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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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화. 아빠지킴이 연두
“어어..?”
나를 본 홍수찬선생님의 입에서 외마디 소리가 흘러나왔다.
못 볼 거라도 본 듯한, 조금 과장하면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이었다.
6년만에 보는 제자의 얼굴이 그렇게 충격적인 건가.
‘.. 이걸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조금 생각해본 나는 그냥 좋아하기로 했다.
어쨌든 이 반응으로 한 가지 사실은 확실히 알 수 있으니까.
홍수찬선생님이 아직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혹시나 했던 불안감은 떨칠 수 있었다.
“크크.”
우영이는 뒤에서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웃고 있다.
괜히 얄밉게 느껴지는 녀석의 반응이었다.
한편 한동안 내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홍수찬선생님.
마구 떨리는 눈동자에서 얼마나 놀란 건지 가늠이 됐다.
학창시절에도 이런 선생님의 표정은 본 적 없는 거 같은데.
스윽.
그러다 자연스레 선생님의 시선은 밑을 향했다.
정확히 말하면 내 손을 잡고 있는 연두에게로.
“어억!!”
“꺄아..!”
갑작스러운 선생님의 고함에 놀란 연두가 비명을 질렀다.
그나저나 이 반응은 뭐지. 나를 봤을 때보다도 더 놀란 표정이다.
연두가 예쁘다는 이유로 놀란 거 같지는 않았다.
‘그런 반응은 많이 봤으니까.’
뒤에 여전히 세상 재밌는 표정을 짓고 있는 우영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조금 감이 왔다. 선생님이 이미 연두를 알고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물론 지금 그걸 확인할 타이밍은 아니었다.
다시 나를 바라보는 선생님을 향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에요, 선생님.”
목소리가 떨리긴 했지만 6년 만의 인사치고는 많이 담백했다.
허나 마음속에서는 여러 감정이 요동치고 있었다.
이후 잠깐의 침묵 끝에 홍수찬이 입을 열었다.
“.. 맞지? 주원이.”
나와 마찬가지로 선생님의 목소리 역시 떨림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메웠다.
‘.. 역시 기억하고 있었구나.’
분명히 주원이라고 이름을 불렀다. 단순히 얼굴만 기억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
별 거 아니게 느껴질지 몰라도 내게는 상당한 울림이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홍수찬선생님.”
이름을 불렸으니 공평하게 돌려줘야 하는 법이었다.
다시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홍수찬이 입을 뗐다.
“너…”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홍수찬선생님.
미세하게 떨리는 안면에서 많은 게 느껴졌다.
허나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는 감이 오지 않았다.
‘화가 난 걸까?’
그렇다고 해도 뭐라 할 말은 없었다.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생각하고, 일방적으로 잘못한 건 나니까.
화를 낸다고 해도 겸허히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 어?’
그런데 심상치 않은 상황이 이어졌다.
한 발자국. 그리고 또 한 발자국.
홍수찬 선생님이 나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기 시작했다.
입은 꾹 다문 채로 뭔가 무섭게 느껴지는 얼굴로.
‘설마 때리려는 건 아니겠지?’
학창시절에는 선생님한테 종종 맞은 기억이 있었다.
오해할까 봐 하는 말인데 심하게 맞았다는 건 아니다.
가볍게 등짝을 맞는다거나, 가볍게 쥐어박히는 정도였지.
‘그런데.’
지금 선생님의 표정은 전혀 가벼운 표정이 아니었다.
상당히 무거운 게 날아올 거 같은 예감이 들었다.
잠깐이지만 죽빵을 날리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건 이성적으로 생각할 때 말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화가 났더라도 오랜만에 찾아온 제자이고.’
옆에는 이제 다섯 살 된 연두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신성한 학교에서 선생님이 폭력을 휘두르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조금 난폭한 면이 있긴 해도, 내가 기억하는 선생님은 순박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선생님은 코앞까지 다가왔다.
괜히 제 발이 저린 나는 입을 열었다.
“서, 선생님. 지금 어떤 기분이실지는 이해……”
포옥.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우리를 바라보고 있던 우영이도, 주위 학생들도 경악하는 표정이었다.
