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미팅
생각해 보니 이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연두와 함께 이런 대기업에 와 보는 건.
‘카카오.’
취준생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꼽히는 회사 중 하나였다.
그래서인지 궁금했다. 직접 눈으로 보는 회사 내부의 모습은 어떨지.
기대감을 안고 나는 연두와 함께 회사 안으로 발을 들였다.
1층은 딱히 이렇다 할 만한 게 없었다.
‘위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랑 화장실이 전부니까.’
허나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는 없었다.
입구를 통제하는 경비가 말을 건넸으니까.
“안녕하세요. 어떻게 오셨어요?”
어찌 보면 사람을 통제하는 건 당연했다.
아무나 회사에 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나는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이모티콘 담당 부서를 찾아왔습니다. 담당자님이랑 얘기를 나누기로 해서요.”
경비는 나와 연두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웃으며 대답했다.
“허허, 사실 미리 얘기 들었습니다.”
“네?”
“예쁜 부녀가 찾아올 거라고 하셨거든요. 따님이 너무 귀엽네요.”
“감사합니다.”
경비는 바로 이모티콘 담당 부서의 위치를 안내해줬다.
나는 곧바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스르륵.
나가자마자 나를 놀라게 만드는 게 있었다.
바로 엘리베이터 옆에 서 있는 커다란 모형이었다.
어느 정도냐면 나보다도 더 키가 컸다. 그럼 이 자식 180이 넘는다는 건데.
한편 연두는 신이 나서 소리쳤다.
“아빠! 곰도리..!”
그래. 연두의 말대로 이건 카카오톡에서 자주 보이는 곰돌이였다.
짙은 눈썹에 동그란 눈, 그리고 흰 수염을 가지고 있는 녀석.
생김새는 단순해도 묘하게 눈이 가는 얼굴이었다.
내가 알기로 이건 카카오에서 상당히 성공한 캐릭터였다.
아름이도 이 이모티콘을 애용했고, 단톡방에서도 자주 보는 이모티콘이었으니까.
애석하게도 이 곰돌이녀석의 이름은 아직 모르지만.
‘이모티콘 담당 부서가 있는 층이라 그런가.’
인테리어에 카카오 대표 캐릭터를 활용한 거 같았다.
사실 이 캐릭터뿐만이 아니었다.
회사 내부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아기자기하고 편안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업무공간이라 딱딱한 느낌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담당 부서는 어디로 가면 되려나.’
그런 생각으로 주위를 둘러보는데 멀리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입가에 미소를 띠며 걸어오는 중년의 남자.
그는 우리의 코앞까지 걸어와서 발걸음을 멈췄다.
“라이언을 보고 계셨네요.”
“아.. 네.”
다소 어색한 첫 대화였다.
그야, 나는 이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니까.
‘그나저나.’
이 곰돌이녀석 이름이 라이언이었나.
곰돌이 이름 치고는 뭔가 이상한 거 같은데.
아니, 잠깐. 이상한 거 맞잖아.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되물었다.
“라이언이요..?”
“네, 이 친구 이름이 라이언이거든요.”
남자는 곰돌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곰돌이 아닌가요?”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시죠. 곰돌이 생김새를 띠고 있어서. 근데 이 녀석 사자입니다.”
전혀 생각지 못한 반전이었다.
연두도 놀랐는지 한 발 물러서서 라이언을 바라본다.
남자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게다가 반전이 하나 더 있습니다.”
“뭐죠?”
“이 친구, 사실 수사자입니다. 근데 왜 갈기가 없는지 아시나요?”
“왜죠?”
“이유는 없습니다.”
“…?”
아니, 없으면 왜 물어본 건데.
남자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갈기가 없는 게 이 친구의 가장 큰 콤플렉스거든요. 근데 많은 분들이 갈기가 없어서 암사자일 거라 생각하시죠. 그러셨죠?”
무언가에 홀린 듯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상은 성별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는데 말이다.
원하는 반응을 끌어내는 재주가 있는 남자였다.
남자의 말은 끊기지 않았다.
“라이언이 덩치가 크고 표정이 항상 무뚝뚝합니다. 눈도 잘 안 감고요. 그래서 안타깝게도 오해를 많이 사는데.. 사실 세상 여리고 섬세한 심정을 지닌 착하고 믿음직스러운 친구입니다.”
“…”
“아, 참! 이 친구 뒤를 한 번 보실래요?”
다시 홀린 듯 라이언의 뒤를 봤다.
남자가 물었다.
“꼬리가 어떤가요?”
“.. 짧네요.”
“왜 짧은지 아십니까?”
“아뇨.”
“이 녀석이 아프리카 동동섬의 왕위 계승자였거든요. 근데 자유로운 삶이 좋아서 탈출을 한 겁니다! 근데 꼬리가 길면 어떻죠?”
