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Youngest Prince in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78)
소설 속 막내황자가 되었다 278화
73장 종전 그 후(2)
황성 안에 존재하는 연무장 중 한 곳.
파직, 파지지지직!
그곳에서는 어마어마한 뇌전이 몰아치고 있었다.
그러한 뇌전의 주인은 바로,
“……클레어.”
용사 일행 중 한 명으로서 이제는 용격제(龍擊帝)란 칭호를 부여받은 레인 드라니르였다.
그리고 그녀의 뇌전을 받아내고 있는 상대는,
“클레어!”
바로 용사 클레어 플로시마르였다.
이렇게 레인이 클레어의 이름을 연거푸 부르고 있는 이유는 존재했다.
파아앙!
그녀가 전혀 대련에 집중하지 않고 있었으니까.
그 증거로,
“……어?”
레인이 이름을 세 번이나 부르고 나서야 클레어의 입에서 그 대답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대련은 여기까지만 하자. 대체 요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그런 용사의 모습에 레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창을 거두었다.
“……미안.”
그에 곧바로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클레어.
얼마 전부터, 아니, 정확히는 시온 황제가 별다른 말도 없이 황성을 떠난 후부터 그녀는 계속 이런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그 생각의 대상은 시온이었다.
‘하…… 내가 왜 이러는지.’
도저히 떨쳐내려 해도 떨쳐내지 않았다.
마치 시온 황제가 황성을 떠난 게 신호탄이라도 된 것처럼.
그 뒤로 그에 관한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며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을 일으키고 있었다.
평생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
사실 마역과의 전쟁 전부터 조금씩 느끼고는 있었지만, 그때는 그저 영겁제에 대한 동경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감정들이 증폭된 지금 그것이 단순한 동경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시온 황제를 닮고 싶었고 그 뒤를 따라가고 싶었으며 또한 같은 공간에 있고 싶었다.
‘정말 모르겠어, 이게 무엇인…….’
그 생소한 감정들에 클레어의 눈동자에 복잡한 빛이 감돌 때,
“사랑인가 봐~ 잊을 수 없나 봐~”
리우시나가 처음 듣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연무장으로 들어왔다.
그에 자신도 모르게 흠칫하는 클레어를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마녀가,
“아니, 대체 주인은 언제 오는 건데!”
갑자기 성질을 팍 부렸다.
종말에 올라서도 그 괴팍한 성격은 고쳐지지 않는 것 같았다.
“너희들한테 남긴 말이라도 없어?”
그리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용사 일행이 아닌 의외인 곳에서 흘러나왔다.
“흠, 그러고 보니 황제 폐하께서 이때쯤 전해주라고 지시하셨던 말이 하나 있었습니다.”
옆쪽에서 조용히 연무장을 점검하고 있던 프레도가 입을 열었다.
“뭐? 무슨 말?”
그에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의 고개가 노기사를 향해 돌아갔다.
“전쟁을 준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전쟁? 무슨 전쟁을 말하는 거죠? 다 끝난 것 아니었나요?”
그 말대로였다.
이미 아그네스 제국은 생명이 살 수 없는 극한의 오지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손에 넣은 상태였고 더는 제국에 반하는 세력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전쟁을 일으킬 이유 자체가 없었다.
“그러게? 이미 더 이상 지배할 곳이 없지 않나? 아쉽게도 말이야.”
그에 고개를 끄덕이는 마녀의 말에,
“다른 세계.”
프레도의 입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 흘러나왔다.
“다른 세계와의 전쟁을 준비하라고 하셨습니다.”
* * *
세상 끝.
그곳은 그 이름과는 달리 무척이나 평화로웠다.
마치 3월의 봄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갈라진 공간 너머로 걸음을 옮긴 시온을 맞이한 것은 꽃과 나무, 그리고 온갖 환상종들로 뒤덮인 대지였다.
‘아케니디아의 취향이 많이 반영된 것 같은데.’
그런 시온의 생각을 증명하듯,
“어서 와요, 오르렐리온!”
