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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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Never
댓글난을 클릭하는 내 마음은 기대감 반, 걱정 반이었다.
조회수와 구독자 수를 생각하면 좋은 반응을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부 그런 반응일 거라고는 솔직히 확신할 수 없었다.
이유 없는 악의를 표출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니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5년을 살며 뼈저리게 느낀 사실이었다.
그래서인지 연두를 향한 심한 악플이 적혀있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됐다.
‘또 연두가 이유 없는 미움을 받게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연두는 무려 5년의 시간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미움을 받으며 자라왔다.
쓰레기 같은 외삼촌이 만들어낸, 도망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작은 공간 속에 갇혀서.
아마 자신에게 향하는 미움이 비정상적이라고조차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키즈튜브를 통해 연두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너는 이유 없는 미움을 받아도 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오히려 그 자체로 사랑받을 수 있는 아이라는 걸 말이다.
‘그러니까.’
만약 악플이 있다면 시간을 들여서라도 전부 제거할 생각이다.
그리고 방금 주연이가 알려준 ‘사용자 차단’ 기능을 통해 처단하겠다.
아빠의 권한으로.
탁.
마우스를 클릭하자, 많은 댓글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맨 위부터 차례로 댓글을 확인했다.
-와, 아기 미모 뭐냐? 레전드인데? 일곱 번 돌려보고 영상에 홀려서 구독 박고 갑니다~
첫 댓글을 시작으로,
-연두 말하는 거 봐. ㄹㅇ 씹덕 터진다.
-너무 귀엽네요 ㅎㅎ
-저런 딸 있다면 진짜 하루하루가 행복할 듯. 부럽다 ㅠㅠ
-그니까. 어떻게 계란 하나 먹는 게 저렇게 사랑스럽냐…
-나 애들 빽빽거려서 진짜 싫어했는데.. 연두는 뭐라 할 말이 없다. ㄹㅇ 존귀네.
-흐아… 리얼 꿀맛 리얼 꿀마시라고 발음하는 거 봐… 귀여워서 심장 떨어질 뻔…♥
-올해의 영화 : 천사(연두)를 보았다(2분 단편)
-영상 정확히 서른일곱번 돌려보고 씹덕사한 1人
└2人
└3人
············
············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얼핏 봐도 좋은 댓글뿐이었으니까.
영어로 된 댓글도 상당수 있었는데, 대충 해석해 봐도 크게 반응이 다르지 않았다.
아무래도 오늘 ‘사용자 차단’ 기능을 쓸 일은 없을 듯했다.
‘이상하네.’
올라간 입꼬리가 쉬이 내려가지 않았다.
내게 하는 말들이 아닌데도 미친 듯이 기뻤다.
아니, 나에게 하는 말이라면 지금보다 훨씬 덜 기뻤을 거 같다.
내가 아니라 내 딸 연두가 사랑받는 게 의미가 있는 거니까.
‘보여주고 싶다.’
어서 연두에게 이 댓글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갑자기 엄청나게 보고 싶어지네, 연두.
그나저나 댓글을 보면서 조금 걸리는 단어가 있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대체 씹덕사가 뭐야..?”
요즘 쓰는 용어인 거 같긴 한데, 들어본 적 없는 단어였다.
앞뒤 문맥을 보면 나쁜 단어는 아닌 거 같은데.
내 혼잣말을 들었는지 주연이가 대답했다.
“와.. 세대 차이 대박. 아저씨 씹덕사라는 말 처음 들어봐요?”
“미안하다. 내가 문찐이라.”
“푸흡.”
“뭐야, 왜 웃어?”
“웃기잖아요. 씹덕사는 모르면서 문찐 같은 줄임말을 쓰는 게.”
그렇게 생각하니 웃기긴 하네. 나 문찐이라는 단어는 어디서 안 거지?
문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덜떨어진 사람을 문찐이라 한다고 어디서 봤는데.
그런 내가 웃긴지 동건이와 예림이도 옆에서 웃음을 터트렸다.
주연이가 입을 열었다.
