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29)
Chapter 228 – 228. 여섯 왕자
“뭐?”
2왕자 레훌은 자신의 귀에 들어온 소식을 듣고는 어이가 없음에 탄식을 내뱉었다.
그에게 소식을 전한 하녀는 바들바들 떨면서 고개를 푹 숙인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레훌은 과도하게 폭력적이게 변하는 경향이 있었고.
“그걸 지금 내 앞에 와서 씨부려?!”
바로 하녀의 복부를 걷어차자 그녀는 미끄러지듯 뒤로 밀려 벽에 부딪친다.
“커헉! 커허억!”
“빌어먹을!”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하녀를 내버려 둔 채로 분을 토해내는 레훌.
엘레노아 공주와 다른 이들 앞에서는 온화한 왕자인 척 연기하지만 그의 본성은 사실 다른 왕자들보다 훨씬 악독했으며 야심이 깊었다.
이런 점은 그의 유일한 형인 1왕자 라훌 때문이기도 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자신보다 못난 형을 보고 자란 터라 뿌리부터 교만했다.
“그 머저리가! 이번 토벌에서도 또다시 지휘봉을 잡는다? 아버님은 정말 노망이라도 드신 건가?!”
이미 사하르 사막에 있는 대형 마수의 1차 토벌에서 실패했다.
당시 1왕자 라훌의 작전과 통솔은 정말 형편없는 수준이었고, 레훌은 일부러 입을 다물고 형을 따랐다.
그래야만 1왕자의 무능함을 모두가 알게 될 테니까.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실패를 하고 온 1왕자 라훌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지만.
“레르훌타……!”
4왕자 레르훌타가 제안한 대형마수 토벌전략을 1왕자인 라훌이 양도받았기 때문이었다.
천라지망(天羅地網).
대형마수를 상대하는 그리핀의 진법 중 하나로 이번 2차 공략에 채택된 작전이다.
엘레노아 공주가 4왕자 레르훌타에게 알려준 걸 그대로 1왕자 라훌이 인계받은 상황.
“후우우우.”
2왕자 레훌은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이국의 공주를 떠올린다.
왜일까.
그녀를 처음 봤을 때는 분명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녀를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 피어올랐고, 다른 형제들이 원하는 걸 보고 있자니 더욱 뺏고 싶어졌다.
이번엔 라훌에게 도움을 주긴 했으나.
“요긴하게 쓸 수 있다.”
혼인을 하는 건 위험하더라도, 애인 관계 정도는 유지하면 딱 좋을 듯싶었으며.
또한 나이에 비해 여러 방면으로 쓸만해 보였다.
또한 1왕자 라훌보다는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는 모습도 있었으니.
“엘레노아 공주.”
레훌은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 * *
최근 왕궁 내의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1왕자와 4왕자가 붙어서 엘레노아 공주가 전수해 준 천라지망(天羅地網)을 본격적으로 연습하는 중이었다.
반대로 2왕자인 레훌은 내실을 다지는 중이었다.
“타국의 공주가 알려준 작전을 그대로 시행한다는 말입니까?”
“어이가 없군요. 그럼 우리는 뭐가 되는 겁니까?”
“제르만 왕국에도 뛰어난 대형마수를 토벌법이 있습니다. 솔직히 1차 토벌에서는 라훌 왕자님이 무리해서 지휘봉을 잡으신 게 문제가 아니었는지…….”
다름 아닌 장군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그는 1왕자 라훌이 놓치고 있는 자국의 장군들의 마음을 달래는 중이었다.
“장군들의 유능함을 제가 모르겠습니까. 다만 전략의 다양성을 위해 이번에는 그쪽 작전을 사용하는 거지요.”
“크흠.”
“레훌 왕자님께서 그러하시다면.”
성난 장군들을 잠재움과 동시에 왕국의 마법사들을 찾아가기도 했다.
특히나 제르만 왕국에는 상당히 유명한 흑마법사가 하나 있는데.
