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188)
188화. 비밀
“다음주에 학부모 참관수업을 할 거예요!”
민우가 손을 들고 질문했다.
“그게 머에요, 선생님?”
“부모님을 모셔서 예쁘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거야.”
“우리 엄마아빠요?”
“그렇지.”
“우와…”
확실히 단비어린이집에서는 처음 있는 이벤트였다.
연두도 눈을 반짝이며 선생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빠가 온다는 것만으로 설레는 일이었으니까.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학부모 참관수업은……”
유미경은 알기 쉽게 일정에 관해 설명했다.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부터 꽤 짜임새 있게 진행되는 일정이었다.
물론 핵심은 마지막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녀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부모님들 앞에서 단체 율동을 출 거예요. 노래에 맞춰서. 다들 어때요?”
“좋아요!”
아이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연두도 잔뜩 신이 난 표정으로 동참했다.
“조아여..!”
교사는 흐뭇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예쁜 율동을 보여주려면 연습을 해야겠죠? 그러니까 선생님이 지금 노래를 들려줄게요. 이 노래에 맞춰서 율동을 출 거니까 잘 들어봐요. 들을 준비 됐나요?”
“네에!
“네, 선생님!”
“네!!”
아이들의 환호 속에 유미경은 마우스를 움직였다.
달칵.
클릭과 동시에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듣는 동시에 어깨춤을 추게 만드는 음악이었다.
“아기 상어~ 뚜 루루 뚜루~ ♪ 귀여운~ 뚜 루루 뚜루~ ♪”
한때 상당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상어송.
상어송을 들은 아이들은 저마다 각자의 반응을 보였다.
“어! 나 이 노래 아는데!”
“상어송이다!!”
“바닷속! 뚜 루루 뚜루!”
몇몇 아이들은 가사를 아는지 따라 부르기도 했다.
연두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노래였다.
옆에서 시은이가 그런 연두를 보며 물었다.
“연두야. 이 노래 몰라?”
“으응, 몰라.. 시으니는 알아?”
“나는 알아. 내가 알려줄게!”
“고마어..!”
그러는 사이 노래는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엄마 상어 뚜 루루 뚜루~ ♪””
“아빠 상어……”
“할머니 상어……”
“할아버지……”
가족의 특징을 하나하나 소개하는 형식의 가사였다.
노래가 끝나고 유미경은 다시 한번 음악을 틀어줬다.
이번에는 한 애니메이션 영상과 함께.
“상어다!”
바로 상어가족이 율동을 하는 애니메이션 영상이었다.
율동도 각각 가족 구성원들의 특징을 담고 있었다.
재미있는 율동에 아이들은 금방 따라하기 시작했다.
민우는 아빠상어 율동을 따라추며 말했다.
“나는 아빠상어 할래! 힘 짱 세니까!”
그리고선 연두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연두 너는 아기상어 해!”
“아기상어..?”
“응. 아기니까.”
“연두랑 미누 나이 똑가튼데..”
“내가 더 크고 세자나! 봐!”
그러면서 민우는 팔에 힘을 줘 탱탱볼만 한 알통을 자랑했다.
허나 민우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옆에서 천적인 여섯 살 동훈이가 지켜보고 있었다는 거.
동훈이는 불쑥 끼어들어 말했다.
“그럼 나는?”
깜짝 놀란 민우가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형 왜.”
“민우 네가 크고 힘 세서 아빠상어면 나는 뭔데?”
“내가 더 힘 센데..”
“뭐라고?”
되묻는 말에 민우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
“아니… 그럼 형 그거 해!”
“뭐? 아빠상어?”
당연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는 동훈이.
허나 민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할아버지 상어.”
“…?”
발끈한 동훈이가 버럭 소리쳤다.
“민우 너 나한테 혼나 볼래!?”
“싫어! 내가 아빠상어 할 꺼야! 형이 나보다 나이 마느니까 할아버지 해!”
“이게 진짜!!”
후다닥!
난데없이 두 아이의 도주극이 펼쳐졌다.
둘 다 연두 앞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 것뿐이었지만.
결국 유미경이 제지한 후에야 도주극은 멈췄다.
이윽고 영상이 끝난 후에 그녀는 말했다.
“역할 가지고 싸울 필요 없어요. 전부 다같이 출 거니까. 오늘부터 매일 방금 본 율동을 연습할 거예요. 알겠죠?”
아이들은 다시 입을 모아 대답했다.
그런 아이들에게 유미경은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리고 부모님한테는 우리가 뭘 할지 비밀로 하기예요! 참관수업 날까지!”
이 말에는 연두가 손을 들고 말했다.
“왜 비밀로 해여..?”
평소에 아빠한테 하나도 비밀이 없는 연두였다.
그렇기에 생긴 의문이었다.