“씹덕사는 너무 귀여운 걸 봐서 쇼크로 죽는다 뭐 이런 뜻이에요.”
강한 어감에 깜짝 놀란 나는 대답했다.
“.. 죽는다고? 귀여운 걸 보는데 왜 죽어?”
“헐…”
동건이가 킥킥 웃으며 말했다.
“행님. 말이 그렇다는 거죠, 말이. 죽었으면 댓글을 어떻게 적었겠습니까.”
“아, 그러니까 너무 귀엽다는 말을 좀 세게 표현하는 단어구나.”
“그렇죠. 갑자기 행님한테 아재의 향기가 물씬 나네요..”
“.. 미안하다.”
나 벌써 아재인 건가?
갑자기 속이 쓰리는 기분이었다.
동건이는 그런 내게 말했다.
“그래도 저는 의리로 영원히 함께하겠습니다. 저한테 행님은 영원한 행님입니다.”
“하하, 고맙다.”
나와 동건이의 대화에 주연이가 쿡쿡 웃음을 지었다.
그때 예림이가 입을 열었다.
“야, 너네 아저씨 그만 놀려! 이 댓글 안 보여? 아저씨 인기 안 보이냐고······!”
뭐지? 얘 나랑 오늘 초면인데. 내 인기라니 웬 뚱딴지같은 소리야.
지금껏 엄청 조용하던 애가 이래서 더 임팩트가 컸다.
갑자기 그렇게 내 편을 들던 예림이는 한 댓글을 가리켰다.
그걸 본 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게 뭐야?”
이 댓글은 연두에 관한 댓글이 아니었다.
-그 와중에 연두 아빠 말투 나만 설레..?
└목소리랑 말투 소 스윗… 연두 진짜 사랑받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유부남.. ㅠㅠ 그래도 얼굴 한 번 보고 싶당. 연두 미모 보면 아빠도 존잘일 거 같은데.
└인정. 연두 아빠는 얼굴을 공개하라!!
└옳소!!
아까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나에 대한 댓글이었다.
진짜 상상도 못 했다. 내게도 관심이 쏠릴 거라고는.
물론 연두에 대한 반응이 압도적이긴 했다.
그러나 나도 생각지도 못하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하..’
뭔가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알바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무능한 사람이란 걸 알면 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려나.
적어도 지금의 반응과 전혀 달라질 거라는 예상은 가능했다.
내 마음을 모르는 주연이는 손뼉을 치며 말했다.
“우와… 아저씨, 인기 대박인데용?
“행님. 이참에 얼굴 공개 어떻습니까? 행님 얼굴이면 여성팬도 스무스하게 확보하고······”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됐어.”
그리고는 예림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갑자기 편들어주나 했더니, 너도 나 놀린 거구나?”
“헤헤, 죄송해요.”
“휴우.. 이 두 녀석 친구 아니랄까 봐.”
그러자 두 녀석이 발끈해서 동시에 말했다.
“저랑 얘랑 엮지 말아 주실래요?”
“행님. 그러시면 진짜 저 섭합니다..!”
그래? 아무리 봐도 내 눈에는 너희 엄청 잘 어울리는데.
***
세 녀석이 돌아간 후, 나는 핸드폰 삼매경에 빠졌다.
이렇게 오래 핸드폰을 붙잡고 있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신기해.’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조회수가 올라가고, 새로운 댓글이 갱신됐다.
그리고 그걸 보면서 자연스레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
훨씬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
’15시간이 지났을 때 조회수가 3777이었는데.’
그로부터 세 시간이 지나 퇴근 무렵이 되자 6000을 넘어가고 있었다.
15시간 동안 3700 증가, 3시간 동안 2300 증가.
바보가 아닌 이상 알 수 있었다. 점점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걸.
지이이잉.
그리고 상승폭을 지켜보는 것과 더불어 또 하나의 묘미가 있었다.
-윤우와 따까리들(4)
그건 바로 단톡방에서 이 녀석들의 반응을 보는 것이었다.
네 명뿐인 단톡방은 지금 폭발 직전이었다.
내가 연두튜브의 링크를 올리고 난 후.
