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81)
Chapter 180 – 180. 성배수송
탁탁탁탁!
데이아와 엘레노아의 발소리가 등 뒤에서 울려온다. 점차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발소리에도 앞에 있는 악마들은 조금의 미동조차 없었다.
두 사람을 풀어주는 게 아니었다.
어디로 가든 결국 자신들의 손바닥 안에 있다는 자신감 때문에 여유를 부리는 중이었다.
“후우.”
냉정하게 생각하자.
대악마라고는 해도 방금 전의 마간처럼 압도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강함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마간은 만찬회라는 배경 때문에 급격하게 강해진 상태였던 거고 그걸 파훼했기에 승리할 수 있었던 거다.
앞에 있는 대악마들이 만찬회의 마간과 동급이거나 이상의 힘을 가지진 않았겠지만.
‘지금의 아리아보다 한 수 위 혹은 아래.’
대악마 사이에도 강함의 격차는 있을 테니 그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지.
“만찬회에서 마간을 이렇게 만든 건 놀랍네요.”
“하하, 그냥 살쪄서 못 움직인 거 아니야?”
“…….”
그래도 대악마가 자그마치 세 명이다.
투쟁의 발키리아와 숭배의 페이런은 서로 여유로운 잡담을 나누고 있었으나.
긍지의 대악마 듄은 내 바로 앞에 선 채로 우두커니 나를 내려다보는 상황.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세 개의 검은 눈동자가 정확하게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인간이여.”
“…….”
“대륙을 위로하는, 긍지 높은 인간이여.”
그의 묵직한 한마디가 내뱉어지는 순간, 마간을 사이에 두고 잡담을 떨던 대악마 두 사람의 시선도 내게로 꽂혀 들어온다.
표정이 굳으며 꽤나 심각한 상황이라 인지했는지 방금까지의 여유롭던 분위기는 어디 가고 긴장감이 차오른다.
“그대의 신념을 내게 보여주겠나?”
기괴한 질문.
그것에 내포된 의미를 벨리카가 침착하게 설명해왔다.
[일대일로 싸우자는 거야. 받아들이면 안 된다.]“…….”
[마간의 만찬회랑 똑같아. 녀석이 서로의 긍지를 걸고 싸우는 대결이라는 걸 인지하는 순간, 지금보다 몇 배는 강해져.]꿀꺽 침을 삼키며 심호흡한다.
이미 선고처럼 내리 앉은 질문에 나는 굳이 답하지 않고 침묵을 고수한다.
뿌드드득!
그 틈에 등 뒤에서 다시금 솟아난 거미다리.
처음 마간과 싸울 때보다는 숫자도 적고 작았으나 빠르게 지면에 꽂히더니 그대로 뒤로 크게 도약해서 악마들과 거리를 벌려준다.
“흠.”
거절의 뜻을 받아들인 듄이 아쉬운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는다.
그러자 다른 대악마들이 듄의 옆으로 다가와서는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물었다.
“고작 인간이에요. 당신이 긍지를 걸고 싸울 정도의 강자가 맞을까요?”
“오랜만이라고 기준을 너무 낮춘 거 아니야?”
“다들 정신 차려라.”
교만한 두 사람에게 냉정하게 일갈하는 듄. 숫양의 것을 닮은 그의 다리가 바닥을 긁는다.
“마간의 만찬회를 파훼한 인간이다. 전투가 오랜만이라 다들 너무 방심하는군.”
“읏.”
“아, 진지하긴.”
발키리아는 꽤나 정곡을 찔린 표정을 지었으나, 페이런은 자신의 꼬리 중 하나를 가지고 놀면서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힘이 다 빠진 놈일 뿐이잖아. 성녀가 있다고 들었지만 아직 그릇이 작은 년일 뿐이고.”
그런 파이른의 말에 발키리아가 비아냥거린다
“파이른은 이전 성녀를 만나본 적이 없으니까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때마침 비서 그리고 정신지배를 당한 타국의 영웅과의 전투를 끝낸 타이른, 다리우스 그리고 루치아.
승리했다고는 하더라도 세 사람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는데, 그만큼 고전했음을 알 수 있었다.
거친 숨을 고르며 내 쪽으로 다가오는 세 사람.
타이른이 지팡이에 기대듯 선 채로 내게 물어왔다.
“저들도 대악마인가?”
“그래, 셋 모두.”
“하, 이 타이른의 죽을 장소가 여기였던가.”
그리 말하면서도 타이른의 눈동자에는 아직도 삶을 위한 투쟁의 불꽃이 꺼지지 않고 타오르고 있었다.
“데이우스…… 아니, 김신우.”