질문하며 이번에는 연두를 향하는 남자의 시선.
연두도 홀린 듯 대답했다.
“자펴요…”
“맞아요, 잡히죠! 똑똑하네요!”
“헤헤.. 고마씁니다…”
“뭘요. 아무튼 그래서 라이언의 꼬리가 짧은 거예요. 도망갈 때 안 잡히려고.”
“우아…”
아니, 연두야. 뭐에 감탄한 거니.
이러다 라이언의 숨겨진 점의 위치까지 알게 생겼다.
자연스레 한 마디가 나갔다.
“저기, 혹시 라이언이 실존인물… 아니, 실존동물인가요?”
질문을 던지고서 스스로 황당하다.
내가 이런 어이없는 질문을 했다는 게.
남자는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냥 캐릭터죠.”
“…”
이쯤 되니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라원’의 셰프이자 엄청난 투머치토커인 이호연 셰프.
이 남자는 다른 의미로 상당한 투머치토커였다.
‘4차원까지 섞였다고 해야 하나.’
난데없이 이야기를 듣다 보니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이 사람 누구지? 카카오 직원은 맞는 건가?
어쩌면 라이언을 스토킹하러 온 외부 침입자가 아닐까.
결국 나는 슬쩍 연두의 앞에 서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 혹시 누구세요?”
“이거, 제 소개가 늦었군요.”
그는 손을 뻗으며 말했다.
“저는 카카오 브랜드팀 팀장 한상준입니다. 크루 내에서는 리차드라 불리고요. 만나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초록님.”
갑작스레 나온 크루 얘기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한상준이라는 이름. 분명히 어디선가 본 이름이었다.
‘그래.’
이모티콘 제안을 보낸 쪽지에서 본 이름이었다.
그 담백한 쪽지를 보낸 사람이 이 남자였다니.
또 한 번의 반전에 놀라움을 느끼며 나는 악수를 나눴다.
***
한상준은 바로 자신의 부서로 우리를 안내했다.
거침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한상준.
나와 연두는 조심스레 뒤를 따라 들어갔다.
내부에는 여러 직원이 일하고 있었다.
“오셨어요, 리차드?”
직원들이 반갑게 한상준을 반겼다.
아까 리차드라 불린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이었네.
역시 특이한 남자라 호칭도 특이한 건가.
하지만 그 생각은 착각이었다.
“네, 엘렌. 커피는 잘 마셨어요?”
“물론이죠.”
여직원도 영어로 된 호칭으로 불리고 있었다.
이어지는 대화도 전부 마찬가지였다.
이후 자연스레 직원들의 시선은 연두에게 쏠렸다.
가까이 다가와서 연두를 둘러싼 직원들.
“와, 진짜 너무 귀엽다…”
“회사에서 연두를 볼 줄이야.. 카카오 입사하길 잘했다…”
“연두야! 언니는 노아야. 노아언니.”
대기업 직원이라고 반응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당연하지. 다 같은 사람이니까.
그것보다도 내가 놀란 부분은 따로 있었다.
‘다 같은 직급인 건가?’
그렇게 생각이 들 만큼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눈치를 보거나 말을 조심하는 느낌도 전혀 안 들고.
심지어 서로 장난을 치기도 했다.
“노아. 그건 아니지 않아요?”
“뭐가요, 준.”
“연두가 다섯살인데 언니는 좀,, 하하.”
“아, 좀 그냥 넘어가 줘요! 그럼 준도 연두한테 오빠라 불릴 생각 하지 마세요.”
“당연하죠. 연두야, 준 삼촌이야!”
“우씨..”
직원들은 내게도 반갑게 말을 걸어왔다.
“초록님, 영상 진짜 잘 보고 있어요!”
“얼굴 진짜 궁금했는데 되게 훈남이신데요?”
“그니까요. 이렇게 젊으실 줄은 몰랐는데.”
“흐흐, 자주 놀러오세요!”
나는 정신없이 인사를 받았다.
한편 연두도 연두대로 바쁜 상황이었다.
“노아언니..?”
“아니, 연두야. 노아이모.”
“아, 쫌! 연두가 언니라 부르고 싶다잖아요!!”
“크크, 알겠어요.”
연두는 한 명 한 명 얼굴을 바라보며 이름을 중얼거렸다.
평소 이름을 외우는 습관이 있는 연두였으니까.
“노아언니.. 준 삼촌..”
“헉, 연두야. 나도 오빠라고 불러주면 안 될까.”
“준 오빠…?”
바꿔 부르는 호칭에 입을 틀어막는 직원들.
카카오 직원들의 주접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런 내게 리차드가 말을 건넸다.
“조금 놀라셨죠? 호칭이 영어라서.”
“아, 네.”
