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193)
193화. 내 고막!
집에 돌아온 신세연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스윽.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확인하니 메시지가 와 있었다.
문자를 보내온 건 다름 아닌 연두의 아빠 이주원.
신세연은 바로 핸드폰을 켜 내용을 확인했다.
이주원 : 시은이 영상 지금 보냈어요.
신세연 : 이렇게 빨리요..?
이주원 : 촬영한 걸 보내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요. 대신 연두튜브 영상 같은 편집은 없는 거 감안하고 보세요(웃는 이모티콘)
장난스러운 문자에 신세연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번졌다.
문자 도중에 이모티콘을 쓰는 건 처음인 거 같은데.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답장을 두드렸다.
신세연 : 편집은 유료인가요? 서비스 안 되남.. ㅠㅠ
대화를 조금 더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 보낸 장난스러운 문자.
답장은 바로 도착했다.
이주원 : 해 줄까요? 그럼 조건이 있는데.
신세연 : 그게 뭔데요..?
이주원 : 시은튜브 개설하세요 ㅋㅋㅋ
푸흣.
이 정도로 장난을 주고받은 것도 처음인 거 같았다.
신세연은 웃으며 핸드폰을 두드렸다.
신세연 : 되게 어려운 조건이네요. 주원씨는 이제 뭐 하세요?
이주원 : 연두튜브에 올릴 영상 편집하려고요.
신세연 : 아, 그렇구나.. 파이팅하세요! 그리고 시은이 영상 찍어준 것도 정말 고마워요. 이렇게 보내주기까지 하고..
이주원 : 아니에요 ㅋㅋ 영상 재밌게 보고 쉬세요.
신세연 : 네, 주원씨도요.
어쩌다 보니 이렇게 끊겨버린 대화.
이제 뭐 할 거냐고 물어본 게 실수였던 걸까.
잠깐 그런 생각을 한 신세연은 고개를 휙휙 저었다.
‘아냐.’
이주원에게는 영상편집이라는 일정이 있었다.
계속 대화를 이어갔으면 시간을 뺏는 셈이었다.
생각해 보면 여기서 대화를 멈추길 잘한 거 같았다.
‘아쉽긴 하지만.’
신세연은 만지작거리던 핸드폰을 내려놨다.
그리고선 옆을 돌아보는데,
“꺅!”
바로 옆에서 시은이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괜히 깜짝 놀란 그녀는 비명을 지른 후 말했다.
“깜짝이야. 왜 말도 없이 거기 있어, 시은아?”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아, 그러니..?”
“응. 근데 엄마 뭐 봐?”
“으응? 왜?”
그러자 시은이는 난데없이 웃는 표정을 지었다.
쏙 들어가는 보조개와 올라가는 입꼬리.
의문을 느끼는 신세연을 향해 시은이가 말했다.
“이렇게 웃다가,”
시은이의 표정이 180도 바뀌었다.
우울한 눈빛과 풀이 죽은 표정으로.
그런 채로 시은이는 말을 이었다.
“이러던데, 엄마.”
“…”
표정연기가 일품인 시은이였다.
신세연은 잠시 벙찐 표정을 짓다가 말했다.
“엄마가 그랬다고..?”
“응.”
화악.
신세연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딸 앞에서 그렇게 실없이 웃었다니. 그것도 고작 문자 몇 번 하면서.
그나마 시은이가 자신이 뭘 하는지 보지 못한 게 다행이었다.
“일로와, 우리 시은이.”
“뭐, 뭐야!”
번쩍.
신세연은 시은이를 들어올려 품에 안았다.
그리고선 방에 들어가 데스크톱을 켰다.
시은이를 의자에 앉히고 그녀는 말했다.
“엄마랑 같이 보자.”
“뭘?”
“연두네 아빠가 보내준 시은이 영상.”
***
신세연은 곧바로 이주원이 보낸 파일을 확인했다.
영상파일은 총 세 개 정도로 분할되어 있었다.
아마 첫 번째 파일이 속담 빈칸 맞추기 수업이겠지.
‘내가 보지 못한.’
학부모들과 이주원의 말에 의하면 시은이의 활약상이 돋보인 수업.
그래서인지 어떤 모습일지 무척 기대가 됐다.
옆에 있는 시은이는 괜히 관심 없는 척 고개를 돌리고 있다.
신세연은 웃으며 첫 영상의 재생 버튼을 클릭했다.
달칵.
촬영은 수업을 시작할 때부터 진행됐다.
영상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발표 수업 도중부터 시작됐다.
이름이 호명되면 앞으로 나가 씩씩하게 발표하는 아이들.
슉. 슉. 슉.
새로운 문제가 나올 때마다 손이 올라갔다. 그런 와중에 신세연의 눈에 보였다.
어떤 문제에도 손을 들지 않고 있는 아이 하나가.
그 아이는 다름 아닌 자신의 딸 시은이였다.
‘.. 내가 오지 않아서?’
의문을 가질 것도 없었다. 분명히 그럴 테니까.
문제도 하나같이 시은이가 풀 수 있는 것들이었고.
