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200)
200화. 제작 돌입
카카오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툭.
테이블 위에 짐을 내려놨다.
카카오프렌즈샵에서 연두가 고른 물건들을.
아직 어떤 것들을 골랐는지 하나하나 확인하지는 못한 상태였다.
“냐아~”
어느새 누렁이는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선 테이블 위로 폴짝 뛰어 올라간다.
킁. 킁.
봉투 속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 녀석.
뭘 사 온 건지 궁금한 건가.
안타깝게도 이건 누렁이를 위한 선물은 아니었다.
“헤헤, 누렁아…”
그런 누렁이가 연두는 마냥 귀여운 모양.
얼마 지나지 않아 누렁이는 흥미를 잃었는지 홱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선 연두의 무릎 위로 올라가 대자로 눕는다.
“냐아…”
짜식. 한 번은 내 위에도 좀 올라와 주지.
아무튼 테이블 위에는 연두가 고른 물건들이 놓여있었다.
문득 생각이 떠오른 나는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찍어 볼까.’
최근 본 다른 유투버들도 많이들 찍어서 올리는 영상이었다.
선물받은 물건이나 구매한 물건 개봉기같은 거.
툭.
적당한 위치에 카메라를 고정시켰다.
이후 나는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같이 꺼내볼까, 연두야?”
“네에..”
“그럼 아빠가 먼저 꺼내볼게.”
바로 손에 잡힌 건 수사자 라이언 인형이었다.
처음으로 연두가 고른 물건.
문득 궁금해진 나는 입을 열었다.
“연두야. 라이언 인형은 왜 고른 거야?”
고민없이 연두는 대답했다.
“누렁이 칭구에요..!”
“누렁이 친구?”
“네!”
듣고 보니 확실히 색깔이 겹치기는 하네.
그런데 연두가 간과한 한 가지 사실이 있었다.
“근데 연두야.”
“네에.”
“고양이는 사자 엄청 무서워하는데?”
“…”
다소 충격받은 듯 동그랗게 부푼 연두의 눈.
이제야 누렁이와 라이언의 관계성을 깨달은 모양이다.
연두는 무릎에 누운 누렁이를 꼭 끌어안고 말했다.
“.. 갠차나, 누렁아?”
걱정하는 모습과 달리 누렁이는 아무 생각이 없어보인다.
그냥 아늑하게 휴식을 즐기고 있는 느낌이니까.
나는 누렁이 대신 대답해줬다.
“괜찮아, 연두야.”
“왜여..?”
“리차드가 그랬잖아. 라이언은 착한 사자라고. 기억나지?”
“네, 기억나요..”
“그러니까 무서운 사자처럼 다른 동물들 공격 안 해. 누렁이랑도 친구할 수 있을 테고.”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런 사자는 이 세상에 없다.
허나 괜한 동심파괴는 하지 말기로 하자. 라이언과 누렁이의 양립을 위해.
연두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 진짜여?”
“그럼.”
“누렁이가 무서어하면 어떠케요..?”
“안 무서워할 걸? 자, 봐.”
나는 손에 든 라이언을 누렁이의 앞에 가져다댔다.
그런데 이 녀석, 눈을 감은 채 미동이 없다.
결국 나는 약 올리기 기술을 사용했다.
톡. 톡.
라이언을 활용해 누렁이의 얼굴을 몇 차례 건드렸다.
그러자 가늘게 눈을 뜨는 누렁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눈앞의 새로운 친구를 쳐다본다.
표정이 마치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거 같다.
‘.. 넌 뭐냐?’
일말의 경계태세도 취하지 않는 걸 보면 조금도 무서워하지는 않는 눈치였다.
안타깝게도 관심 또한 1도 없는 느낌이지만.
오직 연두만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둘의 첫만남을 지켜보고 있었다.
“크흠.”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목청을 가다듬었다.
자체적으로 목소리 변조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라이언의 얼굴을 움직이며 복화술을 구사했다.
