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165)
165화. Present
띠리리리.
드디어 집을 찾아온 집들이의 첫 번째 손님.
예정된 시각 치고는 조금 일렀지만 전혀 문제는 없었다.
방금 막 상차림을 완료한 상태였으니까.
‘누가 제일 먼저 왔으려나.’
나는 곧바로 인터폰을 향해 다가갔다.
인터폰 화면을 통해 첫 번째 손님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얼굴은 잘 안 보이지만, 긴 머리칼이 보였다.
그렇다면 경우의 수는 두 가지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두 명밖에 없으니까.’
오늘 오기로 한 여자 손님이라면 서지혜와 신세연 둘 뿐이었다.
시은이는 인터폰 화면에 키가 닿지 않을 테니 예외로 치고.
그리고 그 둘 중에서도 누군지는 감이 왔다.
[문 열기]응? 간단한 인사라도 건네고 열어줬어야 하는데.
문 열기 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인터폰에 검은 화면이 떠올랐다.
아직 인터폰 사용이 미숙한 탓이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문이 열려서 당황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빠..”
“응, 연두야.”
“누구 와써요..?”
“그런 거 같네. 연두는 누가 왔을 거 같아?”
“으음…”
단서가 없는데도 골똘히 고민하는 연두의 모습.
안타깝게도 연두의 고민이 끝나기 전에 재차 벨이 울렸다.
이번에는 현관문의 벨이 울리는 소리였다. 자연스레 연두의 시선은 문을 향했다.
끼익.
문을 열어주자 틈새로 손님의 얼굴이 보였다.
역시나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어서 와요, 지혜씨.”
첫 번째 손님은 다름아닌 서지혜였다.
그녀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오빠. 근데 하나도 안 놀라시네요?”
“응? 왜 놀라요?”
“아니.. 사실 장난으로 인터폰에 정면으로 안 섰거든요.”
왜 얼굴이 안 보이나 했더니. 그거 의도했던 거구나.
서지혜는 괜히 멋쩍은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근데 저인 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인사하길래..”
“알고 있었어요.”
내 대답에 서지혜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어, 어떻게요..?”
“얼굴은 안 보였는데 그건 보였거든요.”
“그거요? 어떤… 아!”
내가 가리키는 걸 보고서야 그녀는 외마디 음성을 내뱉었다.
이제야 내 말의 의미를 파악한 모양이었다.
서지혜인 걸 확인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노란색 머리핀이 보였으니까.’
전에 함께 백화점에 갔을 때 내가 고마움의 표현으로 사 준 머리핀이었다.
머리카락에 꼽혀있는 걸 보고 서지혜인 걸 알아챈 거고.
나는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자주 하고 다니는 거 보니 마음에 드나 봐요. 이 말 전에도 한 거 같은데.”
“네, 색이 예쁜 거 같아서……”
“다행이네요.”
서지혜에게 저 머리핀이 잘 어울리는 건 사실이었다.
게다가 입고 있는 옷과도 조화롭게 어울렸고.
‘여러 사람과 모이는 자리라 그런지.’
평소이 비해 더 꾸민 게 느껴지는 복장이었다.
그건 그렇고 계속 신발장에 세워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안으로 안내하려는데 연두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지해 언니..!”
뒤늦게 연두를 본 서지혜가 입을 열었다.
“연두야!!”
서지혜는 신발을 벗어던지듯 하고는 집안으로 들어왔다.
그 와중에 신발은 가지런하게 놓였다는 게 함정이지만.
이어서 그녀는 연두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
“잘 지냈어, 연두야?”
“네에! 언니는요..?”
“언니야 당연히 잘 지냈지.”
이제는 이렇게 격한 포옹도 자연스러워진 둘의 사이였다.
애틋한 인사가 끝난 후 그녀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래서.. 제가 첫 번째 손님인 거예요?”
“네.”
“그럼 좀 구경시켜 주실 수 있나요?”
봉투를 손에 꼭 쥔 채로 그녀는 말했다.
