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반응
“그리고 주사 하나 맞을게요, 우리 연두.”
아이들에게 공포를 선사하는 두 글자의 단어였다.
주사라는 단어를 들은 연두가 화들짝 몸을 떨며 말했다.
“여, 연두는 주사 시러요..!”
이렇게 거부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존재했다.
그야, 연두는 주사를 처음 맞아보는 게 아니었으니까.
예방접종을 위해 바로 이 병원에서 주사를 맞은 적이 있었다.
‘나 때는 주사를 맞으러 보건소로 가야 했는데.’
요즘은 동네 병원에서도 무료로 예방접종을 하게 바뀐 모양이었다.
예방접종을 할 당시에 연두는 주사가 뭔지도 모르고 있었다.
날카로운 바늘을 보고 나서야 불안한 표정을 지었지.
‘그때는 이렇다 할 틈도 없이 주사를 놔 버려서.’
뭐가 뭔지도 모르고 첫 주사를 경험했던 연두였다.
물론 주사를 맞은 후에는 나를 끌어안고 눈물을 쏟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주사 맞는 걸 무서워하지 않는 아이는 극히 드무니까.
어렸을 때의 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 아니, 오히려 심했지.’
어렸을 적 주사에 대한 내 공포는 상상을 초월했다.
문득 어떤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한 명대사가 떠올랐다.
‘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좋았다.’
그와 반대로 나는 주사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싫었다.
주사 맞을 부위를 소독솜으로 슥슥 닦는 느낌부터, 주삿바늘이 살을 뚫고 들어오는 느낌.
바늘을 통해 약물이 주입된 직후 살이 저릿한 느낌까지.
보고 있으면 보여서 무섭고, 안 보고 있으면 언제 파고들지의 공포가 나를 에워싼다.
나이 먹고 이렇게 상세하게 묘사하는 걸 보면 감이 올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내 주사에 대한 공포는 어렸을 적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었다.
자랑할 얘기는 아니지만, 고등학생 때는 주사가 무서워 헌혈도 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헌혈을 하면 봉사활동 시간을 그냥 채워준다고 했는데도.
‘애들한테는 빈혈이 있어서 못 한다고 둘러댔지.’
쑥스러운 얘기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주사가 싫은데.
맞았을 때의 아픔보다는 과정과 느낌이 싫다고 해야 할까.
대충 고소공포증과 비슷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나도 주사를 싫어하는 터라, 연두에게도 맞으라고 쉽게 얘기할 수 없었다.
“잠깐만, 연두야.”
나는 연두의 머리를 쓰다듬어 안심시킨 후 말했다.
“선생님, 주사를 꼭 맞아야 하는 건가요?”
“그건 아니에요. 저도 보통 주사를 잘 처방하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그건 아니라는 말에 냅다 좋아할 수는 없었다.
언제나 우리말은 끝까지 들어야 하는 법이니까.
의사가 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
“해열 시럽 두 포 먹였다고 했죠?”
“네.”
“그런데 아직도 엄청 심하지는 않지만 열이 계속 나거든요. 기침을 하고 목이 많이 부은 걸 보면 목으로 인한 열감기일 가능성이 높고요. 이런 경우에는 주사를 한 번 놔야 빨리 좋아져서요.”
“그 말씀은……”
“안 맞으면 낫는 데에 오래 걸릴 수 있겠죠?”
무조건 맞아야 된다고 했다면 차라리 결정이 편했을 텐데.
결국 빨리 나으려면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뜻의 이야기였다.
‘뭘 더 우선순위에 둬야 하지?’
주사의 무서움과 감기를 오래 앓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사이에서의 갈등이었다.
나라면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안 맞고 버티겠지만, 연두의 일이니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는 없었다.
엄밀히 말하면 주사를 맞는 편이 좋은 건 사실이었다.
‘감기에 걸렸으니 어린이집에 보낼 수는 없고.’
오래 낫지 않는다면 그 기간 동안은 나 역시 일에 지장을 겪게 될 테니까.
연두만 생각하더라도 빨리 낫는 편이 좋은 일이고.
그러던 와중 연두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 연두 주사 마즐께요..”
뭐지? 왜 갑자기 심경의 변화가 생긴 거지?
놀란 나는 연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정말?”
“네에. 연두 빨리 안 나으면 아빠 힘드니까…”
“아니야. 정말 무서우면 안 맞아도 돼, 연두야.”
