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16)
16화. 키즈튜브
“너네 집 앞이다. 빠딱 튀어와서 문 열어라.”
“…?”
말 그대로 내 머릿속은 물음표였다.
녀석들이 지금 우리 집 앞이라고? 대체 왜? 어떻게?
자취방을 옮긴 뒤 내가 집을 알려준 적이 있던가?
‘아!’
그러고 보니 며칠 전, 단톡방에서 윤우가 집 위치를 물어봤다.
곧 만날 장소를 정하는 데에 참고하겠다며. 그래서 별생각 없이 알려줬다.
혹시나 만나게 된다면 집과 가까운 편이 좋으니까.
그게 이런 결과를 낳을 줄이야.
꽤 오랫동안 녀석들을 안 봐서인지 빠꾸가 없는 놈들이라는 걸 잊어먹고 있었다.
‘제기랄, 오늘은 안 되는데.’
다른 날은 몰라도 오늘은 안 된단 말이다.
오늘은 연두의 어린이집 첫날이니까.
연두를 데리고 집에 돌아가 무슨 일이 있었나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울 예정이었는데.
웬 세 명의 무뢰배 때문에 계획이 어긋났다. 혈압이 오르면서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나는 핸드폰에 대고 소리질렀다.
“야, 이 또라이 새꺄! 적어도 말은 하고 찾아와야지.”
그러자 더 열이 오르는 윤우의 한 마디가 들려왔다.
“워, 워. 진정하고. 다 이유가 있단 말이지.”
“.. 이유?”
“잘 들어봐. 솔직히 네가 빠꾸쟁이라는 건 인정하잖아.”
빠꾸쟁이는 맨날 약속을 어기는 상도덕 없는 놈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그리고 냉정하게 생각할 때 나는 빠꾸쟁이가 맞았다.
나는 간접적으로 돌려서 인정했다.
“그래서 뭐.”
“주원아. 나는 도무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더라.”
“무슨 생각.”
“우리가 정상적으로 약속을 잡아도 네가 나올 거라는 생각이.”
“..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야. 그래서 찾아온 거지, 크큭.”
역시 이 녀석은 무뢰배의 대장이다.
더 통화하다가는 혈압만 오를 거 같아서 전화를 끊었다.
어차피 집도 거의 도착했고.
터벅. 터벅.
연두를 데리러 갈 마음으로 기쁨이 가득했던 초반의 걸음걸이는 사라졌다.
분노로 인해 발걸음은 여전히 빨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상가 앞에 도착했다.
무뢰한 세 명이 입구에 당당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내가 미쳤지.’
당사자인 나도 잘 모르겠다.
이 자식들 뭘 믿고 상세주소를 알려준 건지.
아마 호수를 알려줬으면 문 따고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랬다면… 생각하기도 싫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는 녀석들을 향해 걸어갔다.
셋 중 유성현이 가장 먼저 나를 발견하고 입을 열었다.
“야, 야! 저기 인간화석 등장이다!”
유성현은 셋 중에 가장 깐족대는 녀석 중 한 명이었다.
최윤우는 말할 것도 없이 행동대장이고.
나머지 한 명 박준수는 그나마 얌전한 놈이었다. 하지만 녀석도 알고 보면 똑같다.
학창시절부터 윤우나 성현이가 뭘 제안하면 거절하는 법이 없었으니.
‘그야말로 환상의 콤비지.’
내가 이 녀석들과 어떻게 친해진 건가 싶을 정도다.
“이야, 주원이. 안 본 사이에 더 깔쌈해졌네.”
“야, 야. 다리 아프다. 빨리 들어가자. 문을 열거라~”
나는 깐족대는 녀석들을 제치고 최윤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바로 헤드록을 걸어 버렸다.
“아악! 뭐야!”
“뭐긴 뭐야, 이 미친놈아.”
“야, 너네 왜 보고만 있어! 도와줘! 어억!”
도와달라는 말에도 나머지 둘은 짠 듯이 낄낄 웃으며 바라보고만 있었다.
원래 우리는 이런 놈들이었다. 넷 사이에서는 오래 지속되는 동맹 관계는 결코 존재하지 않았다.
한창 윤우의 머리를 조이며 응징하던 와중, 윤우가 필사적으로 손에 들고 놓지 않는 봉투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헤드록을 풀고 봉투 안을 확인했다.
“미친 자식.”
대충 보이는 실루엣으로 소주 열 병가량이 들어있었다.
날 잡고 왔구나. 이 자식들.
***
“하아..”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나는 결국 무뢰한 세 명을 방 안에 들여 버렸다.
집을 사수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어쩔 수 없었어.’
집 앞에서 벌인 작은 소동 때문에 경비아저씨의 싸늘한 시선이 느껴졌다.
