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171)
171화. 극락
본격적인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이 시작됐다.
눈앞의 캠을 통해 우리도 스스로의 모습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화면에는 고래탈을 쓰고 있는 내 모습도 함께 비쳤다.
‘나만 쓰고 있으니 조금 어색하네.’
서동한은 기본적으로 얼굴을 공개하는 스트리머였다.
가끔 팬서비스 차원에서 고래탈을 쓰고 방송한다고는 하지만.
그런고로 지금 얼굴을 가린 건 나뿐이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편하게 얼굴을 공개하고 방송하고 싶었다.
애초에 내가 연두튜브에서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도 신비주의같은 게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오해하고 있긴 하지만.
진짜 이유는 어떤 방식으로든 친척들이 나를 알아보게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굳이 그런 위험성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언제까지나 내 모습을 감출 생각은 없었다. 그게 가능하지도 않을 테고.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이니 말이다. 더군다나 나는 떳떳하지 못한 입장도 아니었다.
굳이 따지면 떳떳하지 못한 건 연두를 외면한 친척들 쪽이겠지.
그러니 여러모로 준비가 된다면 비로소 나를 드러낼 생각이었다.
‘구독자들이 원하느냐의 문제와는 별개로.’
그러는 편이 연두의 아빠로서 당당한 모습일 거라 생각하니까.
영상을 찍는 데에 있어서도 훨씬 수월할 테고.
머지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지금은 이런 생각이 아니라 방송에 집중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뭐지?’
시작한다고 한 서동한의 입에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벙찐 표정으로 눈앞의 화면만 바라보고 있다.
뭐지? 아직 시작하지 않은 건가?
“.. 동한 씨?”
“아, 네, 형님!”
내 목소리를 듣고서야 서동한은 정신을 차렸는지 대답했다.
그리고선 캠에 대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형님들! 고래입니다!”
그제야 나도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모니터의 한쪽에 올라오는 수많은 채팅이 보였으니까.
허나 당황한 터라 채팅의 내용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너무 많이 올라와서 눈 깜빡할 새에 스쳐 지나가기도 했고.
그러는 사이 고래는 방송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게스트분들 덕분인지 누님들도 많이 오신 거 같네요. 원래 제 방에는 거의 없으신데, 크하하!”
평소와 같지만 긴장이 느껴지는 웃음소리였다.
이어서 서동한은 우리를 보며 말했다.
“형님, 시청자분들한테 인사 부탁드릴게요.”
“아, 네.”
나는 캠을 향해 가볍게 묵례하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잠깐만. 막상 자기소개를 하려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여기서 냅다 이름을 얘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 고민 끝에 나는 말했다.
“저, 저는 초록…이라고 합니다.”
내가 말하고도 민망한 자기소개였다.
그것도 얼마나 많을지 감도 안 오는 시청자들 앞에서.
서동한은 빙긋 웃으며 말을 받았다.
“네, 초록 님이시고요. 연두도 시청자분들한테 인사할까?”
“네에..”
연두는 앉은 채로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 안녕하세여.. 저는 연두에요..!”
“예쁜 인사 고마워요. 이렇게 제 방송에 연두랑 초록 님. 두 분이 특별 게스트로 나와 주셨습니다. 연두튜브의 100만 구독자 이벤트이기도 한데요. 어디 보자. 지금 방송을 보고 계신 시청자 수가……”
이윽고 마우스를 잡은 서동한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멘트도 한동안 다시 이어지지 않았다.
애써 정신을 부여잡았는지 서동한은 말했다.
“치, 칠만 명 정도 보고 계시네요.”
“…?”
이 말에는 나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체감상 방송 시작 후 5분도 채 흐르지 않은 거 같은데 벌써 칠만 명이라니.
혹시나 해서 본 화면의 구석에는 정말 칠만 가량의 숫자가 표시되어 있었다.
‘게다가.’
그 숫자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추세였다.
지금 기세로는 언제 상승이 멈출지 예측이 불가능했다.
미니멀 3만일 거라는 예상은 이미 넘어섰고, 10만도 무리는 아닐 거 같았다.
