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In The Post-Apocalyptic Zombie World RAW novel - Chapter (98)
좀비세상 속 사령술사가 되었다 98화(98/98)
김태영은 눈앞의 풍경에 몸이 굳어버렸다.
‘…이게, 대체.’
알몸으로 차가운 주차장 바닥에 앉아있는 남녀들.
심지어 남자들의 다리 사이엔 정조대로 보이는 것이 채워져 있었다.
그 뒤로는 1인용 텐트.
백화점 내부의 상황과는 확연히 다른 열악한 환경이었다.
그리고 그걸 증명하듯 희망을 잃은 탁한 눈동자의 남녀들은 모두 절망적인 얼굴로 김태영을 바라봤다.
“서, 서호야. …이게 대체 뭐야.”
김태영은 저들이 저러고 있는 이유를 알고 있을 남자에게 물어보았다.
이서호.
이 백화점의 주인이며.
좀비를 다루고 크리스탈을 소유한 특별한 인간.
그리고 김태영은.
제발 자신의 생각이 틀렸기를 빌었다.
그런 김태영의 모습을 곁눈질로 지켜보던 이서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것들은 가축이야.”
한 치의 거짓 없이.
자신이 생각하는 저들에 대해 설명했다.
“……무슨 의미인데?”
그리고 담담한 이서호의 말에 김태영은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자세한 사정을 물었다.
“아까 내가 로브 입은 좀비한테 물렸다고 했잖아.”
“……응.”
“저것들이 나를 팔아서 그랬어. 죽을 사람을 한 명 고르는데 나를 고른 거지. 그 전에는 노예로 쓰였어. 호텔 1층의 남자들처럼. …아니, 그것보다 조금 더 심하게.”
“그래서 …복수라도 하는 거야?”
“복수?”
이서호는 김태영의 얘기에 키득거리다 대답했다.
“아니, 그냥 저것들은 원래 저렇게 사는 게 맞는 인간들이라 저렇게 둔 거야. 너는 가축한테 옷을 입히고 집도 주고 그래?”
무심하게, 아무런 감정 없이 내뱉는 이서호의 목소리에 김태영은 그의 말이 진심임을 느꼈다.
그가 저 사람들을 진심으로 가축 취급을 하고 있음을.
그렇기에.
김태영은 충격받은 얼굴로 작게 중얼거렸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
“사람을 가축 취급하는 게 그게 맞는 거냐고!”
소리치는 김태영의 모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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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호는 직감했다.
‘역시, …친구는 어렵겠구나.’
자신의 사정도 대략적으로 설명했다.
물론 자세하게 당한 것들을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애초에 김태영도 더 이상 들을 생각은 없어 보였기에.
그는 이서호의 이 행동을 부정했다.
그가 당한 일들이 어떻든, 그가 지금 하는 일은 비인간적이라며.
마치 악당을 눈앞에 둔 만화 속 주인공처럼.
“당장 그만해! 서호야, 너 이런 사람 아니잖아! 이제 그만하고 저 사람들을 풀어줘!”
그리고 원래는 꽤 마음에 들었던 김태영의 주인공 같은 모습이.
순간.
이서호는 거슬리게 느껴졌다.
“풀어주라고?”
“그래, 아무리 세상이 이렇다고 해도. 사람이 사람에게 할 짓이 아니야.”
딱히 김태영의 의견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어차피 저 사람들, 너랑 아무 관계 없잖아.’
이서호는 그렇게 물어보고 싶었다.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
심지어 이 세상은 남을 생각하기엔 이미 늦어버린 멸망한 세상이다.
그런데도 너는 타인을 생각하며 올바르게 행동할 것인가.
이서호는 김태영에게 그런 의문이 피어올랐다.
그렇기에.
이서호는 조소를 비추며 말했다.
“내가 왜?”
콰앙!
그러자 김태영이 이서호의 옷깃을 붙잡고 벽으로 몰아붙였다.
그의 눈엔 분노가 타오르고 있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인간.
그것이 김태영이었으니.
그리고 이서호는 그런 김태영이 우스웠다.
“왜 그렇게 성질이야? 호텔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노예 생활도 잘 했잖아.”
