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202)
202화. 영화관
어떤 내용을 썼길래 그렇게 보여주는 걸 망설였던 걸까.
왠지 모를 두근거림 속에 나는 일기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삐뚤빼뚤하지만 귀여운 글씨체로 적힌 일기.
-어린이집애서 시은이랑 인형놀이를 햇써요. 연두는……
처음 몇 줄은 크게 특별할 거 없는 내용이었다.
어린이집에서 보낸 시간을 기록한 거 같았다.
누구랑 뭘 하고 놀았는지, 뭘 배웠는지, 기분이 어땠는지.
여기까지만 봐도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 잘 쓴단 말이지.’
가만 보면 내가 알려준 일기 쓰기 공식을 훌륭하게 이행하는 연두였다.
있었던 일 기록, 그때 느낀 생각과 감정 적기.
그게 연두의 일기에는 빠짐없이 들어가 있었다.
‘깨알 웃음포인트도 몇 개 있고.’
그중 하나는 아직 살짝 미숙한 연두의 쓰기 실력이었다.
무척 향상된 실력이지만 아직 모르는 단어가 많았다.
헷갈리는 자음이나 모음, 받침도 많이 있는 거 같고.
‘발음이랑 혼동이 오는 거겠지.’
그런데도 시은이의 이름은 ‘시으니’라 안 쓰고 잘 적는 연두였다.
참, 문장마다 빠짐없이 존댓말을 구사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평소의 공손함이 자연스레 일기장에도 반영된 걸까.
스윽.
읽어내려갈수록 올라가는 입꼬리.
그런 내 표정을 본 건지 연두가 수줍은 표정으로 말했다.
“다 읽어써요, 아빠..?”
“아니, 아직 한참 남았는데?”
“하, 한차미여..?”
“응. 연두가 너무 잘 써서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읽고 있거든.”
왜인지 되게 안절부절못하는 느낌이다. 선 채로 몸을 배배 꼬기도 하고.
이상하네. 아직까지 딱히 특별한 내용은 없는데.
지금까지 읽은 몇 줄의 내용은 전부 어린이집에서 보낸 시간이 적혀있었다.
나는 계속해서 일기를 읽어내려갔다.
‘오.’
항상 일기로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연두였다.
원래 어린이집에서 보낸 시간이 상당히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데.
이번 일기는 굉장히 빠른 장면전환이 이루어졌다.
어떤 장면으로? 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이후로.
‘여기부터가 핵심인가.’
나는 더욱 집중하며 다음 내용을 읽었다.
곧바로 ‘아빠’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연두는 아빠랑 놀고 십픈데 아빠 그림 만이 그려야 해요. 그런데 연두는 아빠랑 같치 놀지 안아도 괜찬아요. 심시매하지 안아요. 아빠는 연두
사랑해하고 만이 놀아주니까.
생각지 못하게 멈칫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나에 대한 내용은 뒤로도 쭉 이어졌다.
-아빠 마니 바쁘면 조은데 연두는 걱정해요. 아빠 코피 나는 거 무서어서. 아빠가 마니 힘이 들면 연두 아파요.
‘조은데’가 뭘 의미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바쁜 걸 내가 좋아한다는 건지, 연두가 좋다는 건지.
허나 그건 핵심내용이 아니었다.
‘연두를 걱정시켰다는 거.’
부끄럽게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걱정하게 만들었다는 것도, 내가 바빠진 걸 연두가 체감했다는 것도.
아빠라면 일기를 보기 전부터 진작에 알아챘어야 하는데.
툭.
일기장을 내려놓은 나는 연두를 안아서 들어올렸다.
갑작스러운 포옹에 깜짝 놀랐는지 양팔로 내 목을 감싸는 연두.
그런 연두를 나는 꼭 껴안고 말했다.
“미안해, 연두야.”
“으응..?”
“몰랐어. 연두가 아빠를 이렇게 걱정하고 있을지. 그리고.. 아빠가 바빠서 많이 심심했지?”