숫자에 이어 뒤늦게 채팅창도 눈에 들어왔다.
‘.. 대체 이건 뭐지?’
채팅창에서는 신기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연
-연
-두
-해
-연
-두
-두
-해
-두
-연
세 글자로 채팅창이 도배되고 있었다.
준비한다고 준비했는데 처음부터 알 수 없는 것들투성이였다.
아무래도 쉽지 않은 이벤트가 될 거 같았다.
***
서동한은 바로 채팅창의 현상에 대해 설명해줬다.
이런 도배는 문화 중 하나라는 모양이었다.
‘각자 한 글자씩 쳐서 단어를 만드는 거.’
지금은 연두를 본 게 반가워서 시청자들이 세 글자로 무수한 ‘연두해’를 만들어낸 거다.
‘절대연두해’를 만들기는 복잡하다고 생각한 걸까.
나름 합리적인 선택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형님.”
“네.”
“도배가 이렇게 아름다워 보이는 건 처음입니다, 저..”
감명 깊은 서동한의 목소리에 나는 물었다.
“평소에는 어떤데요?”
“제가 마이크래프트를 하다가 갓오브레전드를 켜면 도배되는 두 글자가 있는데요. 혹시 모르시나요?”
“네. 갓오브레전드 방송은 본 적 없어서.”
그래도 한 가지 사실은 알고 있었다.
시청자들은 고래가 갓오브레전드를 하는 걸 싫어한다는 거.
서동한은 한숨을 한 번 내쉰 후 말했다.
“나 자랑 락 자요.”
“나랑 락이요?”
“네.”
무슨 뜻인지는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두 글자라면 유추할 수 있는 단어는 하나뿐이었으니까.
한마디로 나락이라는 소리였다.
잘은 몰라도 안 좋은 뜻의 도배임은 확실했다.
“민심에 따라 도배가 돼요, 여기 채팅창은.”
“그렇군요.”
“크하하, 지금 보세요, 형님.”
“네?”
“채팅창이요.”
그의 말에 나는 시선을 돌려 채팅창을 확인했다.
이번에는 채팅창에 도배되는 단어가 바뀌어 있었다.
-극
-락
-락
-극
-극
-락
………
나락과 정확히 반대되는 단어. 정말이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시시때때로 분위기가 바뀌는 채팅창이었다.
서동한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나락의 반대가 극락이에요. 저 이렇게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극락 가는 거 처음입니다. 진짜 마이크래프트 레전드방송 찍을 때 잠깐 극락 갔다 오거든요. 근데 오늘은 뭔가 계속 극락일 거 같네요, 크하하!!”
실제로 채팅창은 ‘연두해’와 ‘극락’으로 도배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시청자 수는 8만을 넘어간 상태.
서동한이 연두를 향해 말했다.
“연두야.”
“네에.”
“연두는 연두해라는 말 알아?”
“네! 아라요..!”
연두는 찡긋 눈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절때연두해..!”
사실 모를 수가 없는 유행어였다.
50만 구독자 이벤트 선물인 티셔츠에 연두가 손수 새긴 문구였으니까.
생방송인 만큼 연두가 하는 한 마디에 대한 여파는 엄청났다.
바로 채팅창에서 반응이 돌아왔으니까.
-절
-연
-두
-해
-두
-때
………
이번에는 채팅창이 ‘절대연두해’로 단결했다.
그 와중에 연두의 발음을 반영해서 ‘대’는 ‘때’라고 적고 있다.
생판 모르는 시청자들일 텐데 이 정도의 단합력이 가능하다니.
그와 별개로 완전히 난장판인 건 부정할 수 없었다.
‘본방 시청자들의 채팅만 보인다고는 해도.’
수많은 댓글이 미친 듯이 쏟아지고 있었으니까.
결국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자, 잠깐만요, 형님들! 서버! 서버!”
채팅창에 버퍼링을 호소하는 댓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이 보기에 방송이 끊긴다는 뜻이었다.
일반적인 인터넷 사이트와 비슷한 논리였다.
예상치 못하게 많은 접근량이 발생하면 기능을 상실하고 마니까.