집들이 선물인 게 확실하지만 굳이 먼저 언급은 안 할 생각이다.
그 대신 나는 질문에 대답했다.
“물론이죠.”
상차림도 끝냈으니 다음 손님이 올 때까지는 여유로웠다.
그렇게 우리는 현관 앞을 벗어나 거실로 향했다.
동시에 서지혜의 눈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 뭐예요?”
“네?”
“이게 다 뭐예요? 설마 오빠가 다 한 거예요? 대박…!”
대답하는 대신 나는 능청스럽게 되물었다.
“지혜씨가 보기에는 어떨 거 같은데요?”
“흐응…”
그녀는 뭔가 수상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사실 내가 바로 반조리식품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궁금하니까.’
말해두지만 식사 도중에 반조리식품 메뉴가 뭔지 전부 밝힐 예정이었다.
다만 그전에 음식을 먹은 손님들의 반응을 보고 싶었다.
정확히는 내가 만든 메뉴를 먹었을 때의 반응을.
‘과연 내가 이호연셰프의 제자라 말하기에 부끄럽지 않은 실력인지.’
내가 만든 요리에 대한 객관적인 평을 듣고 싶었다.
그 후에 반조리식품 메뉴에 대해 밝혀도 늦지 않았다.
따라서 지금은 이렇게 어물쩍 넘어가는 수밖에.
***
다행히 서지혜는 음식에 대해 더 묻지 않았다.
내 의도를 눈치챈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와.. 근데 진짜 잘 꾸몄다…”
“그래요?”
“네, 진짜 깔끔하고 모던한 느낌. 오빠가 다 꾸민 거예요?”
아까의 질문과 달리 이번에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실에 이어 지금 보여주고 있는 건 내 방이었다.
온전히 내 취향대로 꾸민 공간이라 할 수 있었다.
서지혜는 방 안을 빤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나도 이런 방 갖고 싶다..”
“하하, 지혜씨가 지내기에는 좀 칙칙하지 않아요?”
“그, 그런가요?”
“좀 더 밝은 느낌이긴 하죠.”
“밝은 느낌…”
뭐, 여기까지는 애피타이저에 불과했다.
이제 하이라이트인 연두의 방을 보여줄 차례였다.
그런데 그때 또다시 벨이 울렸다.
띠리리리.
나는 바로 달려가 인터폰 화면을 확인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손님은 신세연이었다.
뒤따라 온 서지혜가 입을 열었다.
“누가 오셨나요?”
“네, 전에 얘기했던 연두 친구 시은이랑 엄마인 세연씨요.”
“아, 어린이대공원이랑 워터파크 같이 갔던……”
“맞아요.”
그러고 보니 워터파크 때도 서지혜가 서운한 듯 얘기했었지.
같이 가자고 얘기 안 했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현관문 벨이 울렸다.
“어서 와요. 시은이도 안녕.”
“안녕하세요, 아저씨.”
시은이의 시크한 인사에 이어 신세연도 웃으며 말했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정식으로 축하드려요. 이사.”
“하하, 고마워요.”
언제나처럼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연두와 시은이.
그 사이에 나는 신세연에게 서지혜를 소개해주기로 했다.
초면인 만큼 내가 연결다리 역할을 해 줄 필요가 있었으니까.
“여기는 지혜 씨예요. 전에 제가 얘기했던.”
“아, 네.”
신세연이 먼저 조금은 어색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얘기 많이 들었어요. 저는 신세연이라고 해요..!”
그렇게 말하며 조심스레 손을 뻗는 신세연.
서지혜가 수줍은 듯 손을 맞잡으며 인사를 돌려줬다.
“저도 주원오빠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서지혜라고 합니다..”
“아, 그.. 네.. 반가워요…”
“저, 저도 반갑습니다..”
뭐지, 이 어색함은. 바라보고 있는 내가 다 어색한 기분이다.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이런 분위기에 내성이 없었다.