타이른의 뒤에서 내게 다가온 다리우스. 그 역시 꼴이 말이 아니었으나 아직도 검을 쥔 손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내가 뭐라 대답해야 하나 싶었으나, 그는 덜컥 나를 안아주었다.
“……!”
“등 뒤에 다리 때문에 안는 게 불편하잖아.”
시시콜콜한 농담을 하며 나와 뺨을 맞댄 그의 큰 손이 부드럽게 내 뒤통수를 감싸온다.
“돌아가면 노스웨든의 밤풍경을 보며 맥주나 한잔 하자, 동생아.”
툭툭.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 다리우스가 천천히 몸을 뗀다. 눈시울이 붉어진 그의 입가에는 정이 넘치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따로 답하진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그 미래를 함께 상상할 뿐.
“제가 잘해볼게요.”
각오를 다진 성녀 루치아가 기도하듯 양손을 감싸 쥔다. 악마의 극상성이자 그들에게 통하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
그걸 다시금 생각하며 나는 타이른과 다리우스에게 강조한다.
“무조건 루치아를 지키는 거다.”
마간에게는 기습을 당했기에 허망하게 기절했던 루치아였지만. 우리라는 벽이 있다면 그녀가 충분히 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 * *
“아오, 이것들은 또 뭐야!”
쏟아지듯 밀려오는 마수의 머리에 도끼를 찍어 넣은 핀덴아이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분을 토해낸다.
분명 방금 전까지는 길을 막아서는 클락 공화국의 병사들을 상대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복도의 창문을 깨고 날아드는 마수들의 대가리를 찍는 상황으로 변했다.
연회장이 무너져 내리는 걸 본 직후. 외부에 있던 핀덴아이, 아리아 그리고 에리카는 다급하게 연회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중간중간 나타나는 공화국의 병사들 탓에 시간이 꽤나 허비되었고.
특히나 공화국이 있는 세 명의 초인 중 하나의 목을 베어 넘기느라 시간이 꽤나 쓰여 버렸다.
“이거 상황이 좀 심각한 것 같은데요.”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민 채로 연회장이 있는 반대편 건물을 확인한 아리아가 혀를 찬다.
“마나가 요동치면서 혼탁해지는 걸 보니까 대악마가 더 늘어난 것 같은데…… 아무래도 한 놈이 아닌 것 같아요.”
“대악마가 또?”
성배가 든 상자를 쥔 채로 나비 모양의 정령들을 다루며 가장 많은 마수들을 처리하고 있는 에리카.
그녀의 마법은 어두운 본성 내부의 가장 밝은 빛으로서 주변을 비추고 있었다.
‘이 정도 숫자면 셋은 온 건가? 클락 공화국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1회차에서 알지 못했던 비밀들이 계속해서 튀어나오니 아리아도 혼란스럽긴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였다.
대악마가 통령이었다는 것만 해도 놀랄 일이었지만 설마 다른 대악마들까지 동참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대악마들이 서로 협력을 한다?’
인간과는 조금 다른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는 악마들. 그들은 특유의 욕망에 비롯되어 살아가고 있었기에 인간을 좋아했다.
인간은 자신들의 욕구를 대부분 충족시켜주는 귀한 자원들이었으니까.
‘클락 공화국이 단순히 마간의 식탁 역할만 하던 게 아니었구나.’
대악마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클락 공화국을 통해 자신들의 욕망을 충족시키고 있었음을 알게 된 아리아는 대검을 쥔 손에 더욱 힘을 준다.
이제는 버린 이름이지만, 그녀의 본성은 원래부터 용사라는 이름을 짊어지기에 적합할 정도로 선하다.
공화국을 울타리로, 인간을 가축으로 사용하고 있는 그들의 기행을 그냥 넘기기 힘들었다.
“어쩔 수 없네요.”
쏟아져 들어오는 마수들은, 마치 자신의 발목을 붙잡는 것처럼 느껴졌기에 아리아는 양손으로 대검을 움켜쥐며 위를 올려다본다.
“제가 길을 뚫어……!”
아리아의 거센 마나가 돌풍처럼 바닥을 휩쓸고 대검에 감겨드는 순간.
“핀덴아이이이이이!”
탕! 탕!
창문 너머에서 반대편 건물에서 울려오는 여인의 외침과 총성.
“데이아!”
자신을 부르는 데이아의 외침을 바로 알아차린 핀덴아이가 다급하게 창문 밖으로 목을 쭉 뻗는다.
반대편 건물의 창문을 통해 총을 쏘아대고 있는 데이아와 마법을 다루는 엘레노아의 모습이 보였다.
“이런 씨!”
쏟아지는 마수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며 핀덴아이는 발바닥에 불이 붙은 것처럼 다급해했으나 막상 저쪽으로 넘어갈 방법이 없었다.
