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162)
162화. New Room
구매한 물건이 한꺼번에 배송되는 유케아의 배송 시스템.
워낙 많은 가구와 소품을 구매한 터라 집에 들일 물건이 엄청나게 많았다.
‘오늘이 이삿날인 느낌이네.’
사실 이런 기분이 드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었다.
정작 이사한 날에는 조금 과장하면 몸만 옮긴 수준이었으니까.
기존에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물건은 버렸고, 꼭 필요한 것 위주로 챙겼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마치 오늘이 이삿날인 거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괜히 미안한 기분도 들고.’
힘을 쓰시는 건 가구를 가져오신 배송기사분이었다.
따로 금액을 지불하긴 했지만, 옮기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는 건 도리가 아니었다.
게다가 침대같이 부피가 큰 물건은 성인이 혼자 들기에도 버거운 무게였고.
“도와드릴게요.”
“아유, 고마워요.”
“아닙니다. 제가 감사하죠.”
풀업바를 통해 몇 달간 기른 팔 근육이 있었다.
단련된 진짜 근육과 비교하면 보잘것없는 근육이긴 하지만.
“읏차!”
“흐읍!”
나는 기사님과 힘을 합쳐 부피가 큰 가구들을 날랐다.
침대와 책상 및 옷장을 포함한 상당한 크기를 자랑하는 가구들이었다.
옮기면서 잠깐 그런 의문도 들었다.
‘들어갈까?’
바로 침대가 현관문에 들어갈까 하는 의문이었다.
가장 큰 퀸사이즈 침대라 더 불안감이 들었다.
쏘옥.
그러나 생각 외로 박스는 너무 쉽게 들어갔다.
역시 유케아 가구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이제 남은 건 상대적으로 부피가 작은 물건들.
‘누렁이를 위한 캣타워를 포함해서.’
서랍장이나 빨래걸이, 의자 등의 물건들이었다.
이런 물건들은 부피가 작다 보니 한 번에 엘리베이터에 태우고 옮길 수 있었다.
하나 조심해서 옮겼던 건 전신거울이었다.
사실 이사 오기 전부터 꼭 사고 싶었던 물건이었다.
‘엄청 불편했으니까.’
거울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건 면적이 무척 작았다.
그래서 나나 연두나 거울을 보기 힘든 부면이 있었다.
특히 예쁘게 옷을 입혀준 후, 전체적인 모습을 연두가 직접 확인하기 힘들다는 점이 아쉬웠다.
하나 장만하려고 해도 집안이 너무 좁아서 도저히 들일 공간이 없었고.
‘.. 이제는 가능해.’
이미 어느 곳에 전신거울을 둘지 마음속으로 정해둔 상태였다.
공간이 부족하기는커녕 어디에 놓을지 내가 정했다는 사실.
그 별거 아닌 사실만으로도 벅차오르는 기분이었다.
기사님이 조심스러운 손놀림으로 거울이 든 박스를 들며 말했다.
“이런 건 정말 조심해서 옮겨야 해요. 잘못해서 기스라도 났다가는 큰일 나거든.”
처음부터 느꼈는데 무척 친절한 배송기사님이었다.
굳이 먼저 이렇게 능청스레 말씀하시는 모습도 귀여우시고.
‘확실히.’
기사님 말대로 거칠게 옮기는 게 눈에 보였다면 엄청 불안했을 거다.
소심한 나는 뭐라 말도 못 하고 눈치만 슬슬 봤겠지.
그래서인지 이렇게 신경 써 주시는 게 고맙게 느껴졌다.
나는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하하,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당연한 건데.”
끼익.
훈훈한 대화와 함께 마지막 전신거울까지 집안에 들였다.
아직 기사님의 역할은 끝난 게 아니었다.
“침대는 어디에 놓을 생각이에요?”
다른 건 몰라도 침대는 기사님의 손길을 빌려야 했다.
실제로 지불한 금액에도 설치비가 포함되어 있었다.
조립부터 배치까지 난이도가 있는 작업이었으니까.
“저기 방 안에 놓으려고요.”
“아, 그래요.”
“힘드실 텐데 물 한 잔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컵에 생수를 따랐다.
그러던 와중 기사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 애는 누구예요?”
애라길래 순간적으로 누렁이를 얘기하는 줄 알았다.
아까부터 누렁이는 쭉 냉장고 위에 올라간 채로 내려올 기색이 없었다.
잔뜩 겁을 먹어서는 냉장고 위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으니까.
아마 그곳이 가장 안전지대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혹시 내려온 건가 했는데.’
예상과 달리 기사님이 얘기한 ‘애’는 누렁이가 아니었다.
