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18)
18화. 디자인(Design)
-채널명 : 연두튜브(Yellowish Green Tube)
복잡하게 생각했던 것과 달리 유투브 채널 개설은 너무나도 쉬웠다.
원래 있던 구굴 아이디로 유투브 계정을 만들고, 채널 이름을 정하니 뚝딱 만들어졌다.
연두는 내 옆에 꼭 붙어서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봤다.
그러더니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연두.. 연두다.”
“응. 연두튜브가 우리 채널 이름이야.”
“헤헤, 연두라고 적혀 이써요!”
나는 뿌듯한 표정으로 연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연두는 글자를 읽는 법을 몰랐다. 쓰는 방법은 더더욱 몰랐고.
외삼촌 밑에서 살면서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연두에게 글씨 세 개를 읽는 법과 쓰는 법을 알려줬다.
‘서연두.’
다름 아닌 연두의 이름 석 자였다.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이름을 읽고 쓸 줄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알려준 지 며칠이 흘렀는데도, 기특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연두가 생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빠아..”
“응.”
“우리 이제 모해요..?”
그러게. 이제 뭐 하지.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다.
충동적으로 채널은 개설하긴 했는데 뭘 해야 할지가 막막했다.
아니, 막막하기 이전에 뭔가 어색한 느낌이었다.
새로운 걸 시도해보는 게 오랜만이라 그런가.
‘자그마치 6년.’
군대에 있었던 기간을 포함하면 거의 6년이었다.
그 6년의 시간 동안 나는 아무런 도전도 하지 않고 지냈다. 일수로 치면 2000일이 넘는 기간이다.
그렇게 긴 시간을 매일 똑같은 하루하루를 보냈으니 어색함이 느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우습네.’
대단한 걸 시작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기분이 드는 게 우스웠다.
나는 잡생각을 떨치고 마음을 비웠다. 그리고 속으로 되뇌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자.
애초에 키즈튜브를 시작하는 내 목표는 단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연두의 자존감 높이기.
두 번째는 연두 어린이집 비용 충당하기.
‘.. 두 번째 목표는 너무 큰가?’
솔직히 첫 번째 목표는 이룰 수 있을 거 같다.
연두를 보고 예뻐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테니.
하지만 두 번째 목표는 좀 빡세 보이긴 했다.
‘지원금을 고려해도 20만 원 정도는 내가 부담해야 할 텐데.’
20만 원이라. 내게는 적지 않은 돈이었다.
유투브로 월 20만 원을 벌 수 있을까? 목표를 조금 낮춰야 하나?
그런 생각들을 하다가 나는 고개를 휙휙 저었다.
목표는 바꾸지 않기로 한다.
‘원래 목표는 크게 가져야 하는 법이니까.’
월 20만 원은 내게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어린이집 비용을 부담하고 여윳돈으로 연두에게 예쁜 옷을 사 줄 수 있을 테니.
어차피 되면 좋고 아님 말고인데, 뭐.
툭.
이쯤 되면 생각은 충분히 했다.
나는 마우스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시작하자, 연두야.”
“우아.. 시작이다!”
“하하, 그래.”
***
마우스를 잡은 나는 우선적으로 연두튜브 채널을 둘러봤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제 막 만든 채널이라 삭막함이 맴돌았다.
존재하는 거라고는 그저 채널명 연두튜브(Yellowish Green Tube)가 전부였으니까.
유투브에 대해 거의 모르는데도, 이 상황에 뭘 해야 될지는 알 거 같았다.
‘채널 꾸미기.’
정확히 말하면 채널을 디자인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런데 어떻게 디자인해야 하지? 조금 고민하던 나는 다른 키즈튜브를 검색했다.
키즈튜브를 시작하려면 다른 채널을 참고해야 한다고 판단했으니까.
검색과 동시에 엄청나게 많은 채널이 떠올랐다.
-튼튼이의 키즈튜브
-소은튜브
-채령이의 키즈튜브 브이로그
·········
·········
조금 충격적일 정도였다.