통로를 통해 뛰어가기엔 길이 여전히 마수들에게 막혀 있다. 창문을 타고 넘어가기에도 거리는 물론이고, 비행형 마수들이 너무 많다.
“상자 있어?!”
본인이 다급한 상황에서도 데이아는 핀덴아이를 향해 성배가 든 상자가 있는지 확인한다.
에리카는 자신이 들고 있는 상자를 들어 올려 보여준다.
“그거 이쪽으로 넘겨!”
대악마를 상대로 싸우고 있는 데이우스에게 가장 큰 무기가 되어줄 성배.
성녀인 루치아가 들게 된다면 분명 엄청난 효율을 보여줄 물건.
데이아는 일행들을 찾으라는 데이우스의 말에 담긴 진의를 바로 이해하고 성배를 찾기 위해 연회장 밖으로 빠져나온 것이었다.
“저 아가씨가 막말을 하네! 어떻게 넘기라고!”
“그 정도는 좀 알아서 해봐!”
“왕명이야!”
핀덴아이가 신경질 부리며 외쳤으나 반대편 역시 상황이 다급한지 데이아와 엘레노아가 합심해서 억지를 부려대기 시작했다.
“왕명이면 뭐 다 되는 줄 아나!”
버럭 화를 내면서도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핀덴아이. 그런데 해답은 옆에 있는 아리아에게서 튀어나왔다.
“제가 길을 뚫어드릴게요.”
대검을 고쳐 쥔 아리아가 데이아와 엘레노아가 있는 건물 방향의 벽을 향해 검을 겨눈다.
그녀가 보통 소녀가 아니라는 건 이미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기에.
에리카는 세 사람을 중심으로 보호마법을 친다. 쏟아지는 마수들이 그것에 달라붙으며 당장이라도 깨질 듯 불안했으나.
아리아가 전력으로 검을 휘두를 잠깐 정도의 틈은 만들 수 있었다.
“중간에 마수만 없으면 내가 마법으로 저기까지 날려줄 수 있어.”
성배가 든 상자를 핀덴아이에게 건네며 곧바로 마법을 준비하는 에리카.
갑자기 마법을 타고 저 너머로 날아가게 된 핀덴아이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도끼를 허리춤에 걸치며 상자를 받아 든다.
“나 떨어져 죽으면 바로 주인놈한테 가서 이를 거다!”
투덜거리면서도 아리아의 바로 뒤에 자세를 잡는 핀덴아이.
에리카의 보호마법이 거의 꺼져갈 무렵, 낮게 내리 앉았던 아리아의 대검이 커다란 원을 그리며 앞으로 내질러진다.
콰아앙!
압도적인 질량과 마나를 담은 검기가 벽을 사정없이 부수며 하늘을 날고 있는 마수들을 도륙해간다.
“공주님!”
“꺄악!”
얼마나 위력이 강했는지 데이아와 엘레노아가 있는 건물의 외벽까지 박살 내며 꽂혀 들어간 검기.
위험할 수도 있던 상황이었으나 어쨌든 길이 열렸고.
둘러지는 황금빛의 마나에 핀덴아이는 몸을 맡긴다.
마나가 발치를 간질이듯 맴돌더니 곧이어 붕하는 소리와 함께 몸을 들어 올린다.
“오오오오!”
난생처음으로 하늘을 날아본 핀덴아이의 탄성이 공화국의 하늘에 울려 퍼진다.
“어! 어! 야!”
반절쯤 왔으나 고된 전투로 에리카의 마나가 고갈된 탓에 점차 속도가 느려지며 슬며시 추락하기 시작한 핀덴아이.
당황해서는 상자를 양손으로 꼭 쥔 채로 발이 허공을 휘적거리지만.
“괜찮아.”
가쁜 숨소리와 함께 에리카의 한마디가 귓가에 닿는다. 그 순간, 거대한 황금빛의 나비가 핀덴아이의 발밑에 나타나며 그대로 그녀를 반대편까지 데려다준다.
“와, 씨.”
죽다 살아난 핀덴아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바로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고 도끼를 꺼내 든다.
방금 전 아리아의 검기를 통해 횡 하니 비어버린 장소에 다시금 마수들이 쏟아져 오기 시작했다.
“상자 챙겨! 연회장까지 내가 길 뚫는다!”
외침과 동시에 핀덴아이는 저돌적으로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워낙 많은 마수들의 무리를 향해 몸을 날렸기에 이곳저곳에서 상처가 생기고 있었으나.
엘레노아가 바로 핀덴아이의 뒤를 쫓으며 마법으로 그녀를 보조한다.
그 뒤를 상자를 감싸 쥔 데이아가 곧장 따라 내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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