분위기를 가볍게 만드는 능력은 더더욱 없었고.
‘이럴 때 그 녀석이 있어야 하는데.’
급격하게 동건이가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우습지만 동건성분이 필요하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그 역할을 할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이론적으로 이럴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주제 바꾸기였다.
“세연씨.”
갑작스러운 호명에 깜짝 놀랐는지 그녀가 대답했다.
“네, 네, 주원씨!”
“세연씨랑 시은이 오기 전에 제가 지혜씨한테 방 구경을 시켜주고 있었거든요. 괜찮으면 같이 볼래요?”
“아! 그럼 저야 좋죠..!”
누가 봐도 어색한 대화였지만 어쨌든 분위기를 바꾸는 건 성공했다.
그렇게 나는 연두의 방을 향해 앞장섰다.
당연한 얘기지만 가는 도중에 차려놓은 상이 보였다.
자연스레 따라오는 신세연이 입을 열었다.
“와, 대박..”
“그쵸, 언니. 진짜 대박이죠.”
그걸 놓치지 않고 서지혜가 맞장구쳤다.
잘한다. 친해지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공감대 형성이니까.
심지어 호칭까지 자연스레 언니라고 부르며 거리감을 없앴네.
근데 나는 왜 이걸 분석하고 있는 거지. 아무튼 발전적인 상황인 건 확실했다.
“네, 대박이네요. 이거 설마..”
“크크, 주원오빠가 다 한 건지 궁금하신 거죠?”
고개를 끄덕이는 신세연을 향해 서지혜가 말을 이었다.
“안 그래도 제가 물어봤는데 대답을 피하더라구요. 뭔가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거 같아요.”
이번에는 제삼자를 얘기하며 어색함을 없애는 고난도 화법을 구사하는 서지혜였다.
그 제삼자가 나라는 게 조금 걸리긴 하지만.
어쨌든 서지혜가 생각보다 친화력이 뛰어나서 다행이었다.
‘하긴.’
편의점에서 서로 친해진 것도 99%는 서지혜 덕분이었지.
결과적으로 내 얘기를 꺼낸 효과는 발군이었다.
서지혜의 말에 신세연이 쿡쿡 웃으며 대답했으니까.
“그래요? 뭔가 저는 그 비밀을 알 거 같은 기분인데……”
“.. 어, 정말요? 저는 전혀 모르겠는데… 뭔데요?”
“주원씨를 위해서 노코멘트할게요.”
“헐.. 너무해요, 언니…”
“후후, 미안해요.”
심지어 장난까지 주고받는 둘이었다.
내 얘기가 저렇게 큰 효과를 발휘할 줄이야.
‘뭐.’
이렇게 해서 어색함이 풀린다면야 얼마든지 대화 소재가 될 수 있었다.
뒷담화를 당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상황을 보다가 나는 입을 열었다.
“여기가 연두 방이에요.”
서지혜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궁금하다. 저는 방금 주원오빠 방 봤거든요.”
“정말요? 어땠는데요?”
그녀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뜨며 대답했다.
“진짜 짱이었어요. 깔끔하고 아늑하고..”
“하긴 방금 거실만 살짝 봤는데도 되게 예쁘긴 했죠.”
“그래서 더 기대돼요. 연두 방은 어떨지.”
“저도 그래요.”
아까 유투브에 올린 영상에 연두의 방의 모습이 나와 있었다.
내가 꾸미는 것부터 연두의 반응이 담긴 영상이었으니까.
대화하는 걸 보니 이 둘은 아직 그 영상을 보지 않은 모양이었다.
‘다행이네.’
미리 보고 왔으면 소개하는 재미가 없었을 텐데.
나는 씩 웃으며 뒤에 서 있는 연두를 향해 말했다.
“연두가 소개해 줄래? 연두 방이니까.”
“네에..!”
한껏 설레는 표정으로 연두는 문 앞으로 향했다.
예쁜 방을 소개할 생각에 신이 난 모습이었다.