‘방송에서 기능을 상실한다는 건.’
방송이 터져서 시청자가 전부 날아가는 걸 뜻했다.
생각할 수 있는 문제 중 가장 심각한 사태였다.
시청자들도 그걸 깨달았는지 도배를 멈추고 채팅창을 달구기 시작했다.
-채팅 치지 마!
-조용히 하라고! 방송 터진다고!
-이러다 연두 못 보면 너희 다 팬다. 분명히 말했다.
-다 닥쳐. 부탁이야.
-연두 있으니까 험한 말 쓰지 마, ㅁㅊ놈들아. 제발 터지지 말아주세요, 서버님.
조용히 하라면서 본인은 채팅을 치는 모순적인 행동.
심지어 험한 말을 쓰지 말라면서 험한 말을 쓰고 있다.
하지만 모두 간절함이 엿보이는 채팅 내용이었다.
시청자들뿐 아니라 나 역시 불안함이 증폭됐다.
‘이대로 터지면 진짜 말 그대로 나락인데..’
준비한 걸 하나도 보여주지 못하고 끝이 나는 셈이었다.
다시 방송을 켠다고 해도 피해가 상당할 테고.
이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방송이 꺼지지 않길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서동한은 지금껏 본 것 중 가장 당황한 표정으로 마우스를 움직였다.
“아오, 누나가 유투브 측이랑 얘기했다고 절대 안 터질 거랬는데…”
누나는 딱 봐도 풀잎컴퍼니 대표 윤수아를 가리키는 거겠지.
속마음을 그대로 내뱉는 모습에서 심정이 느껴졌다.
연두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동한을 바라봤다.
달칵.
“형님들, 어때요? 지금도 버퍼링 있어요? 팬 채팅으로 전환했는데. 건빵님들은 죄송합니다. 근데 그대로 뒀으면 방송 터졌어요.”
나로서는 처음 듣는 용어들이 마구 튀어나왔다.
한편 채팅창에서는 고래의 말에 바로 응답했다.
-버퍼 사라졌음.
-잘했어, 고래야! 뽀뽀 쪽!
-건빵 컷 나이스! ㅋㅋㅋ
-기분 좋구만요! 연두야, 이제 괜찮아!
-빠른 대처 좋았다. 역시 고래짱.
확연히 채팅의 수가 줄어든 게 느껴졌다.
자연스레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후우..”
결과적으로 방송이 종료되는 건 막아낸 모양.
확실히 서동한의 빠른 판단이 유효하게 작용한 거 같았다.
만약 내가 진행했다면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방송이 터졌을지도.
‘도움을 받길 잘했어.’
확실히 경험자가 있으니 위기상황에 능숙하게 대처가 가능했다.
능숙하다기에는 당황한 감이 있긴 했지만 반응은 빨랐으니까.
안도감을 느끼며 나는 서동한에게 물었다.
“근데 팬 채팅이 뭐예요, 동한 씨?”
“제 팬만 이용할 수 있는 채팅이에요. 달풍선을 하나라도 쏜 사람은 팬이 되거든요.”
“아.”
내가 알기로 달풍선은 하나에 백 원이었다.
즉, 팬이 되기 위한 최소 조건이 백 원이라는 뜻이었다.
돈이 아깝다기보다는 충전하는 게 귀찮겠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또 물었다.
“그럼 건빵은 뭐예요?”
“팬이 아닌 모든 사람을 건빵이라 불러요.”
“아하.”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우스운 호칭이었다.
한편 내 말에 채팅창이 또 들썩였다.
-초록 님 진짜 아무것도 모르시네 ㅋㅋ
-모르는 게 좋긴 하지.
-ㅇㅈ 우리처럼 되면 안 됨.
-ㄹㅇ 킹반인이네 ㅋㅋㅋ
-앞으로도 쭉 방송 보지 말고 연두 예쁘게 키워주세요, 초록 님!
뭔가 스트리머나 팬들이나 모순되는 점이 많은 느낌이다.
고래는 갓오브레전드를 욕하면서 손에서 놓지 못하고.
