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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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화. 츄러스
우리는 예림이를 따라 이동했다.
진짜 맛있는 세 글자의 음식을 파는 곳으로.
아직 그 음식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와 본 적이 있어야지.’
애들의 대화에 따르면 워터파크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로 보였다.
이렇게 큰 워터파크에 와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뭘지 예측이 힘들었다.
그냥 세 글자의 음식을 떠올리려면 여러 개 떠오르긴 했다.
‘핫도그, 컵라면, 그리고 연두가 가장 좋아하는 소시지.’
이밖에도 떠오르는 음식은 상당히 많았다. 그만큼 세 글자의 음식은 차고 넘쳤다.
컵라면같은 건 후보 음식에서 배제해도 무방할 듯했다.
날이 덥기도 하고, 예림이는 연두가 매운 걸 전혀 못 먹는 걸 알고 있으니까.
“연두랑 시은이도 진짜 좋아할 거예요..!”
예림이는 이렇게 말하고서 안내를 시작했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매콤한 음식은 자연스레 나가리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생각할 수 있는 음식은 너무 많았다.
‘가 보면 알겠지.’
어차피 도착하면 자연히 알게 될 일이었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마음을 비우고 예림이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얼마간 이동하다가 무언가 떠오른 나는 입을 열었다.
“예림아.”
“네, 오빠!”
“혹시 실내로 들어가야 해? 그 맛있는 음식 먹으려면.”
말했듯이 오선월드는 실내와 실외로 나뉘어 있었다.
아직 실외에서 즐기지 못한 공간이 존재했다.
오선월드에서 그곳에 가지 않고 돌아가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지.
그만큼 오선월드를 대표하는 장소라는 뜻이었다.
‘실내 식당을 가는 거라면.’
다시 실외로 나오기에 복잡한 측면이 있을 터였다. 그 점이 우려되어 던진 질문이었다.
물론 나는 오선월드의 지리를 잘 알지 못했다.
꼭 내부로 들어가야 한다면 예림이의 안내에 따를 생각이었다.
그런 나를 향해 예림이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아, 그래?”
“네. 사실 실내에 버거왕에서 웬만한 거 다 팔긴 하는데, 그러기에는 아직 놀아야 할 곳이 남았잖아요?”
예림이도 내가 우려한 점을 충분히 고려한 모양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향해 예림이가 말을 이었다.
“제가 말한 음식은 외부에서도 팔아요. 막 여러 메뉴를 푸짐하게 먹지는 못하겠지만 배는 채울 수 있어요.”
“하하, 기대되는데?”
“마침 거의 다 왔어요! 연두도 기대되지?”
예림이가 미소를 띠며 물었다.
연두는 침을 꼴깍 삼키더니 대답했다.
“네에. 기대대요…”
“흐흐, 언니만 따라와.”
이렇게 자신할 정도면 진짜 맛있는 음식이긴 한가 보네.
예림이는 신이 난 발걸음으로 앞으로 향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예림이의 발걸음이 멈췄다.
앞에는 포장마차 형식의 가게가 있었다.
‘생각한 느낌의 가게네.’
내부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는 걸 들었을 때 이런 가게일 거라고는 예상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일렬로 줄을 서고 있었다.
자연스레 우리는 줄의 대열에 합류했다.
‘메뉴판이 안 보여.’
줄을 선 사람들이 메뉴판을 가려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시선을 올려 가게 간판을 확인했다.
가게 이름을 보는 동시에 어떤 음식을 파는지 알 수 있었다.
[SWEET CHURROS]직역하면 ‘달콤한 츄러스’ 정도로 해석이 가능했다.
예림이가 말한 세 글자의 조건에도 부합하는 음식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별 감흥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내심 특별한 음식이 아닐까 생각했으니까.’
먹어본 지는 오래됐지만 츄러스는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었다.
예전에 친구녀석들이랑 편의점에서 몇 번 사 먹은 기억이 있었다.
그냥 딱 맛있는 음식 정도로 기억에 남아있었다.
‘사실 기대한 게 웃기긴 하지.’
워터파크라고 해서 특별한 음식을 팔 리가 없었다.
메뉴판이 있는 걸 보면 주력메뉴인 츄러스 말고도 여러 음식을 파는 거 같고.
이 정도면 예림이 말대로 배를 채우기에는 충분할 터였다.
‘게다가.’
매운 음식이 아니니 연두가 먹기에도 적합했다.
또 츄러스는 연두에게 한 번도 사 준 적 없는 음식이었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을 경험시켜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았다.
그런 연두의 모습을 보는 건 언제나 즐거우니까.