영상을 보면서 괜히 속상함이 일었다.
자신이 늦게 와서 수업에 즐겁게 임하지 못하는 딸의 모습을 보니.
그와 동시에 한 가지 의문도 들었다.
‘어떻게 시은이가 활약한 거지?’
수업은 손을 들지 않으면 발표할 수 없는 방식이었다.
시은이는 지금껏 한 번도 손을 들지 않았고 끝까지 그럴 텐데.
그런 소극적인 모습을 보고 교사가 특별히 시은이를 호명한 걸까.
그때였다. 익숙한 목소리가 영상에서 흘러나왔다.
“똑똑한 시은이 파이팅!!”
듣는 순간 바로 이주원의 목소리인 걸 알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살며시 뒤를 돌아보는 시은이.
무언가를 보고서는 다시 고개를 돌린다.
탁.
잠깐 영상을 멈춘 신세연은 물었다.
“시은아.”
“응.”
“이때 뭘 본 거야?”
“아저씨.”
“연두 아빠?”
“응.”
“아, 응원해서 뒤를 돌아본 거구나?”
“맞아. 근데 아저씨가 해 줬어.”
“뭘?”
“이거.”
그렇게 말하며 시은이는 포즈를 취했다.
주먹을 불끈 쥔 파이팅 자세를.
시은이는 그게 떠올랐는지 웃으며 중얼거렸다.
“바보 같은데 웃겼어.. 아저씨.”
신세연은 다시 영상을 재생했다.
이주원의 응원에 이어 교사가 말했다.
“자, 마지막 문제예요. 짠! 이번 문제는 무척 어려워요!”
실제로 가장 어려운 속담이 나왔고,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천천히 위로 올라가는 손.
바로 시은이의 손이었다.
‘주원 씨가 응원해주지 않았다면.’
시은이는 끝까지 손을 들지 않았을 것이다.
슥. 슥.
앞으로 나가 멋지게 빈칸을 채우고 자리로 돌아가는 시은이.
돌아가는 와중 또 카메라를 보며 배시시 웃음을 짓는다.
그녀로서도 자주 보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딸의 이런 밝은 웃음은.
자연스레 또 궁금해진 신세연.
“여기서는 왜 웃은 거야, 시은아?”
시은이는 괜히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저씨가 이래서.”
그렇게 말하며 시은이는 엄지를 척 추켜세웠다.
소위 말하는 ‘따봉 포즈’였다.
그걸 상상하니 신세연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연두 아빠가 많이 응원해줬구나, 그치.”
시은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세연은 그런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음 영상을 재생했다.
다음 영상에도 그녀가 보지 못한 딸의 모습들이 담겨있었다.
‘이렇게 그 그림을 그리게 된 거구나..’
시은이와 연두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들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두 아이를 쉬지 않고 도와주는 이주원의 손.
그림을 그리는 시은이는 시종일관 즐거운 표정이었다.
결국 신세연은 영상을 멈추지 못하고 전부 감상했다.
그녀가 직접 본 딸 시은이의 발표 장면까지.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돈 안 받고 줄 거예요.”
작가가 되었을 시은이의 책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어서 좋아하는 사람을 나열하는 시은이.
엄마인 그녀가 가장 먼저 나오고 단짝인 연두의 이름이 나온다.
그리고 세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시은이는 말한다.
“연두네 아저씨도요……”
탁!
시은이가 영상을 멈추고는 소리쳤다.
얼굴은 딸기처럼 빨갛게 물든 채로.
“그만 봐, 엄마!”
“크크, 왜. 재밌는데.”
“본 걸 왜 또 봐!”
신세연은 쿡쿡 웃다가 말했다.
“근데 시은아.”
“.. 응.”
“연두네 아빠가 진짜 좋은가 보네? 우리 시은이가 이렇게 앞에서 좋다고 얘기하는 건 처음인 거 같은데.”
시은이는 쑥스러운지 웅크려 앉은 채 고개를 다리에 파묻었다.
그러다 쏙 고개를 들며 한마디를 던졌다.
“엄마도면서.”
“응..?”
“엄마도 좋아하잖아. 아저씨.”
“뭐, 뭘..!“
예상치 못한 딸의 역공을 맞은 신세연이었다.
***
타닥. 탁.
달칵.
마우스와 키보드 위 내 손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어느덧 ‘프리미아 프로’ 수업은 초중반에 접어든 상태였다.
‘오늘로 일곱 번째 수업이었나.’
생각보다 수업에 따라가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수업 때 집중하는 건 물론이고 집에서 혼자 체화하는 과정까지 거치니까.
오늘 배운 것도 충분히 바로 적용 가능한 수준이었다.
‘아름이는 여전히 앓는 표정이지만.’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이 정도 난이도는 충분히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실제로 아름이는 그만큼 노력하고 있고.
‘단톡방에 질문을 올리는 걸 보면.’
진짜 하루종일 영상편집만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이니 말이다.
수업을 진행하던 와중 강사 김예원이 말했다.
“오늘 준비된 수업은 여기까지인데.. 시간이 좀 많이 남네요?”
그녀는 말을 이었다.