“영어로 부른 지 꽤 됐거든요.”
“여기 부서에서만 그런 건가요?”
“아뇨. 회사가 수평적인 구조를 지향해서 모든 직원들을 영어 이름으로 불러요. 대표님도 메이슨이라고 부르고요.”
“와…”
순수하게 나온 감탄사였다.
회사생활을 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신기한 이야기였다.
‘확실히 친근감은 있네.’
훨씬 직급에서 오는 압박감이 줄어들 거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직원들과도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 후에 리처드가 입을 열었다.
“여기서는 조금 얘기가 편하지 않을 거 같으니 자리를 좀 옮길까 하는데 괜찮으신가요, 그린?”
“.. 네?”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저희 회사식으로 한 번 불러봤는데.”
“아뇨, 전혀요. 편하신 대로 불러주세요.”
사실 초록이나 그린이나 그게 그거니까.
어감이 그린이 더 우스운 거 같긴 하지만.
리처드는 연두를 향해서도 말했다.
“자, 그럼 리틀 그린도 가실까요?”
“리툴 그린..?”
“작은 초록이라는 뜻이에요.”
“아!”
연두는 생긋 웃으며 외쳤다.
“갈께요, 리툴 그린..!”
마치 출동준비를 하는 히어로의 대사같은 느낌이다.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갔다.
“착하군요. 저를 따라와 주세요. 제이디도 같이 가실까요?”
그 말에 한 여직원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대답했다.
“네, 리차드.”
그렇게 나와 연두를 포함한 넷은 새로운 장소로 이동했다.
***
리차드의 안내에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그가 멈춘 곳은 다름아닌 카페였다.
‘여기도 있네.’
여기도 라이언 모형이 서 있었다.
귀엽게 다리를 꼬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 수사자 라이언.
카페 내부에는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는 여러 사람이 보였다.
제이디가 친절하게 얘기해줬다.
“전부 회사 직원들이에요. 직원 전용 카페거든요.”
“아, 그렇군요.”
회사 내부에 카페가 있는 것도 놀랍게 느껴졌다.
리차드는 바로 주문대로 향했다.
패드를 클릭해서 주문하는 방식이었다.
화면에 메뉴와 가격이 보였다.
‘.. 뭐가 이렇게 싸?’
기본 메뉴인 아메리카노가 900원밖에 하지 않았다.
심지어 옆 게시판에는 가격 인상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리차드는 웃으며 내게 말했다.
“어떤 거 드시겠어요? 커피?”
“아뇨. 커피는 안 좋아해서. 저는 이걸로 마시겠습니다.”
“오, 안목이 좋으시네요. 스위트 라봉차.”
“하하, 맛있나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료예요. 저도 같은 걸로 마시겠습니다. 제이디는 카페라떼. 맞죠?”
“네, 리차드.”
“그럼.. 우리 연두는 뭘 먹고 싶을까?”
고민 끝에 연두는 손을 뻗었다.
그 메뉴는 다름아닌 크림 초콜릿이었다.
나는 빙긋 웃으며 얘기했다.
“잘 보고 고른 거 맞아, 연두야?”
“네, 크림 초콜릿..!”
“하하, 잘했어.”
절로 기특한 마음이 일었다.
어느새 정확히 보고 메뉴를 고르게 된 연두를 보니.
리차드는 음료 외에도 여러 메뉴를 더 주문했다.
‘조각 케이크랑 마카롱.’
그러고 보니 아직까지 한 번도 없었다.
연두에게 마카롱을 사 준 적은.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아차 하고 입을 열었다.
“어, 계산은……”
“허허, 괜찮습니다. 사원증이 없으면 계산을 못하는 구조이기도 하고요.”
“그렇군요.”
“다음에 또 오셔서 한 번 사 주시죠. 7층에는 외부인 출입이 가능한 카페도 있거든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리차드는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참고로 거기가 훨씬 비쌉니다.”
“하하, 괜찮습니다.”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뉴들이 나왔다.
리차드가 음료와 메뉴들을 받아들며 말했다.
“여기는 사람이 많으니 저쪽으로 가시죠. 회의실이 있거든요.”
“네.”
회의실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곧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미팅 공간답게 깔끔하고 쾌적한 공간이었다.
각자 주문한 음료가 하나씩 앞에 놓였다.
스윽.
제이디가 테이블 위에 뭔지 모를 파일들을 내려놨다.
그걸 보니 이제야 여기 온 이유가 되살아났다.
연두는 눈앞의 음료와 디저트에 시선이 고정된 상태지만.
콕.
나는 연두의 음료에 빨대를 꼽아줬다.
이후 고개를 돌리자 리차드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얘기를 시작해 볼까요, 그린?”
“네, 리차드.”
이렇게 ‘연두티콘’의 미팅이 시작됐다.
