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Youngest Prince in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79)
소설 속 막내황자가 되었다
소설 속 막내황자가 되었다-279화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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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막내황자가 되었다 279화
74장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
물음의 능력이 사라지면 그에 따른 힘도 사라진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원인이 없으면 결과 또한 없는 법이었으니까.
하지만 시온의 경우는 달랐다.
흑성하는 처음부터 시온의 안에 완성된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물음의 능력이 사라진다고 해서 그 힘이 사라질 리가 없었다.
더불어 시온은 일시적으로 신격에 올랐을 때 환허의 권능을 이용해 흑성하에 남아 있던 봉인의 모든 잔재를 완벽하게 지워버렸고, 그렇기에 계속 9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원래부터 지니고 있던 힘이었기에 가능한 일.
그럼에도 물음의 능력이 다했을 때 힘 또한 사라진 것처럼 연기한 이유는 ‘제약’을 돌려보내기 위함과 더불어 지금 같은 사태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이게 어떻게…….”
루미너스, 그리고 다른 신들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저 눈 안에 떠오르는 아홉 개의 별들을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황제는 마왕과의 전투 이후로 힘을 잃은 적이 없었다는 것을.
————-
이곳 세상 끝을 포함하여.
세계 전부가 저 황제를 중심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낮아지는 세상의 명도.
드러나는 공허.
뒤틀리는 운명까지.
눈앞의 황제가 신화에 오르지 않았다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
“대체…… 대체 어떻게 격을 유지한 거지?”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묻는 빛의 신을 향해 시온이 씩 웃었다.
“그건 알 필요 없고. 중요한 건 지금부터 너희는 가지고 있는 인과율을 전부 나에게 토해내게 될 거라는 사실이야.”
그와 함께 흘러나오는 나른한 목소리.
하지만 그 목소리와는 다르게 시온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격은 그 끝을 모르고 치솟고 있었다.
‘이길 수 없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루미너스와 로키의 머릿속에서 동시에 떠오르는 생각이었다.
진다.
무조건 진다.
굳이 붙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금 전투를 치르게 된다면 얼마 가지 않아 자신들이 패배한다는 것을.
‘이런 게…… 정말로 가능하다고?’
루미너스 자신과 로키는 상급의 신격이었다.
보통 한 세계의 주신을 맡는 중급의 신격보다도 한 단계 위에 있는 존재.
그런 자신들이 저 황제로부터 흘러나오는 격의 잔향(殘香)만으로 완전히 압도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바깥’에서 왔다고 하지만, 상급 신이 이제 갓 신격에 오른 존재에게 짓눌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한다고?
‘저번에 마왕을 상대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 정도라면 최상급 신격, 아니 그 이상이라고 하더라도 손색이 없었다.
머릿속에서 사정없이 울려대는 경종.
계속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특질로부터 비롯된 권능을 끌어올리고 있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이미 이 세계의 모든 것이 저 황제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다는 것처럼.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순순히 인과율을 내줄 수는 없다.’
지금도 이 정도의 힘을 보여주는 황제가 자신들의 인과율마저 가져가게 된다면 앞으로 어떠한 재앙이 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
그와 더불어 이미 최상급 신격들의 회의 기관인 ‘운명의 성좌’에서도 결정이 난 사항이었다.
그렇기에 절대로 물러설 수 없었다.
“크으으으으!”
화아아아악!
루미너스, 그리고 로키의 전신에서 발악과도 같이 터져 나온 최후의 권능이 그들을 짓누르고 있던 시온의 ‘환허’를 아주 미약하게나마 밀어내기 시작한다.
“좋은 선택이야.”
그 모습을 바라보는 시온의 입가에 맺힌 웃음이 더욱 짙어지고.
마침내 황제와 신들의 전투가 시작되려는 순간이었다.
“거기까지만 하는 건 어때?”
그들의 귓가에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일까.
그에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린 시온의 눈에 감정을 알 수 없는 눈을 한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 한 명이 들어왔다.
검은색 머리카락과 검은색 눈동자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특징 없는 외모를 지닌 남자.
하지만,
‘누구지?’
그런 남자를 바라보고 있는 시온의 눈동자는 진한 이채를 발하고 있었다.