일단 집에 데리고 들어오는 것 외에 방법은 없었다.
“오늘 나 술은 절대 못 마셔.”
“뭐? 아니, 왜?”
“왜긴 왜야. 너네 미친 거냐? 뭔 놈의 소주를 이렇게 많이 사 왔어? 내일 출근 안 해?”
“미친 건 너겠지. 내일 휴일이야, 멍청아.”
아, 맞다. 잠깐 까먹고 있었네. 내일 공휴일이구나.
그런데 나는 해당 사항 아니다.
여기 어린이집은 공휴일에도 아이를 맡겨도 된다고 했고, 그럼 나는 평소처럼 편의점 알바를 갈 테니까.
휴일근로수당 개꿀이네.
“나는 내일도 알바 가야 돼.”
“뭐? 진짜?”
“응.”
“와, 너무한 거 아니냐? 휴일까지.”
내가 성현이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나머지는 내 집 탐방을 시작했다.
그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저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와, 주원이 몸짱 되려고 풀업바 산 거 봐.”
“내 몸을 봐라. 그거 사서 한 적이 없다.”
“크흠. 그래 보이긴 했어.”
그러던 와중 윤우가 큰소리로 입을 열었다.
“야, 야! 주목해 봐!”
“주목은 무슨. 네가 선생님이냐?”
“아니, 장난 아니고 이거 보라고. 주원이 여자 생겼다.”
“미친. 진짜로?”
진짜일 리가 있냐.
그도 그럴 게, 윤우 녀석의 말에 가장 놀란 건 나였다.
갑자기 무슨 개소리냐고 말하려는데 윤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거 봐. 누가 봐도 여자 옷이잖아.”
녀석이 옷을 손에 들고 흔들었다.
성현이와 준수가 가까이 다가가 옷을 응시했다.
옷을 확인한 준수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입을 열었다.
“야. 여자 옷은 맞는데, 여자 생겼다고 하기에는 옷이 너무 작은데? 거의 아동복 수준이잖아.”
“.. 어? 그러네? 그럼 이런 옷이 왜 주원이 집에 있지?”
그리고선 무뢰한 세 명은 동시에 나를 바라봤다.
해명을 요구하는 눈빛이었다.
‘어휴.’
최윤우가 든 옷은 내가 연두 입으라고 산 티셔츠와 바지였다.
나름대로 여성스러운 색깔을 골랐기에, 여자 옷이라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어차피 녀석들을 만나면 연두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이긴 했다.
그런데 막상 말하려 하니 뭐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애매했다.
결국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나 딸 생겼다.”
“…?”
이번에는 녀석들의 표정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
“그러니까 주원아.”
“응.”
“네 말을 정리하자면. 외삼촌한테 딸이 있었고, 그 딸은 너랑 친척들과는 조금도 피가 섞이지 않았어. 아이의 친모와 친부는 죽었고. 아이는 외삼촌한테 학대를 받고 자랐는데 너는 장례식에서 그 애를 처음 봤어. 친척들은 전부 못된 사람들이었고, 너는 혼자 발화해서 아기를 데리고 나왔어. 그리고 그게 지금 네 딸이라는 거지?”
“그래, 정리 잘하네.”
“…”
기가 막히게 내 설명을 정리한 윤우를 포함해서 셋은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침묵을 깬 건 유성현이었다.
“와, 나는 진짜 감동이다.”
윤우가 대답했다.
“뭐가?”
“나는 주원이가 우리와의 추억을 다 잊었을 거라 생각했거든. 근데 아니었어.”
“왜?”
“오랜만에 만난다고 이런 기가 막히는 썰을 준비해 놨다고? 이건 내가 치킨집에서 레이디바바랑 친구 먹은 썰 푼 거보다 더 퀄리티 높은데?”
“푸흡.”
“.. 진짜 감동이 밀려온다. 영화 한 편 본 기분이야.”
최윤우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나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걸 지어낸 거라고 생각할 줄이야.’
사실 생각해 보면 믿지 않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예전부터 우리 넷은 만날 때마다 하는 게 있었으니까.
그건 이름하여 ‘허언증 배틀’이었다.
말도 안 되는 썰을 웃기게 푸는 방식의 우리가 개발한 게임.
예를 들면 아까 성현이 녀석이 말한 ‘레이디바바랑 친구 먹은 썰’이나 윤우가 예전에 풀었던 ‘날강두 축구강습 시켜준 썰’ 등을 들 수 있었다.
“와, 주원이 안 본 사이에 오지게 발전했네. 진짜 푸는 썰 하나하나가 다 노잼이었는데. 이건 재미보다 퀄리티 면에서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망할 녀석은 나를 전혀 믿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나머지 애들도 표정을 보면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아오, 답답해. 이 녀석들의 단점이다. 나쁜 놈들은 아닌데 바보다.
