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178)
178화. 첫 수업
“들어갔습니다.”
대형 스크린을 가득 메운 채널 연두튜브.
역시나 예상은 완벽히 맞아떨어졌다.
강사는 물론이고 나머지 수강생들까지 벙찐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난감하네.’
뭐라 말을 잇기도 가만히 있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결국 뭐라 말을 덧붙이려는데 먼저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를 낸 건 다름아닌 강사 김예원이었다.
방금과 달리 그녀는 쿡쿡 웃으며 입을 열었다.
“.. 이주원 수강생님?”
“네.”
“즐겨 보시는 채널이신가 봐요, 연두튜브. 하긴 엄청 핫하긴 하죠. 저도 구독자라서 영상 올라가자마자 보거든요. 그런데 수강생님이 운영하는 채널에 들어가 주셔야 하는데..”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하는 건가 했더니 이제야 감이 왔다.
안 믿는 거구나. 내가 연두튜브를 운영하고 있다는 걸.
놀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아예 안 믿을 줄은 몰랐는데.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한가.’
보통 편집학원은 앞서 온 사람들같은 지망생이 많을 터였다.
아니면 편집자를 희망해서 영상편집을 배우러 오는 사람도 있을 테고.
‘물론 유투브 크리에이터도 적지 않게 오겠지만.’
백만이 넘는 국내 유투브 크리에이터는 애초에 비율상으로도 소수였다.
그런 대형 유투버들은 거의 편집을 전문 편집자의 손에 맡기고.
즉, 직접 편집을 하기 위해 학원에 가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내가 특수한 경우겠지.’
그러니 강사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믿지 않을 만도 했다.
오른쪽에 앉은 남자 수강생도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게 문제지만.
강사의 말을 듣고 나서 내가 혼동해서 잘못 들어간 거라 확신한 모양.
내 입장에서는 꽤 우스운 상황이었다.
‘내 채널이 내 채널인 걸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방법이야 간단했다. 그냥 로그인하면 된다.
가장 손쉽게 연두튜브 운영자가 나인 걸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니 말이다.
어차피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하기도 뭐하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키보드로 손을 옮겼다.
“.. 아니에요.”
그런데 난데없이 왼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방향이라면 여자 수강생밖에 없었다.
‘뭐가 아니라는 거지?’
스윽.
살짝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수강생을 바라봤다.
여전히 그녀는 나를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확신하는 듯 한 마디를 더 내뱉었다.
“아니에요, 선생님..!”
눈은 나를 쳐다보면서 말은 강사에게 하는 수강생이었다.
텐션은 올라간 거 같은데 목소리는 엄청 작다는 게 특이점이었다.
강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뭐가 아니라는 건가요, 유소리 수강생님?”
“이 분.. 잘못 들어가신 거 아니에요. 초록님이에요!”
“…?”
뭐지? 내가 초록이라고 확신할 만한 근거가 있나?
처음에 채널에 들어갔을 때는 분명히 이 사람도 안 믿는 표정이었는데.
유소리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맞죠, 초록님..?”
영문은 모르겠지만 질문에는 있는 그대로 대답하는 수밖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역시.. 와… 맞았어…”
이어서 나는 로그인 창을 띄워 로그인했다. 아까 생각했던 대로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
그와 동시에 강사와 남자 수강생의 입이 떡 벌어졌다.
남자 수강생이 입을 열었다.
“.. 뭐예요? 이거 몰카예요? 백만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가 영상편집 학원에 가면 일어나는 일. 뭐, 이런 건가?”
말도 안 되는 의심을 하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영상편집을 배우러 온 거예요.”
“정말요?”
“네.”
“저는 어떤 채널인지 모르긴 하는데. 구독자가 백만이 넘는데 배울 필요가 있나요?”
딱히 비꼬려는 의도가 아닌 순수한 궁금증에서 비롯된 질문인 거 같았다.