“갠차나요.. 마즐 수 이써요… 연두 옆에 아빠 이쓸 꺼죠..?”
“.. 그야 당연하지.”
이제 보니 나보다도 더 용감한 연두였다.
나를 생각해서 맞겠다고 하는 모습이 애틋하게 느껴졌다.
의사가 흐뭇한 표정으로 보더니 말했다.
“잘 생각했어요. 저번에 맞은 주사보다 훨씬 안 아프니까 걱정하지 말고.”
연두는 떨리는 눈동자를 하고 물었다.
“.. 진짜요?”
“그럼, 진짜죠.”
이로써 연두의 주사 맞기가 결정됐다.
***
주사를 놔주는 건 테이블에 있던 간호사 김지수였다.
나는 연두의 손을 잡고 원장실이 아닌 다른 방으로 이동했다.
환자용으로 보이는 침대와 생소한 물품들이 놓인 방이었다.
툭.
간호사는 싱긋 웃으며 어딘가에서 주사기를 하나 빼서 준비했다.
안에 든 하얀 약물을 보니 괜히 내가 다 무서운 느낌이다.
내가 이런데 연두는 말할 것도 없었다.
“아빠아..”
“응, 연두야.”
“연두 무서어요…”
막상 주사를 보니 얼굴이 하얗게 질린 연두였다.
그런 탓에 안 그래도 하얀 얼굴이 더 하얘진 느낌이다.
‘연두도 다섯 살 아이니까.’
다른 아이들처럼 주사를 무서워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허나 여기까지 온 이상 안 맞는 건 불가능했다.
나는 연두의 볼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아빠 손 꼭 잡고 맞으면 돼. 맞고 나면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정작 주사를 엄청 무서워하는 주제에 이렇게 안심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우스웠다.
아빠가 매번 이렇게 말했는데도 안 맞겠다며 생떼를 썼던 나인데.
한편 옆에서 간호사도 싱긋 웃으며 내 말에 동조했다.
“언니가 안 아프게 놔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연두야.”
거짓말. 안 아프게 놓는 방법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도 뭐라 반박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다.
결국 연두는 눈을 꾹 감고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침대에 누웠다.
“자, 엉덩이에 한 방 놓을 거예요. 아버님이 연두 바지 살짝만 내려 주실래요?”
침대에 누운 연두가 깜짝 놀라 말했다.
“엉덩이에 주사 마자요..?”
“네. 감기주사는 엉덩이에 맞아요.”
하기야 예방주사는 어깨 부위에 맞았었지.
화악.
연두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간호사 언니한테 엉덩이를 보여서 부끄러운 건지, 주사가 무서워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스윽.
부끄러울 수 있으니 나는 최대한 조금 바지를 내려줬다.
이윽고 내 손을 잡은 연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 무서어요, 아빠…”
“괜찮아. 금방 지나갈 거야.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일부러 연두의 공포를 덜어주기 위해 아무 말 대잔치를 벌였다.
그러는 사이 간호사는 소독솜으로 슥슥 닦고는 주사기를 찔렀다.
다행히 주삿바늘이 두꺼워 보이지는 않았다.
쏙.
보고 있는 내가 다 인상이 찌푸려지는 장면이었다.
연두의 짧은 비명이 귀에 들어왔다.
“꺄아..!”
당사자가 아닌지라 생각보다는 빠르게 지나갔다.
간호사는 주사 부위를 소독솜으로 누르며 내게 말했다.
“아버님이 한동안 문질러 주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꾹. 꾹.
그러는 사이 연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으응? 끝나써요?”
“응, 연두야.”
“우아…”
이 상황에 감탄사를 내뱉다니.
생각보다 덤덤한 연두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많이 안 아팠어, 연두야?”
“네. 진짜 조금 아파써요.”
“하하, 다행이다.”
가만 보면 나보다 더 용기 있는 연두였다.
처음에는 겁을 내다가도 막상 하고 나면 아무렇지 않아 한다고 해야 하나.
기특함을 느끼며 나는 열심히 소독솜으로 문질러줬다.
‘이래야 약이 잘 퍼진다나.’
이렇게 연두의 주사 맞기가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
이틀이 지난 오후.
병원에 다녀온 뒤로 연두는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
‘아직 처방받은 약 삼 일치를 다 먹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아픈 내색을 전혀 하지 않는 연두였다.
역시 주사가 회복에 큰 효과를 발휘한 거 같았다.
그래도 완전히 낫기 위해서는 남은 약을 전부 먹어야 하겠지.
