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선물
“저기, 다들 잠깐 주목해 주시겠어요?”
내 말에 팬들의 이목이 나를 향해 쏠렸다. 막상 시선이 쏠리니까 긴장이 되는 느낌이다.
언제나 그렇듯 나서서 무언가를 주도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애써 긴장감을 감추며 말을 이었다.
“간단한 콘텐츠를 하나 진행해볼까 하는데요.”
내 말에 식사하던 팬들의 눈에 호기심이 일었다.
처음으로 친해진 학생 중 하나인 서현이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오옹.. 어떤 콘텐츠요, 초록 님?”
질문한 건 서현이지만 나이대가 다양하니 존댓말로 답했다.
“거창한 건 아니고요. 간단한 QnA를 해 볼까 해요.”
“QnA면 퀴즈 같은 거 말씀하시는 거예요..?”
“네, 그렇죠.”
윤수아가 준비해 준 콘텐츠는 다름 아닌 QnA였다.
종이에는 여러 질문과 각 질문에 대한 답이 적혀있었다.
‘전부 연두에 관한 질문들이고.’
정확히 말하면 연두튜브의 영상들과 관련된 질문이었다.
반대로 얘기하면 영상을 보지 않은 사람은 맞힐 수 없는 질문들.
연두튜브의 팬미팅을 위한 퀴즈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퀴즈에 관해 간단히 설명하자 팬들이 승부욕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나 퀴즈 장인인데. 다 맞혀야겠다!”
“연두튜브 영상 전체 10회독한 제가 모를 문제가 있을까 싶네요, 후훗.”
“미리 얘기합니다. 배려는 안 하겠습니다.”
가장자리에 앉은 인덕이도 눈을 부릅뜨고 전의를 불태웠다.
착각인가? 왜인지 눈과 함께 팔근육도 따라서 부푼 느낌이다.
인덕이의 성격을 알고서 보니 이제는 우락부락한 근육도 귀엽게 보인다.
나는 미소를 띠며 윤수아가 종이와 함께 건넨 봉투를 손에 들었다.
“이건 간소한 상품인데요. 정말 간소하니 기대는 안 하셨으면 합니다. 아, 정답을 맞히신 분께는 연두가 선물을 전달해드릴 거니까 열심히 맞혀주세요!”
나는 가능한 한 최대한 텐션을 올려서 이야기했다.
참. 상품이 간소한 건 빈말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개인적인 예상이긴 하지만, 상품을 준비해 준 윤수아의 의도는 짐작이 갔다.
‘어차피 팬들에게 줄 진짜 선물은 따로 있고.’
즐기자고 하는 퀴즈에 과한 상품을 준다면 일부 팬들의 마음이 상할 우려가 있었다.
그야, 퀴즈는 답을 안다고 해도 순발력이 중요한 게임이니까.
따라서 퀴즈의 상품은 받으면 좋고 아님 말고 정도인 편이 좋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장면이 펼쳐졌다.
“연두가 전해준다고요? 오우 쉣!!”
“이, 이건 맞혀야 해…!”
“맞힐 때마다 연두가 와서 전해주는 거죠, 초록 님?”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구독자들의 열의가 불타기 시작한 거다.
팬들은 선물의 가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연두가 전해준다는 말에 더 의욕적이 되는 모습을 보니.
조금 당황한 나는 어색한 미소를 띠며 연두에게 말했다.
“정답 맞힌 팬분들한테 상품 잘 전해줄 수 있지, 연두야?”
“네에! 할 수 이써요..!”
팬들과 마찬가지로 연두도 의욕적이 된 거 같았다.
생각보다 엄청 치열한 퀴즈쇼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
본격적으로 퀴즈를 내기에 앞서 나는 룰을 설명했다.
‘퀴즈의 규칙은 선착순이고.’
답을 알면 거수를 해서 말할 정답을 얘기할 권리를 얻는 방식이었다.
무규칙으로 했다가 헬파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서였다.
팬들의 기다림 속에 나는 첫 번째 문제를 바라봤다.
‘이건 완전 순발력 문제네.’
첫 문제인 만큼 난이도가 무척 쉬웠다.
당연한 일일지 모르지만, 나도 보는 즉시 답을 알 수 있는 문제였다.
누가 가장 먼저 손을 드는지 유심히 지켜보며 문제를 내야 할 거 같았다.
이윽고 나는 정확한 발음으로 문제를 읽기 시작했다.
“첫 번째 문제입니다. 연두튜브의 첫 번째 영상과 관련된 문제인데요.”
여기까지만 말했는데도 팬들의 입이 꿈틀댔다.
연두튜브의 첫 번째 영상이 뭔지 모르는 팬은 아무도 없어 보였다.
나는 팬들을 주시하며 말을 이었다.
“열차에서 연두는 이것과 이것을 먹고 리얼꿀마시……”
사삭. 삭.
질문을 끝맺지도 못 하고 내 입이 벌어졌다.