그래서 질문에 맞는 대답을 건넸다.
“초반 영상을 보면 아실 텐데 저는 영상편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채널을 만들었거든요. 혹시 베어믹스라는 프로그램 아세요?”
“아, 그 곰돌이 프로그램!”
“네. 처음에 그거로 시작해서 지금도 편집은 그 프로그램으로 하고 있어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서 ‘프리미아 프로’를 배우러 온 거고요.”
“아…!”
다행히 이해한 표정을 짓는 남자 수강생.
한편 놀라움을 금치 못하던 강사 김예원이 입을 열었다.
“대박… 진짜 상상도 못 했어요. 진짜 초록님이실 줄은……”
“하하..”
가만 보면 이 호칭을 쑥스러워하는 건 나뿐인 거 같다.
주위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부르니까.
“진짜 신기하네요. 저 진짜 연두튜브 팬이거든요.. 초록님이 수강생으로 찾아올 줄이야.. 아, 참!”
그녀는 무언가 떠오른 표정으로 내 왼쪽을 보며 말을 이었다.
“유소리 수강생님은 어떻게 아셨어요? 초록님인 거.”
이건 나도 무척 궁금한 질문이었다.
유소리는 이번에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게.. 제가 청각이 엄청 예민한 편이거든요.”
“청각이라면..”
“사실 처음에 인사할 때도 뭔가 되게 익숙하다 싶었는데. 연두튜브 화면 보니까 바로 떠올랐어요. 초록님 목소리구나 하고..”
한 마디로 목소리로 알아챘다는 말이었다.
이름이 왜 유소리인지 알겠네.
그와 별개로 놀랍긴 했다. 목소리로 알아챘다는 게.
내 목소리가 그렇게 특이한 편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데.
아무튼 이렇게 궁금증은 풀렸다.
유소리는 수줍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선생님도 팬이라 하셨지만 저도 연두튜브 엄청 팬이거든요. 연두는 너무 귀엽고 초록님도 다정하고 연두 대하는 게 너무 멋있어서…”
연두는 몰라도 내 칭찬이 무척 낯간지러웠다.
그래도 칭찬하는 데 가만히 듣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다소 어색한 미소를 띠며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 근데 연두튜브 댓글이 맞았네요.”
“네? 어떤 댓글 말씀이신지..”
“자주 올라오잖아요. 초록님 목격담? 뭐 그런 거?”
“아.. 그렇죠.”
“그런 댓글이나 영상 보면서 되게 궁금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맞는 거 같아서요. 그 목격담.”
얼굴 공개를 하지 않은 탓에 여러 목격담이 있긴 하지.
유소리가 말하는 목격담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뭐, 굳이 자세히 물어볼 필요는 없겠지.
‘목적은 달성했으니까.’
다소 과정이 험난하긴 했지만 목적은 달성했다.
이제 마음 편히 편집을 배우는 데 몰두할 수 있을 듯했다.
***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됐다. 사실 내가 생각한 느낌은 아니었다.
수업의 내용이 아니라 공간의 분위기가.
‘되게 수강생이 많고 시끌시끌한 느낌일 거라 생각했는데.’
빠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정원은 총 일곱 명밖에 되지 않았다.
대부분이 20대로 보이는 사람이었고, 중년 한 명과 앳된 외모의 수강생 한 명이 강의에 참여했다.
여담이지만 나중에 온 다섯 명은 내가 연두튜브 채널을 운영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굳이 얘기할 필요도 없고.’
사실상 내가 채널을 밝힌 이유는 개인적으로 피드백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 말은 강사만 내 채널을 알아도 충분하다는 뜻이었다.
두 달이라는 긴 시간동안 듣는 수업이라 결국 전부 알게 될 거 같긴 하지만.
강의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강사 김예원이 나를 불렀다.
“이주원 수강생님?”
“네.”