그야, 홍수찬선생님이 나를 힘껏 끌어안았으니까.
‘.. 뭐지? 팔로 조이려는 건가?’
학창시절을 통틀어 한 번도 선생님이 나를 안은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드는 생각이었다.
허나 그런 거 치고는 조금도 압박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윽고 나를 껴안은 홍수찬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아까보다 훨씬 더 떨리는 목소리였다.
“.. 왜 이제야 왔냐, 이 자식아.”
“…”
때리는 것도 아니고 화를 내는 것도 아닌 그동안 오지 않은 것에 대한 질책.
그제야 나는 알 수 있었다. 선생님이 내게 포옹을 한 거라는 걸.
무거운 게 날아올 거 같다는 예감은 들어맞은 셈이었다.
그게 무거운 포옹일 거라고는 조금도 예상 못했지만.
“죄송합니다.”
왜 이제야 왔냐는 말에 할 수 있는 대답은 이 짧은 한 마디뿐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나를 껴안은 홍수찬의 어깨가 들썩였다.
깜짝 놀란 나는 입을 열었다.
“혹시 우세요, 선생님..?”
내가 아는 홍수찬선생님은 이렇게 감성적인 사람이 아니었는데.
나이를 먹으면 눈물이 많아진다더니 설마 그런 건가?
“울기는, 이 자식아!”
휙.
선생님이 역정을 내며 나를 떼어냈다.
다짜고짜 껴안아 놓고 이렇게 내팽개치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그래도 내가 기억하는 홍수찬선생님다운 모습이었다.
‘다행이네.’
선생님은 다행히 울고 있지는 않았다.
눈시울이 빨개진 게 보이긴 하지만, 이 정도는 그냥 모르는 척하기로 하자.
한편 내게 뜨거운 포옹을 한 선생님은 나와 연두를 또 번갈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한 마디를 뱉었다.
“.. 대체 뭔데.”
짧은 중얼거림에서 상당한 혼란스러움이 느껴졌다.
뒤에서 선우영이 불쑥 튀어나와 말했다.
“크크, 눈물의 제자 상봉 잘 봤어요, 선생님.”
홍수찬은 버럭 하며 대답했다.
“안 울었어! 그보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제가 말했잖아요. 미술실에 계시면 후회 안 하실 거라고.”
“.. 까불지 말고 당장 설명해. 주원이랑 연두가 왜 같이 있는지.”
역시 혹시나 했던 예감이 들어맞았다.
선생님은 너무 자연스럽게 연두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내가 알려준 것도 아니고, 연두가 자기소개를 한 것도 아닌데.
‘그럼 가능성은 하나지.’
우영이가 미리 알려준 게 틀림없었다. 그러고선 나한테도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거다.
왜 그렇게 재미있어했는지 이제 확실히 느낌이 왔다.
혼자만 아는 사실이 있었으니 보는 입장에서는 꿀잼이었겠지.
결국 한 대 쥐어박히기 직전 우영이가 입을 열었다.
“알았어요, 설명할게요! 그전에 쟤네 좀 쫓아내 주세요.”
우영이가 가리킨 건 주위에 모여있는 학생들이었다.
그 말에 선생님은 학생들을 향해 소리쳤다.
“너희 빨리 안 돌아가? 여기 모여서 뭐 하는 거야!”
홍수찬은 나름 학생들이 무서워하는 카리스마 있는 선생님 중 하나였다.
나야 가장 대하기 편한 선생님이었지만.
선생님의 고함에 학생들은 찍소리도 못하고 자리를 떴다.
그때였다. 연두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아, 안녕하세여…”
선생님의 첫인상이 조금 과격해서인지 살짝 겁을 먹은 목소리였다.
한편 인사를 받은 홍수찬은 어쩔 줄 몰라하더니 대답했다.
“그, 그래. 안녕, 연두야..”
학생들을 대할 때와는 상당한 차이가 느껴지는 목소리와 말투였다.
아이를 대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데 상당히 재미있다.
그런 선생님을 향해 연두는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응?”
“연두 아빠 선생니미에요..?”
홍수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단다. 연두 아빠 선생…… 어어..?”
3초도 못 가서 눈이 커다래지긴 했지만.