“.. 오빠.”
그때 예림이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응?”
“되게 실망하신 표정인데……”
뭐지? 그렇게 티 났던 건가? 나름 표정관리한다고 한 건데.
정곡을 찔린 나는 손을 휙휙 저으며 말했다.
“아, 아냐. 전혀 생각 못한 음식이라 놀랐는데?”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었다.
생각 못한 음식이었고, 다른 의미로 놀란 것도 맞으니까.
그러자 예림이가 쿡쿡 웃으며 대답했다.
“장난이에요. 근데 여기 진짜 맛있어요. 믿어보세요.”
“믿어. 이렇게 줄도 긴 거 보면 맛집이겠지.”
점차 줄이 짧아지고 메뉴판도 눈에 들어왔다.
역시나 츄러스 말고도 여러 음식을 파는 거 같았다.
‘설마 했는데.’
연두가 좋아하는 소시지도 메뉴에 들어있었다.
평소에 먹는 조그마한 게 아닌 커다란 떡갈비 소시지이긴 했지만.
한 번 저런 소시지를 먹이고 싶었는데 잘 된 일이었다.
그나저나 이러면 내 예상이 어느 정도는 맞아떨어진 셈이었다.
‘좋아.’
주력메뉴인 추러스와 소시지를 포함한 메뉴를 마음속으로 정했다.
그에 더해 나름 훌륭한 후식 메뉴까지 눈에 들어왔다.
오히려 내게는 츄러스보다도 더 반가운 메뉴였다.
‘아빠랑 추억이 있는 음식이니까.’
어렸을 때 저걸 먹으려고 아빠를 얼마나 졸랐는지 모른다.
그 음식을 딸인 연두와 공유할 생각을 하니 묘한 감흥이 일었다.
잠시 뒤에 줄이 사라지고 우리 차례가 다가왔다.
“…… 주세요.”
나를 시작으로 일행이 모두 각자 생각한 메뉴를 주문했다.
주문하는 내 입에서 ‘소시지’라는 단어가 나올 때 커다랗게 부푼 연두의 눈.
그 표정을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포인트였다.
‘여기 와서 소시지를 먹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한 거겠지.’
평소와 다른 소시지의 모습에 또 한 번 놀랄 연두의 표정이 벌써 그려졌다.
이윽고 종업원이 주문한 메뉴를 우리에게 건넸다.
생각보다 음식들의 비주얼은 훌륭했다.
‘먹기 편하게 종이컵 등에 담겨나와서.’
테이블이 없어도 근처에 앉아서 먹는 게 가능했다.
우리는 음식을 들고 적당한 공간에 앉았다.
이미 연두의 시선은 소시지에 고정된 상태였다.
“아빠..”
“응, 연두야.”
“이게 쏘시지에여..?”
생각대로 처음 보는 비주얼에 놀란 모양이다.
나는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
“왜? 소시지 아닌 거 같아?”
“네에. 연두 쏘시지보다 엄청 커여.. 어떠케 머거요..?”
연두 소시지가 뭔지는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자주 먹는 작은 소시지를 이야기하는 게 분명하니까.
질문하는 대신 나는 포크를 들고 대답했다.
“이렇게 먹으면 되지.”
포크로 소시지를 갈라서 작게 조각을 냈다.
떡갈비로 만든 소시지라서 갈라진 틈 사이로 육즙이 흘렀다.
뜨거울 수 있으니 바로 줄 수는 없었다.
“후우..”
바람을 불어 식힌 후, 소시지 조각을 포크에 집었다.
그리고는 연두의 입에 가져다댔다.
“자, 연두야.”
아암.
소시지가 연두의 입안에 쏙 들어갔다.
몇 번 오물거리다가 외마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우아…!”
평소보다 더 텐션이 강한 감탄사였다. 하기야 지금은 뭘 먹어도 맛없기가 힘들지.
물놀이를 하다가 먹는 음식은 뭐든지 맛있으니까.
나는 아빠미소를 지으며 연두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옮겼다.
‘이것도 먹어봐야지.’
내 시선이 향한 곳은 다름아닌 츄러스였다. 여러 개의 덩어리가 큰 종이컵 위에 담겨있었다.
하얀 가루들이 붙어있는데, 설탕 종류인 거 같았다.
나는 별생각 없이 포크로 한 덩어리를 집어서 입에 넣었다.
바삭.
바삭거리는 식감에 눈이 번쩍 뜨였다.
자세까지 고쳐앉은 후, 나는 츄러스의 맛에 집중했다.
씹으면 씹을수록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뭐냐, 이거?’
어렴풋이 기억나는 편의점 츄러스의 맛이 아니었다.
