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작화
[노래방에 간 연두!(feat. 청각주의)]영상을 업로드하고 꽤나 시간이 흘렀다.
양심상 제목에는 짤막한 경고문구를 적어둔 상태였다.
평소의 영상을 생각하고 들어왔다가, 소중한 구독자들의 큰 코가 다칠 수 있었으니까.
달칵.
언제나처럼 나는 댓글 반응을 확인하러 연두튜브에 들어갔다.
사실 어떤 반응일지 어느 정도는 예상이 갔다.
방금까지 단톡방을 통해 매운맛 버전을 몸소 겪었으니까.
‘지독한 녀석들.’
내가 지독하다고 표현하는 대상은 정해져 있었다.
다름 아닌 바로 이 녀석들이었다.
-윤우와 따까리들(4)
고등학생 때 만난 친구들이 들어 있는 단톡방.
구성원은 최윤우, 박준수, 유성현, 그리고 나였다.
학창 시절부터 우리 넷은 틈만 나면 한 명을 표적으로 삼아 갈구곤 했다.
졸업 후 몇 년이 흐른 지금도 그건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영상을 올린 후의 표적은 자연스레 나로 정해졌다.
사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평소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내 모습이 들어간 영상이었으니까.
그걸 보고 가만히 있을 녀석들이 아니었다.
아직도 아까 단톡방에서 겪은 고초를 생각하면 속이 쓰렸다.
채팅이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지만, 대충 이런 식이었다.
최윤우 : 이번 영상 레전드네 ㅋㅋㅋ 이주원 실화냐?
박준수 : 우리랑 노래방 갔을 때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앉아만 있더니. 다 가식이었던 거구나..
유성현 : 아니야, 얘들아! 우린 지금 속고 있는 거야!
박준수 : 속아? 누구한테?
유성현 : 생각해 봐. 저게 우리 주원이일 리 없다고! 야! 너 당장 우리 주원이 몸에서 나와!!!
박준수 : ㅋㅋㅋㅋㅋㅋㅋ ㅁㅊ놈.
최윤우 : 됐고, 우리 다같이 노래나 부르자. 포롱포롱포롱포롱 포로로!
유성현 : ㅋㅋㅋ 근데 연두는 왤케 귀여운 거냐, 진짜. 복 받은 박치 ㅅㄲ
그나마 이게 덜 매운 채팅이었다.
멘탈이 흔들려서 잠깐 단톡방을 나갈까 고민했지만 그만뒀다.
그러기에는 다른 녀석이 표적이 되었을 때 나도 엄청 신나서 갈구니까.
단지 이번 표적이 나로 정해졌을 뿐이었다.
‘뭐 하나만 걸려라.’
어차피 곧 표적은 바뀌게 되어있었다.
그때 갚아주면 될 일이었다. 바로 맹수에 빙의해서 물어뜯어 주지.
그렇게 다짐하며 댓글창을 향해 마우스 커서를 내렸다.
첫 댓글부터 평소 연두튜브의 댓글과는 달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키읔이 너무 많아서 세기도 힘든 댓글이었다.
조금 멘탈이 흔들리려 했지만 곧바로 다잡았다.
아래에 어떤 댓글들이 있을지 모르는데, 이 정도로 멘탈이 흔들려서는 곤란했다.
‘웃음을 줬다는 사실에 만족하자.’
항상 연두의 모습을 사랑해주는 소중한 구독자들이었다.
나 하나 망가지는 거로 웃음을 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망가질 수 있었다.
애초에 이미지를 신경 쓴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멋대로 이미지가 굳어졌을 뿐이지.’
하지만 조금 걱정되는 건 존재했다.
혹여나 욕을 하는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나야 친구 녀석들로 인해 단련이 된 상태이니 상관없었다.
하지만 내가 욕을 먹는 걸 나보다도 싫어하는 사람이 존재했다.
‘연두.’
연두가 그런 댓글을 본다면 속상해할 게 분명했다.
부디 연두가 상처받을 만한 댓글은 없길 바랄 뿐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마우스 커서를 쭉 내렸다.
타앗-
눈앞에 떠오른 댓글창을 본 내 입꼬리가 스윽 올라갔다.
-앜ㅋㅋㅋㅋㅋㅋ 초록님 뭐야 ㅋㅋㅋㅋㅋ
└ㄹㅇ 10분 넘도록 한순간도 안 멈추고 웃은 적 처음이다 ㅋㅋㅋ
└초록님 연두보다 더 신나셨어 ㅎㅎㅎ
└나만 초록님 귀여워? ㅋㅋ 평소랑 다른 매력 뿜뿜인데 ㅋㅋ
└저도요! 처음으로 초록님 못하는 거 발견함. 뿌듯하당><
-박자를 가지고 노네 ㅋㅋ 우산 랩할 때 진짜 육성으로 터졌다.