팬들은 방송을 보지 말라고 조언하면서 정작 자신은 방송을 보고.
‘애증 같은 건가?’
한편 방송에는 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시청자들이 엄청난 속도로 팬 가입을 하기 시작한 거다.
서동한은 또다시 당황해서 입을 열었다.
“뭐, 뭐야! 설마 팬가입 때문에 방송이 터지지는 않겠지? 다들 팬 가입 감사드립니다. 원래 한 분씩 인사를 드리는데 지금은 워낙 많아서……”
정말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팬가입이었다.
그런데 한 개를 쏘고 팬가입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아기천사 연두’님이 달풍선 1004개를 후원하였습니다.]-와, 통큰 팬가입 지렸다.
-큰손 등장인가.
-심지어 닉네임 보니까 아이디 새로 판 거 같은데.
-고래 싱글벙글하나요?
-그러고 보니 1004개 연두 시그니처 달풍이네 ㅋㅋㅋ
-오늘 1004개 미친 듯이 터질 듯. 연두 하면 천사자너.
1004개면 무려 10만 원에 달하는 액수였다.
서동한은 아차 하고 입을 열었다.
“아기천사 연두 님, 천사 개! 너무 감사드립니다! 근데 제가 깜빡하고 못 드린 말씀이 있는데요. 오늘은 웬만하면 달풍선 자제해 주셨으면 합니다. 워낙 많은 분들이 주실 거 같아 방송에 지장이 생길 거 같거든요. 이따가 적게나마 쏘실 타이밍이 있으니 쏘고 싶어도 그때까지 좀 기다려 주세요.”
이건 미리 나와 얘기한 사항이었다.
애초에 100만 구독자 이벤트에서 뭘 받으려 한다는 거 자체가 이상했으니까.
‘하지만.’
스트리밍의 특성상 쏘는 사람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모양이었다.
시스템적으로 막아 놓는 것도 불가능했고.
따라서 시작하기에 앞서 양해를 구하기로 말을 맞춘 상태였다.
웬만하면 달풍선을 쏘지 말아달라 얘기하기로.
-와, 고래가 달풍을 거절한다고?
-ㄹㅇ 진귀한 광경이다. 오래 살고 볼 일이네 ㅋㅋㅋ
-이게 연두효과인가?
-하긴, 나도 연두 옆에 있으면 돈은 생각도 안 날 듯.
-ㅇㅈ 세상이 새하얘 보일 듯 ㅋㅋㅋㅋ
채팅창의 반응에 서동한은 발끈한 듯 말했다.
“아니,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저를 무슨 돈밖에 모르는 사람인 줄 아시나. 저 그런 녀석 아닙니다!
말하는 걸 보니 이제 좀 긴장이 풀린 듯했다.
서동한은 조금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근데 이미 받아버린 건 어쩔 수 없네요. 돌려드릴 수는 없고. 이렇게 된 이상 제가 천사 리액션이라도 해 드릴까요, 여러분?”
-나
-락
-락
-나
-락
……
“아, 안 할 테니까 도배 그만 하세요!”
서동한은 손을 휙휙 저으며 시청자들을 제지했다.
굳이 사서 나락을 가는 스트리머 고래였다.
***
어느새 10만이 훌쩍 넘어간 시청자 수.
혹시나 했던 수치를 방송 초반에 가볍게 넘겨버린 셈이었다.
한편 나락 사태를 간신히 수습한 고래는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형님.”
“네.”
“연두는 어떨 때 가장 천사 같나요?”
대답하기 어려운 물음이었다.
조금 생각하던 나는 대답했다.
“한순간만 딱 꼽기가 어렵네요.”
-ㅇㅈ
-ㅇㅈ
-ㅇㅈ
-초록님 명언 하나 추가네.
-가장 천사 같은 순간? 그런 건 없어. 연두의 모든 순간이 천사 같으니까.
아니, 이렇게는 얘기 안 했는데?
실시간으로 각본을 쓰고 있는 한 시청자였다.
굳이 따지면 맞는 말이긴 하지만.
‘참.’