“수강생님은 베어 믹스로 쭉 편집을 했다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그럼 ‘프리미아 프로’는 지금 처음 켜 보시는 거겠네요?”
“네, 처음입니다.”
유료 프로그램인 데다가 사용법을 모르니 구매할 일이 없었다.
따라서 켜 보는 건 강사의 말대로 지금이 처음이었다.
강사는 나를 향해 계속해서 질문했다.
“보니까 어떠세요? 사용하시던 베어 믹스랑 차이점이 느껴지시나요?”
“네, 그러네요.”
“어떤 차이점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굉장히 복잡한 거 같아요. 베어 믹스는 되게 단순하고 기능도 적은데, 이건 한눈에 봐도 엄청 복잡한 느낌이네요.”
“정확해요.”
사실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차이점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차이이기도 하고.
‘그나저나.’
이렇게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수업.
학창시절 이후로는 처음 느끼는 기분이었다.
강사 김예원은 말을 이었다.
“프리미아 프로는 굉장히 복잡해요. 수강생님 말대로 기능도 무척 많죠. 그걸 자유자재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고요. 그렇기에 두 달이라는 기간을 설정한 거죠. 프리미아 프로를 마스터할 수 있는 최단 시간.”
그 말에 불쑥 올라가는 손이 있었다.
앳된 외모의 여학생이 든 손이었다.
“질문 있어요, 선생님!”
말하는 것도 앳된 외모답게 어린 느낌이다.
뭔가 진짜 학창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네, 유아름 수강생님. 질문이 뭔가요?”
“그럼 두 달 수업 열심히 들으면 프리미아 프로 마스터할 수 있는 거예요?”
“음.. 수업만 듣는 건 조금 부족해요.”
“헐.. 그럼요?”
“배운 걸 열심히 복습하면 충분히 가능하겠죠?”
“아!”
유아름이 해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수업 열심히 듣고 열심히 복습하면 두 달 컷 가능한 거네요?”
“그, 그렇죠..?”
“후후, 좋다..”
상당히 긍정적인 모습이 돋보이는 친구였다.
그 이전에 특이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긴 했지만.
강사가 그런 유아름을 향해 말을 건넸다.
“그런데 수강생님.”
“저요?”
“네, 아름님.”
“네, 선생님!”
“실례가 안 된다면 혹시 나이를 물어봐도 될까요?”
“저 열여덟 살이요!”
열여덟이면 동건이네 무리보다 한 살이 많은 나이였다.
아직 고등학생이라는 건데.
내가 든 의문을 강사가 대신 뱉었다.
“겨울방학은 아직 꽤 남지 않았나요?”
“아, 저는 괜찮아요!”
“.. 왜요?”
“학교 때려쳤거든요. 제가 머리가 나빠서 공부를 못해가지고.. 친구들 만나는 거 말고는 도움도 안 되는 거 같아서요.”
“…”
학교를 때려쳤다는 말보다 이런 걸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게 더 놀라웠다.
내내 활기차게 얘기하던 김예원도 말문이 막힌 모양.
결국 잠깐의 침묵 끝에 강사가 웃으며 말했다.
“뭐, 요즘 시대에 그런 건 개인의 선택이니까요. 그럼 우리 학원은 어떻게 오게 됐어요?”
“유투브 하려고요!”
“유투브. 어떤 콘텐츠를 할 생각인데요?”
“화장품 리뷰요! 제가 화장하는 걸 엄청 좋아해서.. 그나마 제일 잘하기도 하고요.”
“오, 괜찮은데요? 좋아하고 잘하는 걸 하는 게 가장 좋죠.”
이 말에는 나도 전적으로 동의했다.
최근 들어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사실이었으니까.
‘연두튜브든 미술이든.’
좋아하고 잘하는 걸 할 때 내가 가장 즐겁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 와중 유아름이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제가 백만 유투버 되면 크게 한 턱 쏠게요!”
“.. 백만 유투버요?”