“안녕, 누렁아! 나는 라이언이야! 내가 문제 하나 낼까?”
의도적으로 구사하는 우스꽝스러운 목소리.
그제야 긴장이 풀린 건지 연두가 쿡쿡 웃음을 지었다.
탄력을 받은 나는 말을 이었다.
“맞춰봐, 누렁아? 자, 문제! 나는 남자일까, 여자일까?”
“냐아…”
슬슬 누렁이도 내 목소리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냥 시끄럽게 해서 마지못해 하는 대답일 확률이 높겠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대화를 이어갔다.
“뭐? 여자라고? 때앵!!”
가끔 내가 이럴 때마다 스스로 놀라곤 했다.
평소와 달리 수치심을 제어하는 기능을 상실하는 느낌이라 해야 할까.
나 자신이 통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특히 그런 나를 보고 세상 재밌게 웃는 연두를 보면.
“냐아?”
“그래. 많은 친구들이 내가 갈기가 없어서 오해를 하곤 하지, 내가 여자라고. 하지만 나는 분명한 남자다!”
“냐아~ 냐아~”
“뭐? 그걸 어떻게 믿냐고? 음..”
말해두지만 대본이 아니었다.
완전히 의식의 흐름대로 내뱉고 있었으니까.
전문용어로는 ‘자유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 증거로.’
지금 말문이 턱 막힌 상태였다.
뭐라 말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으니까.
큰일이네. 이거 방송사고 아닌가.
연두도 엄청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결국 나는 입을 열었다.
“몰라! 그냥 믿으라면 믿어!”
말문이 막힐 때는 그냥 억지를 부리는 게 최선이었다.
어느 포인트가 웃겼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연두가 다시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도움이 되네.’
지금 연기할 수 있는 건 전부 리차드 덕분이었다.
리차드가 첫만남 때 라이언에 대해 속속들이 알려줬지만.
그 정보를 토대로 나는 라이언에 녹아든 상태였다.
“참, 나는 동동섬에서 왔어. 사실 내가 왕족이야, 왕족! 근데 그런 건 따분하잖아? 그래서 도망쳤지. 그래서 꼬리가 짧아. 이해해 줘.”
“냐아..”
“이렇게 부족한 나라도… 친구가 되어줄래?”
이건 무슨 맥락없는 급 엔딩이지.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역시 끝내 밑천이 드러나는 내 연기실력이었다.
어쨌든 이제 누렁이가 대답만 하면 되는데…
“캬르르..!!”
“어억!!”
깜짝 놀란 나는 라이언을 들고 뒤로 나자빠졌다.
이건 연기가 아니었다. 진심으로 놀랐으니까.
‘.. 할퀴었어.’
누렁이가 냅다 손을 뻗어 라이언의 얼굴을 할퀴었다.
집에 온 뒤로 누렁이가 할퀴는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이런 소리를 내는 것도 처음이고.
깜짝 놀란 연두는 어쩔 줄 몰라하며 말했다.
“아, 아빠..!”
나는 재빨리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괜찮아, 연두야.”
나보다도 라이언이 걱정이다.
이 녀석 실밥 빠진 건 아니겠지?
불안한 표정으로 라이언의 얼굴을 확인했다.
“휴우…”
다행히 육안으로는 상처가 보이지 않았다.
발톱을 세워 강하게 할퀸 건 아닌 모양이다.
“라이언도 괜찮대.”
“…”
문제는 연두의 표정이 괜찮지 않다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힘들 거 같았다.
동동섬 왕위 계승자 라이언과 초록연두구역의 여포 누렁이의 양립은.
***
하는 수 없이 둘은 일시적인 격리가 이루어졌다.
막상 당사자인 누렁이는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라이언은 생각 자체를 할 수 없는 녀석이고.
문제는 속상한 표정을 하고 있는 연두였다.
‘그럴 만도 해.’