그렇게 연두는 문 손잡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스르륵.
문이 열리고 방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나와 연두를 제외한 세 사람의 입이 벌어졌다.
얼마간의 정적 끝에 신세연이 말을 꺼냈다.
“.. 주원씨가 꾸민 거예요?”
“연두랑 같이요.”
“.. 너무 예쁘다. 그치, 시은아.”
시은이는 말없이 위아래로 고개만 끄덕였다.
뒤늦게 서지혜가 감상을 늘어놨다.
“진짜 색감이 너무 예쁘다.. 동화 속 방 같아요…”
꾸민 입장에서 극찬에 괜히 낯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싫은 기분이냐고 묻는다면 완전히 그 반대지만.
서지혜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연두는 좋겠다. 이렇게 예쁜 방이 생겨서..”
“네, 조아여.. 아빠가 만드러 줘써요…”
그렇게 말하고선 배시시 웃으며 나를 올려다보는 연두.
다시 한번 공을 들여 방을 꾸며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세상 행복한 미소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
속속들이 집들이 손님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행님!”
“왔어, 동건아?”
“네, 부하들 데리고 왔습니다. 충성!”
오늘은 또 군대식 인사를 장착하고 온 동건이였다.
옆에서 주연이의 발끈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누가 너 부하야, 멍청아.”
오랜만에 이 둘이 투닥거리는 걸 보니 이상하게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동건이는 들은 체도 안 하고 말을 이었다.
어, 누님은 먼저 와 계셨네요. 그리고……”
녀석의 눈이 땡그랗게 부풀었다.
시선은 다름아닌 서지혜를 향하고 있었다.
“인사해. 전에 얘기했지?”
“와, 행님은 진짜……”
“응?”
“주변에 미인분밖에 없는 거 같습니다.”
“하하..”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신세연과 서지혜 둘 다 상당한 미인이니까.
서로 전혀 다른 느낌의 미인이긴 하지만.
쑥스러운 표정의 서지혜를 향해 동건이가 인사했다.
“인사 올리겠습니다, 누님! 저는 주원이행님이 가장 아끼는 동생 조동건이라고 합니다!”
“그, 그렇구나. 반가워요..”
“넵!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옆에서 주연이가 한심하다는 듯 얘기했다.
“불편해하시잖아, 바보야.”
“뭔 소리야. 세상에서 가장 편한 인사였는데.”
“어휴..”
이어서 범재와 주연이와 예림이도 서지혜와 인사를 주고받았다.
다음으로 도착한 건 내 친구녀석들이었다.
“왔냐?”
“어, 일단 선물부터 받고. 참고로 우리는 하나니까 선물도 하나다.”
그러면서 성현이가 내 팔에 가득 쥐어준 선물은 두루마리 휴지였다.
얼마 전에 장만했는데 이 센스 없는 자식들이.
나는 휴지를 구석에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뭐냐, 이 식상한 선물은?”
“와.. 지금 대국민 집들이 선물을 식상하다고 한 거냐? 우리가 진짜 고심 끝에 사 온 선물인데.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다, 주원아…”
“되도 않는 상황극 집어치우고, 근데 너네 그건 뭐냐?”
선물은 하나라더니 각자 봉투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내 물음에 윤우가 씩 웃더니 대답했다.
“당연히 연두 선물이지.”
“…?”
“네 선물은 하나고 연두 선물은 세 개.”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 세 개를 추켜올리는 윤우.
옆에서 두 녀석은 낄낄 웃고 있다.
황당한 나머지 웃음이 나왔다.
“너희 그대로 나가, 그냥.”
“아, 왜 이래.”
녀석들은 빛의 속도로 신발을 벗고 들어왔다.
뒤에서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서지혜의 웃음소리였다.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래요, 지혜씨?”
“처음 봐서요. 오빠 그런 말투.”
“아..”
확실히 내가 친구들에게 구사하는 말투가 평소랑 다르긴 하지.
옆에서 신세연도 웃으며 맞장구쳤다.