최윤우 : 내가 말했지? 연두튜브는 무조건 뜬다고.
유성현 : 와, 지렸다. 아무리 그래도 2분짜리 영상 하나 올리고 뜰 줄은 몰랐는데. 벌써 구독자 1700명 돌파. ㄹㅇ 갓연두네.
박준수 : 근데 잘해 놨긴 하더라. 채널도 예쁘고 영상 편집도 깔끔하고. 이주원 아직 안 죽었네 ㅋㅋㅋ
유성현 : 이 정도면 바로 수익창출 가능한 거 아님? ㅋㅋ
나는 친절하게 성현이의 궁금증을 해소해 줬다.
이주원 : 구독자는 천명 넘겨서 가능한데 올린 영상 길이가 너무 짧아서 시청 시간 충족을 못했다. 그래서 오늘 10분 넘는 영상 올리라고 혼났음 ㅋㅋㅋ
내 말에 녀석들은 또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박준수 : 뭐? 네가 누구한테 혼나?
최윤우 : 이야~ 주원이 능력자네. 혼내줄 여자도 있고.
유성현 : ㅋㅋㅋ 이 ㅅㄲ 여자 생겼네. 연두 허락은 받았냐?
역시 얘네 앞에서는 무슨 말을 못 하겠다.
혼났다니까 바로 여자라고 확정 짓는 건 대체 뭔데.
뭐, 여자 맞긴 하지만.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주원 : 고딩이니까 닥쳐라.
그러자 잠깐의 침묵 후, 녀석들은 또 채팅을 쏟아냈다.
박준수 : 판사님.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얘네만 잡아가세요.
유성현 : 당장 단톡방 다 나가라.
최윤우 : ㅋㅋㅋ 오버하지마.
한참 녀석들과 떠들다 보니 퇴근 시간이 되었다.
그때 무시할 수 없는 준수의 채팅이 보였다.
박준수 : 야, 주원아. 근데 괜찮은 거냐? 만약 연두튜브로 수익창출하고 그러면 그 친척들 찾아오는 거 아니야?
최윤우 : 진짜 그럴 수도 있겠네. 혹시 연두 데려가겠다거나.
유성현 : 만약 그러면 나 불러라. 진짜 바로 주먹 날릴 거니까. 생각만 해도 열받네.
사실 나도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그 친척들이라면 충분히 나중에 태도를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단, 연두가 이익이 된다는 가정하라면.
‘그리고.’
열 받는 사실이지만, 연두는 외모만으로 그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게 예쁘니까. 친척들이 그 날 연두를 외면한 건, 그걸 몰랐기 때문이었다.
외삼촌의 학대로 인해 연두의 얼굴이 가려졌기 때문에.
‘단지 그것만으로.’
자신들에게 이런 꾀죄죄한 아이는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만으로 연두를 버린 것이다.
눈앞에 두고 그렇게 상처 주는 말까지 해 가면서. 빌어먹을 인간들.
그 날을 떠올리니 다시 열이 올라왔다.
‘어차피.’
당분간 유투브로 인해 친척들이 알게 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친척들은 그 날의 연두의 모습밖에 모르고 있으니까.
심지어 연두를 데려온 친척도 전혀 씻기지 않고 그대로 데려왔었지.
산발에 얼굴이 전부 가려진 연두를.
‘물론 서연두가 아주 흔한 이름은 아니지만.’
연두튜브의 연두를 보고 그들이 그 날의 연두를 떠올리는 건 불가능하다.
나조차도 그 날의 연두와 지금의 연두는 쉽게 섞이지 않으니까.
아마 친척들은 지금쯤 연두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골칫거리 하나 덜어서 다행이라고.’
아니, 연두를 진작에 머릿속에서 지웠을 확률도 높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었다.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이니까.
특히 유투브 채널이 커지게 된다면 그 위험성은 커지게 될 테고.
‘절대로.’
나는 절대로 연두를 그들이 이용하도록 둘 생각은 없었다.
따라서 가능한 모든 해결책을 강구할 생각이다.
내 딸 연두를 지키기 위해.