‘국내에 키즈튜브 채널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과장 안 하고 전부 세기 힘들 정도로 많았다.
나는 하나씩 들어가서 채널을 확인했다.
아직 영상을 볼 생각은 없었다. 내가 보려는 건 채널 디자인이었다.
‘자세히 말하면.’
채널을 구성하는 프로필 사진과 배경이 되는 채널아트를 확인하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채널 디자인을 확인하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다름 아닌 구독자 수였다.
‘이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했지.’
유투브 채널의 인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 중 하나. 그게 구독자 수라는 것 정도는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어느새 나는 채널 디자인과 구독자 수를 결합해서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느껴지는 게 있었다.
‘비례한다.’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비례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채널 디자인이 훌륭하다고 판단되는 채널은 마법같이 구독자 수가 높았다.
반대로 디자인이 구리다고 느껴지는 채널은 구독자 수가 현저하게 낮았다.
파리 하나 날리지 않을 정도로.
더 많은 채널을 하나하나 확인할수록 내 예상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중요하다는 거야.’
채널 디자인이 유투브 채널의 성공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
즉, 상당히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이러한 상관관계를 깨달은 나는 다시 생각을 시작했다.
‘공통점을 찾아야 해.’
성공한 채널의 디자인이 어떠한 공통점을 갖고 있는지 찾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또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프로필 사진이었다.
‘대부분 아기의 얼굴을 사용하고 있어.’
하긴,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키즈튜브의 주인공은 말 그대로 키즈였다.
따라서 채널을 대표하는 사진으로는 아이의 얼굴을 사용하는 게 합리적이었다.
채널에서 유투브 유저의 눈에 가장 먼저 띄는 게 바로 프로필 사진이니까.
인기 있는 키즈튜브는 모두 귀신같이 이 원칙을 따르고 있었다.
‘문제는.’
이 원칙을 따르지 않는 키즈튜브도 태반 이상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이 파리만 날리는 채널들이고.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였다.
영상을 아무리 잘 만들더라도, 눈에 띄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일이니까.
따라서 결론은 하나였다.
‘프로필 사진으로는 채널의 정체성을 드러내자.’
그리고 두 번째가 바로 채널아트였다.
채널의 배경이 되는 부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하는 문제.
이것도 성공한 채널들의 공통점을 찾아야 했다.
프로필 사진보다 추상적이긴 했지만, 공통점을 발견하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부담스럽지 않아야 하겠네.’
욕심을 부려 지나치게 과하거나 화려하게 꾸미는 건 독인 듯했다.
그런 채널은 역시나 하나같이 파리만 날렸으니까.
오히려 수수하고 산뜻한 느낌의 채널아트가 훨씬 효과적이었다.
부담 없으면서 눈까지 사로잡는 배경이 최고이긴 하지만.
‘아마 이런 건 돈 주고 맡긴 거겠지.’
내 상황에서는 채널 아트를 돈 주고 꾸미는 건 말도 안 된다.
이쯤이면 벤치마킹을 위한 준비는 끝났다.
나는 다시 연두튜브 채널로 돌아왔다.
그리고 바로 USB로 핸드폰과 컴퓨터를 연결했다.
주르륵.
그동안 연두를 찍은 수많은 사진과 영상이 떠올랐다.
와, 이렇게 보니까 진짜 많이 찍었네. 고작 일주일 동안.
찍고 싶은 장면이 그렇게나 많았나 보다.
나는 피식 웃으며 연두를 향해 말했다.
“연두야. 이제 연두튜브를 대표하는 사진을 고를 거거든?”
“네.”
“여기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 있어?”
“연두 마음에 드는 사진이요..?”
“응.”
연두는 사진들을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숨죽여 고민하는 모습도 귀엽네.
한참이나 모니터를 바라보던 연두는 손가락으로 하나의 사진을 가리켰다.
가리킨 사진을 보자마자 장난 아니게 기뻤다.
그야, 내가 마음속으로 픽해둔 사진이랑 일치했으니까.