흑성하 9성에 오른 자신의 인지 능력으로도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 전혀 사내의 기척을 눈치채지 못했으니까.
더불어 별다른 힘이 느껴지지 않음에도 시온은 자신의 감각이 그 어느 때보다도 극도로 곤두서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마치 정점의 포식자를 눈앞에 두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런 시온과는 달리,
“투, 투신!!!”
남자를 본 다른 신들의 얼굴은 이미 경악을 뛰어넘어 새하얗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투신(鬪神) 연.
지금 눈앞에 있는 사내는 우주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강한 두 명의 존재 중 하나로서 최상급 신격들조차 아래에 두고 있는 자였으니까.
더불어 이 우주를 닫을 수 있는 종결의 힘을 지닌 ‘심판자’이기도 한, 그야말로 신격 중에서도 초월적인 존재로 일컬어지는 신.
“처음 오는 세계라 좀 헤매긴 했는데 그래도 제때 도착한 것 같네.”
그런 신들의 반응은 상관없다는 듯 시온을 향해 고개를 돌린 투신이 입을 열었다.
“네가 그 ‘바깥’에서 온 녀석인가?”
“…….”
그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가라앉은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온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은 투신이 말을 이었다.
“상황은 대충 알아. 이 녀석들이 계약을 어긴 거지? 그에 대해서는 내가 대신 사과하지.”
그 말과 함께 투신이 시온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
“……!”
그에 지켜보던 루미너스와 로키의 얼굴에 어린 경악이 더욱 짙어졌다.
그들이 알기로 투신은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저렇게 고개를 숙이거나 사과를 한 적이 없었으니까.
“그러니 넘어가 줄 수 있나? 지금 상급 신 하나하나가 부족한 상황이라서 말이야. 그리고 앞으로 쓸 데가 있는 녀석들이거든. 사리 분별을 잘못하기는 해도.”
시온은 ‘앞으로’라는 말을 할 때 투신의 눈동자에서 미약한 빛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물론 그냥 넘어가 달라는 것은 아니야. 원래 주기로 했던 이 녀석들의 인과율과 더불어…….”
그 말과 함께 기묘하게 생긴 꽃 두 송이를 꺼내는 투신.
“이것들을 주지. ‘창조자’가 된 지 얼마 안 된 녀석이 피워낸 거라 미덥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품고 있는 인과율은 확실할 거야, 아마도.”
“우, 우담바라!”
그에 신들의 표정이 경악을 넘어서 새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공기화(空起華) 우담바라.
3천 년에 한 번씩 피어난다는 상상의 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것보다 훨씬 더 오랜 세월에 걸쳐 피어나며 필멸의 존재를 신격으로 만들어줄 수 있을 만큼 막대한 인과율이 담긴 신화(神華)였다.
“안 됩니다! 투신이시여! 저희의 인과율과 그 꽃들을 전부 넘겨준다면 기존의 우주적 재앙마저 뛰어넘는 존재가 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인과율을 넘겨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운명의 성좌’에서 결정된 사항……!”
“그거 바뀌었어.”
그런 루미너스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투신이 입을 열었다.
“‘운명의 성좌’에 참석한 신들 전부 인과율을 건네주는 데 모두 동의했지.”
“그게 무슨…….”
빛의 신의 눈동자가 멍하게 변했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에 대해 그 누구보다 완강하게 반대하던 최상급 신격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이 짧은 기간 만에 전부 뜻을 바꾸었다고?
분명 외부적인 힘이 개입되었을 터.
그리고 우주 전체를 관장하는 최상급 신격들에게 그러한 압력을 넣을 수 있는 존재는…….
‘지금 눈앞에 있는 투신, 그리고…… 창조자.’
아마 둘 모두가 움직였을 가능성이 컸다.
그럼, 여기서 의문점은 대체 왜 이들이 이런 결정을 내렸냐는 것.
그렇게 복잡해지는 신들의 머릿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투신은 조용히 시온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러지.”
시온의 입에서 짤막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사실 시온의 입장에서는 전혀 손해 볼 게 없는 제안이었다.
기존에 강탈하려 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인과율을 얻게 되었으니까.
‘어차피 지금 당장 저 녀석들을 죽이는 게 조금 거슬리기도 했고.’