다름 아닌 얼마 전에 인화해 둔 연두의 사진이었다.
집안 인테리어를 위한 목적으로 잘 나온 사진을 인화해 뒀으니까.
치워 놓는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네.
“제 딸입니다.”
기사님은 눈이 동그래져서 되물었다.
“.. 따님이라고요?”
“네.”
“나, 참. 생각도 못 했네.”
기사님은 나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어려 보여서 우리 아들 또래나 될 줄 알았는데 딸이 있을 줄이야.”
“하하, 아드님이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큰아들이 올해 스물넷 됐어요.”
“…”
또래 맞네. 다행히 기사님은 내 나이를 물어보지는 않았다.
괜히 얘기하기보다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좋을 듯했다.
그보다 기사님은 다른 부분에서 감탄한 듯했다.
“어떻게 이렇게 예쁘게 생겼대?”
사실 감탄할 수밖에 없긴 했다. 그냥 찍은 사진도 한 번 보면 눈을 떼기 힘든데.
잘 나온 사진 중에서도 잘 나온 사진만을 인화해서 모아둔 거니까.
기사님은 잠시 본분을 잊고 사진을 감상하다가 말했다.
“부러워요, 부러워. 나는 시꺼먼 아들만 둘이라.”
“하하, 감사합니다.”
이어서 기사님과 함께 나는 침대를 방 안으로 옮겼다.
침대를 배치할 장소는 창문 반대편 벽면 구석이었다.
“여기에 부탁드리겠습니다.”
“맡겨 둬요.”
기사님은 지체 없이 침대를 설치했다.
설치를 완료하는 데에는 체감상 3분도 걸리지 않았다.
“여기에 매트리스만 올려서 쓰시면 돼요. 코드 연결하면 조명도 들어오고.”
“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뭘요. 이사한 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착한 기사님이 역할을 다하고 돌아가셨다.
이제는 내가 활약할 시간이었다.
***
각 공간을 어떻게 꾸밀지는 머릿속에 이미 구상해 둔 상태였다.
그 과정에서 연두의 의견을 듣고 완성도를 높였고.
이제 남은 건 그걸 실제로 구현하는 것뿐이었다.
‘아, 참.’
그전에 해야 할 게 하나 더 있긴 했다.
바로 이 무수한 상자를 전부 뜯는 반복작업이었다.
스윽.
혹시 모르니 이마에 쓰는 카메라도 착용했다.
집을 꾸미는 과정을 남겨두면 쓸 데가 있을 거 같았으니까.
이후 나는 앉아서 첫 상자를 뜯기 시작했다.
찌직. 찌지직.
거침없는 내 손놀림에 상자는 가혹하게 뜯겨 나갔다.
그리고 그 틈새로 내용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쏘옥.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어느새 내려온 누렁이가 상자 속에 쏙 들어가 버린 거다.
심지어 아직 내용물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나와, 누렁아.”
“냐아!”
기분이 좋아 보이는 울음소리.
하지만 나올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좋게 말할 때 나오는 게 좋을 거야.”
“냐아..?”
이 녀석이.. 좋게 말하는데 이렇게 나온다면 방법은 하나였다.
강제력을 동원하는 수밖에.
나는 상자 안에 조심스레 손을 넣어 누렁이를 꺼냈다.
쏘옥.
“…”
그런데 녀석은 꺼낸 지 1초도 되지 않아 다시 상자 속에 몸을 던졌다.
이 상자를 향한 집착은 뭐지? 반항기가 온 건가?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였다.
“그래, 거기 있어라.”
어차피 상자는 차고 넘쳤다.
굳이 누렁이가 들어간 상자에 집착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다른 상자를 손에 쥐고 뜯기 시작했다.
일단 전부 뜯어두는 편이 꾸미는 데에 용이할 거 같다는 판단이었다.
찌직.
그렇게 꽤 긴 시간 반복작업이 이어졌다.
얼마 후에 나는 크기와 상관없이 모든 상자를 뜯는 걸 성공했다.
이걸 성공이라고 표현하기도 민망하긴 하지만.
‘이제 해야 할 건.’
필요한 물건에 한한 조립이었다.
학창 시절 방법도 모르고 나무젓가락총을 만들었던 나였다.
설명서와 공구가 있는데 내가 하지 못할 조립은 없었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조립하라는 게 아니라면.
그런데 조립을 하며 드는 생각이 있었다.
‘왜 이렇게 재밌냐.’
하나하나 조립해서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오는 쾌감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조립까지 전부 완료했다.
이제 남은 건 배치뿐이었다.