“개인 채널이 없으신 수강생님들은 배운 걸 복습하시고, 채널이 있으신 수강생님들은 개인적으로 피드백을 드리도록 할게요.”
무려 일곱 번째 수업만에 등장한 개인 피드백 시간이었다.
나는 화면에 연두튜브 영상을 띄웠다.
이렇게 말하긴 해도 연두튜브를 위해 편집한 영상은 아니었다.
‘굳이 말하면 포트폴리오지.’
연두튜브에 올라간 영상을 ‘프리미아 프로’로 편집해 본 영상이었다.
나로서는 연습하면서 다른 영상을 쓸 필요가 없으니까.
어차피 나중에 편집할 영상도 전부 연투뷰브의 영상일 테고.
얼마 후 강사가 내 옆으로 와서 앉았다.
“어떻게..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그녀가 나를 포함한 수강생들에게 준 과제가 있었다.
지금껏 배운 것들을 최대한 활용해 영상을 만들어보라는 것.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크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평소에 하는 편집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리긴 했지만.”
“오.. 제가 한 번 봐도 될까요?”
“물론이죠.”
보지 않고서는 피드백을 할 수 없으니까.
김예원은 재생 버튼을 클릭했다.
그와 동시에 연두의 모습이 화면에 흘러나왔다.
웃으며 영상을 보던 그녀는 중얼거렸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네요..”
“하하.”
내가 생각해도 조금 치트이긴 하다.
연두의 모습은 어떻게 편집한들 안 귀여울 수가 없으니까.
아이러니하게도 편집 퀄리티를 높이고 싶은 이유도 그래서이긴 하지만.
‘좋은 건 더 좋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라 해야 하나.’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김예원은 영상을 끝까지 감상했다.
그리고선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정말 훌륭하신데요?”
“괜찮은가요?”
“네. 내용이 아니라 편집만 고려하더라도 무척 뛰어나요. 자막은 물론이고 배우신 편집 기법들까지 잘 활용하신 거 같고요. 군데군데 영상을 더 재밌게 만들어 주는 센스 있는 포인트도 보이네요.”
표정을 보니 없는 말을 하는 거 같지는 않았다.
김예원이 말을 이었다.
“물론 아직 배우지 않은 게 많아 활용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적은 건 어쩔 수 없는데.. 그건 배우면 해결되는 문제이고, 지금 시점에서 만든 영상인 걸 고려한다면 흠잡을 데가 없어요.”
“다행이네요.”
“역시 초록.. 아니, 주원 님.”
그렇게 말하며 엄지를 추켜세우는 그녀.
괜히 낯간지러워진 나는 피식 웃어 보였다.
그때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럽다…”
옆을 돌아보니 아름이가 앉아있었다.
원래 아름이와 내 자리는 상당히 떨어져 있는데.
놀란 나는 입을 열었다.
“언제 왔어?”
“방금요. 선생님이 엄청 칭찬하시길래.”
“그랬구나.”
“그렇게 칭찬하니까 궁금해져서 왔어요.”
아름이는 활짝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처음 봤을 때 제가 그랬잖아요. 오빠 채널 있다고 해서 친해지면 물어보겠다고.”
“응, 그랬지.”
“저는 많이 친해진 거 같은데.. 물어봐도 돼요?”
사실 일곱 번째 수업까지 모르고 있다는 게 우스운 사실이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긴 했다.
‘말할 기회가 없었으니까.’
처음에는 친해지면 물어보겠다는 말에 넘어갔고.
강사와 유소리, 그리고 남자 수강생 최영도는 따로 얘기하지 않았고.
나도 먼저 얘기해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그런 와중 오늘 피드백 시간이 찾아왔고.’
이제야 얘기해 줄 기회가 생긴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알려줄게.”
“.. 진짜요?”
그럼 너랑 아직 안 친한 거 같다고 싫다고 할 수도 없잖아.
그리고 실제로 아름이와는 친해진 상태였다.
단톡방에서만큼은 거의 스승과 제자 관계였으니까.
투둑. 툭.
나는 유투브에 들어가 ‘연두튜브’를 검색했다.
옆에서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강사 김예원과 수강생 유소리.
채널을 밝혔을 때의 아름이 반응이 궁금한 모양이다.
[연두튜브]화면에 연두튜브가 떠올랐다.
아름이는 화면을 보더니 얘기했다.
“어! 연두튜브!! 오빠 이 채널 봐요? 와, 연두 진짜… 흐아아…. 여기 애기 진짜 너무 귀여워서……”
설마 아름이도 연두튜브 구독자일 줄이야.
연두튜브 구독자답게 상당한 주접력을 보여주는 아름이였다.
그러다 아름이는 휙 휙 양옆을 돌아봤다.
입을 가리고 쿡쿡 웃고 있는 유소리와 김예원.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아름이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물었다.
“근데 오빠. 왜 오빠 채널 안 들어가고 연두튜브에 들어가요…?”
왜긴. 이게 내 채널이니까 그러지.
그 사실을 말했을 때 나는 귀를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다.
엄청나게 큰 소리가 고막을 강타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