같은 츄러스니 맛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 텐데.
‘.. 그런 건가.’
같은 삶은계란과 사이다도 어디서 먹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특히나 기차 안에서 먹으면 맛이 엄청나게 증폭되니까.
아마 그거랑 비슷한 현상인 거 같았다.
그 점을 고려해도 너무 비정상적으로 맛있긴 했지만.
츄러스를 목구멍에 삼킨 나는 고개를 돌려 연두를 바라봤다.
“푸흡.”
연두의 행동에 난데없이 웃음이 터져버렸다.
어느새 연두는 플라스틱 포크를 들고 소시지를 가르고 있었다.
입까지 벌리고 소시지 절단에 열중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나한테 주려는 건지, 더 먹고 싶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쏘옥.
나는 말없이 츄러스를 조각내서 연두의 입에 넣어줬다.
갑자기 입에 무언가가 들어와서 깜짝 놀란 걸까.
“으응..?”
외마디 의문사를 내뱉고서 연두는 자연스레 음식을 오물거리기 시작했다.
씹는 동시에 연두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너무 맛있어서 닭살이 올라온 모양이다.
이어서 볼까지 선홍빛으로 물든 연두는 중얼거렸다.
“마시써어..”
“방금 먹은 건 츄러스라는 음식이야, 연두야.”
“추러쓰..?”
“응. 연두는 뭐가 더 맛있는 거 같아? 소시지랑 츄러스.”
“이게 더 마시써요…!”
이걸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할 줄은 몰랐는데.
연두가 가리킨 건 다름아닌 츄러스였다. 설마 소시지를 이렇게 쉽게 이길 줄이야.
옆에서 귀를 기울이던 예림이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시은이는 아무 말없이 엄마랑 식사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럼 우리도 본격적으로 먹어볼까.’
나는 씩 웃으며 포크를 손에 들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종이컵 위의 음식이 모두 사라졌다.
이렇게 정신없이 먹는 데만 열중한 것도 오랜만인 거 같았다.
“많이 먹었어, 연두야?”
“네에.. 연두 엄청 배불러여…”
“다행이다.”
배가 불러도 후식을 빠트릴 수는 없었다.
다들 한 번쯤은 먹어봤을 음식. 이름하여 구슬아이스크림이었다.
아빠랑 놀러갔을 때 보이기만 하면 떼를 써서라도 쟁취해 냈던 음식이었다.
연두가 컵에 담긴 구슬아이스크림을 보며 말했다.
“예뿌다…”
“그치, 예쁘지.”
“네!”
생각해 보면 나도 그랬던 거 같다.
맛도 맛이지만, 어릴 때라 그런지 시각적으로 끌린 게 컸으니까.
알록달록한 각양각색의 구슬에 현혹됐다고 해야 하나.
‘언젠가부터는 안 먹었는데.’
희한하게 어떤 맛이었는지는 아직도 선명히 기억났다.
나는 한 숟갈 가득 퍼서 연두의 입에 넣어줬다.
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걸 먹고 연두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오물. 오물.
이어지는 연두의 반응에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가 일었다.
동물원에서도 그렇고, 가끔 이럴 때마다 묘한 기분을 느끼곤 했다.
얼굴은 전혀 다른데도 연두와 과거의 내가 겹쳐보일 때.
‘뭔가 뭉클하다고 해야 하나.’
확실히 얘기할 수 있는 건 싫은 기분은 아니었다.
무언가 되게 그립고, 따뜻한 감각이 몸을 감싸는 기분이었다.
그러는 사이 연두가 생긋 웃으며 숟가락을 내밀었다.
구슬아이스크림이 잔뜩 담긴 숟가락이었다.
“아빠도 머거요! 진짜 마시써요…!”
“하하, 그래.”
아이스크림이 입에 들어가자마자 든 생각은 하나였다.
하나도 안 변했구나. 그대로구나.
아이스크림 컵을 비우는 것도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이제 거기에 갈 차례네.’
지금까지 논 장소는 평범한 물놀이를 할 수 있는 풀이었다.
자연히 남은 건 평범하지 않은 물놀이를 즐기기 위한 장소였다.
‘파도풀.’
이름에서 느껴지듯 역동적인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사실상 파도풀을 즐기기 위해 오선월드에 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했지.
나도 처음 가 보는 장소라 그런지 무척 기대가 됐다.
주연이가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가 볼까요?”
“그래. 연두도 재밌게 놀 준비됐지?”
“네, 아빠..!”
드디어 시간이 됐다.
오선월드의 꽃, 파도풀을 즐기러 갈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