장난이 아니고 스무 명 모두의 손이 올라갔으니까.
아무리 주는 문제라지만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이럴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 어쩌지?’
주시하고 있었는데도 누구의 손이 가장 먼저 올라갔는지 보지 못했다.
가늠이 힘들 정도로 동시다발적으로 올라갔으니까.
조금 고민하던 나는 미소를 띠며 옆에 있는 여성팬을 가리켰다.
“네, 이쪽 여성분이 가장 빨랐던 거 같네요. 정답 말씀해 주시겠어요?”
방금 말했듯이 정확히 보고 하는 말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는 조금 뻔뻔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었다.
거의 동시였던 만큼 정확히 본 사람 역시 없을 테니까.
“아, 아쉽다…”
“사실 이것과 이것 나오는 순간부터 눈치는 챘는데..”
“진짜 쉬운 문젠데. 좀만 더 빨리 들걸.. 히잉..”
막상 팬들의 이런 얘기를 들으니 양심이 찔리긴 했다.
그렇다고 해서 양심고백을 할 생각은 없지만.
한편 발언권을 얻은 여성팬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이윽고 그녀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계란, 그리고 사이다요!”
윤수아가 써 놓은 정답에는 ‘삶은 계란과 사이다’라고 적혀있었다.
엄밀히 따지면 완벽한 답은 아니었지만, 이걸 가지고 오답이라 할 생각은 없었다.
‘제일 열 받는 일이니까.’
퀴즈에서 이런 토씨 하나 가지고 오답 처리하는 건 가장 열 받는 일이었다.
솔직히 이 정도면 정답이라고 보는 편이 맞았다.
나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네, 정답입니다! 축하드려요.”
“나이스!!”
그녀는 주먹까지 불끈 쥐며 좋아했다.
나는 상품이 든 종이봉투를 손에 들고 연두를 향해 말했다.
“연두야.”
“네, 아빠!”
“여기에 손을 넣어서 집힌 상품을 가져다드리면 돼. 알겠지?”
전부 간소한 상품이긴 했지만, 종류는 여러 개였다.
내 말에 연두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작은 손을 봉투 속으로 쏙 넣었다.
두근두근.
팬들이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연두를 바라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두는 봉투에서 손을 꺼냈다.
“으응..?”
보기에 재미있는 상황이 펼쳐졌다.
팬에게 줄 상품을 손에 집은 연두의 눈이 동그래졌으니까.
연두는 손에 들린 상품을 보며 설레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쏘시지다…!”
첫 번째 상품은 다름 아닌 연두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소시지 세트였다.
미소 짓는 연두를 보며 팬들이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크크, 연두 좋아하는 거 봐요.”
“와, 너무 예쁘다…”
“소시지 한 백 개 정도 사 올 걸 그랬네요.. 아쉽다…”
연두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도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 팬들이었다.
물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빙긋 웃으며 연두를 향해 말했다.
“그럼 언니 가져다드릴까, 연두야?”
“네!”
연두는 소시지 세트를 손에 꼭 쥐고 정답을 맞힌 팬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다가갈수록 그녀의 표정이 환해졌다.
이윽고 그녀의 바로 앞까지 다가간 연두가 두 손으로 상품을 내밀었다.
“여기여, 언니..!”
“어머…”
여자는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연두를 바라봤다.
그러다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기.. 이거 연두가 먹을래?”
아무래도 상품을 연두에게 양보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방금 소시지 세트를 보며 설레는 표정을 지었던 연두니까.
그런데 연두는 고개를 좌우로 도리도리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여..!”
“응?”
“연두는 아빠가 쏘시지 사 주니까.. 이거는 언니 꺼…”
연두의 말에 여성팬이 잔뜩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소시지 세트를 건네받았다.
“고마워, 연두야…”
이어서 그녀는 연두를 향해 말했다.
“연두야. 혹시 언니가 부탁 하나 해도 돼..?”
“네에.”
“볼 한 번만 만져봐도 되니?”
그녀의 부탁에 내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나도 저번에 저런 부탁을 했었는데.
역시나 사람이 생각하는 건 거의 비슷한 모양이다.
한편 연두는 그녀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였다.
‘뭐, 괜찮겠지.’
연두가 괜찮아 보이니 굳이 막을 이유는 없었다.
그냥 가벼운 팬서비스라 생각하면 되겠지.
그렇다기에는 다른 팬들이 너무 부러운 눈빛을 보내긴 하지만.
콕.
나와는 달리 그녀는 볼을 살짝 찌르는 걸 택했다.
그리고는 외마디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어떤 느낌인지 알기에 공감이 가는 반응이었다.
의도치 않게 팬서비스를 마친 연두는 총총 달려서 내 옆으로 돌아왔다.
“아빠아!”
“잘했어, 연두야.”
“헤헤…”
내 칭찬에 연두가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한편 퀴즈의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이걸 어쩐다. 윤수아가 애써 준비한 상품은 의미가 없어진 느낌이었다.