“믿든가 말든가. 어쨌든 나는 빨리 나가봐야 돼.”
“어디를?”
“어린이집에 연두 데리러 가야 해.”
녀석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야, 야. 이제 그만해도 돼. 슬슬 무섭다.”
“소름인데? 이름까지 지었어..”
결국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오, 씨! 그냥 믿지 마! 어쨌든 나는 나간다!”
그러자 윤우가 대답했다.
“진짜면 우리 따라가도 되지?”
“맘대로 해. 대신 연두 앞에서 말조심하고.”
“너 우리 내쫓으려고 수작 부리는 거 아니지?”
“아니야, 미친놈아.”
그러자 세 명이 동시에 벌떡 일어섰다.
“야, 이 자식 언제까지 하나 보자.”
“그래, 어울려 주자고. 속는 셈 치고.”
“콩트 하냐?”
끼익.
나는 결국 무뢰한 세 명과 함께 연두를 데리러 나섰다.
어린이집은 코앞이라 거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벨을 누르려 하자 성현이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야, 진짜 들어가려고? 그만해. 아무리 우리라도 이건 선을 좀 넘었지.”
“시끄러.”
나는 녀석의 손을 떨쳐내고 어린이집 벨을 눌렀다.
방금까지 킥킥 웃으며 따라오던 녀석들은 안절부절못하며 뒤돌아섰다.
어휴, 쫄보 자식들.
끼익.
어린이집 문이 열리고 교사가 나왔다.
세 녀석들은 깜짝 놀라 몸을 들썩였다.
“안녕하세요. 연두 데리러 왔습니다.”
“아, 네. 어서 오세요!”
“연두는 잘 있었나요?”
“네. 연두가 너무 예쁘고 착해서 아이들이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근데..”
“.. 근데요?”
늘어지는 말끝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
“잘 있다가도 계속 아빠를 찾더라고요. 아빠가 데리러 오는 거 맞냐고 저한테 계속 물어보고. 부녀관계가 되게 애틋하신가 봐요, 호호.”
“아, 그랬군요.”
“지금 연두 바로 데리고 나올게요!”
“감사합니다.”
“근데 뒤에 계신 분들은…?”
“아, 제 친구예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찾았다는 말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찡했다.
내가 데리러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생각하고 떨었을 연두를 생각하니.
아직 함께 보낸 시간이 길지 않은 만큼, 연두는 겁을 내는 것이다.
나와 떨어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확신을 줘야 해.’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라 확신을 줘야 했다.
그게 아빠로서 내 몫이었다.
한편, 옆에서는 온갖 호들갑이란 호들갑을 다 떨었다.
“미, 미친! 진짜였다고?”
“썰이 아니었어?”
“주원이가 진짜 아빠라고?”
나는 녀석들을 향해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이윽고 선생님이 연두의 손을 잡고 데리고 나왔다.
“어..!”
연두는 나를 보자마자 전속력으로 달려와 내게 안겼다.
“아빠아..!”
“하하, 연두야. 잘 있었어?”
“연두.. 보고 시퍼써요! 아빠 엄청 보고 시퍼써요!”
“그래? 얼마큼?”
“하, 하늘만큼 땅만큼!”
내 생각에 연두는 배운 게 없을 뿐이지 상당히 똑똑한 거 같다.
한 번 알려줬는데 바로 응용해서 써먹는 걸 보면.
“… 실화야?”
세 친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연두를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보니 인도영화 ‘세 얼간이’가 떠올랐다.
연두는 내게 꼭 안긴 채 녀석들을 바라봤다.
“아빠아.. 누구예요?”
“아빠 친구들이야.”
“칭구들..?”
“응. 연두는 어린이집에서 친구 생겼어?”
“네에!”
이쯤 되니 세 얼간이도 완전히 상황을 파악한 듯했다.
내 말이 꾸며낸 게 아니라는 걸.
***
나는 연두를 데리고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진짜였구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였어. 주원이가 저렇게 예쁜 딸을..”
“야, 갑자기 나 안 믿은 거 죄책감 드는데 어쩌지? 낄낄거릴 만한 가정사가 아니었는데.”
얼떨결에 함께 돌아온 셋은 개미만 하게 목소리를 낮춰 중얼거렸다.
녀석들의 그런 소심한 모습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는 웃음을 지으며 연두에게 말했다.
“연두야. 아빠 친구들 잠깐 있다 가도 괜찮지?”
“네! 아빠 칭구면.. 나뿐 사람 아니에요!”
“하하, 그래. 맞아.”
