캠코더였다.
“재밌는 게 찍혔는데 같이 보시겠어요?”
그녀는 마치 이서호처럼 씨익 웃으며 캠코더를 살랑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