“그거랑 이게 같아?! 적어도 거기 사람들은 노예 취급은 당해도 가축 취급은 안 당했어! 거기 남자들이랑 여기 저 사람들이 같은 표정이라고 생각해?!”
“태, 태영아….”
뒤에 있던 차혜연은 상황이 폭력적으로 변해가자 조심히 그의 옷깃을 붙잡았다.
그러나 소꿉친구의 만류에도 김태영은 물러서지 않았다.
상대가 어떤 신비로운 힘을 가졌더라도.
그는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기에.
학교의 사람들도 그런 자신의 신념이 있었기에 구할 수 있었으니.
“이서호…. 나는 너를 그런 최악의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네가 저 사람들에게 당한 것도 알겠어. 그래도, 아니, 그러니까 이제 이 정도로 끝내.”
“끝내라는 건…. 저 사람들을 나보고 보살피라는 소리야?”
“……아니, 최소한 자유롭게 풀어줘. 저건 인간의 삶이 아니잖아.”
나가면 좀비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김태영은 가축의 삶보다는 나으리라 판단했다.
아무리 삶이 절박해도.
저런 식으로 살아선 사는 것이 아니기에.
그리고 그런 김태영의 말에 이서호는 고개를 들어 어두운 주차장의 천장을 바라봤다.
그의 눈앞에는 메인퀘스트의 창이 떠올라 있었다.
[완료] 버튼이 나타나 있는.‘이걸 위해서 데려오라고 한 거군.’
그제야 이서호는 어째서 이런 퀘스트가 나타난 것인지 깨달았다.
시스템에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친구’임을 확인하라는 것은.
이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결과.
김태영은 친구가 아니라 판단되었다.
“얼른 대답해! 저 사람들을 풀어주겠다고. 아직 늦지 않았어! 더 이상 잘못을 반복하지 마! 서호야!”
김태영은 대답 없는 이서호를 보며 다시금 크게 외쳤다.
그리고 그런 김태영의 행동에.
주차장 알몸의 남녀들을 전부 공포에 떨고 있었다.
‘…저 새끼 왜 저래.’
‘미친 거 아냐?’
‘괜히 우리한테 불똥이라도 튀면….’
그들은 그저 두려웠다.
이서호가 한마디만 하면 주변을 둘러싼 좀비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할지 알고 있으니.
그리고 이 모든 혼란의 중심에 있는 이서호는.
‘건방지네.’
김태영의 마음에 들었던 정의감이 슬슬 같잖게 느껴졌다.
그렇기에.
그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뭐, 좋아.”
“…그럼.”
“저 사람들 풀어줄게.”
이서호의 대답에 김태영은 그제야 어두운 표정을 살며시 풀었다.
하지만 웃을 수는 없었다.
이서호가 어떤 인간인지를 얼핏 느꼈기에.
그도 이제는 조금 전과 같이 친구사이로 돌아가기엔 늦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마찬가지인 이서호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런데 그냥 풀어주는 건 아무래도 내 성이 차지 않아서.”
“……뭐?”
“그게 조금 궁금해졌거든. 네 그 정의감 말이야.”
이어지는 이서호의 말에 김태영은 다시 표정을 굳히고 이서호를 바라봤다.
그에 이서호는 씨익 미소 지으며 얘기했다.
“이 미친 세상에서 네 그 정의감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 …궁금하지 않아?”
“무슨 뜻이야.”
“단순해.”
이서호는 한 손으로 김태영을 툭 밀며 말했다.
“우리 내기하자.”
“……내기?”
“이기면 네가 원하는 대로 저 사람들을 풀어줄게. 아니, 그냥 아예 풍족하게 살게 해줄게. 원하는 장소에서 물자도 무한하게 제공해주고 그 외엔 일절 건드리지 않을게.”
이서호의 제안은 파격적이었다.
단순히 가축에서 자유가 되는 것이 아닌.
이전 평화로웠던 세상과 거의 비슷한 삶을 살게 해준다는 것이고.
이서호는 그게 가능한 사람이기에.
하지만 김태영은 그의 이야기에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분명 좋은 조건엔 안 좋은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니.
“…내기에서 진다면?”
패배할 경우의 대가.
그것이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이서호는 그의 생각과 달리 씨익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없어.”
“없다고?”