시온의 앞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자연과 정령의 신인 아케니디아였다.
예전과 같이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시온을 향해 달려오는 여신.
그 기세를 봐서는 그대로 시온을 껴안을 것 같았지만, 일말의 자제력이 존재했는지 바로 앞에서 멈추는 그녀였다.
“축하해요! 계약을 완수하셨군요!”
그렇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을 잇는 아케니디아의 옆에서,
“왔구나.”
빛의 신인 루미너스와 불의 신인 로키가 차례대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렇게 빨리 계약을 완수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말이지.”
“이왕이면 신속한 게 좋을 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하는 로키에게 대답한 시온은 중년 남자의 모습을 취하고 있는 루미너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과거와는 달리 완벽하게 보이는 빛의 신의 모습.
그것은 그만큼 시온 자신의 격이 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계약을 완료했으니 이제 정산하도록 하지.”
“……과거나 지금이나 본론만 말하는 것은 변함없군.”
그와 함께 고개를 저은 루미너스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정산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그 전에 먼저 이야기할 게 있다만.”
“이야기 할 것?”
“너의 근원.”
정확히는 시온의 힘인 흑성하의 근원.
“이에 관해서 너 또한 관심이 많았던 걸로 아는데. 궁금하지 않나?”
“……말해봐.”
그에 시온이 고개를 끄덕이자 기다렸다는 듯 빛의 신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하나의 세계 안에 존재하는 운명의 숫자가 총 몇 개일 것 같나. 수백만? 수천만?”
양손을 활짝 펼치는 루미너스.
“아니, 그것보다 훨씬 더 많지. 신격인 나조차 셀 수 없을 정도로. 그럼 그렇게 수많은 운명을 품은 세계가 이 우주에는 총 몇 개나 될 것 같나.”
그것 또한 알 수 없었다.
“행간에서는 십만 팔천 개라고 하지만 그것 또한 잘못된 말이다. 실제 이 우주에 존재하는 세계는 그것보다 훨씬 더 많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수없이 멸망하고 탄생하는 중이니까.”
거기까지 말한 빛의 신이 펼쳤던 양손을 가슴 앞으로 모았다.
“그렇기에 이 우주에는 무한에 가까운 명(命)이 존재하며 그만큼 특색있고 다양하기 그지없지. 하지만, 그 모든 명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러한 루미너스의 손 사이에서 생성되는 자그마한 빛.
“전부 대운명(大運命) 안에 속해 있다는 것.”
대운명.
그것은 필멸자들이 말하는 일반적인 운명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었다.
이 우주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메인 스트림.
그 안에는 이 우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최상급 신들의 명조차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너는 아니다.”
루미너스의 눈동자가 다시 시온에게로 향한다.
“너는 대운명에 속해 있지 않으며 너의 힘, 너의 존재 자체가 이 우주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
그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바깥. 그건 바로 네가 우주의 바깥에서 온 존재이기 때문이다.”
창조신이 이 우주를 만들기 전부터 존재했던 ‘바깥’.
다른 말로 ‘외역(外域)’이라 불리는 그러한 ‘바깥’에 대해서는 루미너스 자신을 비롯한 최상급 신격들조차 아는 게 없었다.
아무리 불가설(不可說)에 가까운 앎과 권능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그들 또한 결국 이 우주 안의 존재였으니까.
우물 속의 개구리가 밖을 볼 수 없듯.
그들 또한 우주의 바깥을 알 수 없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미지이자 허의 영역.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존재.”
단언하듯 흘러나오는 목소리.
“불확실하며, 부정확하며, 불분명한 존재. 그게 바로 너다, 황제여.”
그와 함께 루미너스의 눈이 묘한 빛을 띠기 시작한다.
“그렇기에 미안하지만…… 우리는 너에게 계약의 대가를 지불할 수 없다.”
그리고 이어지는 발언.
그것은 무척이나 파격적이었지만, 빛의 신의 눈동자는 처음과 변함이 없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것처럼.