연두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에여! 연두 심심해하지 안아써요. 근데 아빠 걱정해서…”
말하는 표정에서 느껴졌다. 진심으로 나를 걱정했다는 게.
애틋한 마음에 뭉클해진 나는 말했다.
“고마워, 연두야. 걱정해줘서.”
“네에..”
“근데 연두야. 정말 심심하지 않았어?”
이번 물음에는 살짝 망설이는 연두.
이윽고 자그맣게 대답이 들려온다.
“네. 아빠 그림 그려야 하니까……”
“흠.. 그럼 안 되는데…”
“.. 왜여?”
“심심하지 않으면 아빠랑 놀고 싶지도 않을 거 아냐. 아빠는 연두랑 놀고 싶은데.”
사실 모르고 하는 말이 아니었다.
연두의 일기에는 정확히 쓰여 있었으니까.
아빠랑 놀고 싶지만 같이 놀지 않아도 괜찮다고.
‘심심해하지 않는다고.’
즉, 심심하지 않다고 한 게 아니었다.
내가 일해야 하는 걸 아니까 심심해하지 않은 거지.
아니나 다를까 연두는 더 격하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 아니에여!”
“정말? 그럼 아빠랑 놀아주는 거야?”
“네, 연두 엄청 심시매요!”
순식간에 심심해진 연두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는 머리를 쓸어내리며 말했다.
“하하. 그럼, 연두야. 아빠랑 같이 어디 좀 갈래?”
“어디요..?”
나는 한 마디로 대답했다.
“영화관.”
내 말에 연두의 눈이 동그랗게 부풀었다.
몇 번이고 설명해준 적 있는 장소이니 그럴 만도 했다.
한 번도 가 본 적은 없었지만.
‘사실.’
즉석으로 생각해서 꺼낸 얘기는 아니었다.
얼마 전에 인터넷으로 소식을 접했다.
어떤 소식이냐고? 바로 얼음왕국의 재개봉 소식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개봉한다고 했으니까.’
얼음왕국은 꼭 연두에게 보여주고 싶은 애니메이션 영화였다.
나도 본 적이 없어서 꼭 한 번쯤은 보고 싶었고.
이미 보기로 생각해 둔 날짜도 있었다.
“.. 같이 가 줄래, 연두야? 아빠 혼자 보면 외롭거든.”
내 물음에 연두는 부푼 표정으로 대답했다.
“.. 네엡!”
“크크, 그렇게 대답하는 건 어디서 배웠어?”
“어리니집에서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참 잘 가르쳐줬네.
아무튼 이렇게 연두의 첫 영화관 일정이 잡혔다.
그때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나는 말했다.
“참, 연두야.”
“네, 아빠..”
“아직 일기 다 못 썼잖아. 더 쓰려고 했던 거 있어?”
연두는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네, 이써요! 연두가 다 써서 보여줄께요..!”
이번에는 보여주는 걸 망설이지 않는 연두.
나는 옆에 앉아서 천천히 기다렸다.
슥. 슥.
막힘없이 일기를 써 내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두는 펜을 내려놓고 일기장을 내밀었다.
“여기여, 아빠!”
“그래.”
일기장을 받아든 나는 곧바로 내용을 확인했다.
이번에는 마지막 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삐뚤빼뚤하지만 짧고 정확한 문장이었다.
-아빠 사랑해요 ♥
***
다음날 나는 데스크톱 전원을 켰다.
미리 영화관 예매를 하기 위해서였다.
전원이 켜지는 와중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기쓰는 법을 알려주길 잘했다는 생각.’
영화를 보러 가게 되어서가 아니었다.
말했듯이 영화는 애초부터 보러 갈 생각이었으니까.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알 수 있으니까.’
일기를 통해서 더 많이 알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연두가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 속마음이나 생각들을.
그건 분명히 내가 더 좋은 아빠가 되는 데 도움이 될 터였다.
탓.