‘내일부터는 보내도 되겠어.’
지금 몸 상태라면 다시 어린이집에 등원시켜도 될 듯했다.
세연 씨와의 통화를 통해 알게 된 사실도 있고 말이다.
시은이가 연두가 없어서 엄청 외로워한다고.
‘어제는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엄청 고집을 부렸다고 했지.’
얼마나 시은이가 연두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일화였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지만.
‘시으니 보고 시퍼요, 아빠…’
아픈 와중에도 연두는 틈만 나면 시은이를 보고 싶다고 얘기했으니까.
그래서 세연 씨와 얘기해 서로 통화를 시켜줬다.
나는 옆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단짝의 통화를 엿들었고.
걱정이 잔뜩 묻어나는 시은이의 목소리가 기억에 남았다.
‘.. 많이 아파, 연두야?’
‘갠차나.. 아빠랑 병원 가서 마니 나아써..!’
‘다행이다.. 빨리 나아야 해!’
‘으응! 보고 시퍼, 시으나..’
‘나도. 하늘만큼 땅만큼 보고 싶어..’
‘헤헤, 연두도…!’
이제는 쓰는 표현까지 연두의 영향을 받은 시은이였다.
그런 식으로 둘은 한참이나 귀여운 통화를 나눴다.
아마 세연 씨도 옆에서 미소를 지으며 엿듣지 않았을까.
아무튼 연두의 부재로 서로의 소중함을 더 깨닫게 된 단짝이었다.
‘내일은 얼마나 반가워하려나.’
어린이집에서 만나서 반가워할 연두와 시은이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 모습을 두 눈으로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었다.
아, 맞다. 어린이집 교사와도 대화를 나눴다.
‘다들 엄청 보고 싶어한다고 했지. 특히 그.. 민우라는 녀석이…’
미안한 얘기지만 민우는 내 머릿속에 뻥을 잘 치는 꼬마로 인식이 박혀있었다.
처음에 호랑이를 이겼다는 뻥의 임팩트가 지워지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교사의 얘기를 들으니 연두를 무척 좋아하는 거 같았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얘기나 한번 해 봐야겠어.’
얼굴은 스쳐 지나가면서 본 거 같은데 확실치는 않았다.
어떤 아이인지 만나면 대화를 나눠볼 생각이었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지금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달칵.
-저기요, 초록님?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5일 동안 영상이 안 올라오다니! 진정 나를 말려 죽이려는 것인가??
└ㄹㅇ 숨을 안 쉬는 거 같다. 현기증이 나고 삶에 낙이 없다. 이게 연두결핍증인가…?
└진짜 너무해 ㅠㅠ 설마 무슨 일 있으신 건 아니죠?
└절대 안 돼.. 빨리 올려주세요, 초록님.. 이제부터 부담 안 되게 히읗 여덟개만 쓸게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심지어 원스타에 사진도 하나도 안 올라와… 진짜 걱정된다구요 ㅠㅠㅠ
연두튜브 댓글창의 상황이 조금 심각해져 있었다.
아픈 연두를 간호하느라 채널을 신 경쓰지 못한 탓이었다.
워터파크에 가기 전 올린 후로 영상을 하나도 올리지 않았으니까.
‘어쩌다 보니 5일이 흘렀고.’
정해진 업로드 날짜와 시간은 없지만, 평소의 업로드 주기를 생각하면 이런 반응이 나올 만했다.
공지라도 하나 올렸어야 하는데 내 불찰이었다.
인정한다. 연두를 아껴주는 구독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하다못해 원스타에 사진을 올리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겠지.’
다행히 연두의 몸 상태가 나아지고 편집하던 영상을 완성시킨 상태였다.
키즈풀에서의 연두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었다.
첫 잠수를 하는 모습을 포함해 많은 귀여운 모습이 담긴 영상.
[연두의 오선월드 키즈풀 체험!(feat. 준비운동)]영상을 올리기 전에 공지를 하나 덧붙였다.
-워터파크에 다녀온 후 연두가 몸살을 앓아서요. 부득이하게 영상의 준비가 늦어졌습니다. 미리 공지해드리지 못한 점……
간단한 사정 설명이 들어간 사과문이었다.
그렇게 나는 영상과 함께 공지를 업로드했다.
툭.
시간이 지나 반응을 확인하는데, 자연스레 내 입이 벌어졌다.
댓글창이 하나의 문장으로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