***
“머거도 대여..?”
“응. 리차드가 사 주신 거니까.”
이렇게 말하니 마치 카카오 직원이라도 된 기분이다.
연두도 카카오식으로 공손히 인사했다.
“고마씁니다, 리차드..!”
“천만에요.”
지켜보는 제이디의 얼굴에 언니미소가 떠올랐다.
허락을 받은 연두는 빨대에 입을 대고 한 모금을 쭉 들이켰다.
하얀 생크림과 달달한 초콜릿의 조화.
연두는 부푼 눈으로 외마디 감탄사를 내뱉었다.
“후아아…”
“크크.”
나도 처음 들어보는 감탄사였다.
제이디는 연두에게 포크를 건네며 얘기했다.
“여기 케이크도 먹어봐, 연두야.”
“네에. 언니는요..?”
“언니는 배 불러.”
표정만 보면 뒤에 말이 생략된 느낌이다.
‘언니는 연두 먹는 거만 봐도 배 불러.’라는 말이.
행복한 표정으로 연두는 케이크를 입에 넣었다.
스르르.
말 그대로 달콤함에 녹아내리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연두의 먹방을 바라보다 본격적인 미팅이 시작됐다.
리차드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씀드리기에 앞서 혹시 걱정하신 게 있다면 접어두셔도 됩니다. 괜히 연두랑 같이 초대드린 게 아니거든요.”
연두 앞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들이란 뜻이었다.
그만큼 예민한 주제는 꺼내지 않을 거라는 뜻이기도 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음, 우선은 꼭 말씀드려야 하는 게 수익 배분 문제겠죠.”
말과는 달리 가장 민감한 주제가 먼저 튀어나왔다.
사실 나도 개인적으로 알아본 부분이기도 했다.
리차드가 말을 이었다.
“혹시 카카오 이모티콘이 상품화되는 과정이 두 가지가 있다는 걸 알고 계십니까?”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럼 설명이 쉽겠네요. 첫 번째는 이모티콘 스튜디오를 통해 심사를 통과하는 경우고, 두 번째는 저희가 직접 접촉해서 제안을 드리는 경우죠. 초록님은 두 번째 경우에 속하고요.”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향해 그는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어떤 경우이든 작가에게 분배되는 수익 비율은 모두 같습니다. 얼마의 수익을 올리든, 어떤 방식으로 상품화되든. 그리고 그 비율은 35%입니다.”
알아본 대로의 정보였다.
플랫폼 이용 수수료와 카카오가 창출하는 수익을 제외한 나머지.
그게 35%의 비율이었다.
‘얼핏 보기에는 적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시장에 대해 알아본 결과 결코 그렇지 않았다.
10%도 채 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었으니까.
게다가 카카오는 전 국민이 사용하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었다.
‘35%가 전혀 작은 수치가 아니지.’
결국 비율은 통일되어 있고, 판매하는 만큼 수익을 올린다는 뜻.
그렇다면 딱히 왈가왈부할 건 없었다.
“알겠습니다.”
나는 바로 수긍하고 주제를 넘겼다.
다음에 나온 주제는 내가 가장 궁금해하던 문제였다.
“상품화 과정이 궁금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네.”
“우선 자세히 말씀드리기에 앞서 얘기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뭐죠?”
“연두티콘을 제작하게 되면 저희는 최대한 개입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게 무슨 뜻인가요?”
“보통은 저희가 많은 부분 제작 과정에 있어서 개입을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생각을 달리 했습니다. 연두 튜브 영상을 보면서 느꼈거든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를 만드는 데에 소질이 있으시다고요.”
즉, 기본적인 디자인은 전부 내 손에 맡기겠다는 뜻이었다.
“물론 제작 과정에 있어서는 담당자인 제이디가 성심성의껏 서포팅할 겁니다.”
제이디가 담당자였던 거구나.
이제야 왜 함께 온 건지 이해가 갔다.
‘아무튼.’
나를 믿어준다는 건 고마운 일이었다.
그때 리처드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반전을 암시하는 접속사였다.
이번에는 라이언이 수사자라는 사실처럼 쓸데없는 반전은 아닐 거 같았다.
“저희도 제작에 있어서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제이디, 꺼내 줄래요?”
역시 이번에는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인 모양.
그 말에 제이디는 파일에서 용지를 꺼냈다.
리처드는 용지를 받아서 테이블에 펼치며 말했다.
“제작하게 된다면 이것들만큼은 반드시 넣어주셔야겠습니다.”
대체 뭔데 이렇게까지 얘기하는 거지.
자연스레 나와 연두의 시선은 테이블 위 용지를 향했다.
그렇게 용지의 내용물을 바라보자마자,
“푸흣.”
그만 웃음이 터져버렸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게 눈앞에 펼쳐져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