잠시 후 전원이 켜지고 바탕화면이 떠올랐다.
마우스를 잡고 커서를 움직이는데,
“하하.”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은 내 입에서 웃음이 새어나왔다.
영화 예매를 하려면 인터넷을 클릭해야 했다.
그런데 커서가 멈춘 곳은 다름아닌 유투브 아이콘이었다.
‘얼마나 습관이 됐으면.’
스스로 자각도 못하고 손을 움직였다.
그러고 보니 어제 업로드한 영상 반응을 확인을 안 했네.
이렇게 된 김에 먼저 연두튜브에 들어가 볼까.
예매는 그 후에 해도 늦지 않으니.
달칵.
마우스를 클릭하자 떠오르는 유투브 화면.
나는 곧바로 ‘연두튜브’에 들어갔다.
매번 똑같은 채널아트와 프로필이지만 볼 때마다 잘 꾸몄다는 생각이 든다.
‘바뀌는 건 하나밖에 없지.’
그건 다름아닌 구독자 수였다.
구독자 수만이 한 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바뀌고 있었다.
어느새 140만을 훌쩍 넘겨버린 구독자 수.
이제는 보면 놀랍다기보다 뭔가 얼떨떨한 기분이 든다.
‘그만큼 비현실적인 수치니까.’
그나마 현실감이 들 때는 달마다 있는 정산날이었다.
늘어난 수익을 볼 때면 체감을 안 하려 해도 안 하는 게 불가능했으니까.
그러고 보니 이번 수익 정산날은 크리스마스구나.
‘어떻게 보내는 게 좋으려나.’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
길거리에는 이미 트리와 장식들이 늘어서 있었다.
슬슬 다들 크리스마스를 보낼 준비를 하는 거겠지.
그런 만큼 나도 행복한 고민이 시작됐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다르니까.’
전과 달리 연두와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였다.
그에 따라 나름대로 구상하고 있는 게 몇 개 있었다.
뭐, 자세히는 차차 더 생각하면 되겠지.
지금은 영상의 반응을 확인할 시간이었다.
[연두의 카카오프렌즈샵 물건 개봉기!(feat.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곧바로 댓글창의 내용을 확인했다.
-와, 진짜 연두 꿀귀다… ♥
-젠장! 얼마만의 연두성분이냐고오!!
-보고 싶었어 연두야.. 흑.. ㅠㅠ
-왜 채워도 채워도 목마른 거냐.. 진짜 연두성분은 마약이다 ㅋㅋㅋ
-ㄹㅇ ㅋㅋ 원스타로 채우고 유투브로 채워도 안 채워짐.
-그래서 나는 연두튜브 정주행하자너 ㅋㅋㅋㅋㅋ
댓글만 보면 몇 달 만에 올린 느낌인데 그렇지 않았다.
저번 영상을 올린 지 불과 사흘밖에 흐르지 않았으니까.
‘더 분발해야겠네.’
구독자들의 갈증을 채워주기 위해서는 더 분발할 필요가 있을 듯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시선을 밑으로 내렸다.
-아 ㅋㅋㅋ 이번 영상 왤케 웃기냐.
┖가만 보면 초록님 은근 개그캐임 ㅋㅋㅋㅋㅋ
┖그니까. 평소에는 멋짐 뿜뿜인데 가끔 똘끼 방출하심 ㅎㅎ
┖반전매력 ㅆㅅㅌㅊ
┖아, 메소드연기 뭔데 ㅋㅋㅋㅋ 진짜 라이언이 말하는 줄.
┖그건 아님. 오버 ㄴㄴ좀.
┖와.. 이걸 안 받아주네? 나한테 왜 이러냐?? 하….
그러게. 좀 받아주지.
나는 피식 웃으며 다음 댓글을 확인했다.
-그 와중에 연두 반응 너무 귀여워.. 초록님 연기에 진심으로 몰입하는 표정 ㅋㅋㅋ
┖처음에 충격받는 게 개웃김.