이제 와서 내어 줄 인과율이 아까워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것보다 일방적인 계약 파기로 인해 자신과 다른 신격들에게 미칠 손해가 훨씬 더 컸으니까.
“너는 너무나도 위험하다.”
그럼에도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바로 방금 말했다시피 시온의 근원 때문이었다.
“이 세계에도, 나아가 이 우주 전체에도.”
마왕과의 마지막 전투에서 시온이 보여주었던 힘.
그것은 상급에 달한 신격인 루미너스 자신조차 전율이 일게 할 정도로 초월적이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결심을 굳힐 수 있었다.
만약 눈앞의 사내가 신격에 오르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예상할 수 없었으니까.
새로운 우주적 재앙으로 거듭날 수도 있을 터.
“그, 그게 무슨 말인가요?”
그런 루미너스의 옆에서 아케니디아가 당황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겠다니! 오르렐리온은 우리와의 계약을 완벽하게 지켰어요. 아니, 그 이상으로 해냈죠. 추가적인 보상을 쥐여주지는 못할지언정 원래 있던 것마저 주지 않겠다고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점점 일그러지는 여신의 얼굴.
그런 아케니디아의 감정에 동조하듯 주변에 존재하던 나무와 꽃들이 부르르 몸을 떨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로키와는 달리 루미너스가 그녀에게는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때,
“그럴 필요 없어.”
신들의 말을 잠잠히 듣고 있던 시온의 입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차피 강제로 받아낼 생각이었으니까.”
그 말과 함께 천천히 고개를 드는 시온의 입가는 처음부터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희미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
사실 예전부터 시온은 생각했었다.
어째서 자신에게만 인과율이 쌓이지 않는 것인지.
그에 대해 시온이 내린 결론은 바로 이 세계 자체가 자신이 신격에 오르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최근 힘을 쓸 때 묘한 압박감이 느껴졌던 것 또한 그 영향 때문이었을 터.
신들이 그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었을 테고 그럼에도 침묵했다는 것은 암묵적으로 그들 또한 세계의 의지에 동참하고 있었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녀석들이 이제와서 순순히 인과율을 내줄 리가 없지.’
그럼에도 시온이 루미너스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이유는 불확실했던 자신의 근원에 대해 완전히 알기 위해서였다.
“하, 지금 그 말은 우리 셋…… 아니, 둘을 네가 상대하겠다는 거야?”
그런 시온의 말을 듣고 있던 로키가 코웃음을 쳤다.
“어떻게? 방법이라도 있어?”
그렇게 말하는 불의 신의 눈동자는 어이가 없다는 빛을 띠고 있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시온이 이 세계에서는 적수가 없을뿐더러 ‘바깥’에서 온 존재라고 하지만.
그래봤자 신격을 제외한 필멸자 중에서였고 ‘바깥’의 힘은 전부 끌어낼 수 없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강제로 인과율을 뺏는다고 하니 그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는 것을 넘어서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황제여, 네가 강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로키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루미너스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마왕을 상대할 때 보여주었던 힘이라면 우리를 동시에 상대하는 것도 가능하겠지. 하지만…… 지금의 너는 그 힘을 사용할 수 없지 않은가.”
빛의 신은 알고 있었다.
최후의 전투 때 시온이 보여주었던 흑성하 9성의 힘은 크로노스의 마지막 물음을 통해 일시적으로 도달했던 경지라는 것을.
물음의 힘이 사라진 순간, 그 경지와 신화에 도달했던 격 또한 잃어버렸을 터.
그렇기에 지금 시온의 모습이 단순한 허세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니 인과율이 아닌 다른 보상을 말하면 들어…….”
하지만 이어지는 루미너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
“그런데 말이야.”
시온의 입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와 함께 천천히 초승달을 그리는 황제의 눈.
“왜 그 힘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거지?”
“……뭐?”
“난 한 번도 내가 다시 힘을 잃었다고 한 적이 없었는데 말이야.”
그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루미너스를 비롯한 신들의 눈이 요동치는 순간,
스륵-
그들을 마주 보던 시온의 눈동자 안에서 아홉 개의 검은 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