그의 이름은 콜트먼 벨릭.
이전 1회 대토론회 때 데이우스가 선한 흑마법사의 대명사로 언급했던 적이 있는 남자였다.
더운 기후였기에 그는 여타 마법사들과 다르게 로브를 두르지 않고 상반신이 훤히 드러나는 시원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흑마법사라기 보다는 주술사 쪽에 더 가까워 보이는 겉모습.
“콜트먼도 이번 작전에 대해서 부정적을 보고 계십니까?”
레훌의 질문에 콜트먼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두 사람은 왕궁의 난간에 기대어 1왕자와 4왕자가 병사들을 데리고 천라지망의 연습을 보는 중이었다.
“천라지망. 하늘과 땅의 그물을 펼친다는 뜻이지요.”
“맞습니다.”
그 말에 콜트먼은 미묘한 표정으로 웃음을 흘렸다.
“획기적인 방식으로 그물을 펼치긴 하더군요. 그리핀과 제르만은 확실히 사고방식이 다르긴 합니다.”
“…….”
“하지만 저는 이게 성공할 가능성은 좀 낮아 보이는군요. 애초에 준비가 많이 필요한 방식입니다. 사막에서 이걸 어떻게 펼치겠다는 건지.”
콜트먼의 의견까지 종합한 레훌은 회심의 미소가 지어지는 걸 숨길 수밖에 없었다.
성공해도 장군들이 탐탁지 않아 하는 상황에서 실패까지 한다?
2번의 기회를 줬음에도 라훌이 실패한다면 사실상 그의 무능을 계속해서 증명하는 꼴이었다.
‘어리석은 형님.’
레훌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자신의 형이 4왕자 레르훌타와 계속 머리를 싸매며 병사들을 움직이고 있는 걸 지켜볼 뿐이었다.
* * *
왕국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걸 느끼고 있는 건 3왕자 세르훌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아무리 궁내부의 파벌싸움이나 왕위계승권에 큰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어릴 때부터 나름 봐왔던 게 있으니 알 수밖에 없었다.
“……하아.”
갑자기 여섯 형제 전원이 엘레노아 공주에게 사랑을 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것은 계승권 싸움으로 번지고 있었다.
이 모든 일이 엘레노아 공주가 오면서 시작된 게 아니냐는 말들도 있었으나.
실은 세르훌은 알고 있었다.
이 모든 일의 원흉은 다름 아닌.
자신이라는 걸.
“이런 걸 바라진 않았어.”
세르훌은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길 바랐다. 다른 왕자들도 다투지 않고 평화롭게 지내길 바랐다.
“표정이 썩 좋지 않으십니다.”
그때 세르훌의 방구석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남자.
백발의 미청년은 세련된 정장을 입고 손에 하얀 장갑을 끼고 있었다.
“너……!”
그를 보는 순간 세르훌은 벌떡 일어나서는 당장 달려들고 싶었으나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제 잡화점에서 사신 물건이 마음에 안 드시나 봅니다.”
“……!”
손과 발뿐만 아니라 입술과 혀도
얼어붙은 듯 굳어버린 세르훌은 어떤 반박도 하지 못했다.
“당신이 구입하신 건, ‘형제들의 우애와 평화’였지요?”
“…….”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결국 당신의 형제들은 싸우지 않게 될 겁니다.”
빙그레 웃으며 기만의 대악마 레아릭은 세르훌에게 다가온다.
“죽으면 못 싸우지 않습니까?”
“……!”
세르훌의 표정에는 분명 변화가 없음에도 그의 격정적인 감정이 느껴지는 듯했다.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인가.
형제들끼리의 싸우지 않기를 바랐더니 전부 죽으면 평화로워진다는 개소리를 자신이 제대로 들은 건가 싶었다.
“뭐, 제가 죽인다는 건 아닙니다. 저는 그냥 당신 형제들의 욕망에 불을 지핀 것뿐입니다. 각기 욕망을 위해 아주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군요.”
마치 악마처럼.