순간적으로 잊고 있던 게 떠올랐다.
나는 옆에 앉은 연두를 향해 말했다.
“이제 코트 벗자, 연두야.”
“네, 아빠..!”
손을 뻗어서 걸치고 있던 코트를 벗겨줬다.
그렇게 속에 감춰놓은 하얀 셔츠와 아이보리 조끼 코디가 눈에 들어왔다.
예상한 대로 채팅창은 마구 들끓었다.
-와.. 진짜 천사다. 왤케 예뻐..?
-고래의 캠 앞에서도 연두는 살아남는구나..
-살아남는 수준이 아님. 너무 귀엽잖아!!
-리액션이 필요 없네. 그냥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자동리액션임 ㅋㅋㅋ
-ㄹㅇ 아기천사 강림.
연두튜브 못지않은 주접력이었다.
그때 서동한이 연두를 보며 말했다.
“연두야.”
“네에.”
“여기서 댓글 아무거나 하나만 읽어줄래?”
그렇게 말하고선 댓글창을 고정시키는 서동한.
한동안 댓글창을 빤히 바라보던 연두의 입가에 배시시 웃음이 번졌다.
“이거 일글래요..!”
“어떤 거?”
“연두 초록니미랑 커풀룩이네.. 잘 어울린당!”
마지막 글자 ‘당’까지 꽤 정확한 발음이었다.
그 와중에 용케 내가 들어 있는 댓글을 찾아 읽었네.
나는 연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잘했어, 연두야.”
“히히.”
그러는 사이 서동한은 댓글창 고정을 풀었다.
댓글을 하나 읽은 것뿐인데 또 난리가 난 댓글창.
이제는 놀랍지도 않았다.
조금 반응을 보던 서동한이 캠을 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 연두튜브의 100만 구독자 이벤트를 위해서 준비한 콘텐츠가 여러 가지 있는데요. 슬슬 첫 번째 콘텐츠를 진행해 볼까 합니다.”
나와 미리 얘기해 둔 콘텐츠가 여러 가지 있었다.
당연히 진행순서도 미리 맞춰둔 상태였고.
이제 첫 번째 콘텐츠를 진행하려는 모양이었다.
-기대된다..
-연두랑 소통? 나 물어보고 싶은 거 엄청 많은데.
-초록 님한테도 궁금한 거 많음 ㅋㅋ
-설마 달풍선 폭격 콘텐츠? 충전해뒀는데 못 쓰고 있다.
-연두 애교 보여줘!
각기 다른 예상을 하고 있는 시청자들.
안타깝지만 보이는 댓글 중에 정답은 없었다.
뒤에 하게 될 콘텐츠는 조금 보이는 거 같지만 첫 번째 콘텐츠는 아니었으니까.
고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자, 형님들. 고래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힌트는 저 고래의 극락 콘텐츠입니다.”
사실상 답을 알려준 거나 다름없었다.
채팅창은 곧바로 하나의 주제로 대동단결했다.
-마이크래프트!
-오우 쉣!
-연두가 게임을 한다고? ㅋㅋㅋ 개꿀잼각.
-어떤 모드로 하냐? 서바이벌 모드가 국룰인 거 알지?
연두에게도 미리 얘기해주지 않은 야심 차게 준비한 콘텐츠였다.
서동한은 씩 웃으며 말했다.
“네, 첫 번째 콘텐츠는 마이크래프트입니다. 물론 플레이어는 연두와 초록 님이고요. 귀하신 분들이 왔으니 저도 필살기를 꺼내야죠.”
채팅창은 다시 ‘극락’으로 도배가 됐다.
그와 달리 아무것도 모르는 연두는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뭐, 이제 알게 될 터였다.
‘나도 개인적으로 기대되고.’
잠깐 본 것만으로도 흥미를 유발했던 게임이었다.
실제로 해보면 어떤 느낌일지 기대가 됐다.
연두가 난생처음으로 게임을 했을 때 보일 반응은 더더욱 기대되고.
서동한은 곧바로 마우스를 클릭하며 말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이렇게 스트리밍의 첫 번째 콘텐츠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