“저도 처음 들어요.”
“그쵸, 언니!”
한편 세 녀석들은 지혜씨와 세연씨를 보고 벙찐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얘네한테는 집들이 손님을 정확히 안 알려줬지.
그냥 무작정 오겠다길래 그러라고만 했지.
“인사해. 이쪽은……”
얄미운 녀석들이긴 하지만 소개는 시켜주는 수밖에.
그렇게 나는 친구들을 소개해줬다.
지혜씨와 세연씨, 그리고 고딩 녀석들한테.
‘벌써 복작하네.’
손님들로 인해 거실이 시끌벅적했다.
그리고 이제 남은 손님은 두 명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홍수찬선생님과 우영이.
둘은 같이 오기로 한 참이었다.
선생님이 우영이를 태워서 데려오기로 했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막 손님이 도착했다.
“오셨어요?”
“그래, 우리가 마지막인가?”
“네.”
“일부러 늦게 왔다.”
“왜요? 우영이 태워서 오시느라요?”
“아니, 문자가 마지막으로 왔으니까.”
“아, 진짜 선생님! 그거 순서 아무런 의미도 없다니까요.”
몇 번째로 보냈냐길래 사실대로 대답해 줬는데 아직까지 이러신다.
나이를 드셔서인지 뒤끝도 상상을 초월하는 선생님이었다.
물론 나이 얘기를 입밖에 낼 생각은 없지만.
“됐어, 인마.”
뒤에서 듣는 손님들은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 못하는 표정이다.
굳이 이해할 필요가 없는 문제이긴 하지.
“안녕하세요, 형.”
“그래. 잘 지냈어, 우영아?”
“네.”
뒤늦게 우영이와도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러는 사이 홍수찬은 옛 제자들과 재회를 나누고 있었다.
“에라이, 의리도 없는 자식들.”
“아, 왜 그러세요, 쌤.”
“쯧, 선생님이라 부르지도 마! 연락도 안 하는 녀석들이.”
“에이, 저희는 스승의 날에 찾아뵀잖아요. 6년간 잠수 탄 주원이보다는……”
“야! 너네 앉아, 빨리..!”
나는 다급히 말을 가로막고는 말했다.
이래서 이 녀석들을 부르기를 망설였는데.
나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는 녀석들이니까.
“후우..”
나는 간신히 녀석들을 앉히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나머지 손님들도 전부 상에 마주 앉았다.
연두는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다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디어 집들이다운 멘트를 건네는 걸 성공했다.
몇 차례 대화가 오가고 홍수찬이 입을 열었다.
“근데 이 음식들은 주원이 네가 한 거냐?”
“한 번 드셔 보세요.”
“흐음..”
그렇게 본격적으로 식사가 시작되려는 순간.
사선에 앉은 신세연이 봉투를 손에 들었다.
“저기.. 아직 선물을 전달 못해서.”
“아, 선물이요?”
“네.”
옆에서 동건이와 친구녀석들이 리액션을 쏟아냈다.
“오오, 선물수여식 시작인가?”
“과연 우리의 두루마리 휴지를 넘는 선물이 나올 것인가!”
“주원이 입꼬리 올라가죠? 없는 보조개 생기려 그러죠?”
“시, 시끄러!”
녀석들의 말을 들으니 괜히 표정이 신경 쓰이는 느낌이다.
진짜 입꼬리가 움찔거리는 거 같기도 하고.
정말이지 갈구는 데에는 도가 튼 녀석들이다.
“여기..”
다행히 신세연이 지체하지 않고 선물을 내밀었다.
봉투를 받아든 나는 말했다.
“지금 열어봐도 될까요?”
“.. 네, 열어보세요.”
“그럼.”
손님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옆에 있는 연두도 두근거리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고.
역시 선물을 열어보는 건 언제나 긴장되는 법이다.
스윽.
나는 곧바로 봉투에 든 내용물을 꺼냈다.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와..”
“대박..!”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드는 신세연의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