‘얘는 아직도 여기 들어있네.’
안에서 자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누렁이를 그대로 두고 나는 본격적인 집 꾸미기에 돌입했다.
우선은 거실이었다. 사실 거실은 특별히 신경 쓸 게 없었다.
‘최대한 미니멀한 느낌을 낼 생각이니까.’
내가 생각할 때 거실은 편안한 느낌을 줘야 했다.
커튼과 벽지를 화이트톤으로 맞춘 것도 그래서였다.
최대한 넓게 활용하고 싶은 마음에 부피가 큰 가구도 최대한 배제했고.
‘그나마 가구를 꼽자면.’
러그 위의 작은 탁자와 베이지색 소형 소파 정도였다.
그렇다고 해서 포인트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뭐가 포인트냐고? 바로 캣타워였다.
‘처음에는 포인트로 해피트리 같은 식물을 생각했지만.’
고양이에게 유해할 수 있다는 말에 단념했다.
캣타워는 훌륭한 대체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후우..”
설치하고 나서 보니 더 확실해졌다.
미니멀함의 단점인 심심함이 단번에 사라졌으니까.
여기에 생각해 뒀던 큰 액자만 걸면 완벽했다.
아직 액자 속 내용물이 없어서 걸어둘 수는 없지만.
‘뭐, 생각이 있으니까.’
그건 빠른 시일 안에 준비할 예정이었다.
어쨌든 이렇게 거실 꾸미기는 간단히 끝이 났다.
다음은 내 방을 꾸밀 차례였다.
‘전체적으로 그레이톤으로 꾸밀 생각이고.’
꼭 거실과 방의 느낌을 통일할 필요는 없었다.
그럴 거라면 굳이 거실과 방을 나눠놓을 이유도 없지.
뭐, 그와 별개로 내 방을 꾸미는 데에 중점을 둔 건 두 가지였다.
‘침대가 있는 만큼.’
취침공간과 업무공간을 확실히 분리하는 것.
그렇게 해야 나태해지는 걸 방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실제로 작은 방 안에서 책상과 침대를 최대한 떨어트려 놓은 이유도 그래서이고.
‘좋네.’
꾸민 후 방의 모습은 정확히 생각한 그대로였다.
모던함이 묻어나는 깔끔한 느낌.
원룸에서의 내 업무공간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건 대망의 연두 방 꾸미기였다.
‘하이라이트인 만큼.’
일부러 마지막으로 남겨둔 상태였다.
어떻게 꾸며야 할지 고민을 가장 많이 한 방이기도 했다.
벽지를 선택하는 것부터 상당한 고민이 있었으니까.
‘고민 끝에 연두색으로 정했고.’
단순히 연두가 좋아하는 색상이라는 이유만은 아니었다.
혹시 ‘컬러테라피’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한창 미술과 색에 꽂혀있을 때 자연히 알게 된 단어였다.
복잡하긴 하지만 대충 색상이 사람의 정서와 심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용어였다.
특히나 아이는 성인에 비해 더 큰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었고.
‘컬러테라피에 따르면 연두색은.’
자연을 연상시키는 색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효과를 지녔다.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 또한 감소해주는 효과도 있었고.
연두색으로 결정한 데에는 그런 이유가 존재했다.
‘유케아에서 본 분홍색 쇼룸은.’
내 기준에 조금 산만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전체적인 베이스로 사용하기에는 분홍색보다 연두색이 더 부담 없는 색이었다.
게다가 연두가 좋아하기까지 하니 고민할 이유가 없었지.
자연히 방을 구성하는 가구와 소품의 색은 정해졌다.
‘연두색과 어울리는 색.’
나열하자면 짙은 녹색과 파스텔톤의 연한 분홍색 등의 색이었다.
아, 노란색도 포인트로 활용하기에는 좋은 색상이었다.
하얀색은 어떤 색에든 잘 어울리니 굳이 말할 것도 없고.
‘이밖에도 파스텔톤은 웬만하면 잘 어울리긴 하지.’
색상만 적절하게 써서 꾸며도 실패할 리는 없었다.
실제로 그런 색 조화를 활용해서 가구를 배치한 상태였다.
미니 옷장과 책장, 그리고 연두가 공부할 책상까지.
‘.. 훌륭해.’
확실히 거실이나 내 방보다 정성을 들여 꾸민 티가 났다.
심심하면 언제든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지울 수 있는 칠판과 여러 색의 보드마카.
천장의 중앙에 달린 조명까지 흠잡을 데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었다.
‘괜히 사진을 인화한 게 아니지.’