└ㄹㅇ 다른 의미로 박자를 가지고 놈. 하나도 제대로 안 탐 ㅋㅋㅋㅋㅋ
└님드라. 저거 사실 다 엇박타는 거임. 우리가 천재를 못 알아보는 거임 ㅎㄷㄷ
└포로로 진짜 개웃기네 ㅋㅋ 중저음으로 포로로 열창 ㅋㅋㅋㅋㅋ
└근데 웃기도 많이 웃었는데 보면서 나는 뭉클하더라 ㅋㅋ 저렇게 열정적으로 딸이랑 놀아주는 게.
└오 저도 보면서 똑같은 생각했는뎅 ㅎㅎ
사실 어느 정도는 예상한 바였다.
연두튜브 구독자라면 유쾌하게 받아들여주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이런 반응까지는 솔직히 예상 못 했다.
‘유쾌한 거랑 별개로 랩이랑 노래는 엄청 까일 거라 생각했는데.’
천사 구독자들은 내 비루한 박자 감각마저 포장해주고 있었다.
역시 단톡방의 그 녀석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아, 당연한 얘기지만 나에 대한 댓글만 있는 건 아니었다.
-연두 진짜 상큼 그 자체다. 이번 영상 진짜 과즙미 철철 흐르네…
└노래부르다 고개 돌려서 웃을 때 진짜 심쿵… ♥
└이제 다섯 살인데 선곡센스 봐 ㅋㅋ 우산 십년도 더 된 노랜데. 물론 띵곡이지만.
└우리 연두 가요부터 동요, 심지어 랩까지 다 섭렵함. ㄹㅇ 만능 엔터테이너 ㅋㅋㅋ
└아흑… 연두랑 한 번만 같이 노래방 가보고 싶당 ㅠㅠㅠ
오늘도 그렇고 언제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연두에 대한 댓글이었다.
당연했다. 연두튜브의 주인공은 말할 것도 없이 연두였으니까.
나는 굳이 따지면 편집자 겸 촬영자라고 할 수 있겠지.
이번 영상은 예외적으로 나에 관한 댓글이 평소보다 많긴 했지만.
***
‘.. 응?’
쭉 댓글을 읽어보던 와중 눈에 띄는 댓글 하나가 들어왔다.
작성된 지 채 30분도 되지 않은 댓글인데, 당당히 베스트댓글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 기세라면 가장 위로 올라가는 것도 시간문제일 듯했다.
‘보통은 먼저 달린 댓글이 올라가는데.’
약간 비정상적이라 생각될 정도로 공감이 많이 찍힌 댓글이었다.
자연스레 내 시선이 댓글 작성자의 닉네임을 향했다.
윤희(YunHee)
뭐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사실 흔한 이름이라 이렇게 느껴지는 건지도 몰랐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댓글 내용을 확인했다.
-연두랑 초록님! 엄청 팬입니당! 이번 영상도 엄청 재밌게 봤어요.. 아! 그리고 제 노래 불러주셔서 감사해요! ㅎㅎ
순간적으로 나는 눈을 의심했다. 본인의 노래를 불러줘서 감사하다고?
위에 있는 댓글 작성자의 닉네임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나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던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 그 윤희라고?’
윤희는 내 학창 시절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가수였다.
음알못인 나도 그녀의 노래는 꽤 많이 알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이번 영상에 나오는 노래 ‘우산’도 그녀가 부른 곡 중 하나였다.
‘왠지 미안해지네.’
비루한 박자 감각으로 노래를 망쳐놨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일었다.
원곡 가수가 댓글을 달 거라고는 진짜 조금도 생각 못했다.
그것도 팬심을 고백하면서 코멘트를 달 거라고는.
이제야 왜 이렇게 공감수가 많았는지 이해가 갔다.
셀럽의 댓글이라서인지, 대댓글도 수백개가 달려있었다.
└찐이다, 올려드리자.
└대박이다 ㅋㅋ 진짜 윤희님 공식채널이네.
└와, 나 진짜 제일 좋아하는 가수가 윤희인데. 연두는 제일 좋아하는 애기고. 내 최애가 최애 좋아해…
└앨범내주세요, 언니 ㅠㅠㅠ
확실히 생각해 보면 그랬다.
50만이 넘는 구독자 중에 셀럽이 없으리란 법은 없었다.
‘뭔가 묘하네.’
이렇게 유명한 가수가 연두의 팬이라는 사실이 신기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나는 지금처럼 즐기면 되는 일이었다.
연두와 함께하는 일상과, 그걸 공유하는 이 시간을.
***
바쁜 나날이 흘러갔다. 나는 작화에 더욱더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학습지 작화작업은 이제 마무리를 코앞에 두고 있었다.
미루지 않고 착실하게 그림을 그린 성과였다.