그 생각과 함께 시온은 루미너스와 로키를 힐끗 바라보았다.
로키는 몰라도 이 세계의 주신이나 다름없는 루미너스를 대비 없이 소멸시킨다면 기껏 살려놓은 세계가 다시 멸망의 길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있었다.
“수락해 줘서 고맙군.”
그 말과 함께 시온에게 우담바라를 건네던 투신이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제안 하나 하지.”
“제안?”
“그래, 앞으로 일어나게 될 전쟁에 참여할 생각이 있나?”
시온의 눈동자가 의문으로 물들었다.
“어디와 전쟁을 한다는 거지?”
신격 중에서도 무척이나 특별한 존재로 보이는 눈앞의 투신이 말할 정도의 전쟁이라면 분명 일반적인 전쟁이 아닐 터.
“바깥.”
그에 투신의 입에서 기묘한 울림을 지닌 단어 하나가 흘러나왔다.
“바깥? 바깥이라면…… 나의 본질을 말하는 건가?”
“아니, 그것과는 의미가 달라.”
투신의 앞에 새카만 어둠과 그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작은 구체, 그리고 그 구체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있는 또 다른 구체 하나가 나타났다.
“내가 말하는 ‘바깥’은 우리 우주를 둘러싸고 있는 ‘외역’이 아닌 지금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다른 우주’를 의미한다.”
그 말과 함께 움직이고 있는 구체를 가리키는 투신의 손가락.
“우리의 우주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창조주에게 버려진 상태로 죽어가는 중이었다. 더는 어떠한 ‘새로운 것’도 존재하지 않는, 주작이 관리하는 ‘탄생의 성흔’과 부처에 의해 만들어진 ‘윤회의 굴레’가 아니었다면 진작 소멸했을 우주였지.”
가만히 멈춰 있는 구체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투신이 말을 이었다.
“최근에 새로운 ‘창조자’가 나타나 다시 회복 중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많이 약하고 불안정하다. 아마 ‘다른 우주’는 이런 우리 우주의 상태를 알고 노리는 것이겠지.”
“그럼 그 전쟁이란 건 우리가 사는 우주와 ‘다른 우주’의 격돌을 의미하는 거겠군.”
“맞아.”
“너는 그 전쟁에 내가 참여할 것을 제안하는 것이고.”
“그것도 맞아.”
시온은 그렇게 대답하는 투신을 바라보며 어째서 그가 자신에게 순순히 인과율을 내주었는지 알 수 있었다.
분명 처음부터 이 제안을 하기 위해서였을 터.
상급 신 하나하나가 아쉬운 상태라고 했으니 그보다 더 강한 힘을 지닌 자신을 놓칠 수 없는 것이리라.
“물론 전쟁에 참여한다면 그에 대한 보상도 톡톡히 치르도록 하지.”
그런 시온을 바라보며 씩 웃음 짓는 투신.
투신은 알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회색 눈의 사내가 자신의 제안을 수락하리란 것을.
보상을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처음 볼 때부터 투신은 시온이 자신과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조차 그 끝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힘을 지닌 존재.
이미 정점에 올랐기에 모든 것이 무료했을 테고, 그렇기에 항상 새로운 자극을 찾아 헤매고 있을 터.
그런 상황에서 이러한 제안을 거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다른 우주와의 전쟁이라…….”
확실히 시온 자신에게 있어 무척이나 흥미로운 제안이었다.
전쟁에 참여한다면 분명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적들을 만나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을 터.
지금 당장이라도 수락하고 싶은 제안이었다.
더불어 눈앞에 있는 투신과도 붙어보고 싶었고.
“수락하지.”
시온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나지막한 목소리.
그 대답에 투신의 입가에 그럴 줄 알았다는 웃음이 걸렸지만, 그 웃음은 곧바로 사라졌다.
이어지는 다음 말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야.”
어차피 다른 우주가 이곳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터.
“……뭐?”
그에 의문으로 물드는 투신의 눈동자를 마주 보며,
“먼저 해야 할 일이 있거든.”
흑성의 황제가 씩 웃었다.
* * *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평원.