“하하, 이 사진?”
“네..”
“왜 그 사진이 마음에 들어?”
“제일 조아써요.. 아빠랑 가치 할모니집 가쓸 때..”
“그랬구나.”
연두가 고른 사진은 꽃밭에서 꽃받침 포즈를 하고 찍은 사진이었다.
아무래도 그 날의 기억이 연두에게 좋게 남은 모양이었다.
“아빠도 이 사진이 제일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진짜요..?”
“그럼, 진짜지. 우리 연두 사진 보는 눈이 있는데?”
“히히.”
빈말이 아니었다.
이 사진은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기 최적의 사진이었다.
구도부터 포즈, 표정, 배경까지 모든 게 완벽했으니까.
‘무엇보다도.’
연두의 치명적인 미소가 너무 잘 나왔다.
이날의 연두는 세상 예쁜 웃음을 짓고 있었으니까.
오죽하면 꽃보다도 훨씬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겠는가.
장담할 수 있다. 이 사진을 보고 놀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연두야. 그럼 이걸로 한다?”
“네, 아빠!”
나는 프로필 사진에 해당하는 크기를 확인하고 사진을 그에 맞게 잘랐다.
다행히 기가 막히게 크기가 들어맞았다.
그렇게 간단한 작업이 끝나고, 나는 곧바로 채널아트 만들기를 시작했다.
이 작업은 프로필 사진을 넣는 것보다는 더 복잡했다.
‘어차피 내 힘으로 엄청나게 고퀄리티의 채널아트를 만드는 건 불가능해.’
욕심을 부릴 생각은 없었다.
나는 그저 아까 생각한 최소한의 원칙을 따를 뿐이었다.
산뜻한 느낌의 채널아트. 그리고 가능하다면 눈에 띄는 디자인.
나는 곧바로 기본 편집 프로그램을 켰다.
‘채널아트 사이즈만 한 직사각형을 만들고.’
이 안에 필요한 것들을 채우면 되겠지.
우선 배경이 되는 색깔은 연두튜브답게 연두색으로 꾸밀 예정이었다.
탁. 탁.
마우스 클릭 두 번으로 직사각형이 산뜻한 연두색으로 채워졌다.
“우아.. 연두색이다!”
“이 색깔 좋아?”
“네! 연두는 연두색이 제일 조아요!”
“하하, 다행이네.”
배경색을 칠했으니 남은 건 하나였다.
바로 글자 폰트였다. 간단하게 말하면 글씨체라고도 볼 수 있었다.
‘훨씬 복잡하게 잘 만든 채널아트도 존재하지만.’
어차피 그건 내 능력 밖이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끌어내야 했다.
채널아트의 배경은 연두색이다.
‘그렇다면 폰트의 색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하얀색을 선택하는 게 옳았다.
색 조합에 관해서는 빠삭하게 알고 있는 나니까.
연두색과 하얀색은 최고의 색 조합 중 하나였다.
특히나 산뜻한 느낌을 내고 싶을 때는 더더욱.
‘.. 색 조합을 다시 써먹을 일이 있을까 했는데.’
이런 식으로 활용하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뭐, 상관없겠지. 나는 흰색 계통의 폰트를 추렸다.
그리고 최대한 깔끔하면서 유려한 글씨체를 골랐다.
‘좋아.’
이제 입력 후 크기 조절만 하면 끝이었다.
연두튜브(Yellowish Green Tube)
직사각형 안에 폰트가 들어갔다. 연두색과 흰색은 산뜻하게 조화를 이뤘다.
눈이 편해지는 부담 없는 채널아트였다.
이 정도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후우..”
크기 조절을 마지막으로 채널 디자인 작업이 전부 끝났다.
이제 남은 건 하나였다.
‘첫 영상 업로드.’
채널을 꾸몄으니 이제 영상을 업로드할 차례였다.
그리고, 올릴 첫 영상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한 번 보면 연두의 매력에서 절대 헤어나올 수 없는 영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