***
퀴즈는 흥미진진하게 진행됐다.
확실히 진행될수록 난이도는 점점 올라갔다.
‘고생 좀 했겠는데.’
그냥 대충 문제를 낸 건 아닌 거 같았다.
퀴즈의 디테일을 고려할 때 섬세함이 묻어났으니까.
나름 신경 써서 퀴즈를 출제한 거 같았다.
‘퀴즈까지 윤수아답네.’
짜임새 있는 구성에서 그녀의 성향이 묻어났다.
놀라운 건 어떤 문제를 내도 맞히는 팬이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가볍게는 나와 연두가 읽은 동화책의 이름을 맞히는 문제부터, 연두가 동물원에서 본 아기코끼리의 이름을 맞히는 문제.
‘뭐, 이건 약과지.’
심지어 내가 봐도 답이 아리까리한 문제조차도 단번에 맞혀냈다.
연두튜브의 영상을 직접 촬영하고 편집한 나조차도 헷갈리는 문제 말이다.
얼마나 이 사람들이 연두튜브의 애청자인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정답을 맞힐 때마다 어김없이 연두가 출동했고.’
지금만큼은 상품 전도사가 된 연두였다.
어쨌거나 퀴즈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 이어졌다.
편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즐거운 콘텐츠였다.
종이를 보니 이제는 한 문제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와..’
마지막 퀴즈를 본 나는 마음속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걸 진짜 맞히라고 낸 건가? 확실한 건 나는 이 문제의 답을 모른다.
맞히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퀴즈였다. 문제를 내기도 미안해질 정도로.
나는 괜히 팬들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번 문제는 마지막 문제인 만큼 헬 난이도인데요. 제가 아니라 풀잎컴퍼니 대표님이 낸 거라는 사실,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여기에 없으니 슬쩍 책임을 돌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밑밥을 까는 내 말이 웃겼는지, 팬들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팬들의 웃음이 그치고 나는 마지막 문제를 읽기 시작했다.
“자, 그럼… 연두튜브의 가장 최근 영상의 길이를 정확히 맞혀주세요.”
짧은 퀴즈가 끝나자마자 팬들의 표정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이건 연두튜브 애청자라도 맞히는 게 불가능한 문제였다.
정확히 알고 있지 않다면, 그냥 찍는 수밖에 없는 문제.
‘10분 언저리라는 거 말고는 단서가 없지.’
예상대로 지금껏 항상 올라가던 구독자들의 손도 잠잠했다.
그런데 그때, 위로 올라가는 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 만난 학생 중 한 명인 상준이의 손이었다.
‘.. 설마 아는 건가?’
표정이 자신감이 가득 차 보였다.
나는 반신반의하며 상준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 정답을 말해주세요.”
곧바로 상준이의 답이 귀에 들어왔다.
“9분 33초요.”
아까 말했듯이 나도 답은 몰랐다.
정답 확인을 위해 나는 핸드폰으로 연두튜브에 들어갔다.
그리고 가장 최근 영상을 확인했다. 확인하는 동시에 내 입이 떡 벌어졌다.
‘.. 맞잖아!’
정확히 9분 33초에 해당하는 영상이었다.
편집한 나도 모르는 분 수를 알고 있다니, 쉽사리 믿기지가 않았다.
나는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알았어?”
놀란 나머지 반말이 나갔다. 상준이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원래 기억력이 좀 좋거든요. 마침 본 지 얼마 안 돼서 기억에 남았어요.”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주위에 있는 팬들도 전부 인정하는 눈치였다.
연두는 표정을 보니 문제부터 이해 못 한 느낌이지만.
여지없이 상품 수여식이 진행됐다.
‘사탕 세트네.’
마지막으로 남은 상품은 사탕 세트였다.
이번에도 상품전도사 연두가 출동했다.
“여기여! 상주니 오빠..!”
“크크, 고마워, 연두야.”
그렇게 깔끔하게 퀴즈가 종료됐다. 이후에는 즐거운 시간이 이어졌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서로 유쾌한 대화를 주고받는.
내가 생각하던 이상적인 팬미팅의 모습이었다.
어느새 팬미팅은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상태였다.
‘슬슬 꺼내야겠네.’
나는 뒤에 놓아둔 큰 봉투를 들어 테이블 위에 올렸다.
그걸 본 연두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하긴, 연두도 아니까.’
퀴즈는 이해 못 했어도 이 봉투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잘 알고 있는 연두였다.
한편 팬들은 아리송한 표정으로 봉투를 바라봤다.
“그건 뭐예요, 초록 님?”
“흐흐, 또 콘텐츠가 있는 건가? 기대된당..”
아쉽게도 더 준비한 콘텐츠는 없었다. 그래도 딱히 불안하거나 한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봉투 안의 내용물을 보면 팬들이 어떤 콘텐츠보다도 좋아할 거라 확신할 수 있었으니까.
나는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여기 와 주신 팬분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연두와 내가 디자인한 티셔츠를 팬들에게 선물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