유미경은 빙긋 웃으며 대답해줬다.
“예쁜 율동으로 부모님들을 깜짝 놀라게 해 줘야 하는데 뭘 할지 미리 알면 덜 놀라시겠지? 그래서 비밀로 하는 거야, 연두야.”
“아..!”
단번에 이해가 가는 이유였다.
이어서 유미경은 모두에게 말했다.
“그럼 다같이 연습해 볼까요?”
“네, 선생님!!”
이렇게 참관수업을 위한 아이들의 율동 연습이 시작됐다.
***
연두를 데리러 가기 전에 나는 연두튜브에 들어갔다.
[연두의 김장 체험!(feat. 김장룩, 곶감)]업로드한 영상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곧바로 영상의 댓글창을 클릭했다.
-보기 전부터 기대된다 ㅋㅋ 연두의 김장이라니..
┖원스타에서 사진 보고 진짜 영상만 목 빠지게 기다렸다… 이제야 볼 수 이써!!
┖휴우.. 진짜 아슬아슬했다.
┖갑자기 뭐가 아슬아슬해요?
┖제가 연두성분이 바닥나면 초록님을 김장하는 습관이 있거든요 ㅋ
┖ㅋㅋㅋㅋㅋㅋㅋ
하마터면 김장 영상을 올리기 전에 내가 김장당할 뻔했네.
업로드를 더 미루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안도감을 느끼며 다음 댓글을 확인했다.
-연두 진짜 힘든 티 하나도 안 내네. 다섯살인데 어떻게 저러지..
┖진짜 너무 사랑스럽다, 연두야 ㅠㅠ 언니 심장 뿌셔뿌셔!! ♥
┖그 와중에 옆에 훈수꼬맹이 나만 웃기냐 ㅋㅋ
┖유행어 하나 생겼네 ㅋㅋㅋ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근데 하는 말이 다 맞긴 함 ㅋㅋㅋㅋㅋ
┖어이어이, 시골소년.. 설마 연두에게 흑심을 품은 건 아니겠지?
계속 옆에 붙어있던 선동이를 향한 댓글도 많이 보였다.
태반은 경계심을 담은 댓글이었다.
물론 이런 댓글도 빼놓을 수는 없었다.
-연두 드디어 그렇게 좋아하던 곶감 먹어보네 ㅎㅎ
┖첫 곶감이 저런 특 S급이라니.. 부럽다…
┖역시 시골 곶감은 다른 건가 ㅋㅋㅋ 개맛있어 보이네.
┖곶감 하니까 호랑이와 곶감 읽을 때 생각나네 ㅋㅋ 생각난 김에 보러 가야지.
┖나는 민우라는 애 생각남 ㅋㅋㅋㅋ 미누가 세요, 고깜이 세요?
┖아 ㅋㅋㅋㅋㅋㅋ 레전드였지. 거기서 초록님 동심파괴까지.
나도 자연스레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호랑이와 곶감과 민우의 얽히고설킨 힘의 관계에 뇌정지가 왔던 기억.
그걸 설명해주려면 어느 정도 동심파괴는 수반할 수밖에 없었지.
‘그러고 보니.’
아직까지도 민우의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언제쯤 마주 보고 인사할 수 있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연두를 데리러 갈 시간이었으니까.
***
연두를 데리러 간 나는 생각지 못한 소식에 대해 듣게 됐다.
“다음주에 학부모 참관수업을 할 예정이에요.”
“학부모 참관수업이요?”
“네. 가능하시면 꼭 참석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가정어린이집에서도 학부모 참관수업을 할 줄이야.
하기야 그러지 말란 법은 없긴 하지.
‘재밌겠네.’
평소 연두가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보내는지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학부모의 자격으로 참관한다는 것도 묘하게 벅차올랐고.
또 하나 기대되는 점이 있었다.
‘연두 친구들.’
연두에게 전해듣던 아이들을 직접 볼 수 있을 터였다.
그 민우라는 녀석도 만날 수 있을 테고.
참석은 무조건 가능했다. 일이 생기더라도 반드시 갈 생각이고.
‘편의점에 출근할 때라면 골치였겠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시간을 빼서 갔을 거 같긴 하다.
그야, 내가 가지 않으면 연두는 갈 사람이 없으니까.
어렸을 적에 그런 경험이 존재했다.
‘아빠가 사정상 학교에 오지 못했고.’
나는 학부모 없는 학부모 참관수업에 참여해야 했다.
그런 걸 크게 신경쓰는 타입은 아니었는데도 미묘하게 기분이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친구들은 전부 부모님이 뒤에서 지켜보고 응원하는 와중, 나만 혼자라는 사실에서 오는 소외감.
조금 유치해 보일지 몰라도 어린 마음에 그런 감정을 느꼈다.