예전 인류와 마물 간에 최후의 전쟁에 벌어졌던 평원 위에 수많은 군세가 모여 있었다.
세계 유일의 국가이자 역사상 가장 강력한 나라라 일컬어지는 아그네스 제국.
그러한 아그네스 제국의 모든 군세가 평원 위에 집결되어 있었다.
하나의 시야로는 절대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무한한 군세.
그리고 그런 군세의 가장 앞쪽에는,
“준비가 끝났습니다.”
황제인 시온이 있었다.
옆쪽에서 들려오는 티에리의 보고에 시온은 시선을 돌려 끝없이 이어진 자신의 군세를 바라보았다.
종말의 마녀, 리우시나 블러드워커.
달의 눈의 수장 아일린, 이벨린, 루브리오스, 디에나 등 과거의 경쟁자였으나 이제는 자신의 조력자가 된 아그네스 가문의 황족들.
전쟁 영웅인 리암 라이너와 경계 군단, 대마법사 아하마드 오즈리마를 포함한 일곱 하늘과 오대 가문의 수장들.
루카스와 황혼 검단, 빛의 교단과 거인 대군락, 요정림의 잎사귀들과 월하운을 비롯한 수인해의 수인들.
부유 도시의 시장인 아켄델트, 셀피아 우드하트, 여러 고룡들.
서리 여왕 세피르.
그리고.
연대기의 주인공이자 용사였던 클레어 플로시마르와 그 일행들까지.
이곳에서 크고 작은 인연을 맺은 모든 이가 지금 여기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
아니, 오히려 짧다면 정말로 짧은 시간이었다.
4년조차 지나지 않은 기간.
하지만 그 시간의 밀도는 일반적인 시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시온 자신은 이곳에서 전생과 비견될 정도의 무수한 인연을 쌓았고 무수한 업적을 이루어 내었으니까.
정말 수많은 일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 모든 일이 매듭지어진 지금.
이제는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야 할 때였다.
천천히.
자신과 인연이 있는 모든 이와 한 명 한 명 눈을 맞춘 황제의 입이 열린다.
“지금 이 앞에는 다른 세계가 있다.”
여전히 나지막하며 여전히 권태롭기 그지없는 목소리.
하지만 그 목소리는 평원에 모인 모든 군세의 귓가에 똑똑하게 울리고 있었다.
“여기와는 달리 마물들에게 패배하여 최후만을 기다리고 있는 세계지.”
과거 시온이 영겁제 오르렐리온이었던 시절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던 세계.
“이미 멸망이 극도로 진행되었기에 예전 우리가 상대했던 마물보다 훨씬 강하며 그 숫자 또한 비교할 수 없다.”
그와 함께 말을 멈춘 세상의 황제가 더없이 오만하며 나른한 눈으로 군세를 훑는다.
“하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다시 이어지는 선언과도 같은 말.
“우리는 세계의 멸망조차 집어삼켜 낸 아그네스 제국이니.”
핏빛 눈을 가진 마녀, 리우시나가 그런 자신의 주인을 바라보며 무척이나 기대된다는 듯 웃음 짓는다.
“그러니 두려워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닌 저 너머에 있는 적들이다.”
용사 플로시마르의 눈동자가 빛나는 의지를 담은 채 시온을 응시한다.
“아그네스의 이름 아래 패배란 존재하지 않으니.”
제국이 무한한 경외를 담아 황제를 바라본다.
“아그네스의 황제인 나, 시온 칸 아그네스가 명한다.”
그 말과 함께 몸을 돌린 시온의 오른손에 밤보다도 새카만 어둠을 한없이 쏟아내는 검 한 자루가 잡혀 들었다.
이제는 황제의 상징이 된 이클락시아였다.
“이제부터 제국은 이 너머의 세계를 시작으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멸광검을 내리긋는 시온.
쩌억 소리와 함께 검을 따라 갈라진 공간 너머에서,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마와 멸망으로 잠식된 새로운 세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 세계를 바라보며 미소 지은 황제의 입에서,
“다른 모든 세계를 집어삼킨다.”
그 어느 때보다도 즐거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플로시마르 연대기.
그 연대기는 여기에서 끝이 났다.
그러니 이제부터.
새로운 연대기를 써 내려갈 차례였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