‘마감 날짜에도 충분히 맞출 수 있을 거 같고.’
처음에는 한없이 빠듯하게 느껴졌던 일정이었는데.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 근처에 다다라 있었다.
물론 나 혼자서 달린 건 아니었다.
‘선우영.’
우영이의 조력이 없었다면 시간 내에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얘기해서 녀석과는 손발이 너무 잘 맞았다.
조금 과장해서 얘기하면 내가 두 명이 되어 작업하는 기분을 느낄 정도였다.
약간 재수 없는 동생이긴 해도, 작업물만큼은 흠잡을 곳이 없었으니까.
‘게다가.’
최근에 여름방학이 시작하고, 우영이의 작업속도는 더 빨라진 상태였다.
기본적으로 선우영의 역할은 내 그림의 보조였다.
따라서 페이지 하나에도 나와 선우영이 그려야 할 파트가 정해져 있었다.
메인이 되는 부분을 내가 그린다면, 그 밖의 배경이나 채색을 우영이가 맡는 식이었다.
‘즉.’
모든 페이지가 완성되려면 나와 선우영의 손을 전부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내 진도가 훨씬 빨랐다.
그런데 막바지에 온 지금은 거의 진도가 맞춰져 있었다.
물론 나도 작화에만 신경 쓸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하루 중 꽤 오랜 시간을 편의점에서 근무했고, 유투브 편집에도 나름 긴 시간을 쏟았으니까.
가장 중요한 연두와 함께하는 시간도 빼놓을 수 없었고.
결국 그걸 전부 빼고 남은 시간이 순수한 내 작업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점을 고려하더라도 우영이의 속도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작화 속도만큼은 웬만하면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나였으니까.
방학 전에 할당량을 조절해서 주지 않았다면 진작에 따라 잡혔을 확률이 높았다
안 그래도 빠른 녀석이 하루 종일 그리는 셈이니까.
지금 생각하면 조절해서 주길 정말 잘했다.
그 덕에 지금 서로의 마무리 타이밍이 거의 완벽히 겹쳤으니까.
무엇보다도 그때 우영이의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았을 테고.
‘좋아.’
남은 양을 고려할 때 오늘 모든 작화를 끝내는 게 가능할 듯했다.
평소와 달리 오늘은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작업할 생각이었다.
시간을 보니 슬슬 나가야 할 거 같았다.
나는 준비해둔 작화 도구를 들고 일어서며 말했다.
“연두야.”
“네에.”
“준비 다 됐어?”
“네, 다 돼써요..!”
주말인 만큼 작업하러 가는 건 연두와 함께였다.
물론 연두가 내 학습지 작화를 도와주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연두도 나름대로의 준비물을 챙긴 상태였다.
‘스케치북, 크레파스.’
둘 다 내가 연두를 위해 사 준 미술도구였다.
아이들이 부담 없이 그리기에 좋은 도구라는 판단이 들었으니까.
그래서인지 최근에 연두는 저걸로만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오늘 가서 뭐 그릴지 생각했어, 연두야?”
내 물음에 연두는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연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예쁜 그림 그려서 아빠 보여줘야 한다?”
“네에!”
“하하, 그래.”
표정을 보니 엄청 설레하는 느낌이다. 그렇게나 그리고 싶은 그림이 있는 걸까.
물어보면 알려주기야 하겠지만, 미리 아는 건 재미없었다.
그 대신에 나는 넌지시 물었다.
“우영이 오빠 만나는 건 괜찮지?”
사실 오늘 만나기로 약속한 대상이 있었다. 바로 선우영이었다.
마지막인 만큼, 함께 만나서 마무리하기로 했으니까.
알다시피 연두와 우영이는 만나기만 하면 투닥거리는 사이였다.
‘나름 앙숙 케미가 있지.’
비유하자면 철없는 오빠와 순수한 여동생 간의 케미였다.
여기서 대체적으로 타격을 입는 쪽은 후자였다.
괜찮냐는 물음을 던진 이유도 그래서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두의 씩씩한 대답이 들려왔다.
“갠차나여!”
“그래?”
“네! 우영이 오빠는 차캐요.. 아빠 열씨미 도와주니까… 구리고…”
“그리고?”
“이제 연두 땅콩 아니에여! 백은 엄청 큰 숫자라고 했눈데 연두 키 백 넘어쓰니까..”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연두가 엄청 자랑했던 기억이 있었다.
어린이집에서 키를 쟀는데 백이 넘었다며.
‘그게 연두가 생각한 땅콩의 기준인 건가.’
귀여운 발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우영이 녀석이 이걸 인정해줄지는 모를 일이지만.
어쨌거나 연두는 우영이를 만날 준비가 된 거 같았다.
“그럼 가자, 연두야.”
“네에!”
그렇게 우리는 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