‘뭐, 나중에는 전혀 신경 안 쓰게 되긴 했지만.’
연두에게 그런 기억을 심어주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 나보다도 걱정되는 건 신세연이었다.
평일에 일이 많이 바쁜 걸로 아는데 시간을 낼 수 있으려나.
‘다음에 같이 귀가할 때 물어볼까.’
오늘은 연두와 단둘이 귀가하고 있었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나는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연두야.”
“네에.”
“다음주에 학부모 참관수업이잖아.”
연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빠.. 올 꺼에요? 학부모 참가수업…”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물어보는 연두.
그 와중에 ‘참관’이 ‘참가’로 교체된 상태였다.
하기야 참관은 연두가 알기에는 너무 어려운 단어이긴 하지.
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연두 학부모 참관수업에 아빠가 안 가면 누가 가? 아빠가 연두 학부모인데.”
내 말에 연두가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그런 연두를 향해 나는 하려던 말을 꺼냈다.
“그런데 연두야.”
“네, 아빠!”
“학부모 참관수업 때 뭐 하기로 했어?”
아무런 준비도 없이 학부모 참관수업을 진행하지는 않을 터였다.
분명히 ‘콘텐츠’라 칭할 만한 무언가가 존재하겠지.
그게 뭘지 문득 궁금해졌다.
흠칫.
그런데 내가 묻자마자 연두는 정곡을 찔린 듯 몸을 떨었다.
뭔가 건드려서는 안 될 걸 건드린 느낌인데, 이거.
이어서 연두는 굉장히 어색하게 대답했다.
“여, 연두는 잘 모르게써요..!”
이런 건 그냥 넘어가면 재미없었다.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말했다.
“흐음.. 아닌 거 같은데… 잘 알고 있는 거 같은데…”
내 말에 연두의 시선이 갈 길을 잃은 듯 요리조리 움직였다.
그러다 결국 대답했다.
“아, 안 대여!”
“뭐가?”
“선생니미랑 약속해써요.. 부모님한테 말 안 하기로…”
“하하, 그랬구나.”
역시 그냥 이럴 리가 없지.
연두는 내 눈치를 살피더니 말했다.
“아빠.. 시러요..?”
“응? 뭐가?”
“연두가 아빠한테 비밀 해서 시러요…?”
내가 상처받았을까 봐 세상 걱정하는 연두의 표정.
확실히 그냥 평범한 비밀이었다면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겠지만.
이런 이유라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는 빙긋 웃으며 연두를 안심시켰다.
“아니? 전혀. 오히려 더 기대되는데? 연두랑 친구들이 뭘 보여줄지.”
“진짜여..?”
“그럼, 진짜지.”
그제야 연두는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학부모 참관수업의 내용은 비밀에 부친 채.
나와 연두는 보금자리를 향해 걸어갔다,
***
시간이 흘러 월요일 오후.
나가기에 앞서 나는 외출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마음먹고 준비하는 건 오랜만이네.’
평소에 편한 복장을 추구하는 나였다.
나 자신을 꾸미는 걸 크게 신경쓰는 편도 아니었고.
연두를 꾸미는 거라면 얘기가 달라지긴 하지만.
‘아무튼.’
그런 나와 어울리지 않게 꽤 오래 외출준비를 하고 있었다.
거의 쓰지 않는 왁스도 꺼내서 발랐다.
기껏해야 앞머리를 가르는 용도로 살짝 바른 거긴 하지만.
옷도 가능한 한 신경써서 차려입었다.
평소와 달리 이렇게 준비하는 데 신경을 쓰는 이유는 간단했다.
‘학부모 참관수업 날이니까.’
연두의 학부모 자격으로 수업에 참관하는 날이었다.
다른 아이들, 연두 친구들의 부모님도 오겠지.
그런 만큼 최대한 부모다운 모습으로 참석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과하게 꾸민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럴 이유도 없고 방법도 모르니까.’
단지 최대한 깔끔한 모습으로 가고 싶을 뿐이었다.
연두의 아빠라 소개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라면 충분했다.
준비하는 와중 조그마한 통이 눈에 들어왔다.
‘서지혜가 준 향수.’
집들이 때 그녀가 선물로 준 향수였다.
맡아본 결과 향은 상당히 괜찮았다.
시원하면서도 과하지 않고 부담없는 향.
‘조금 뿌려서 나쁠 건 없겠지.’
칙. 칙.
향수까지 뿌리니 뭔가 너무 오버하는 느낌 같기도 하고.
됐다. 이미 뿌린 건 어차피 되돌릴 수 없으니까.
마지막으로 거울을 바라보며 옷맵시를 정리했다.
그렇게 준비를 끝낸 현관문을 열고 집을 나섰다.
끼익.
연두 학부모 출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