┖누렁이 친구로 데려왔는데 사자란 걸 까먹고 데려온 연두 ㅋㅋㅋㅋㅋ
┖마지막에 누렁이가 할퀼 때 놀라는 연두 표정이 킬포인데 ㅋㅋ
┖초록님 비명도 킬포. 찐으로 놀람. 어억!!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 영상 댓글에는 유독 ‘ㅋ’이 많이 등장했다.
그만큼 재미있는 장면이 많았다는 거겠지.
그런 와중 나를 조금 흠칫하게 하는 댓글도 존재했다.
-근데 님들 연두 원스타에 올라간 사진 봄?
┖가게에서 찍은 거? 당연히 봤지.
┖거기 카카오프렌즈샵인데. 카카오 오피스 7층에 있음. 나 가봄.
┖ㅇㅇ 근데 뭐 어쩌라고. 카카오 가 봤다고 자랑하는 거?
┖ㄷㄷ 말투 공격적이누. 그게 아니라 연두랑 초록님이 카카오에 왜 갔을까 생각이 들어서 그러지. 카카오 프렌즈샵은 딴 데도 많은데.
┖그냥 놀러간 거 아님? 아니 설마… 카카오 홍보모데루???
┖ㅋㅋㅋ 연두가 아무리 귀여워도 그건 좀 뜬금없지 않냐. 갑자기 카카오 홍보모델이라니.
┖왜. 연두 귀여움 하나로 카카오 주가상승 쌉가능 ㅋㅋㅋㅋㅋㅋㅋ ㅇㅈ? 어 인정.
정답을 맞힌 댓글은 보이지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내가 원스타에 올린 건 쇼핑한 물건을 손에 가득 든 연두의 사진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조금 놀란 건 사실이었다.
‘유추한 거니까.’
카카오와 무언가를 하지 않을까 유추한 댓글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웠다.
이게 말로만 듣던 네티즌 추리단의 위력인가.
아무튼 약간의 닭살 속에 마무리됐다. 이번 영상의 반응 확인은.
***
반응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인터넷에 들어갔다.
얼음왕국 예매를 하기 위해서였다.
[얼음왕국]이미 영화는 재개봉 후 상영중이었다.
나는 근처 영화관에 들어가 생각한 날짜를 클릭했다.
그와 동시에 관람석이 떠올랐다.
‘역시 유명한 영화라 그런지.’
재개봉에 평일인데도 관람석이 꽤 많이 차 있었다.
그래도 자리가 충분해 다행이었다.
어디가 좋으려나. 명당자리가 어디일까.
‘흐음..’
그런 생각에 턱을 괴고 고민하고 있는데,
위이이잉.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발신인은 다름아닌 서지혜였다.
마우스에서 손을 떼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오빠!”
“목소리가 좋은데. 잘 지냈나 봐요?”
내 말에 그녀는 웃는 목소리로 화답했다.
“티 많이 났나.. 오빠는 잘 지냈어요?”
“네, 잘 지냈어요.”
요즘 누군가의 안부인사에 이렇게 대답할 때마다 느끼는 게 있었다.
사실 전과 대답이 달라진 건 아니었다.
‘잉여처럼 살 때도.’
잘 지내냐는 물음에는 그렇다고 대답했으니까.
사실대로 앓는 소리를 내 봤자 좋을 것도, 달라지는 것도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런데 연두와 함께하는 지금은 달랐다.
‘대답은 같지만.’
거짓이 아니라 진심으로 ‘잘 지냈어요.’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사소하지만 커다란 변화였다.
“연두랑 공부하러 가도 될지 물어보려고요.”
한글공부 일정을 잡기 위해 전화한 모양이었다.
전에 들은 소식이 떠오른 나는 입을 열었다.
“근데 지혜씨 요즘 바쁘지 않아요?”
“흐흐, 이제 하나도 안 바빠요. 막 기말고사 끝났거든요. 이제 곧 방학이고.”
“아, 그랬군요.”