“아니지, 굳이 말하자면 저 사람들의 죽음? 단지 내가 죽이는 게 아니라 저 사람들이 전부 죽는 게 내기에서 지는 거니까.”
“그럼 내기의 내용이….”
“저 사람들을 데리고 네 학교까지 가는 것. 그게 내가 거는 내기 조건이야. 몇 명 죽든 상관 없어. 한 명이 남아도 네 학교까지 데려가는 거야.”
그리고 이서호는 조소를 비추며 김태영의 어깨를 두드렸다.
“뭐야, 설마 저 사람들을 풀어주라 하고 그 뒤로는 알아서 하라고 버려둘 셈이었어? …책임은 끝까지 져야지.”
김태영은 비웃는 이서호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머릿속이 복잡할 뿐.
‘학교까지 저 많은 사람들을…. 가능할까? 하지만 성공하면 안전과 물자를 보장. …그럼 학교 사람들도 모두 더 이상 굶주리지 않을 수 있게 돼.’
조건만 따지면 너무나 이상적인 내기였다.
하지만 찜찜했다.
이서호가 어째서 이런 내기를 거는 것인지.
“…이걸 해서 네가 얻는 게 뭔데?”
그걸 알아야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자 이서호는 별거 아니라는 듯 가볍게 대답했다.
“뭐, 그냥 호기심 하나 푸는 거지.”
“……호기심?”
“그래, 네가 가진 신념이 허상이 아니라 진짜구나. …네가 저 사람들을 포기하면 네 신념은 고작 그 정도구나. 그런 호기심이 풀리는 거지.”
“…그딴 일에 저 많은 사람의 안전을 평생 책임진다고?”
“하하, 너한테야 큰일이지 나한테는 별거 아니라서.”
이서호의 대답에 김태영은 잠시 턱을 짚고 고민했다.
하지만 그 고민은 고작 수초에 지나지 않았다.
“좋아.”
김태영은 이서호의 내기를 받아들였다.
“대신, 약속은 꼭 지켜.”
애초에 내기를 거절하면 저 사람들은 여전히 이서호의 밑에서 가축으로 지내는 것이기에.
저들을 풀어주려면 자신이 내기를 받는 것밖에 없었다.
‘…위험하긴 하겠지만. …할 수 있어.’
김태영은 자신이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다 함께 힘을 합쳐 이기지 못한 난관이 없었기에.
비록 챙겨야 할 사람이 많지만.
그렇다는 것은 힘을 합칠 사람도 많다는 뜻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김태영의 자신만만한 대답에 이서호는 씨익 웃었고.
스윽.
뒤에 있던 차혜연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읏.’
갑자기 다가온 이서호에게 차혜연은 살며시 볼을 붉혔지만 그의 손을 피하지는 않았다.
“그럼 나는 혜연 씨랑 같이 K중학교에 가서 기다릴게.”
“뭐? 네가 왜 우리 학교에…!”
“혜연 씨도 데려가야 하고, 네가 제대로 학교로 저 사람들을 데려오는지도 확인해야 하잖아? 그러려면 내가 학교로 가야지.”
이서호는 노려보는 김태영에게 다가가 슬쩍 속삭였다.
“…아니면 위험한 내기에 소꿉친구를 참여시키게?”
“……크윽.”
이서호의 말대로 저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학교로 이동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런 일에 차혜연을 동참시킬 수는 없으니.
‘그래, 그래도 이서호라면 혜연이를 안전하게….’
그의 능력이라면 가능한 일이었다.
“대신….”
김태영은 이서호의 옷깃을 꽈악 붙잡고 그를 노려봤다.
“혜연이나, …학교의 그 누구에게 이상한 짓 하기만 해봐. 내가 널 반드시 죽여줄 테니까.”
걱정되는 것은 그저 그녀들의 안전.
혹여나 이서호가 그의 힘으로 그녀들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기에.
하지만 이서호는 진심으로 그럴 생각이 없었다.
“걱정 마, 그쪽 사람들에게 나쁜 짓은 안 할 테니까.”
이서호는 씨익 웃으며 김태영을 내려다봤다.
그는 정말 나쁜 짓을 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서로 동의하는 사이라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서호는 내기가 끝난 뒤.
자신의 신념을 따라 정의롭게 행동한 김태영의 모습이 너무나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