이윽고 홍수찬은 태평양처럼 확장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주, 주원이 네가 연두 아빠라고?”
오늘 여러 차례 고초를 겪는 홍수찬의 심장이었다.
***
계속 복도에서 떠들 수는 없으니 우리는 미술실로 들어갔다.
들어오기 직전에 연두가 결정타를 한 방 날리긴 했지만.
‘네! 연두 아빠에요..! 연두는 아빠 따리고, 헤헤..’
엄청 해맑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지.
그 말을 들은 홍수찬의 표정은 연두와 상반되게 충격과 공포긴 했지만.
미술실에 들어간 홍수찬은 애써 태연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주원이 네가 연두 아빠라는 거지?”
옆에 연두가 있는지라 자세한 사정을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허나 그와 별개로 이 물음에는 부정할 수 없었다.
“맞아요. 제가 연두 아빠예요.”
“그, 그럼.. 초록님이 너야…?”
예상치 못한 물음에 웃음이 터져버렸다.
선생님의 입에서 이런 질문을 듣게 될 줄이야.
이번 질문에도 연두가 답을 대신했다.
“네! 연두 아빠가 초록니미에여..!”
“… 그렇구나.”
홍수찬은 한동안 말없이 생각에 빠졌다.
머릿속의 퍼즐들을 하나하나 맞추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럴 만도 하지.’
애초에 내가 연두의 아빠라는 사실부터 놀라울 터였다.
게다가 우영이가 나에 대해서는 몇 번이고 이야기했다고 했고.
그런데 그게 제자인 나일 거라고는 조금도 예상 못 했겠지.
‘이렇게만 요약해도 복잡한데.’
한 번에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있는 건 당연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홍수찬은 입을 열었다.
“그럼 주원이 너..”
“네.”
“그래서 미술 그만뒀던 거야?”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연두의 나이를 고려할 때 내가 미술을 그만둔 타이밍과 겹쳤으니까.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건 아니에요.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해 드릴게요.”
“흠.. 그래.”
바로 수긍하는 걸 보니 대충 내 의도를 파악한 모양이었다.
그 대신 홍수찬은 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 이제야 이해야 가네.”
“뭐가요?”
“우영이가 보여준 연두튜브 썸네일 그림 보자마자 생각했거든. 그림체가 묘하게 익숙한 느낌이 든다고.”
“아..”
내가 우영이에게 미술선생님에 관해 들었을 때와 같았다.
모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었지.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보면 서로를 생각하고 있던 거였다.
“연두튜브를 볼 때도 그랬어. 목소리가 되게 낯이 익은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그 말에 나는 장난스레 대답했다.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뭐가?”
“목소리 듣고 저인 것도 못 떠올리시고.”
“허..”
홍수찬은 기가 찬다는 듯이 말했다.
“너무한 건 너지, 이 녀석아. 졸업하고 6년 만에 찾아오는 녀석이 어딨어? 평생 얼굴도 못 보나 했다. 내가 다른 학교로 갔으면 어쩌려고 그랬냐?”
“…”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게 이런 건가.
절로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는 강한 일침이었다.
그런 나를 향해 홍수찬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고맙다. 지금이라도 와 줘서.”
“아뇨, 제가 감사하죠. 기억해 주셔서.”
“그것도 내가 할 말인데? 나는 주원이 네가 날 아예 잊어버린 줄 알았거든.”
“…”
또 한 번 말문이 막혔다.
옆에서 우영이가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니, 이 분위기 뭐지?”
홍수찬이 곧바로 반응했다.
“뭐가.”
“너무 훈훈하잖아요. 저한테는 틈만 나면 잔소리하고 때리면서.”
“그야 당연하지. 주원이는 너처럼 까부는 애가 아니었으니까.”
“와.. 지금 제자차별하시는 거예요?”
“정확히 말하면 구별이지.”
상당히 유쾌한 현 사제간의 대화였다.
이런 대화에는 구 제자가 끼어들어줘야 제 맛이었다.
“너무 억울해하지 마, 우영아. 나도 학교 다닐 때는 엄청 맞았으니까.”
“진짜요, 형?”
“응.”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연두가 화들짝 놀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서, 선생님한테 아빠 마자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