친구를 만들어주려고 데려왔는데 첫만남부터 싸웠으니.
아니, 싸웠다기에는 일방적인 폭행이었지.
둘의 격리 이전에 과장이 아니라 연두는 울기 일보 직전이었다.
라이언한테 미안해서.
‘어떻게 풀어주는 게 좋으려나.’
조금 생각하던 나는 작게 입을 열었다.
“연두야.”
나보다 더 자그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에…”
“라이언이 미워서 누렁이가 할퀸 게 아니야. 다음번에는 친해질 수 있을 거야.”
“또 할키면 어떠케요..?”
“너무 급하게 친해지려 해서 그래. 천천히 다가가면 누렁이도 안 할퀼 거야.”
다행히 조금 풀리는 연두의 표정.
때를 놓치지 않고 나는 핸드폰을 손에 들었다.
“아빠랑 이거 같이 보자 연두야.”
연두가 살짝 고개를 들며 말했다.
“어떤 거여..?”
“연두 사진.”
정확히는 원스타그램에 올린 연두의 사진이었다.
첫눈이 오는 날 찍어서 업로드한 사진.
‘영상도 올릴 생각이지만.’
그러기에 앞서 원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린 상태였다.
잘 나온 세 장의 사진을 묶어서 업로드했고.
나는 사진을 보며 입을 열었다.
“다시 봐도 진짜 예쁘다.”
연두의 입가에 살짝 번지는 미소.
나는 그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연두야.”
“네에..”
“연두는 어떻게 이렇게 예뻐? 아빠한테 좀 알려주라.”
미소가 조금 더 크게 번진다.
그리고는 수줍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아빠 달마서……”
“하하, 아빠 닮아서?”
“네에..”
“그럼 아빠가 예쁘다는 거야?”
도리. 도리.
고개를 저으며 연두는 대답했다.
“아빠는 머시써요…!”
말하는 표정이 되게 진지하다.
이번에는 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괜히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이거 봐 봐, 연두야.”
나는 원스타그램의 댓글창을 가리켰다.
-진짜 선 넘었다.. 안 그래도 세상 예쁜데 코디까지 완벽해…
┖ㄹㅇ 존재만으로도 반칙 ㅋㅋㅋ
┖군대 다녀온 뒤로 혐오하던 눈이 아름다워 보여. 뭐지??
┖그니까 ㅋㅋ 눈 펑펑 내리면 좋겠다.
┖ㄹㅇ 너무 기대된다. 눈 쌓였을 때 업로드될 연두 사진…
┖진짜 천사같을 듯… ♥
나는 보이는 댓글을 하나하나 연두에게 읽어줬다.
한편 늘 보이는 댓글도 존재했다.
-근데 진짜 옷 예쁘지 않냐? 연두가 입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ㅇㅇ 디테일이 센스가 있음.
┖이든이잖아. 요즘 떡상했잖음. 장난 아니고 옷 다 예쁘던데.
┖초록님도 되게 센스가 좋아. 전문용어로 깔을 잘 맞춘다고 해야 하나 ㅋㅋㅋ
┖근데 쇼핑몰 모델 없던데 연두가 하면 안 되나 ㅠㅠ 진짜 찰떡인뎅.
┖그럴 여력이 없을 수도 ㅋㅋ 너무 단기간에 떡상해서.
사진을 올릴 때마다 항상 보이는 댓글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거의 ‘이든’의 옷을 입은 연두의 사진을 올리니까.
‘내가 봐도 잘 어울리긴 하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모델을 했으면 하는 거 같았다.
한편 어느새 밝아진 연두의 표정.
역시 우울할 때는 댓글창을 보는 게 최고였다.
‘힐링의 공간이니까.’
그렇게 나와 연두는 한참이나 댓글을 읽어내려갔다.
이후 나는 장난스레 한 마디를 뱉었다.
“우리 연두, 기분은 좀 풀렸나?”