레아릭이 덧붙인 그 한마디는 세르훌이 버티지 못할 정도의 무게감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 남자가 왜 여기에 찾아왔나 싶었다.
거래를 한 건 벌써 몇 주나 되었는데 그동안 얼굴 한번 비추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왜?
그런 의문을 읽기라도 한 듯 레아릭은 천천히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흥얼거린다.
“제가 굉장히 흥미가 있고, 또 가지고 싶은 남자가 하나 이곳으로 오고 있거든요.”
‘흥미 있는 남자?’
무슨 소리인가 싶었으나 레아릭에겐 애초에 이해시킬 생각은 없었다.
그는 신이 난 듯 계속 말을 이어갔다.
“지난번 몽마전에서는 꽤 아프게 얻어맞았습니다. 제가 마련한 무대치고는 좀 허술하지만 그래도…….”
사막 너머.
아직 마리아스 대삼림을 빠져나오지 못했을 그 남자를 기다리며.
“어서 와 주세요, 데이우스 베르디.”
기만의 대악마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혀를 날름거렸다.
* * *
“하아.”
늦은 저녁.
도시 전체가 뜨거운 열기를 지니고 있었으나, 해가 지는 순간 얼음장같이 차가운 한기가 창문을 타고 방으로 들어왔다.
사막은 일교차가 크다고 듣긴 했으나 엘레노아는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이 정도일 거라고 생각도 못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는데 이만큼 도움이 되는 것도 없었다.
차가운 밤공기를 마시며 엘레노아는 천천히 앞으로 할 일에 대해서 고민해 간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여섯 왕자.
각기 정도는 다를지언정 엘레노아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고 그녀 역시 그것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생각이었다.
1왕자 라훌 제르만은 노골적으로 대범하면서도 자신의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아 성욕에 찌든 삶을 살아간다.
이곳에 와서 몇 번이나 침실에서 동침하지 않겠냐는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소리를 들었는지 모른다.
2왕자 레훌 제르만은 겉으로는 자상하고 친절해 보이지만 그 안에 가장 노골적인 욕망을 품고 있었다.
1왕자인 라훌보다는 자신이 왕의 자리에 앉는 게 맞지 않는가 고민하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
3왕자 세르훌은 그 모든 왕권 다툼과 세력 싸움에서 무관하다. 그는 그저 조용히 살아가고 싶어 할 뿐이었다.
4왕자 레르훌타는 아버지인 라마훌 국왕을 향한 충성심이 과도할 정도였다.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반쯤 집착적인 성향마저 가지고 있었다.
5왕자 사리르훌은 광대.
6왕자 시라훌은 아직 8살.
5, 6왕자는 엘레노아보다도 어렸기 때문에 크게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두 사람이 찾아올 때는 그냥 별생각 없이 놀아주는 엘레노아였다.
“후.”
다시금 내쉬는 한숨.
이런저런 관계 속에 얽혀 있지만 어쨌든 엘레노아가 계획하고 있는 건 별 게 아니었다.
제르만 왕국에 왔고, 여기에 오래 머물게 되었으니 이 시간을 이용해서 제르만 왕실에 혼란을 주는 정도.
딱 그 수준만 바라고 있었다.
그 이상으로 개입했다가는 엘레노아에게도 화살이 돌아올 수 있으니까.
하지만.
“최소 왕자들끼리의 분열 혹은 파벌 형성으로 인한 계승권 다툼.”
엘레노아는 턱을 괸 채로 머릿속에서 그리고 있는 청사진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래, 최소한 왕자들끼리는 싸우게 만들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분명 그리핀 왕국에겐 꽤나 큰 이점이 될 수 있으나.
“최대…….”
이런저런 그림이 짜 맞춰 들어간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고 위험한 상황도 있겠으나.
만약 엘레노아가 뜻하는 대로 앞으로의 상황이 흘러간다면.
그녀는 최대.
“반란.”
왕좌의 주인까지도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넘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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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사령술사가 되었다-22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