“네. 제 꿈이 화장품 리뷰로 구독자 백만 달성하는 거거든요. 할머니가 꿈은 항상 크게 가지라고 해서요. 생각만 해도 설렌다.. 백만 유투버…”
그렇게 말하며 생긋 미소 짓는 유아름. 결국 백만 유투버가 꿈이라는 뜻이었다.
어느새 내 오른쪽에 앉은 남자 수강생이 나를 톡톡 건드렸다.
그리고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백만 유투버가 꿈이라는데요, 형님?”
어느새 나를 형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남자 수강생.
“하하..”
나는 그저 어색한 미소를 띨 뿐이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인 거 같았다.
백만 유투버가 영상편집 학원에서 수업을 듣는 건.
***
이후 강의는 원활히 진행됐다.
첫 수업인 만큼 가장 먼저 배운 건 기본 세팅이었다.
딱히 세팅이 필요하지 않았던 ‘베어 믹스’ 와의 차이점이었다.
‘게다가.’
거의 모든 게 영어로 되는 것도 골칫거리였다.
그나마 기본 단어가 많아 대부분 해석이 가능하긴 했지만.
정확한 쓰임새는 강사의 설명에 따라 외우는 게 편할 듯했다.
‘나야 어떻게 따라가고는 있는데.’
아름이라는 친구는 벌써 진이 다 빠진 표정이었다.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표정이라 해야 하나.
구세주는 옆에 있는 수강생 유소리였다.
“언니, 방금 쌤이 말한 게 이거예요?”
“아뇨. 여기 프로젝트 파일에서 소스 파일을 선택한 다음, 메뉴에서 ‘File, New, Sequence From Clip’ 순으로 실행하라고 하셨어요. 이해했어요?”
“…”
곧 울 거 같은 표정이 안쓰러웠다.
아무튼 그렇게 간신히 설정을 모두 마치고 수업이 계속해서 진행됐다.
“프리미아 프로에서 취할 수 있는 작업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빠른 편집과 정교한 편집. 둘 다 장단점이 있는데……”
전자는 시간이 적게 소요되지만 백업이 어렵고 데이터가 적을 때에 한정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단점.
후자는 흐름이 유려하고 완성도 높은 영상을 만드는 게 가능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
강사는 기본 설명을 마치고 이야기했다.
“오늘은 전자의 방식에 대해 가르쳐 드릴 거예요.”
사실 내가 생각하는 건 후자의 느낌에 더 적합하긴 했다.
편집 시간과 관계없이 더 퀄리티 높은 영상을 만드는 게 목표였으니까.
그래도 전부 배워둬서 나쁠 건 전혀 없었다.
“먼저 시범을 보여드릴 테니 제가 하는 걸 그대로 따라 해 보세요.”
그렇게 강사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본격적인 강의를 시작했다.
나는 최대한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따라갔다.
그런데 수업을 들으며 자연스레 드는 생각이 있었다.
‘.. 완전히 신세계잖아.’
분명히 간단한 편집 방법을 조금 배웠을 뿐인데.
지금까지 배운 것만 해도 ‘베어 믹스’보다 할 수 있는 게 훨씬 많았다.
왜 그렇게 프로그램의 가격이 비싼 건지 배우는 동시에 이해가 되는 느낌이다.
그런 생각에 나는 더 집중해서 강의를 들었다.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아, 참! 단톡방을 하나 만들 생각인데요. 수강생님들끼리 모르는 걸 질문하거나 제게도 질문할 수 있는 용도의 단톡방이니까요. 꼭 다들 참여 부탁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확실히 아름이라는 친구에게는 큰 힘이 될 거 같았다.
물론 나도 모르는 게 나올 수 있으니 도움이 될 테고.
수업을 마치니 확실히 드는 생각이 있었다.
‘전부 배우고 나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수준 높은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확신.
벌써부터 종강날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후우..”
이렇게 영상편집 첫 수업이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