유케아에서 산 폴라로이드 사진걸이가 대미를 장식할 포인트였다.
연두의 방인 만큼 여기 들어갈 건 당연히 연두의 사진이었고.
슥. 슥. 슥.
빠짐없이 끼운 나는 빈 벽면에 사진걸이를 걸었다.
그리고 문까지 떨어져서 방 안을 바라봤다.
한눈에 방 내부의 전체적인 모습이 들어왔다.
그 순간,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이걸 어쩐다.’
예뻐도 너무 예쁜 방의 모습이었다.
자화자찬하는 게 우습긴 하지만 달리 표현할 말이 없는데 어쩌겠는가.
벌써부터 이 공간을 봤을 때의 연두의 반응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
상자를 버리러 가려는데 문제가 있었다.
‘대체 언제 이렇게 됐지?’
벌써 늦은 저녁 시간이었다.
달리 말하면 곧 어린이집이 문을 닫을 시간이고.
박스를 전부 버리려면 몇 번을 왔다 갔다 해야 할 텐데.
도저히 그럴 시간이 없을 거 같았다.
‘하는 수 없지.’
연두를 데리고 온 다음 버리는 수밖에 없을 듯했다.
어차피 중요한 건 연두의 방이니 상관없었다.
신발장 앞에 쌓인 박스는 방을 구경하는 데에는 전혀 방해가 되지 않을 테니.
스윽.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섰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빠르게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오셨어요?”
“네, 오늘도 연두 잘 있었나요?”
“호호, 물론이죠.”
시은이는 먼저 엄마와 귀가했다는 거 같았다.
항상 귀갓길이 겹치는 건 아니니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아빠..!”
언제나처럼 달려서 안겨드는 연두.
선생님과 인사를 주고받고 어린이집을 나섰다.
“빨리 가자, 연두야.”
재촉하는 내 모습에 연두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물었다.
“.. 왜 빨리 가여?”
“아빠가 보여줄 게 있거든.”
“보여줄 거..?”
“응.”
“그게 모에요..?”
“당연히 그건 비밀이지.”
유치한 내 대답에 삐죽 튀어나오는 연두의 입.
“연두는 아빠한테 비밀 안 하는데…”
삐진 건 알겠지만 미리 힌트를 줄 수는 없었다.
전혀 예상 못 하고 봐야 더 감흥이 클 테니까.
나는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집에 가면 볼 수 있어.”
“그럼.. 연두 빨리 갈래요..!”
“하하, 그래. 빨리 가자.”
그렇게 우리는 평소보다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도착했다.
띠. 띠. 띠. 띠.
‘0306.’
비밀번호는 연두의 생일이었다.
철컥.
문이 열리고 집안의 모습이 드러났다.
모습이라 해 봐야 치우지 못하고 나와서 쌓여있는 무수한 상자지만.
연두는 입을 헤 벌리더니 나를 바라봤다.
괜히 제 발 저린 나는 입을 열었다.
“이 상자들은 아니야. 아빠가 보여주려던 거.”
“그럼요..?”
“아빠가 보여주려는 건 연두 방에 있어.”
“아!”
툭.
빨리 보고 싶은지 연두는 서둘러 신발을 벗었다.
그리고 거실에 발을 들이는데,
휘익!
“흐앗..!”
하마터면 나도 비명을 지를 뻔했다.
상자 안에 있던 누렁이가 불쑥 튀어나왔으니까.
설마 지금까지 상자 속에 있었을 줄이야.
“냐아..”
“누렁아.. 언니 놀라써…”
의도치 않게 방을 보기 전에 깜짝 놀란 연두였다.
놀람을 가라앉힌 연두는 쪼그려 앉아 손으로 누렁이를 쓸어내렸다.
쓰담. 쓰담.
그리고 나서 뒤늦게 거실의 모습을 확인했다.
“우아…”
벌써부터 놀라면 안 되는데.
뭐라 말할 틈도 안 주고 나는 연두의 손을 잡고 걸어갔다.
어디로? 말할 것도 없이 연두의 방이었다.
‘물론.’
아까부터 카메라로 연두의 모습은 담고 있었다.
이런 재미있는 장면을 놓칠 수는 없으니까.
도착한 연두의 방문은 굳게 닫혀 있는 상태였다.
“자, 열어봐, 연두야.”
“네에..”
꼴깍.
연두는 침을 삼키고는 손잡이에 손을 가져다 댔다.
스르륵.
그리고 조심스레 손잡이를 돌렸다.
천천히 열리는 방문. 그와 동시에 눈에 들어왔다.
완전히 탈바꿈한, 세상에 하나뿐인 연두의 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