내 물음에 아리송한 표정으로 연두는 되물었다.
“으응..?”
“연두 화났었잖아.”
“아, 아니에여!”
연두는 강하게 부정하며 말을 이었다.
“연두 화 안 나써요..!”
“하하, 그래? 그럼 삐졌던 건가?”
“아니에요.. 라이언한테 미안해서…”
“그랬구나. 그럼 지금은 기분 좀 나아졌어?”
끄덕. 끄덕.
고개를 끄덕이는 연두를 향해 능청스레 얘기했다.
“흐음.. 못 믿겠는데…”
“진짜에여! 연두 완전 기분 조아요!”
“그래? 그럼..”
“.. 그럼?”
“아빠 볼에 뽀뽀. 그래야 연두가 기분 좋은지 안 좋은지……”
쪽.
말을 끝맺기도 전에 볼에 느껴지는 감촉.
자연스레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연두는 물었다.
“연두 기분 조은 거 맞죠..?”
“그러네, 연두 말이 맞네.”
“헤헤.”
이렇게 원하는 걸 얻어내는 치사한 아빠였다.
***
“후우…”
오늘 계획한 부분까지의 작화를 마쳤다.
바로 ‘쑥쑥 한글완성 3단계!’의 작화 작업이었다.
‘연두티콘 제작이라는 새로운 일이 생기긴 했지만.’
기존의 작화 일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아니, 그만둘 이유가 없는 거지.
엄청난 실적을 올리고 있는 데다가 시간도 충분하니까.
‘게다가 연두도 공부하는 학습지이고.’
작화로 얻는 수익을 떠나서 상당히 뿌듯한 일이었다.
내가 작화를 참여한 학습지로 공부하는 딸의 모습을 보는 건.
실제로 연두의 글자실력은 눈에 띄게 상승한 상태였다.
‘발음도 발음이지만.’
전혀 읽지 못했던 글자들을 어렵지 않게 읽어내고 있었으니까.
공부한 기간을 고려하면 비약적인 상승이었다.
그만큼 학습지가 공부하기에 효율적이라는 뜻이었다.
물론 우리 연두가 똑똑한 것도 부정할 수 없지만.
‘아무튼 오늘 작화는 이 정도면 충분하고.’
시간이 남으면 할 생각이었던 게 있었다.
예상했겠지만 바로 ‘연두티콘’의 제작이었다.
먼저 나는 제작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했다.
‘선물받은 태블릿과 태블릿 펜, 그리고 제이디가 준 파일.’
세 개 모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도구와 재료였다.
먼저 도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었다.
나는 바로 태블릿의 전원을 켰다.
우웅.
켜지는 동안 펜을 손에 잡아봤다.
그립감은 일반적인 펜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굳이 따지면 조금 더 얇다는 차이일까.
둥.
얼마 지나지 않아 전원이 켜졌다.
그와 동시에 나는 프로그램을 하나 깔았다.
‘플립 스튜디오.’
이모티콘 그림을 그리는 데에 사용되는 프로그램이었다.
리차드와 제이디가 강력 추천한 프로그램.
유료인 만큼 편리성과 퀄리티가 상당하다는 모양이었다.
툭.
설치가 끝나고 곧바로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그와 동시에 마치 칠판처럼 떠오르는 화면.
색깔도 어렵지 않게 설정할 수 있었다.
‘여기에 그림을 그리는 건가.’
나는 가장 심플한 검은색을 클릭하고 선을 그어봤다.
그와 동시에 매끄럽게 선이 그어졌다.
지연현상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스윽. 스윽.
몇 차례 더 이런저런 선들을 그려봤다.
그 후에 나는 다소 이른 평가를 내렸다.
‘.. 신세계잖아.’
종이와 별다른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손그림의 퀄리티를 내기에 충분한 도구라는 판단.
그렇다면 지체할 이유는 없었다.
‘시작하자.’
드디어 본격적으로 ‘연두티콘’을 제작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