다행히 연두는 내 친구들에 대한 경계심이 없는 거 같았다.
윤우가 가장 먼저 연두에게 다가갔다.
“안녕, 연두야. 삼촌은 윤우라고 해.”
“유누..?”
“응, 윤우 삼촌.”
윤우는 조심스레 연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연두는 피하지 않고 빤히 윤우를 바라봤다.
그러자 윤우가 숨을 들이쉬며 나머지 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떡하지? 나 호흡곤란 올 거 같은데? 이 세상 귀여움이 아니잖아, 이건.”
그러자 나머지 둘도 질세라 연두에게 다가갔다.
“나는 박준수야, 연두야. 너희 아빠랑 제일 친하단다.”
“연두야! 나는 성현 삼촌이야! 여기에서 제일 잘 생긴 삼촌으로 기억하면 돼.”
“.. 아닌데.”
“응?”
“울 아빠가 제일 잘생겼는데······”
“아.”
평소에 이런 말을 들었다면 코웃음을 쳤을 성현이지만, 이번에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당연하지. 나는 아빠 다음으로 잘생긴 삼촌. 아빠랑 삼촌은 다른 거니까.”
“헤헤, 네, 삼촌!”
그때 연두가 바닥에 있는 봉투를 바라봤다.
“아빠아.. 저건 모예요?”
아차! 저걸 잊어먹고 있었다.
연두는 담배뿐만 아니라 술병에도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다.
편의점에서 술병을 볼 때마다 공포에 질리곤 했으니까.
나는 재빨리 봉투 앞에 있는 준수에게 손짓했다.
준수는 내 의도를 알아챘는지 봉투를 들고 입을 열었다.
“아니, 성현아! 쓰레기봉투를 집안에 들고 오면 어떡해!”
“엥?”
“쓰레기는 바깥에 둬야지!”
그리고선 준수는 봉투를 들고 가 문밖에 폐기해 버렸다.
준수가 눈치가 빨라서 다행이었다. 애꿎은 성현이가 억울한 누명을 쓰기는 했지만.
대를 위해 소를 희생했으니 잘한 일이다.
척.
나는 준수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준수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렇게 유쾌한 분위기 속에 시간이 흘러갔다.
연두와 친구들은 단시간에 꽤 친해졌다.
‘뭐, 기본적으로 나쁜 녀석들은 절대 아니니까.’
만약 그랬다면 연두의 사연은 애초에 언급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랜 시간을 함께했기에 녀석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어느새 나도 신이 나서 핸드폰을 꺼냈다.
“이건 연두가 기차 안에서 맥반석 계란 먹는 영상.”
“오오!”
“입 오물거리는 거 봐! 천사 아니냐, 레알?”
“사이다를 어떻게 이렇게 귀엽게 먹지? 리얼 꿀마시는 뭐냐, 큭큭. 진짜 귀염 터진다.”
하나를 보여주면 수십 마디가 튀어나왔다.
리액션이 크니 보여주는 맛이 있었다.
“이건 꽃밭에서 찍은 건데. 찍으면서 리얼 헷갈렸다. 연두가 꽃인지 꽃이 연두인지.”
“이해한다. 이거 보면 헷갈릴 만하다.”
“야! 아니지! 아빠라는 놈이 그런 걸 헷갈리면 쓰냐! 꽃보다 연두가 압도적으로 예쁘구먼.”
한소리 들은 나는 소심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인정한다.”
장난 삼아 풀이 죽은 목소리를 한 거뿐인데.
연두가 그새를 놓치지 않고 달려와 말했다.
“아빠.. 갠차나요?”
“하하, 괜찮아. 장난이야, 장난.”
“으응..”
나를 걱정해주는 연두의 모습에 녀석들은 한 번 더 호흡곤란이 온 거 같았다.
그러다가 윤우가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알겠네.”
“뭘.”
“내가 단톡방에 키즈튜브 링크 올렸을 때, 네가 왜 그렇게 무반응이었는지.”
유성현이 동의한다는 듯 말을 덧붙였다.
“그러네. 이렇게 귀여운 딸이 있는데 다른 애가 눈에 들어올 리가 있나.”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냐. 그 애도 귀여웠어. 연두가 훨씬 귀엽긴 하지만.”
“그 말이 그 말이지.”
“.. 그런가?”
“어!”
그때 윤우가 갑자기 소리질렀다.
나를 포함한 셋의 시선이 집중됐다.
“뭐야, 갑자기.”
“주원아.”
“응.”
“영상 보고 나서 순간적으로 떠오른 건데.”
“뭔데.”
윤우는 내가 전혀 예상치도 못한 말을 뱉었다.
“너랑 연두. 키즈튜브 해 보는 거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