기분이 좋은 이유가 있었네.
항상 기분이 목소리에 그대로 묻어나는 서지혜였다.
나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언제 올 생각인데요?”
“이번주 목요일 늦은 오후 괜찮으세요?”
“늦은 오후라면……”
“다섯시 정도요.”
하필이면 이렇게 겹치다니.
정확히 연두와 영화를 보기로 약속한 시간이었다.
“미안해요. 안 될 거 같아요.”
“아.. 선약이 있으신가 봐요.”
“네. 그 날 연두랑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거든요.”
조금 달라진 텐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영화요?”
“네.”
“어떤 영화요? 이번에 개봉한 게 뭐 있더라.. 아, 너는 죽어있다? 혹시 그거 보러 가세요? 재밌다고 하던데.”
“.. 죽어있다? 그게 영화 제목인가요?”
내 질문에 당황한 서지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 맞다! 연두랑 보러 가시는 거죠. 나 왜 이러지.”
그럼 그렇지. 제목부터 뭔가 전체관람가는 아닐 거 같았어.
연두랑 같이 볼 영화는 더더욱 아닐 테고.
나는 보러 갈 영화 제목을 얘기해줬다.
“얼음왕국 보러 갈 생각이에요. 재개봉했다고 해서.”
“아, 얼음왕국!”
“네.”
“그럼.. 예매하셨겠네요..?”
뭔가 씁쓸한 목소리의 질문.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뇨. 지금 예매하려는데 지혜씨한테 전화가 와서요. 근데 연두랑 약속을 잡아서 일정을 미룰 수는 없어서……”
공부를 위해 시간을 빼기는 어렵다는 걸 내포한 말이었다.
이 정도면 의사전달은 확실하게 됐겠지.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이어졌다.
“.. 저도 가도 돼요, 오빠?”
“지혜씨요?”
“네. 저도 보고 싶어서요, 얼음왕국..”
“지혜씨 얼음왕국 안 봤어요?”
워낙 유명한 애니메이션 영화였다. 보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재개봉 관객들도 또 보러 가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고 들었으니까.
당연히 서지혜도 보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잠깐의 침묵 이후에 그녀가 대답했다.
“아, 안 봤어요..!”
안 봤다는 걸 보니 내 생각이 틀린 모양이다.
대답에서 살짝 미심쩍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나는 넌지시 입을 열었다.
“그럼 같이 보러 갈래요?”
“근데 혹시 제가 방해되는 거면.. 연두랑 둘이 보내려고 했는데 시간 뺏는 걸 수도 있으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요. 저번에 얘기했잖아요.”
“.. 뭘요?”
“저랑 연두는 누가 옆에 있어도 항상 오붓하다고.”
저번에 백화점에 쇼핑을 하러 가기 전에 한 말이었다.
그 후에 한 말도 빠지면 섭했다.
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또 너무 재수없었나요?”
“후우.. 아뇨.”
“그렇다기에는 한숨이 되게 깊은데.”
“아니에요! 아무튼!”
그녀는 다시 본론으로 넘어갔다.
“저도 껴도 된다는 거죠?”
“네, 그럼 세 자리 예약할게요.”
“그럼 저는요?”
“팝콘 쏴요.”
“싫어요.”
당황한 나는 중얼거렸다.
“요, 요즘 팝콘이 많이 비싼가…”
내 말에 서지혜는 쿡쿡 웃으며 대답했다.
“팝콘만 먹으면 어떡해요! 팝콘에 음료수까지 추가!”
“하아.. 놀랐잖아요.”
“흐흐, 죄송해요.”
어쩌다 보니 한 번씩 주고받은 장난.
이렇게 유쾌한 통화가 종료됐다.
‘세 자리라.’
마침 명당자리에 비어있는 세 자리가 있었다.
늦기 전에 나는 재빨리 예매 절차를 밟았다.
‘.. 좋아.’
이렇게 얼음왕국을 보러 갈 최종 멤버가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